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3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31화(23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31화
231. 납치
아침에 떠난 페라리가 다시금 한국대학교를 찾았다.
“불안하게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동생이 전화를 안 받자 불안해진 신경민이 하교 시간에 맞춰서 찾아온 것이다.
“끝나면 연락하라니까 연락도 없고.”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스러운 얼굴로 동생이 있을 강의실을 찾아가는데.
“응?”
저 멀리 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뭐지?”
구급차에 경찰차까지 있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래?”
“살인사건이래.”
“누가 죽었다나 봐.”
“우리 학교 학생이라던데?”
웅성거림을 들은 신경민의 가슴이 두방망이질 쳤다.
‘서, 설마!’
그러나 다행히도 죽은 사람은 동생이 아니었다.
“법학과 선배래. 법조계 집안으로 유명하다던데…….”
“진짜? 어떡해…….”
“그렇게 공부하더니…….”
“사람 일 모른다, 진짜.”
수군거리는 소리를 통해 동생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휴, 다행이다.’
안심하는 차에 신경민의 시야에 한 학생이 들어왔다.
‘저 애는 혜리랑 같이 있던…….’
신혜리의 과 동기였다.
“저기, 혜리랑 같은 과에 있는 학생 맞죠?”
“앗, 시, 신경민 헌터? 아니, 혜리 오빠?”
자기도 모르게 반말한 그녀가 입을 틀어막았다.
“맞아요. 저 혜리 오빠예요. 혜리랑 연락이 안 돼서 그러는데 어디 갔는지 알아요?”
“아, 그게…….”
동기가 주저하더니 상황을 말해줬다.
자신이 법학과 남학생을 소개해줬고, 둘이 식사하라고 자리를 비켜줬는데 나중에 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그러니까 지금 죽은 남학생과 혜리가 같이 있었다는……?”
“네…….”
“혜리는요? 어디 있어요?”
“저도 찾는 중이에요…….”
“이런 X!”
혜리가 위험했다.
남학생이 죽을 때 옆에 있었다면 범인이 가만 놔두지 않았을 거다.
신경민의 얼굴에 다급함이 떠올랐다.
‘범인을 찾아야 해.’
폴리스라인을 넘어 무작정 사건 현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지이잉- 지이잉-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인을 보니 그토록 찾던 자신의 동생이었다.
“야! 이제 전화하면 어떡해? 걱정했잖아!”
걱정스러운 마음에 야단쳤지만 속으론 반가우면서도 안심이 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계속 걱정해야 할걸?
웬 남자 목소리가 들리자 신경민의 안색이 돌처럼 굳어졌다.
“너, 너 누구야?”
-전화로 들으니 그새 목소리도 잊었나 보지?
“……서진철?”
-그래, 이 X새끼야.
“내 동생 폰을 왜 네가…… 서, 설마……?”
-응. 네 동생 내가 납치했어.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버리자 말문이 막혔다.
신경민이 떨리는 목소리를 쥐어짰다.
“나, 남학생 죽인 것도 그럼 네가?”
-남학생? 아…… 납치할 때 옆에 있던 놈 말하는 거구나. 걸리적거려서 내가 죽여버렸지.
“…….”
-그뿐일까? 네 여동생도 죽였어.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에 신경민의 눈과 입이 벌어졌다.
-큭큭, 농담이고. 아직 죽이진 않았어. 이렇게 예쁜 처자를 쉽게 죽이면 쓰나.
“너…… 내 동생 털끝이라도 건들면…….”
-죽이겠다고? 흐흐. 어떻게 죽일 건데?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
-센 척하지 마, 이 새끼야. 네가 아직도 내 위에 있는 줄 알아? 이럴 때는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거야. 알아들어?
맞는 말이라 생각했는지 신경민이 진지한 목소리로 빌었다.
“잘못했다. 잘못했으니 내 동생은 놔줘. 부탁이다.”
-어째 말투가 명령조다? 이거 안 되겠네? 당장 이년 눈알을 뽑아버리든지 해야…….
“그,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하다! 내가 전부 잘못했다. 간절히 부탁하는데 제발 동생만큼은 살려다오.”
-응, 살려줄게. 대신 걸레처럼 지저분하게 만들어도 괜찮지? 흐흐…….
“제발! 제발 동생은 건들지 말아다오. 예전 일은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신경민이 간절히 애원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것밖에 없었다.
-큭큭, 이거 영상통화로 걸었어야 했나? 천하의 신경민이 무릎 꿇고 비는 꼴을 봤어야 하는 건데.
“그렇게 하라면 그리하마. 뭐든지 다 할게. 대신 동생만큼은 안전하게 보내다오. 어차피 네가 노리는 건 나잖아? 아무 상관 없는 동생은 놔두고 우리 둘만 얘기하는 게…….”
-아, 이거 딱 그림 나오네. 단독으로 얘기하자며 장소 알아낸 다음에 동료 헌터들 불러서 구조 작전 펼치고, 믿었던 나는 또다시 배신당하고. 크으! 뻔하다, 뻔해!
“아, 아니야. 절대 그럴 의도가…….”
-X까고 난 너랑 만날 생각 추호도 없거든?
“뭐? 그럼 왜…….”
-네 동생 죽여서 복수할 거라고. 통보하려고 전화한 거야. 아, 물론 곱게 죽이진 않아. 아까 말했듯이 충분히 더럽혀준 뒤에 죽여주지. 큭큭큭……!
“야, 이 개새……!”
통화가 끊겼다.
동생을 찾을 기회는 물론이거니와 시원하게 욕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런 X바아아아아아알!!!”
분노가 담긴 신경민의 고함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화들짝 놀랐다.
* * *
“큭큭큭큭큭!”
통화를 끝낸 서진철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웃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신경민한테 복수하는 날이 오다니. 아, 통쾌해!”
인적이 없는 폐공장에서 혼자 배를 잡으며 웃고 있는 서진철과 달리 신혜리는 웃을 수 없었다.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신세였기 때문이다.
“흐흐. 신혜리라고 했나?”
서진철이 음흉한 시선을 던지자 신혜리가 움찔 어깨를 떨었다.
“솔직히 통화할 때 너도 기대했지? 신경민이 구하러 오는 건 아닐까 하고.”
“…….”
“근데 어쩌냐? 네 오빠는 못 올 거 같은데?”
“……원하는 게 뭐예요.”
“원하는 거? 난 그저 신경민한테 복수하고 싶을 뿐이야. 그리고 너는 복수하기에 아주 좋은 수단이고.”
“오빠는 제가 사라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이에요.”
“에이, 그렇게 의도가 티 나는 거짓말을 하면 어떡해. 내가 그 말을 믿고 널 풀어줄 거라 생각해? 유치원생도 그 말은 안 믿겠다.”
“…….”
“아까 통화하는 거 못 들었나 본데 경민이가 얼마나 애원했는지 알아? 제발 동생 좀 풀어달라고 어찌나 부탁하던지.”
“저도 부탁할게요. 이것 좀 풀어주세요.”
신혜리가 몸을 감싸고 있는 노끈을 가리켰다.
“기다려 봐. 조금 있다가 풀어줄 거야. 꽁꽁 묶인 상태로는 제대로 즐길 수 없으니.”
“……저한테 무슨 짓을 하시려는 거죠?”
“응? 아까 못 들었어? 걸레처럼 더럽힌 다음에 죽일 거라고 했는데.”
“…….”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걸 보면 농담처럼 들릴 수 있었으나 신혜리는 알고 있었다.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럼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납치한 거로 봐서 눈앞의 남자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한 번만…… 한 번만 살려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드릴게요.”
“안 돼.”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부탁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네가 없으면 신경민한테 복수할 수 없잖아.”
“꼭 복수하셔야겠어요?”
“어. 내가 그 새끼 때문에 감방에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몇 배로 갚아줘야지. 어떻게 복수할 건지 말해줄까?”
복수할 생각에 서진철이 신이 나서 말했다.
“저기 카메라 보이지. 저걸로 네 강간 동영상을 찍을 거야. 그다음에 벌레처럼 팔다리를 자르고 마지막엔 목을 베 죽일 거야.”
“…….”
“고통 없이 빠르게 끝내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던전에서 사람이라면 많이 죽여봤으니.”
“…….”
“그렇게 강간과 살인이 담긴 영상은 남겨둔 채로 해외로 튀는 거지. 그럼 나중에 신경민이 확인하고 엄청 열 받아 하겠지? 큭큭, 생각만 해도 재밌지 않아? 아, 넌 곧 죽을 운명이니 재미없을 수도 있겠네.”
“…….”
신혜리는 느꼈다.
눈앞의 남자는 정말로 복수에 미친 싸이코라고.
그리고 그런 그에게 설득이나 회유 따위는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뚝뚝. 눈물이 흘러내렸다.
희망 따위는 없었다.
오직 절망만이 눈 앞을 가리고 있었다.
“이러지 마세요. 흑흑…… 죽고 싶지 않아요.”
급기야 눈물을 터뜨리며 감정에 호소해봤지만 마지막 발악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발악이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눈물 작전? 흐흐, 울 거면 지금 말고 이따가 같이 즐길 때 울어. 그게 더 처절하고 보기 좋을 테니까.”
예상대로 서진철은 감정이 없는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저 카메라를 세팅하며 복수를 위한 촬영 준비를 할 따름이었다.
“슬슬 시작해 볼까?”
서진철이 탐욕에 젖은 눈으로 다가왔다.
여태 잠자리를 가졌던 여성들의 얼굴이 싹 잊힐 정도로, 신혜리의 외모는 아름다웠다.
외간남자의 손이 어깨에 닿자 신혜리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정말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민도준 헌터한테 좋아한다는 말도 못 했는데…….’
위기의 순간 왜 오빠인 신경민이 아니라 민도준 헌터가 떠오르는 걸까?
은연중에 신경민보다 민도준을 더 믿고 의지하고 있던 걸까?
저번에 한 번 구해준 적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제발…… 제발 누가 도와줬으면……!’
바로 그때였다.
땡그랑-!
윗옷을 벗기려던 서진철이 흠칫 놀라 고개를 쳐들었다.
‘무슨 소리지?’
경계 태세가 된 그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행여나 누군가 폐공장을 찾았다가 목격하기라도 했으면 큰일이었다.
‘모든 걸 끝내고 해외로 도주하기 전까진 붙잡힐 수 없어.’
쥐새끼가 있다면 지금 찾아서 죽여야 한다.
서진철이 정찰하러 사라지자 신혜리가 한숨 돌렸다.
“휴우…….”
“괜찮아요?”
“읍!”
제삼자의 목소리에 신혜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별안간 허공에서 민도준이 나타난 것이다.
그가 제때 자신의 입을 막아줬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소리칠뻔했다.
“진정하세요, 혜리 씨. 구해주러 왔습니다.”
“민도준 헌터님…….”
신혜리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자 민도준이 손가락을 입가에 댔다.
“쉿. 인사는 나중에. 우선 상황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은데…….”
민도준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시키는 대로 하실 수 있겠습니까?”
* * *
“젠장. 대체 무슨 소리야? 고양이라도 왔다 간 건가?”
목격자가 있나 정찰하러 떠났던 서진철이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어쨌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했으니…….”
그의 시선이 다시 신혜리에게 향했다.
‘흐흐흐.’
예쁜 여자가 겁박당한 모습을 보자니 힘이 불끈거렸다.
“흐름이 끊겨서 미안. 그럼 어디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해 볼…….”
“왜 그렇게 저희 오빠를 싫어하시는 거예요?”
신혜리의 물음에 서진철이 피식 웃음 지었다.
“시간 끌기? 흐흐, 그래. 좋아. 어울려주지.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서진철이 물음에 대답했다.
“10년 전에 내가 꾸미던 일이 있었는데 신경민 그 개새끼가 날 경찰에 팔아넘겼거든. 배신자 새끼.”
“그렇게 오래전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예요?”
“내가 그렇게 쪼잔해 보이냐? 나도 용서할 맘이 없진 않았다고. 그런데 인제 보니 그게 아니었나 보네? 이렇게 열 받는 거 보니까?”
“저희 오빠도 이번 일로 많이 반성했을 거예요. 그러니 이제 용서해주시면 안 될까요?”
“용서?”
서진철이 비웃음과 함께 콧방귀를 꼈다.
“그럴 일은 절대로 없다.”
“오빠가 먼저 진심으로 사과 한대도요?”
“당연하지.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너 같으면 수습할 수 있겠냐? 우리가 화해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거냐고.”
“그래도 나중에 비즈니스 목적으로 손잡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공동의 목표가 있다든가 하면…….”
“그럴 일은 없다니까? 그 새끼한테 복수하기 위한 게 아니고서야 내가 손잡을 일은 없어. 맹세코.”
“그러면…….”
“그만. 당하기 직전이라 궁금증이 폭발했어? 갑자기 왜 이렇게 말이 많아?”
“궁금해서요.”
“그럼 궁금한 건 육체의 대화를 나누면서 물어보라고. 내가 성심성의껏 대답해 줄 테니까. 흐흐.”
흥분한 서진철이 신혜리의 옷깃을 잡은 그 순간.
콰드득-
서진철의 한쪽 팔이 꽈배기처럼 돌아가더니 뽑혔다.
“끄, 끄아아악! 내, 내 팔!”
서진철이 어깨를 잡으며 고통에 겨워하는 사이.
신혜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서진철의 뜯긴 팔을 바닥에 내던졌다.
믿을 수 없는 힘에 놀라워하던 서진철이 이내 고통도 잊고 입을 벌렸다.
신혜리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모습이 민도준으로 뒤바뀌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