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29)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29화(229/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29화
229. 오해라니까?
‘시, 신경민?’
갑작스러운 신경민의 등장에 서진철이 당황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지?’
되도록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그였기에 당황스러움도 컸다.
“이 개새끼가 감히 내 동생을 건드려?”
불같이 화를 내는 신경민보고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서진철이 뒤로 물러서며 헌터 장비를 착용했다.
“일로 와. 이 개새끼야.”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오해는 무슨!”
신경민이 손을 뻗어 서진철을 속박했다.
“큭!”
염력에 묶여 옴짝달싹 못 하는 와중에 신경민이 걸어왔다.
“내가 네놈의 시커먼 속내를 모를 줄 알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오해라니까!”
서진철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지만 신경민은 콧방귀도 안 꼈다.
“말해. 내 동생한테 무슨 짓 하려고 했어.”
“아, 진짜!”
말로 해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서진철이 온몸에 힘을 줬다.
움찔-
염력에 저항하는 녀석의 모습에 신경민이 다시금 손을 뻗었다.
그러나 서진철도 엄연히 랭킹 5위의 S급 헌터.
신경민의 염력에 저항할 만큼의 힘은 갖추고 있었다.
“크으윽!”
“크으으!”
염력으로 속박하려는 자와 염력에 벗어나려는 자의 힘 싸움이 이어졌다.
결국, 승자는.
“쿨럭.”
서진철이었다.
염력은 정신력을 갉아먹기에 오래 사용하기 힘들다.
“오빠!”
코피를 쏟아내는 신경민을 신혜리가 부축했다.
“그러게 상대를 봐가면서 덤벼야지.”
속박에 자유로워진 서진철이 비웃음을 머금으며 신경민에게 다가갔다.
양손에는 주 무기인 쌍검을 쥐고서.
그러나 현장에는 신경민만 있던 것이 아니다.
척-
민도준이 서진철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쯤 하시죠.”
“X발 비…….”
비키라고 말하려던 서진철이 순간 입을 다물었다.
뒤늦게 상대를 알아본 것이다.
‘민도준 헌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지 않는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당신 저번에 협회 앞에서 나랑 마주친 적 있지?”
“그런데요?”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마. 다치는 수가 있…….”
서진철은 말을 잇지 못했다.
민도준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친다고요? 누가요?”
“…….”
그 기세에 짓눌렸는지, 서진철이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가 놀랐다.
뒷걸음질 친 자신의 모습에.
‘내가 두려움을 느낀다고? 무기도 꺼내지 않은 상대 앞에서?’
비록 신경민보다 랭킹은 낮았지만 전투력만큼은 높은 편이라고 자부하고 있던 서진철이다.
그랬기에 레벨이 높은 상대 앞에서도 주눅 들거나 겁먹어본 적이 없다.
그만큼 힘으로는 자신 있었기에.
‘그런데 이 새끼 앞에서는…….’
있던 자신감도 쪼그라들고 있었다.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벽 앞에 선 기분.
절대로 대적해선 안 된다며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리고 있었다.
츠으읏-
결국, 서진철이 들었던 쌍검을 해제시켰다.
이런 곳에서 소란을 부릴 순 없다.
적어도 민도준 헌터가 눈앞에 있는 지금은 말이다.
“오빠! 괜찮아?”
“어, 괜찮아.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야.”
코피를 닦은 신경민이 서진철을 노려봤다.
“너 이 새끼. 내 동생한테 뭐하려고 했어.”
“하긴 뭘 해 인마! 아까부터 생사람 잡네?”
여전히 오해라고 말하자 신혜리가 못 믿겠다는 듯 외쳤다.
“조, 좀 전에 제 손목 잡고 강의실로 끌고 가려고 하셨잖아요!”
“끌고 가긴 누가? 그냥 조용한 곳에서 대화하려던 참이었는데!”
시치미를 떼자 신경민이 버럭 소리쳤다.
“이 범죄자 새끼가 어디서 거짓말을 해? 네가 내 동생이랑 할 얘기가 뭐가 있어?”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범죄자? X발, 나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8년 됐어. 정당히 죗값을 치르고 나왔다고.”
“그런다고 네가 한 짓이 사라지냐? 이 범죄자 새끼야?”
말싸움을 하던 두 사람이 문득 주위를 둘러봤다.
소란을 들었는지 관객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X발, 들어가서 얘기해.”
서진철이 강의실로 들어가자 나머지 사람들이 따라 들어갔다.
쿵-
문을 닫고 대화를 이어갔다.
“너 내 동생이 한국대 다니는 줄 어떻게 알았어.”
신경민이 여전히 흥분한 얼굴로 캐물었다.
여차하면 다시 한번 싸울 기세였다.
“나한테 복수하려고 내 동생 노린 거지!”
“하, 지금 뭐라는 거야? 오해라니까?”
“그럼 뭔데!”
서진철이 한숨을 쉬더니 나지막이 대답했다.
“내 동생도 한국대 다닌다고. 지금은 휴학 중이지만.”
“동생?”
신경민은 그제야 서진철에게 남동생이 하나 있음을 떠올렸다.
“네 여동생이 한국대에 다닌다는 건 내 남동생 때문에 알게 된 거야. 2학년 후배 중에 엄청 예쁜 애가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거든. 알고 보니까 신기하게도 네 동생이었고.”
“그러니까…… 네 남동생도 한국대에 다닌다고?”
“그래. 지금은 휴학 중이지만 복학하면 4학년이야.”
조금 진정된 듯 보이는 신경민을 보며 서진철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들을 준비가 된 모양이네.”
“……말해 봐. 내 동생이랑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는지.”
“염치없지만 부탁 좀 하려고 했어. 내 동생을 만나서 설득해 달라고.”
“설득?”
“아닌 게 아니라 내 동생이 이 좋은 대학을 놔두고 집에서 놀기만 하거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복학하도록 설득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네 동생을 찾아가기로 한 거야. 내 동생 좀 설득해 달라고.”
“혜리가 왜 네 동생을 설득해야 하지?”
“그야 내 동생이 혜리를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여자애가 학교에 나오라고 말해주면 좀 듣지 않겠어?”
“……정말 그 이유였다고?”
“그렇다니까?”
신경민이 김빠진다는 듯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말했잖아. 오해라고. 그런데도 듣기는커녕 공격까지 하다니. 그것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
“친구?”
신경민이 다시 한번 으르렁거렸다.
“너 같은 범죄자랑 내가 친구라고?”
“야. 아까도 말했잖아. 죗값 다 치르고 나왔다고. 나도 감방 안에서 많이 반성했다고.”
“퍽이나.”
“그리고 까놓고 말해서 내가 너한테 뭐 피해줬냐? 오히려 열 받아야 할 사람은 나 아니냐? 믿었던 친구한테 배신당했는데?”
“그래서 지금 복수하려고 찾아왔다 이거냐?”
“아, 거참. 아니라니까? 솔직히 네 탓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다 용서했다고. 10년도 된 일인데 그거 가지고 이러겠냐? 쪼잔하게?”
“그야 모르지. 범죄자가 무슨 생각을 할지.”
“너 진짜…… 계속 범죄자라고 하면 명예훼손으로 신고한다?”
“신고해. 난 내 동생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한 거로 신고할 테니까.”
“그건 오해였다고 했지? 그리고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무턱대고 먼저 공격한 게 누구였더라?”
“범죄자라 그런지 협박에도 아주 능하네. 어디 한번 해봐.”
“그래. 어디 끝까지 가보자.”
“그만해요, 다들!”
결국, 둘의 싸움은 신혜리가 개입하고 나서야 멈췄다.
“제가 오해했나 봐요. 단순히 얘기하려고 하신 거 같은데 죄송합니다.”
“야, 네가 왜 사과해.”
“오빠, 그만해. 내가 오해한 거니까. 그렇게 마무리 짓자.”
신경민도 오해라는 점을 인정하는지 긴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서진철을 노려보며 짧게 한마디 했을 뿐이다.
“꺼져.”
“참나. 재수가 없으려니까.”
신경민의 축객령에 서진철이 고개를 저으며 강의실을 나갔다.
“혜리야. 다친 데는 없어?”
“손목이 좀 뻐근하긴 해.”
“아오, 저 무식한 새끼!”
“오빠, 욕 좀 그만해. 밖에 사람들이 듣겠어.”
“열 받잖아. 내가 그동안 저놈한테서 너를 지키려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근데 이렇게 쉽게 마주치다니…….”
“그동안 나랑 거리를 둔 게 저 사람 때문이었어?”
“그래.”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자세한 건 몰라도 돼. 알면 기분만 잡쳐.”
“근데 오빠가 여긴 왜 왔어? 민도준 헌터님도 그렇고.”
“아, 그게 민도준 헌터님이 할 말이 있다고 하셔서.”
“나한테?”
“응.”
신혜리가 놀란 눈으로 민도준을 쳐다봤다.
“저한테 무슨 말을 하시려고…….”
“그건 다음에 얘기하겠습니다. 지금은 한가하게 대화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네요.”
강의실 주변에는 어느새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떡해. 오빠랑 내가 남매인 거 사람들이 알겠어.”
“까짓거 알면 어때. 어차피 서진철에게도 노출된 거.”
신경민이 신혜리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수업 다 끝났지? 가자. 집까지 바래다줄게.”
* * *
구름처럼 몰려든 학생들을 제치고 도망치듯 빠져나온 서진철이 한적한 곳에서 은신을 썼다.
‘X발.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그가 연신 분통을 터뜨렸다.
‘하필이면 그때 신경민이 나타나서!’
자신의 계획이 어그러진 것에 대한 분노였다.
‘강의실에서 일 좀 치르나 했더니 X발 하마터면 X될 뻔했잖아?’
본래 계획은 신혜리를 강간해서 신경민을 열 받게 만드는 거였는데 시작부터 어긋나버렸다.
‘내가 있는 곳은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지? 신혜리 그년이 불렀나?’
아무래도 집까지 태워다 달라고 신경민을 부른 듯싶다.
아니나 다를까.
인파를 뚫고 나온 세 사람이 페라리에 탑승하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저기에 민도준은 왜 껴 있는 거야?’
신경민이 제때 나타난 것도 놀랍지만 민도준까지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괜히 랭킹 1위에 오른 게 아니었어.’
저번에 협회 앞에서 마주쳤을 땐 별 관심도 안 갔는데 이렇게 눈앞에서 맞닥뜨리니 얼마나 높은 벽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새끼만큼은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겠어.’
행여나 마주쳤을 때 심기에 거슬리는 짓을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떠나가는 페라리를 쳐다봤다.
‘신경민 이 개새끼……!’
빠드득-
말로는 다 용서했다고 말했지만 그때 일을 잊을 수는 없었다.
‘너 때문에 내가 감방에서 한 고생을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고작 2년의 교도소 생활이었지만 서진철의 인생에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혹독한 시절이었음엔 분명했다.
‘내가 아마 헌터로 각성해서 S급 특성을 얻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복수할 기회도 없었겠지.’
서진철은 신경민에게 복수할 참이었다.
그의 유일한 가족인 신혜리를 강간함으로써.
‘교도소에서 내가 당했던 절망과 고통, 설움들을 네놈도 어디 한 번 똑같이 느껴봐라.’
비록 오늘은 실패했지만 기회는 많았다.
신경민의 여동생이 계속해서 학교에 다니는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