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2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22화(22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22화
222. 저스틴 워커와의 만남
민도준이 저스틴 워커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를 찾았다.
약속 장소는 대한헌터협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작은 공원.
‘여기서 만난 뒤 바로 협회로 갈 생각인가 보군.’
의중을 파악한 민도준은 공원 한가운데에 서 있기보다 나무 사이로 몸을 숨겼다.
아니, 몸이라면 진작에 투명화로 숨긴 상태였다.
그런데도 나무 사이로 들어가는 건 혹시라도 놈의 전투력 높아 투명화가 간파당할까 봐서였다.
‘장비도 풀 세트로 착용했고 몸도 숨겼으니 준비는 끝났다. 이제 놈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돼.’
이렇게 투명화로 숨어 있다가 저스틴 워커가 나타나면 약점 간파가 통하는지 확인할 것이다.
‘세트 효과로 전투력도 좀 확인하고.’
그것이 장비를 입고 있는 이유였다.
‘슬슬 올 시간이 됐는데.’
약속 시각이 되었지만 저스틴 워커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원에 있는 사람이라곤 얼마 없었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설마 함정?’
혹시나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잠시 후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저스틴 워커가 나타난 것이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끼고서 등장했다.
‘저스틴 워커가 확실하다.’
그런데도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던 건 다름이 아니다.
이름을 알려주는 약점 간파 특성 덕분이었다.
[저스틴 워커]-설명 : 1978년생 헌터. 현재 레벨은 4,400. 오버로드 길드 소속이며 직업은 한손검 전사다.
-전투방식 : 쾌검으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목숨을 끊는 스타일. 좋아하는 방식은 방심하는 틈에 기습적으로 목부터 공격하기.
-약점 :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서 공격을 피하기만 해도 크게 당황한다. 첫 타로 무조건 찌르기를 사용한다.
이름은 물론 약점까지도 전부 다 보였다.
‘약점 간파가 통하다니.’
그 말은 달리 말하면 저스틴 워커가 자신보다 전투력이 낮음을 의미했다.
‘일단 나보다 약한 건 확인했으니 투명화가 들킬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고…….’
두 번째로 궁금했던 저스틴 워커의 전투력이 메시지로 나타났다.
[상대방의 전투력 : 3,251,451]‘325만이라고?’
민도준이 살짝 놀랐다.
350만인 자신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아서였다.
‘역시 세계 랭킹 1위는 다르긴 다르군.’
국내 1위인 신경민의 전투력은 170만 이하였던 것에 비해, 미국의 1위는 거의 2배나 가까운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다.
‘레벨만 높은 허수아비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군.’
겉만 번지르르한 게 아니라 속까지 꽉 찬 진짜 실력자였다.
‘그렇다 해도 나한텐 안 되겠지만.’
전투력이 엇비슷해서 놀라긴 했지만 그렇다고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순 없었다.
민도준의 전투력은 계속해서 갱신되는 반면, 저스틴 워커의 전투력은 지금이 최대치였으니까.
‘세계 랭킹 1위도 별거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이제 허지평으로 돌아가 보실까.’
적당한 곳에서 투명화를 푼 민도준이 타른헬름을 제외한 장비를 모두 해제했다.
그리고 미리 변신했던 허지평의 얼굴로 저스틴 워커 앞에 나타났다.
“저스틴 워커님.”
이제 막 도착한 것처럼 헐레벌떡 뛰던 민도준이 중국어로 말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지요?”
“왜 늦었지?”
“제가 한국은 처음이라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두고서 일찍 나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실망이군.”
농담이 아닌지 저스틴 워커의 표정은 어두웠다.
“죄송합니다.”
“협회장과의 대화가 궁금하다고 해서 내 특별히 옆에 있도록 신경 써줬건만…….”
감히 세계 랭킹 1위인 나를 기다리게 해? 괘씸한 놈 같으니.
뒷말은 하지 않았지만 딱 그런 표정이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늦지 않겠습니다.”
“이번 한 번은 봐주지. 다음에는 약속 시각을 엄수하는 게 좋을 거야. 괜히 눈 밖에 나기 싫다면 말이지.”
“명심하겠습니다.”
연신 허리를 굽히며 저스틴을 달랜 민도준이 속으로 이를 갈았다.
‘원하는 정보를 얻고 나면 네놈은 죽은 목숨이다.’
이미 저스틴 워커를 능가하는 민도준이었기에 죽일 능력이라면 충분했다.
다만 그를 살려두는 건 어디까지나 협회장에게 요구할 사항을 듣기 위함이었다.
“가지.”
저스틴 워커가 앞장서자 민도준이 조용히 뒤를 따랐다.
‘나한테 등을 보이다니. 그 정도로 허지평을 신뢰한다 이건가?’
아니면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어지간한 헌터들은 비비지도 못할 전투력을 지녔으니.’
저스틴 워커를 뒤따르면서 민도준은 유령 늑대에게 지시를 내렸다.
냄새를 기억하라고.
[소환수가 냄새를 기억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위치를 탐지합니다.] [현재 기억하고 있는 냄새의 종류는 4개입니다.]신경민, 신혜리, 강혁수, 저스틴 워커까지.
복수의 대상 4명 중 3명이 민도준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서진철을 제외하면 얼마든지 추적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찾아가서 죽일 수 있는 상황.
‘아직은 이르다. 좀 더 굴러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죽여도 늦지 않아.’
쿠데타의 배후도 찾아야 하기에 아직은 죽일 수 없었다.
“너는 내 옆에 붙어서 수행원인 척하고 있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가지.”
협회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잠시 후 보안 요원에 의해 막힐 수밖에 없었다.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쓴 꼴이 누가 봐도 수상해 보였으니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한국의 협회장을 만나러 왔습니다.”
저스틴 워커가 영어로 말하자 보안 요원 역시 영어로 물었다.
“협회장님과 만나기로 약속하셨습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그러면 만나실 수 없습니다.”
거절당할 걸 예상했는지 저스틴 워커는 이미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미국의 저스틴 워커가 만나러 왔다고 전하십시오.”
“헉!”
저스틴 워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 얼굴을 헌터 협회의 보안 요원이 모를 리가 없었다.
“저, 저스틴……!”
“쉿, 조용히 하십시오.”
저스틴 워커가 다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꼈다.
“제가 여기에 찾아온 건 비밀입니다.”
“그, 그렇습니까?”
“협회장님은 위에 계십니까?”
“예. 협회장실에 계십니다.”
“그럼 지금 즉시 전달해 주십시오. 저스틴 워커가 만나러 왔다고.”
* * *
똑똑-
협회장실 문이 열리며 비서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예. 저스틴 워커라고 합니다.”
못 들을 이름을 들었는지 협회장의 안색이 대번에 굳어졌다.
“누, 누가 와, 왔다고?”
“저스틴 워커입니다. 협회장님을 뵙기를 원합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협회장의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얘졌다.
“협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안색이…….”
“아, 괘, 괜찮네.”
“어쩔까요? 들여보낼까요?”
“아니! 지금 자리에 없다고 하게.”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협회장이 저스틴을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게…… 보안 요원이 이미 협회장실에 계신다고 말해놔서 그 방법은 안 될 것 같습니다.”
“뭐?”
이미 말해버렸다니.
‘보안 요원이 착각했다고 말 바꾸면 과연 믿을까?’
아마 믿지 않을 확률이 높다.
‘젠장. 어떡하지?’
핑계를 대고 만남을 미루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게 되어버렸다.
“멍청한 보안 요원 새끼!”
“……만나기 싫으시면 바쁘다고 하고 돌려보낼까요?”
“바쁘다고? 상대가 누군지 몰라? 바쁜 상황에서도 시간을 내서 만나야 하는 게 그분이야.”
“아니면 보안 직원이 착각했다고 하고…….”
“갑자기 그렇게 말 바꾸면 의심하지 않겠나? 앙?”
“그, 그럼 뭐라고 할…….”
“만나겠다고 해!”
“아, 알겠습니다.”
선택지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만나야만 하는 상황.
‘빌어먹을. 언젠가 찾아올 줄 알았는데 그게 오늘일 줄이야.’
협회장이 저스틴 워커를 피하는 이유는 한가지였다.
그가 맡기고 간 전설의 보검을 보기 좋게 잃어버렸으니까.
‘하아, 조금 있으면 만나게 될 텐데 뭐라고 말해야 하지?’
정체불명의 집단이 가져갔다고 사실대로 말해야 할까?
그놈들이 어떻게 알고 가져갔냐고 캐물으면?
비밀이어야 할 정보가 바깥으로 샜다는 점을 따지고 들면?
‘뭐라고 말하든 책임을 피할 순 없어.’
이러나저러나 맡겼던 보검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의철이 그놈이 딸이랑 교환만 하지 않았어도…….’
끝까지 보검을 지켰다면 이렇게 골머리를 썩일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다.
그때 문득, 협회장의 머릿속에 황의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만약 제가 위험에 처하면 저스틴 워커부터 의심해 보셔야 합니다. 정보가 새나갈 곳은 그 사람밖에 없으니까요.
‘정말로 저스틴 워커의 자작극은 아닐까?’
인제 와서 의심이 들었지만 일단 만나보면 뭐라도 알 수 있을 터.
똑똑-
“협회장님. 저스틴 워커 님이 오셨습니다.”
“얼른 들어오시라고 해.”
문이 열리자 서양인과 동양인이 들어왔다.
‘저, 저스틴 워커!’
예전에 미국에서 보검을 받을 때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반갑습니다. 저스틴 워커 님! 세계 제일의 헌터께서 한국까지 찾아오시다니. 영광입니다!”
영어로 최대한 아부를 떨던 협회장이 힐끔 시선을 돌렸다.
날카로운 인상의 동양인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분은……?”
“제 수행원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일단 둘이서만 얘기해야 하니 밖으로…….”
“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 수행원은 입이 무겁거든요.”
“…….”
찜찜했지만 협회장은 더는 토를 달지 못했다.
일반인인 그가 세계적인 랭커의 심기를 거스를 순 없었기에.
특히나 물건을 잃어버린 지금 같은 상황에선 더더욱.
“저스틴 워커 님, 한국에는 언제 오셨습니까?”
“오늘 왔습니다.”
“아이고, 그럼 구경할 시간도 없으셨겠는데요?”
“뭐 그렇죠.”
“어떻습니까? 시간이 되신다면 제가 한국을 구경시켜드려도 되겠습니까? 코리안 바비큐를 정말 맛있게 하는 집이 있는데…….”
“됐고요. 협회장님, 제가 왜 왔는지 아시죠?”
“예? 무슨…….”
일단 시치미를 뗀 협회장이었지만 등줄기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제가 맡긴 무기, 전설의 보검을 돌려받으러 왔습니다.”
“그, 그러십니까?”
“어디에 있습니까? 제 아이템은.”
“그, 그게…….”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협회장의 모습에 저스틴 워커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마에 땀까지 맺힌 게 아주 가관이군.’
반응을 좀 더 즐기고 싶었지만 불쌍해서 빠르게 본론에 들어가기로 했다.
“혹시 제 보검, 잃어버렸습니까?”
“…….”
“말해 보세요. 정말 전설의 보검을 잃어버린 겁니까?”
털썩-
협회장이 무릎을 꿇더니 이마를 땅바닥에 갖다 댔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Fuck! Holy shit!”
분노한 그 목소리에 협회장이 엎드린 채로 벌벌 떨었다.
‘지, 진심으로 화내고 있잖아?’
리얼한 반응에 협회장은 자작극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후우…….”
분노를 가라앉힌 저스틴 워커가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그게 말입니다…….”
협회장은 억울하다는 듯 보검을 잃어버린 과정을 설명했다.
자신의 입장을 헤아려주길 바라며.
그러나 목적을 갖고 온 저스틴 워커가 협회장을 놓아줄 리가 없었다.
“어쨌거나 보검을 지키지 못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 그렇지만 설마 인벤토리에 있는 걸 뺏길 줄은…….”
“변명 그만하시고요. 어쩌실 겁니까?”
“예?”
“몇천억짜리 아이템을 날려버리셨는데 책임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
“설마 아부 좀 했다고 봐줄 정도로 저를 호구로 보신 건 아니겠지요?”
“호, 호구라뇨.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책임을 지셔야겠네요.”
“하, 하지만 저는 몇천억짜리를 갚을 만한 돈이…….”
“돈은 필요 없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저스틴 워커가 비로소 협회에 대가를 요청했다.
그리고 옆에서 듣던 민도준이 자신도 모르게 놀란 표정을 짓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