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2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26화(22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26화
226. 거절하겠습니다.
중국에서 출발한 민도준이 한국에 도착하기까지는 고작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사이에 회의가 끝났는지 협회 밖으로 나오는 헌터들이 보였다.
‘서진철은? 어디 있지? 벌써 가버렸나?’
협회 입구에서 그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다행히.
‘녀석이다!’
이제 막 밖으로 나오는 서진철의 모습이 보였다.
‘아우, 저 새끼의 냄새를 기억해.’
[컹컹!] [소환수가 냄새를 기억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위치를 탐지합니다.] [현재 기억하고 있는 냄새의 종류는 5개입니다.]복수 대상 4명과 신경민의 동생까지.
다섯 명의 냄새를 기억했다.
‘됐어! 이로써 전부 내 손아귀에 들어왔다.’
언제든지 추적해서 죽일 수 있다는 점은 불안했던 마음을 한결 편하게 만들었다.
그때 서진철과 민도준의 시선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늘게 눈을 뜨던 서진철이 관심 없다는 듯 시선을 돌리더니 가버렸다.
‘그래, 가라. 네놈이 어딜 가든 이제는 걱정 없다.’
조만간 서진철과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민도준도 몸을 돌리려는 그때.
“어? 민도준 헌터다.”
“저 사람이야? 마검사로 유명한…….”
“저 헌터가 무한의 탑 1위라지?”
뒤늦게 민도준을 발견한 헌터들이 수군거리며 쳐다봤다.
무시하고 가려는데 민도준을 붙잡는 사람이 있었다.
“헌터님!”
신경민과 강혁수였다.
“어디 갔다가 이제 오셨어요? 기다렸잖아요.”
“헌터님이 안 나타나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누가 누구를 걱정했다는 건지.
실소가 나올 뻔한 걸 참으며 민도준이 덤덤하게 말했다.
“기다리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일부러 불참했던 겁니다.”
“그러셨구나.”
누구도 그 사정에 대해서 캐묻지 않았다.
실례일뿐더러 국내 랭킹 1위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으니까.
“민도준 헌터님 없으셔서 얼마나 심심했는지 몰라요.”
“회의는 잘 끝난 겁니까?”
“네. S급 던전에도 우선권을 적용하기로 결정됐는데 자세한 사항은 제가 정리해서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쓸데없는 짓을.’
굳이 그럴 것까진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을 생각한 신경민의 배려에 민도준이 감사를 표했다.
“그럼 저흰 먼저 가보겠습니다. 민도준 헌터님. 다음에는 던전에서 뵙죠.”
“그럽시다. 연락 주세요.”
신경민 무리가 떠나가자 민도준도 자리를 떴다.
서진철의 냄새를 맡았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다행이야. 행여나 서진철을 놓칠까 봐 조마조마했었는데.’
다만 아직도 의문인 점은 저스틴 워커의 의도였다.
‘무슨 생각으로 헌터들을 소집한 건지 모르겠단 말이지.’
패러사이트로 간간이 지켜봤지만 회의 중에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수상한 사람이 보이지도 않았고.
‘S급 헌터들의 시선을 끌어놓고 뭔가 다른 곳에서 이득을 보기라도 한 건가……?’
단서가 적으니 혼자서 생각해 봐야 제자리걸음.
확실한 정보를 얻으려면 저스틴 워커에게 묻는 수밖에 없다.
‘물론 곧이곧대로 말하진 않겠지.’
제압해서 고문이나 협박을 해야 하는데…….
‘그런다고 쉽게 입을 열 것 같지도 않단 말이지.’
아직까진 이렇다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할까?’
보류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전화가 왔다.
허지평의 핸드폰도 아니고 안광현의 핸드폰도 아니다.
민도준에게 온 전화다.
‘누구지?’
모르는 번호로 온 국제전화였다.
“전화 받았습니다.”
-민도준 헌터의 핸드폰인가요?
국제전화라 외국어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맞습니다만 누구시죠?”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버로드 길드의 마스터, 아담 비숍이라 합니다.
‘아담 비숍?’
회귀 전에도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오버로드 길드를 세계적인 길드로 만든 장본인.
S급 헌터라고도 알고 있다.
“정말 오버로드 길드장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알기로 미국인인 걸로 아는데 한국말은 어떻게 이렇게 잘하시죠?”
-하하, 제 모국이 한국이라서 틈틈이 한국어 좀 배웠습니다.
길드의 마스터가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점에서, 민도준은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날 영입하려는 거겠지.’
현재 민도준의 위상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상황.
그 와중에 길드 가입을 보류해 놓고 아직도 연락이 없으니 불안해서 직접 전화했으리라.
의중이 짐작이 갔지만 모른 체하며 물었다.
“세계적인 길드의 마스터께서 제겐 무슨 일로……?”
-하하, 무한의 탑 1위를 찍으신 최고의 헌터님께서 추켜세워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다름이 아니라, 때가 되면 연락 주신다고 하셨는데 한동안 소식이 없으셔서요.
‘역시 예상대로군.’
대답 역시 정해져 있었지만 일단 그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제가 보류한 것 때문에 전화하셨구나.”
-그렇습니다. 저희 오버로드 길드에서 헌터님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거든요.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이라고 보고, 전에 제시했던 금액에 2천억을 더 얹어드리려고 합니다만.
“그 말씀은 계약금으로 6천억을 지급하시겠다는……?”
민도준이 놀라서 물었다.
6천억은 그 누구도 제시받은 적이 없던 사상 초유의 금액이었으니까.
심지어 회귀 전인 미래에서도 말이다.
원했던 반응이었는지 통화 너머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놀라실 것 없습니다. 헌터님의 가치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지급해야지요.
“거절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계약을 진행…… 예? 뭐, 뭐라고 하셨죠?
“거절한다고 했습니다.”
가차 없이 거절당한 것이 억울했는지 아담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이, 이유가 뭐죠?
“저는 이미 길드가 있습니다. 수호 길드의 마스터죠. 그쪽도 길드장이니 잘 아실 겁니다. 길드는 어떤 면에선 자식과도 같다는 것을.”
-…….
“저는 이참에 길드를 잘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거절하는 이유입니다.”
-정녕 6,000억을 버리시겠다고요?
“예. 아무리 금액을 높이신다 한들 대답은 같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버릴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실은 오버로드 길드에 갈 필요가 없어서 거절한 거지만.’
저스틴 워커의 냄새를 기억한 이상 민도준이 굳이 길드를 옮길 필요는 없었다.
‘적당한 구실로 거절하면 그만이지.’
이유야 어쨌든 아담으로선 보기 좋게 차인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
-아, 알겠습니다.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수호 길드의 앞날에 좋은 일만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이유를 납득했는지 그가 순순히 통화를 끊었다.
“흠, 목소리를 들어보니 크게 실망한 모양인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으리라.
‘뭐, 그러라지.’
아무렴 무슨 상관이냐는 듯, 민도준이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전화를 끊자마자 아담 비숍이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하하…….”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질 않는 그로서는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6,000억이라는 거액을 제시했는데도 거절할 줄이야.’
웃고 있었지만 아담은 꽤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내가 돈으로도 데려올 수 없는 사람이 있다니.’
돈을 내밀면 허리를 굽히는 게 세상 이치다.
그렇기에 부를 쌓았고 지금의 길드를 만들어냈다.
‘세계적인 헌터들도 전부 내가 제시한 계약금 앞에 무너졌건만…….’
돈 앞에서 자존심을 부리는 헌터는 많지 않았다.
거절하면 더 큰 금액을 제시하면 그만이다.
그럼 어떻게든 기존의 길드를 버리고 이쪽으로 넘어오기 일쑤였다.
따라서 돈 앞에 굴복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 한 명 있었군.’
역대급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넘어오지 않는 헌터라니.
절로 실소가 나왔다.
“음?”
그때 마침 전화가 왔다.
“저스틴?”
발신인을 본 아담이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길드장님. 저번에 말하기로 민도준 헌터를 영입하겠다고 하셨는데 아직입니까?
“안 그래도 좀 전에 민도준 헌터와 통화한 참입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거절하더군요. 6,000억을 불렀는데도 말이죠.”
-…….
저스틴 워커도 기가 막혔는지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럼 이제 어쩌실 겁니까? 포기하실 겁니까?
“포기요?”
아담이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혀를 찼다.
“제가 가지지 못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포기라니요?”
-돈으로도 포섭이 안 되지 않습니까?
“돈이 안 되면 다른 걸 제시하면 되지요.”
비록 자존심에 상처는 입었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꼭 우리 오버로드 길드로 데려오고 말겠어. 무슨 수를 써서든!’
민도준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거물이었으니까.
* * *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민도준은 서진철을 미행했다.
수상한 점은 없는지, 쿠데타에 단서가 될만한 점은 없는지.
‘죽여도 문제없는 쓰레기인지.’
여러 가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유령 늑대를 타고 미행하니 들킬 염려는 없다만…….’
문제라면 지루하다는 점이었다.
‘던전 공략이 끝나면 집에 누워서 TV나 보다가 슈퍼카 타고 드라이브. 그러다 밤이 되면 나이트 가서 여자들 꼬시고 모텔에서 원나잇.’
이것이 서진철의 일상이었다.
조금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고 보면 된다.
‘S급 헌터들의 흔한 일상이라고 해야 하나?’
별달리 특출난 취미나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 흔한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헌터라면 헌터와 친해지기 마련이건만, 서진철은 독고다이처럼 혼자서 행동하고 놀았다.
‘그런 점에선 나랑 닮았군.’
그런데 궁금한 점은 어째서 동창인 신경민과는 코빼기도 연락하지 않느냐는 거다.
‘동창이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정보인 걸까?’
민도준이 고개를 저었다.
쌍둥이 헌터들을 협박해서 뜯어낸 정보이니만큼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미행해야 하는지 원…….’
물론 미행에만 온전히 시간을 쓰는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사냥도 간간이 한 탓에 민도준의 레벨은 3,700에 올라섰다.
반면 신경민은 3,640으로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 상황.
이대로라면 부동의 1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언제까지 이렇게 미행하고 다닐 순 없어.’
민도준은 이대로 지켜만 볼 게 아니라 차라리 상황을 만들어내기로 했다.
서진철이 입을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녀석에겐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지.’
미행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었다.
‘남동생을 이용한다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민도준은 미행의 타깃을 바꾸기로 했다.
서진철이 아닌, 서진철의 남동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