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2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28화(22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28화
228. 서진철의 과거
“저랑 서진철 사이가 처음부터 안 좋았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둘도 없이 친했죠.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 일을 말하기 전에 먼저 서진철이란 인간에 대해서 말해야 할 것 같군요.”
신경민이 커피를 마신 뒤 이어 말했다.
“서진철은 제가 고등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입니다.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모릅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버렸죠. 다들 그런 경험 한 번씩은 있을 겁니다. 친구가 되긴 했는데 어쩌다 됐는지 기억이 안 나는.”
민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를 사귄 적이 없어서 공감은 가지 않지만 일단 얘기를 듣기 위해 맞장구를 쳐주었다.
“만약 서진철이 여자를 밝히는 성격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친해지지 않았을 겁니다.”
“여자를 밝혀요?”
“예. 고등학교 때 유명했습니다. 같은 여학생의 가슴을 건드리고 튄다든가, 엉덩이를 만진다든가. 심지어 체육 시간에 여학생들이 옷 갈아입을 때 커튼 뒤에 숨어있다가 들킨 적도 있습니다. 아무리 성욕이 왕성하고 호기심이 많은 시기라지만 도를 넘었죠.”
“성추행범이었네요.”
“그렇죠. 그 일 때문에 학부모들이 찾아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합의를 보고 조용히 넘어간 모양입니다만…… 사람이 쉽게 바뀌나요?”
“무슨 일이 생겼군요.”
“예. 아마 성추행 사건이 마무리된 다음 달이었을 겁니다. 녀석이 어느 날 저한테 말했습니다. 선생님에게 일러바친 그 여학생에게 복수하고 싶다고. 그리고 복수 방법을 들은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무슨 방법이었길래…….”
“그 여학생을 강간하겠다더군요. 그럼으로써 복수하겠다고.”
“…….”
“그러면서 저한테 도와달라는 겁니다. 자기가 일을 치르는 동안 핸드폰으로 영상 찍으면서 누가 오는지 망봐달라고.”
“…….”
“시간 나면 저한테도 기회를 주겠다며 선심 쓰듯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미쳤네요.”
“그렇죠. 강간에 가담하라니……. 완전히 미친 새끼였던 거죠.”
서진철을 욕하는 신경민을 보자니 문득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신경민, 이 새끼도 미친 새끼잖아?’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이 범죄자를 욕하는 상황이라니.
“그래서? 수락하셨나요?”
그 말에 신경민이 펄쩍 뛰었다.
“그럴 리가요! 당연히 거절했지요. 아무리 친한 친구의 부탁이라고 해도 범죄에 가담할 수 있겠습니까?”
반응을 보니 거짓은 아닌 모양.
“그래서 어떻게 됐죠?”
“서진철이 엄청나게 화내더군요. 너 따위는 친구도 아니라면서. 너 같은 놈 없이도 할 수 있다며 꺼지라고 했습니다.”
“…….”
“당시엔 혼자서 하겠다는 녀석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녀석이 말했던 당일이 되자 괜히 걱정되는 거예요. 혹시라도 진짜 실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래서 신고했습니까?”
“예. 경찰에 신고해서 녀석의 계획과 장소를 전부 털어놨죠. 그러다가 나중에 출동한 경찰이 말하더군요. 강간하기 일보 직전이었다고. 제가 신고를 안 했으면 큰일 났을 거라고.”
“잘하셨네요.”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친구를 배신한 것인데도요.”
“그런 새끼는 친구가 아니죠.”
“그 일로 서진철은 강간미수죄로 잡혔고 계획적인 범행이 인정되어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청테이프까지 준비해서 칭칭 감았다고 하니 빼박 소년 교도소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죠.”
민도준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쓰레기는 쓰레기라는 명언이 떠오르는군.’
이제야 알겠다.
서진철이 신경민을 싫어하는 이유를.
“그 이후로 서진철은 저를 죽도록 싫어했습니다. 제가 신고한 탓에 징역살이한 셈이니까요. 저 역시 여동생이 있는 처지로서 그런 성범죄자를 좋아할 이유도 없고요. 애당초 그런 친구였다는 걸 알았다면 어울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동의한다는 듯 민도준이 고개를 주억였다.
‘역시 서진철은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개새끼였군.’
범죄자를 옹호할 마음 따윈 없다.
‘서진철을 만나면 아주 고통스럽게 죽여버려야겠어.’
그전에 쿠데타에 대한 정보를 캘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그런 범죄자가 헌터로 각성해 랭킹 5위까지 올라오다니.’
떵떵거리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서진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천하의 죽일 놈도 헌터로 선택받는 세상이다.’
순간 지랄 맞을 만큼 공평한 이 각성 시스템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런데 민도준 헌터님.”
“예.”
“설마 이거 물어보시려고 저를 불러내신 건가요? 갑자기 저와 서진철의 사이는 왜 궁금해하시는 거죠?”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민도준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럴 줄 알고 준비한 답변이 있었으니까.
“단순한 호기심입니다. 우연히 둘 사이가 동창이라는 걸 들었는데 어째서 같은 그룹에 있지 않은지 의아하더라고요. 그러다가 둘 사이가 나쁜 건 아닐까 생각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제가 또 궁금한 건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서요.”
“아…… 그렇습니까?”
생각보다 싱거운 이유였는지 신경민이 김빠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걸로 궁금증은 풀리신 거죠?”
“네.”
말은 그렇다고 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신경민과 서진철이 다시 손을 잡은 이유가 뭘까?’
신경민으로선 서진철이라는 위험요소를 떠안은 거고, 서진철로선 자신을 감방에 넣은 배신자를 받아들인 셈이다.
‘뭔가…… 뭔가가 빠졌어.’
여전히 맞춰지지 않는 퍼즐에 민도준이 눈을 감고 골머리를 썩이는 그때.
본의 아니게 서진철을 떠올리다가 그의 시선으로 누군가를 보고 말았다.
‘응? 뭐지?’
놀라서 눈을 뜬 민도준을 보며 신경민이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왜 그러세요? 도준 씨?”
“경민 씨, 몇 가지 더 질문해도 될까요?”
“그럼요. 이참에 궁금한 거 있으시면 다 물어보세요.”
“서진철에게 여동생을 보여준 적이 있나요? 집에 초대했다던가…….”
“아, 예전에 한 번 우리 집에 데려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여동생을 봤을 건데…….”
“그때가 언제인데요?”
“고등학생 때입니다. 그놈의 실체를 알기 전이죠. 뭐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 가서 만날 일도 없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 솔직히 껄끄럽잖아요. 성범죄자한테 여동생을 보여주기가.”
“그럼 서진철이랑 여동생이 만날 일은 없다는 거죠?”
“당연하죠, 헌터님. 제가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 여동생과는 따로 살고 있거든요.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만나는 것도 자제하고 있고요.”
“서진철을 의식해서입니까?”
“예. 그놈이 예전 일로 앙심을 품고 제 여동생에게 해코지라도 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신경민이 집에 안 들어가고 허구한 날 엠페러 길드에서 숙식하는 거였군.’
거리를 두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가 서진철 때문이었다니.
‘그렇다면 서진철과 여동생이 만날 일은 없다는 건데…….’
민도준이 눈을 감고 다시 한번 서진철을 감시했다.
‘왜 서진철의 시야에 여동생의 모습이 보이는 거지?’
장소로 보니 신혜리의 대학교를 찾아간 모양.
‘신경민의 여동생을 미행하고 있는 건가?’
대체 뭘 하려고?
성범죄자라는 전과가 있다 보니 서진철의 행동이 수상하게 느껴졌다.
‘어쨌거나 결코 좋은 의도로 미행하는 건 아닐 거야.’
어쩌면 신경민의 여동생이 위험할 수도 있다.
민도준이 눈을 뜨고 신경민을 힐끗 쳐다봤다.
‘신경민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자신에게 눈을 감으면 대상의 시야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밝힐 수도 없고 말이다.
“도준 씨. 커피 추가로 시킬까 하는데, 뭐 드실래요?”
“커피는 됐고요. 말 나온 김에 경민 씨 여동생 좀 보러 갈까 하는데…….”
“예? 지금요?”
“네. 동생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그런 거라면 전화로 하시지……. 번호 알려드릴까요?”
“아니요. 직접 얼굴 보고 얘기하려고요.”
“그렇다면 같이 가시죠. 제가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걔 지금쯤 학교에 있을 시간이거든요.”
* * *
같은 과 동기와 함께 학식을 먹고 이동하는 중에 신혜리가 고개를 휙 돌렸다.
“왜 그래?”
“아니, 누가 따라오는 것 같아서.”
“큭큭, 뭐야. 따라오긴 누가 널 따라와.”
“분명 발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한 신혜리가 의심을 뒤로한 채 강의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은신으로 몸을 숨겼던 서진철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도 예쁜 게 귀도 밝네. 흐흐.”
실실 웃은 그가 으슥한 곳에 자리를 잡고 강의실의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1시간 후 신혜리가 나오자 은신을 쓰고 뒤따랐다.
강의실을 옮긴 그녀가 수업을 듣는 동안 서진철은 다시금 몸을 숨겼다.
그렇게 장시간 기다린 끝에 기회가 찾아왔다.
수업을 마치고 과 동기와 함께 맨 마지막으로 나오는 신혜리가 보였다.
은신을 푼 서진철이 별안간 신혜리의 앞을 막아섰다.
신혜리가 피하려고 했지만 재차 앞길을 막았다.
“뭐, 뭐예요?”
“혜리야, 아는 사람이야?”
“아니, 전혀.”
신혜리가 고개를 젓자 서진철이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고, 혜리야. 나 기억 안 나니?”
“저 아세요?”
“그럼 알지. 옆에 친구는 먼저 갈래? 우리 둘이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까.”
“저는 혜리랑…….”
순간 서진철이 살벌한 눈빛으로 노려보자 과 동기가 입을 다물었다.
“그, 그럴게요. 혜리야. 나 먼저 갈게.”
“아, 뭐야. 같이 가.”
동기를 따라가려는 신혜리의 앞을 서진철이 다시 한번 가로막았다.
“가지 말고, 대화 좀 하자고.”
“누구신데요.”
“정말 기억 안 나? 나 경민이랑 고등학교 동창이잖아.”
신경민의 이름이 나오자 신혜리의 눈에서 불신의 빛이 사라졌다.
“아…… 오빠 친구분이셨어요?”
“그래. 10년 전에 너희 집에도 갔었는데 기억 안 나?”
“글쎄요. 잘…….”
“그때 네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나? 완전 꼬맹이나 다름없었는데 이렇게 어엿한 숙녀가 다 되다니. 그것도 이렇게 아름다운…….”
서진철이 음흉한 시선으로 신혜리의 위아래를 훑었다.
신혜리의 눈에 경계심이 든 것도 이때부터였다.
“저, 저희 오빠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러 오신 거라면 말해 드릴 수 없…….”
“경민이랑은 연락 안 한 지 꽤 됐어. 내가 볼일이 있는 건 너야.”
“저, 저요?”
의외였는지 신혜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의 처음 보다시피 한 오빠의 친구가 자신에게 무슨 볼일이 있단 말인가?
“저한텐 무슨 일로…….”
서진철이 대답 대신 주위를 쓱 둘러봤다.
마침 교내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딱 좋네.”
“예?”
그러면서 음흉하게 웃는 모습에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신혜리가 뒷걸음질을 쳤다.
“제가 바빠서 그러는데 나중에…….”
탁-
손목을 잡은 서진철이 씨익 웃었다.
“가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내빼는 게 어디 있어? 내가 볼일이 있다잖아.”
“이, 이거 놓으세요!”
손목을 빼내려 발버둥 쳐봤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제야 상대가 헌터임을 인지한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거 안 놓으면 소리 지를 거예요.”
“그럼 더 좋지. 어때. 이쪽 강의실이 비었는데 가서…….”
“야 이, X발 새끼야!”
누군가의 목소리와 동시에 서진철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천장에 처박혔다.
콰앙-!
“큭!”
잔해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그가 고개를 들자.
어느새 다가온 고등학교 동창이 무서운 눈초리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