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2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27화(227/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27화
227. 정보 캐기
서진철에겐 서진호라는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헌터가 아닌 일반인으로, 평범한 백수였다.
적어도 민도준의 눈엔 말이다.
‘일 안 하고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걸 보면 영락없는 백수란 말이지.’
유령 늑대를 타고 지켜보는 동안 서진호는 단 한 번도 일하러 나간 적이 없다.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나간 적은 있어도.
‘25살이면 복학해서 알바 다니면서 학비 마련할 법한 나이인데 말이야.’
대학도 다니지 않는지 학교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데 할애했다.
‘그러다가 가끔 형인 서진철을 만나기도 하고.’
동생의 존재를 안 것도 그때였다.
둘이 식사한다고 만났을 때 말이다.
‘만나지 않았다면 계속 모르고 있었겠지.’
그렇기에 의아했다.
형제가 어째서 따로 사는 것인지.
그것도 각자 서울의 33평 아파트에 따로따로.
‘돈이 어디서 났길래 이런 집을…….’
서진철은 S급 헌터라 돈을 잘 번다 치지만 서진호는 민도준이 봤을 때 백수였다.
돈 들어올 구석이 없는 것이다.
‘딱 한군데가 있긴 하지.’
물주인 서진철의 도움이 있었다면 혹시 모른다.
톡톡톡-
유령 늑대를 타고 집안에 침입해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서진호의 엄지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형, 점심 먹었어?] [아니.] [만나자. 형한테 할 얘기도 있고.] [알았다. 지금 데리러 갈게.]형인 서진철과의 대화였다.
이렇듯 형제는 따로 살고 있지만 가끔 점심을 먹으러 만나기도 했다.
‘이번엔 쓸만한 정보 좀 얻었으면 좋겠는데.’
저번에도 둘이 만나는 것을 지켜봤지만 형제간의 대화에서 민도준이 원하는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도착했어. 주차장으로 내려와.]미리 외출 준비를 끝낸 서진호가 형의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집 밖으로 나섰다.
“형!”
서진호가 페라리에 탑승해 있는 서진철을 보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확실히 둘 사이는 나쁘지 않아.’
무미건조한 형과 달리 동생은 싹싹한 편.
대비되는 형제지간이었지만 둘은 은근히 잘 맞았다.
민도준이 유령 늑대를 타고 바짝 추적했다.
부아아아아앙-
요란한 소리를 내며 출발했지만 형제는 모를 것이다.
늑대를 탄 누군가가 머리 위에서 따라붙으며 대화를 엿듣고 있음을.
“진호야, 뭐 먹을래?”
“저번에 갔던데 맛있더라.”
“미쉐린 별 3개 받았던 곳?”
“응.”
“네가 불렀으니 네가 사는 거겠지?”
“아, 형. 내가 돈이 어딨어.”
“내가 저번 달에 천만 원 입금해줬잖아.”
“아…… 그거? 다 썼어.”
“뭐?”
서진철의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3개월 쓰라고 준 돈을 한 달 만에 다 썼다고?”
“헤헤, 미안. 친구들이랑 술 마시다 보니 그만…….”
“대체 룸을 몇 번이나 드나든 거야?”
투덜거리던 서진철이 본격적인 잔소리를 시작했다.
“너 집에서 뭐 하고 있었어?”
“뭐하긴. 놀고 있었지.”
“너 다시 복학할 생각은 없냐? 공부 안 할 거야?”
“뭐하러 공부해? 이렇게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는데.”
“야, 그거 다 내 덕분인 거 알지?”
“그러엄! 형이 최고지! 세상에 어떤 형이 동생 집도 사주고 생활비도 대주고 부모님 해외에 거주할 수 있게 돈도 보태주고 그러겠어? 어디 그런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봐!”
‘역시. 전부 서진철이 마련해준 것이었군.’
던전 한 번 돌아서 10억 이상씩 벌고 나오는 그라면 가족들에게 펑펑 지원해 줘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형, 말 나온 김에 용돈 좀 주라. 생활비 다 떨어졌어.”
“할 얘기 있다던 게 이거냐?”
“응.”
“새끼, 난 또 뭐라고. 알았어. 이따가 천만 원 보내줄게. 이번에는 아껴 써야 한다?”
“당연하지! 역시 우리 형이 최고야!”
쌍 엄지를 날리며 아부하는 동생의 모습에 서진철이 미간을 찌푸리다가도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런 동생의 행동이 싫지는 않은 모양.
‘호구 잡힌 줄도 모르고. 등신 새끼.’
민도준이 속으로 혀를 찼지만 남의 일이었기에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그나저나 의외의 모습이군. 저런 아부에 쉽게 지갑을 열다니.’
민도준의 눈에 서진철은 인간미라곤 없어 보이는 냉철한 이미지였지만 지금 보니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었다.
‘이런 놈이 쿠데타에 가담한단 말이지?’
하긴 이 정도로 단순하다면 돈이나 권력을 주겠다는 약속만으로도 나라를 배신할 가능성은 있겠다.
“다 왔다. 내리자.”
한식 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이 이윽고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 도중에도 몇몇 대화가 오갔지만 저급한 음담패설일 뿐, 민도준이 알고 싶은 내용은 없었다.
“형, 나 잠깐 화장실 좀.”
서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민도준이 눈을 빛냈다.
‘이건 기회다.’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때를 놓치면 후회한다고.
민도준이 유령 늑대와 함께 서진호를 따라갔다.
마침 화장실에는 서진호 한 사람뿐.
쏴아아-
볼일을 본 뒤 콧노래를 부르며 손을 씻는 틈에, 유령 늑대에서 내린 민도준이 서진호의 목을 뒤에서 휘감았다.
단숨에 경동맥을 압박해 기절시켰다.
그리고 화장실 칸막이에 집어넣은 뒤 문을 잠그고 뛰어나왔다.
그때 마침 사람이 들어왔지만.
샤아아아-
민도준은 태연하게 거울을 보며 손을 씻었다.
거울 속에는 어느새 민도준이 아닌 서진호의 얼굴이 들어 있었다.
타른헬름으로 얼굴, 체형,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변신한 것이다.
심지어 입고 있던 옷까지도.
‘절대로 눈치챌 리가 없지.’
손을 닦고 나온 민도준이 태연한 얼굴로 자리로 돌아갔다.
앉으면서 서진철과 눈이 마주쳤지만 그것뿐.
다른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는지 곧바로 음식에 시선을 둔다.
안심한 민도준이 능청스레 동생인 척 연기했다.
“형, 갑자기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최상위 헌터들이랑도 친해?”
“뭐 그다지?”
“왜? 같이 파티 사냥하면 친해지지 않아?”
“별로. 그리고 남자들이랑 친해져서 좋을 게 뭐가 있냐?”
“아, 형. 여자 좋아하지?”
“여자 싫어하는 남자도 있냐?”
“큭큭큭.”
웃긴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듯 민도준이 거짓된 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봐온 동생의 성격을 알기에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쳐갈 수 있었다.
“형, 그럼 민도준 헌터 알아?”
“야, 대한민국 국민 중에 민도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냐?”
매번 화제를 몰고 다니는 민도준이었기에 헌터 업계는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모를 수가 없었다.
“만나본 적 있어?”
“없지. 같은 S급이라고 던전 나갈 때마다 마주치고 그러는 게 아니야. 어느 정도 아다리가 맞아야 보든지 말든지 하지. 해외로 나가서 사냥하면 더 보기 힘들고.”
“그렇구나. 그럼 신경민 헌터는?”
미끼를 던졌다.
이제 원하는 정보를 물어올 차례.
하지만 서진철의 표정은 좀 전과 달리 굳어져 있었다.
“내가 전에 말했지. 그 새끼 얘긴 꺼내지도 말라고.”
“미, 미안.”
갑자기 화내는 이유를 알 순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둘 사이에 무슨 일 있었구나.’
민도준은 둘의 관계를 조금 더 파 보고 싶었다.
“그런데 형은 왜 이렇게 신경민 헌터를 싫어해? 둘이 동창이잖아.”
“용돈 받기 싫냐? 그만하라고 했다.”
매서운 눈빛의 서진철을 보자 민도준이 꼬리를 내렸다.
“미, 미안해. 형.”
왠지 말을 안 들으면 동생이고 뭐고 때릴 것만 같았다.
‘갑자기 공격받았다간 변신이 풀려버릴 테니.’
신경민이 금기어가 되어버리면서 더 이상 파고들 수 없게 되자 민도준이 고민에 빠졌다.
‘어쩌지? 이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한 의심만 키울 뿐이야.’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이상 동생을 연기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다면 갈 땐 가더라도…….’
민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연스레 서진철의 뒤쪽으로 이동해 어깨를 주물렀다.
“뭐냐?”
“형, 아깐 미안해.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줘. 다시는 그 사람 얘기 안 꺼낼게.”
“새끼, 당연히 그래야지.”
미안하다는 의미로 어깨를 주무르자 서진철의 화가 풀리고 있었다.
“남자가 왜 이렇게 힘이 없냐? 좀 더 세게 팍팍 주물러 봐.”
“알았어. 머리도 마사지해 줄게.”
두피 마사지를 하면서 민도준은 그의 머리에 기생충을 심었다.
[대상의 머리에 기생충을 심었습니다.] [감염 대상 : 18/20]최근에 흑해 길드원 셋을 희생양으로 삼은 탓에 빈자리는 많았다.
‘좋아. 신경민, 강혁수에 이어 서진철까지 감염시켰다.’
이제 힘들게 서진철을 미행할 필요가 없었다.
눈만 감으면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
“형,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또?”
“갑자기 배가 아파서.”
“어휴, 똥쟁이 새끼. 빨리 갔다 와.”
구박을 받으며 화장실에 들어간 민도준이 투명화를 쓰고 20분 정도 기다렸다.
그리고 때가 되자 기절한 서진호를 깨웠다.
“헉?”
화들짝 일어난 진짜 서진호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내, 내가 언제 잠들었지?”
순간적으로 기절시킨 탓에 자신이 기절한 줄도 모르는 것 같다.
서진호가 화장실을 나오자 서진철이 어김없이 구박했다.
“뭐 이렇게 오래 걸렸어? 똥을 만들고 있냐?”
“미, 미안.”
“가자. 나 이래 봬도 바쁜 몸이야.”
“아, 알았어.”
양껏 먹지 못하고 나가서 아쉬운 표정을 짓는 서진호였지만 감히 형의 말을 거역할 순 없었다.
이윽고 식당을 나가는 두 형제를 지켜보며 민도준이 미소 지었다.
‘잘 마무리된 것 같군.’
상황을 보니 자신이 개입한 사실이 들통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이렇다 할 정보는 얻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신경민과 서진철이 사이가 나쁘다는 걸 알아냈어.’
신경민의 고정 파티에 서진철이 없는 이유를 드디어 알아냈다.
뭐 때문에 사이가 안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잠깐! 그런데 사이가 나쁜 두 사람이 어떻게 손을 잡고 쿠데타를 일으킨 거지?’
입도 벙긋하기 싫은 걸 보면 거의 원수지간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된 걸까?
미래에는 화해해서 다시 친해지기라도 하는 걸까?
‘아니면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로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았다든가…….’
어쨌거나 패러사이트도 걸었고 현재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이제 시간이 날 때마다 놈을 지켜보면 되겠어.’
그러다가 범죄 행위나 수상한 행동을 하면?
심판의 칼을 든 민도준이 직접 움직이리라.
* * *
“음…….”
2주가 또 흘렀다.
민도준의 레벨은 이제 3,800이 넘었다.
반면 2위인 신경민은 아직도 3,600대에 머물렀다.
‘이대로라면 1위를 뺏길 일은 없겠어.’
그뿐이랴.
시간만 주어진다면 4,500레벨인 저스틴 워커의 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쿠데타에 대한 정보나 저스틴 워커의 의도 등.
수집한 정보가 너무도 적다는 것.
특히나 패러사이트로 감시해도 아무런 소득도 없는 현 상황이 가장 큰 문제였다.
‘결국, 2주 동안 서진철을 감시해도 얻을 수 있는 건 없었어.’
그렇기에 민도준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정공법.
“안녕하세요, 헌터님.”
이를 위해 신경민 헌터를 카페로 불렀다.
“민도준 헌터님께서 저를 먼저 불러주시다니……. 살면서 이런 날도 있군요?”
“뭣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혹시 저에 관련된 건가요?”
민도준이 끄덕이자 신경민이 기쁘다는 듯 웃었다.
“하하하. 드디어 저한테 관심이 생기신 건가요? 무슨 질문을 하실지 두근거리는데요? 아, 일단 커피부터 시킬게요. 뭐 드실래요?”
“아메리카노요. 샷 추가 없이 따뜻한 거로.”
신경민이 커피를 가져와 테이블에 놓았다.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뭐든 물어보세요. 성심성의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랭킹 5위 서진철이랑 고등학교 동창이죠?”
후루룩 커피를 마시던 신경민이 멈칫했다.
“그건 어떻게…….”
“어쩌다가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둘 사이에 무슨 일 있었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사이가 안 좋으신 거 같아서요.”
한동안 말없이 커피를 홀짝이던 신경민이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예. 무슨 일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죠?”
“남들한테 말하기 껄끄러운 일이지만…… 헌터님께는 동생을 구해주신 빚도 있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신경민이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