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2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23화(22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23화
223. 선택의 기로
놀란 얼굴이었던 민도준이 황급히 표정을 고쳤다.
찰나의 순간이라 다행히 본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누구라도 저스틴 워커의 요구 사항을 들으면 놀라지 않을 수 없으리라.
“지, 지금 뭐라고 하셨죠?”
자신의 귀를 의심하던 협회장이 재차 물었다.
저스틴 워커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말했다.
“한국의 S급 헌터들을 전부 소집해달라고 했습니다.”
같은 말을 두 번 듣자 비로소 자신의 귀에 문제가 없음을 깨달았다.
민도준도 마찬가지였다.
‘보검을 잃어버린 대가로 요구하는 게 고작 저거라고?’
기대와 달리 별거 아닌 요구.
뭔가 어려운 요구를 할 줄 알았던 민도준으로선 놀랄 만도 했다.
얼떨떨하기는 협회장도 마찬가지.
“왜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시죠? 제가 한 요구가 너무 터무니없습니까?”
“예? 아, 아니 그건 아닙니다.”
“한국의 협회장이라면 S급 헌터들을 한자리에 부를만한 권한 정도는 있으시겠지요?”
“그렇긴 합니다만…… 정말 바라는 건 그것뿐입니까? S급 헌터들만 소집하면 제 잘못을 없애 주시는 겁니까?”
“뭔가 착각하고 계신 모양인데, 이걸로 퉁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아…….”
“지금 말한 건 앞으로 하셔야 할 요구 중 하나입니다. 고작 이걸로 빚을 갚을 생각을 하다니. 너무 도둑놈 심보 아닙니까?”
“크흠…….”
양심에 찔렸는지 협회장이 저스틴의 눈길을 피했다.
“어, 어쨌거나 한국의 S급 헌터들을 소집해 달라는 거지요?”
“예.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다요.”
“왜 그런지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민도준도 궁금한 터라 저스틴 워커를 쳐다봤지만.
“제가 이유까지 말해야 합니까?”
쉽게 말해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세요.”
“그, 그러겠습니다.”
협회장이 즉시 꼬리를 말았다.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저스틴 워커님.”
“뭡니까?”
“소집은 언제쯤 하면 될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다만 헌터들을 빠짐없이 불러야 하니 일주일 전에는 소집 문자를 보내야겠지요?”
“아, 그럼 무슨 일로 소집해야 할까요? 중요한 일이 아니면 대부분 불참하려고 들 텐데…….”
“그건 협회장님이 알아서 생각하셔야지요. 제가 밥까지 떠먹여 줘야 합니까?”
“죄, 죄송합니다.”
볼일이 끝났는지 저스틴 워커가 벗었던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끼고 일어섰다.
“일 처리 똑바로 하십시오. 이번에 하는 걸 봐서 앞으로의 요구 횟수가 결정될 테니까요. 아시겠습니까?”
“아, 알겠습니다. 요청하신 건은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저한테 소집 날짜랑 장소 알려주는 거 잊지 마시고요.”
고개를 숙인 협회장을 뒤로하고 저스틴 워커가 밖으로 나왔다.
민도준 역시 뒤따라 나왔다.
협회 건물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자 저스틴 워커가 침묵을 깼다.
“봤나? 협회장이 나한테 쩔쩔매는 거?”
“예.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기세던데요?”
“후후, 협회장은 이제 내 손아귀에 있는 거나 다름없어.”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한국의 S급 헌터들은 왜 소집하려는 건지…….”
궁금하기는 민도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저스틴 워커는 생각보다 입이 무거운 사내였다.
“그걸 왜 알려고 하지?”
“그냥 궁금해서…….”
“알고 싶었던 건 내가 협회장에게 하려던 요구 아니었나? 그래서 이렇게 직접 데려와서 듣게 해준 거고.”
“그 점은 감사드립니다.”
“그럼 그걸로 만족해라. 더 이상 궁금해하지 말고. 때로는 호기심이 명을 재촉하는 수가 있다.”
“아, 알겠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노파심에 말하지만 오늘 보고 들은 건 너만 알고 있어라. 어디 가서 떠벌려선 안 돼. 부하들한테도.”
“그럼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민도준이 굽실거리며 저자세를 취했다.
저스틴 워커한텐 아직 알아내야 할 정보가 있었기에 본심을 드러낼 순 없었다.
‘아직은 저스틴 워커를 죽일 때가 아니야. 놈의 꿍꿍이를 밝혀내기 전까지는.’
품속에 비수를 숨기고 있는 줄도 모르고 저스틴 워커가 민도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렇게 말했다고 너무 서운해하지 말고.”
“서운하긴요. 아닙니다.”
“이왕 만난 거 같이 밥이나 먹고 싶지만 바빠서 미국으로 돌아가 봐야겠다. 너도 중국으로 돌아갈 거지?”
“예. 저도 일이 있어서요.”
“그래. 언제 시간 나면 또 보자고.”
저스틴 워커가 떠났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냄새를 추적하면 언제라도 찾아갈 수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어째서 헌터들을 불러 모으려는 거지?’
요구 사항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드는 것은 확실했다.
‘무슨 음모를 꾸미려는 게 분명해.’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무슨 꿍꿍인지는 몰라도 막아야 한다고.
* * *
랭킹 2위였던 민도준이 1위를 찍는 데는 하루면 충분했다.
‘정령의 숲 한 번만 돌아도 10레벨 가까이 오르니.’
현재 민도준의 레벨은 3,610.
3,607레벨인 신경민은 2위로 밀려났다.
민도준이 1위가 됨에 따라 그 밑의 헌터들도 순위가 한 단계씩 떨어졌다.
[홍대 영웅 민도준. 드디어 국내 랭킹 1위 달성!] [각성한 지 2년도 채 안 돼서 1위 달성. 경이적인 기록!] [네티즌 왈, ‘그럴 줄 알았다.’] [민도준에게 비법 물었더니 인터뷰서, ‘마검사 전용 특성 때문에 강해질 수 있었다.’ 라고……] [마검사는 결국 전용 특성이 있어야지만 강한 거로 밝혀져…….] [전국의 마검사 지망생들. 좌절의 목소리.]최근에 민도준은 인터뷰를 통해 마검사는 아무나 할 수 없음을 알려줬다.
그 결과.
“박 팀장님. 오늘은 어땠어요?”
“마검사가 되겠다고 찾아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마검사 지망생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하지만 수호 길드에 가입하고 싶다고 찾아온 헌터들은 있었습니다.”
“저희 길드에요?”
“예. 길드장님이 국내 랭킹 1위를 찍으셔서 그런지 어느 정도 홍보가 된 모양입니다.”
헌터라면 자기보다 강한 헌터를 동경하기 마련.
2년도 안 되는 최단 시간 만에 랭킹 1위를 찍은 민도준이라면 동경은 물론 우상으로 삼기에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아직 길드원을 받을 생각이 없다고 하고 돌려보냈죠.”
“흠…….”
“혹시 받으실 생각이셨나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아예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길드의 부흥을 위해선 무엇보다 길드원을 늘리는 것이 좋을 테니까.
‘돈 따위는 상관없어.’
돈이야 평생을 펑펑 써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많았기에 사업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나저나 2년도 안 돼서 국내 1위 자리를 되찾다니.’
정확히는 각성한 지 1년 7개월 만이었다.
‘전생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야.’
무려 10년에 걸쳐서 1위 자리에 올랐으니 얼마나 빠른지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때였다.
지이잉-
협회장의 소집 문자가 온 것은.
[Web발신] [반갑습니다. 민도준 헌터님!이번에 대한헌터협회에서 S급 던전의 우선권에 대한 주제로 회의를 주최하였습니다.
바쁘시겠지만 중요한 안건이니만큼 시간을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상자 : 국내 S급 헌터 전원
-날짜 : 2021년 7월 26일 월요일 오후 2시
-장소 : 대한헌터협회 2층 대회의실
-회의 내용 : S급 던전의 우선권 적용 관련
불참 시 우선권에 대한 페널티가 있을 수 있사오니 모쪼록 빠짐없이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협회장이 저스틴 워커의 지시대로 S급 헌터들한테 소집 문자를 보냈군.’
문자 내용을 확인하던 민도준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어떤 핑계로 헌터들을 소집하나 궁금했었는데 S급 던전 우선권을 들먹일 줄이야.’
우선권이란 1년에 한 번씩 길드들에게 던전을 독점할 기회를 주는 일종의 티켓이었다.
민도준도 길드를 차린 이상 매년 1회씩 우선권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현재의 우선권은 어디까지나 A급 던전까지만 적용이 된다.
S급 던전은 해당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S급 던전도 우선권을 적용하겠다, 이거로군.’
미래에서는 S급 던전도 우선권이 적용된다.
즉, 앞으로 적용이 될, 폐기될 리가 없는 안건인 셈이었다.
‘우선권을 S급 던전에 쓸 수 있다면 원하는 날에 쉽게 솔로잉할 수 있겠어.’
과거에도 이 안건으로 S급 헌터들을 소집해서 회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참할 이유가 없었다.
우선권이라는 특혜가 있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더군다나 불참 시 우선권에 페널티를 주겠다고 쓰여 있으니 대부분이 참석하려고 들겠지.’
모이는 날까지는 일주일이 남았기에 스케줄도 비워둘 수 있을 터.
‘정말로 전원 참석할지도 모르겠어.’
그리되면 저스틴 워커의 바람대로 되는 셈이었다.
‘녀석이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참석할 수밖에 없어.’
저스틴 워커가 무슨 수작을 부릴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 한다.
‘우선권 페널티도 받을 순 없으니.’
민도준은 박동윤에게 자신이 받은 문자를 보여줬다.
“어? 회의? S급 헌터들만 모이는 거예요?”
“예. 이날은 협회에 가야 하니까 던전 스케줄 비워주세요.”
“알겠습니다. 근데 이날 저도 따라가면 안 될까요? S급 헌터들을 한자리에서 볼 기회인데…….”
“S급 헌터만 소집한 거라 안 될 겁니다.”
“쩝…….”
실망한 박동윤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다행이었다.
‘괜히 따라갔다가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기대도 됐다.
어쩌면 서진철이 나타날 수도 있었기에.
‘소집 장소에 서진철이 나타난다면 정말 베스트인데.’
그러면 애써 찾을 필요도 없이 쉽게 냄새를 기억할 수 있다.
‘빨리 일주일이 지나갔으면 좋겠군.’
민도준의 얼굴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 * *
일주일이 지난 7월 26일 월요일.
전국의 S급 헌터들이 모이는 날이 다가왔다.
‘드디어 서진철을 만날 수 있는 건가?’
다른 헌터들은 나오든 말든 알 바 아니었다.
서진철만 나오면 된다.
‘아마 저스틴 워커도 나오겠지.’
협회장에게 장소와 시간을 알려달라고 했으니 분명 그도 나타날 것이다.
‘갑자기 나타나서 뭘 할지 궁금하군.’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테러한다 해도 걱정 없지.’
녀석보다 강하다는 걸 확인한 이상 두려울 건 없었다.
‘그런데 거리를 보니 아직 한국에 오지 않은 모양인데…….’
[대상과의 거리 1,412.32km]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운 걸 보니 근처 이웃 나라에 있는 모양이었다.
‘약속 시각까진 5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어쩔 셈이지?’
그때, 허지평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다름 아닌 저스틴 워커였다.
‘무슨 일이지?’
즉시 타른헬름으로 변신을 마친 뒤 전화를 받았다.
“네, 저스틴 워커님.”
-너 어디야?
“아침부터 무슨 소리십니까?”
-아직 중국에 있나?
“그렇습니다.”
-내가 오늘 일이 있어서 중국에 들렀거든? 같이 점심이라도 먹는 게 어때?
“점심…… 좋죠.”
-그럼 2시까지 내가 나오라는 장소로 나와. 장소는 문자로 보내주지.
“아,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기자마자 민도준이 인상을 구겼다.
‘하필이면 왜 오늘 보자는 거야? 그것도 2시에?’
헌터들이 모이는 시간과 정확하게 겹쳤다.
‘날 만나겠다는 걸 보니 한국에 오려던 게 아니었나?’
무슨 속셈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어쩌지? 중국으로 가야 하나?’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소집 명령을 무시하고 저스틴 워커를 만날지.
아니면 저스틴 워커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소집에 응할지.
‘그래. 저스틴 워커를 만나자.’
고민하던 민도준이 결국 중국행을 결정했다.
‘소집 때의 상황은 패러사이트로 감시하면 되니까.’
신경민과 강혁수, 둘 중 한 명만 참석해도 소집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파악할 수 있으리라.
‘가자.’
결정을 내린 민도준이 중국행 티켓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