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3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33화(23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33화
233. 즉결 심판
[특성 – 버서커]-등급 : S
-설명 : 고통을 받거나 분노하면 에너지가 쌓인다. 에너지는 들고 있는 무기에 담기며 공격할 때 그 양에 따라 최대 500%만큼 대미지가 증폭된다. 고통의 크기와 분노의 크기에 따라 쌓이는 에너지 역시 달라진다.
‘이런 특성이었군.’
서진철의 특성을 확인한 민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서진철의 얼굴에서 고통이 사라진 거였어. 고통을 에너지로 치환시켰으니까.’
서진철의 검신에 둘려 있던 붉은 기운이 뭔가 싶었는데 대미지를 증폭시켜주는 에너지였음을 알게 됐다.
‘고통이나 분노를 검 끝에 충전해서 터뜨린다라……. 나름 쓸만하겠군.’
대미지를 5배나 증폭시켜줄 수 있다면 확실히 사기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스킬도 증폭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평타만 적용돼도 엄청난 거지.’
버프를 건 그의 평타는 상당히 강한 편이었으니 도움이 되리라.
‘그건 그렇고…….’
민도준의 시선이 한참 촬영 중인 카메라에 향했다.
‘저 카메라부터 처리해야겠군.’
카메라에 다가가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민도준이 변신하는 영상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서진철을 불에 태워 죽이는 장면까지도.
‘이런 게 세상에 알려져선 안 되지.’
즉시 동영상을 지운 뒤 헬파이어로 카메라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이제 슬슬 신경민이 도착하겠군.’
패러사이트가 걸려 있으니 알 수 있었다.
조금 있으면 이곳에 도착한다는 것을.
콰앙-!
“도준 씨! 도와주러 왔습니다!”
신경민이 신혜리와 함께 공장 안으로 들이닥쳤다.
헌터 장비로 무장한 신경민이 민도준을 발견하고 뛰어왔다.
“도준 씨, 괜찮으세…….”
생각보다 멀쩡한 민도준의 모습에 괜찮냐는 말이 쏙 들어갔다.
“경민 씨, 오셨어요?”
“어떻게 된 거예요? 도준 씨? 서진철은요?”
“동생분한테서 상황 설명은 들으셨죠?”
“예. 전화로 다 들었죠. 그래서 도와주러 왔는데…….”
그럴 필요도 없다는 듯 민도준의 상태는 멀쩡했다.
그렇다고 전투의 흔적이 없던 것은 아니다.
바닥이 핏물로 가득했으니까.
“서진철의 피인가요?”
“그렇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전투가 있었습니다.”
민도준이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했다.
쌍검을 휘두르는 그를 상대로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죽였다는 내용이었다.
“놈을 제압해서 경민 씨가 올 때까지 붙잡아두고 싶었지만 저항이 너무도 거세서 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변신에 대해서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혼란만 초래할 것이다.
“서진철을 죽였다고요?”
“예에…….”
민도준이 착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난생처음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처럼 목소리의 떨림도 느껴졌다.
“괜찮아요, 괜찮아. 그런 새낀 죽어도 싸요.”
오히려 신경민이 민도준을 다독여줬다.
행여나 사람을 죽인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까 봐.
“도준 씨가 아니었으면 제가 죽였을 겁니다. 그 새끼.”
빈말이 아니었다.
찾는 즉시 죽여버리겠다는 일념으로 서성이던 그였다.
그러던 차에 신혜리의 전화를 받게 된 거고.
“혜리한테 전부 들었습니다. 위험한 순간에 도준 씨가 나타나서 구해줬다고. 그러고 나서 서진철을 상대하겠다며 남았다고.”
그런데 어떻게 된 게 서진철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를 죽였으면 시체라도 남아야 하건만.
“서진철의 시신은 어디에 있죠?”
“그게…….”
원기 회복 특성으로 시체를 흡수했다고 말할 수 없었던 민도준이 곤란한 표정으로 거짓말을 늘어놨다.
“저한테 헬파이어라는 마법이 있는데 그걸 쓰다가 그만…….”
“헬파이어요?”
신경민이 깜짝 놀랐다.
헬파이어에 대해서라면 들어본 적이 있었다.
마법사들에게 거의 전설처럼 전해지는 스킬이었기에.
“그거 웬만한 마법사들도 구하기 힘들다는 유니크 스킬 아닌가요?”
“예. 어쩌다 구하게 됐습니다.”
“설마 그걸로 서진철을…….”
“예…… 단숨에 잿더미가 되어버리더군요.”
헬파이어는 뭐든지 녹여버리기로 유명한 마법.
서진철이 헬파이어에 당했다면 시체가 없을 만도 하다.
실상은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말이다.
“다행이네요. 편히 죽은 게 아니라서.”
고통을 극대화하는 마법임을 잘 알기에 신경민은 서진철의 죽음에 기꺼워했다.
“감사합니다. 도준 씨가 저 대신 제대로 복수해주셨네요. 게다가 제 동생을 두 번이나 구해주기까지…….”
신경민이 진심 감사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전생에서도 저런 눈빛은 받아본 적이 없는지라 민도준으로선 어색할 따름이었지만.
“그런데 도준 씨는 서진철의 위치를 어떻게 아신 거죠?”
말투를 보니 의심스러워서가 아니라 순전히 궁금해서 묻는 어투였다.
“전에 학교에서 서진철을 봤을 때 위험한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 언젠가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틈날 때 미행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런 일이…….”
“아, 도준 씨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정말로.”
민도준이 미행하지 않았더라면 서진철은 지금쯤 범행을 저지르고 해외로 도주했을 것이다.
“범행을 막은 건 정말 다행이긴 한데…….”
신경민이 민도준의 눈치를 살폈다.
“정당방위를 입증할 수 있을지…….”
비록 서진철이 저지른 죄가 있더라도 사람을 죽이면 엄연히 살인죄로 처벌받는다.
그건 헌터라도 예외가 아니다.
“서진철이 절 죽이려 들었는데도 정당방위가 인정이 안 될까요?”
“헌터님의 레벨이 낮았더라면 죽여도 인정됐겠지만 랭킹 1위이시니……. 재판부에선 아마 과잉대응했다고 볼 겁니다.”
힘이 더 세니 죽이지 말고 제압했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일 터.
“이거 골치네요. 사건이 사건이니만큼 은폐할 수도 없고…….”
앞서 서진철이 대학교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판을 벌여놨기 때문에 은폐도 불가능하다.
“차라리 제가 서진철을 죽였으면 헌터님이 이렇게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지 않았을 것을…….”
신경민이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민도준은 그다지 걱정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헌터법이라면 그 역시 잘 알고 있었으니.
“헌터에겐 특별한 법이 하나 있지 않나요? 즉결 심판이라는 법이요.”
“아……!”
즉결 심판은 살인을 저지른 헌터가 위협을 가할 때 살인을 허용한다는 법으로, 헌터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법이었다.
신경민이 손뼉을 쳤다.
“그게 있었네요. 즉결 심판! 아, 그런데 그게 적용받으려면 서진철의 살인이 입증되어야 할 텐데…….”
서진철이 대학교에서 살인을 저지른 건 분명하지만 어디까지나 신혜리의 주장.
CCTV 등의 명백한 증거가 없는 이상 서진철의 죄를 입증하기는 어려웠다.
“오빠, 내가 봤어! 그 사람이 강우 씨를 죽이는걸!”
“그래. 근데 CCTV가 없는 곳이었잖아. 게다가 은신으로 빠져나가서 왔다 갔다는 걸 증명할 수도 없고.”
“이렇게 산 증인이 있는데도?”
“증언만으로는 힘들어. 살인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지.”
“증거라면 저한테 있습니다.”
민도준이 품에서 손가락 크기의 무언가를 꺼냈다.
“그게 뭐죠?”
“녹음기입니다. 혹시 몰라 투명화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녹음해뒀습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신경민과 통화하는 서진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네 동생 내가 납치했어.
-남학생? 아…… 납치할 때 옆에 있던 놈 말하는 거구나. 걸리적거려서 내가 죽여버렸지.
통화가 끝나니 신혜리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어떻게 복수할 건지 말해줄까?
-저기 카메라 보이지. 저걸로 네 강간 동영상을 찍을 거야. 그다음에 벌레처럼 팔다리를 자르고 마지막엔 목을 베 죽일 거야.
-그렇게 강간과 살인이 담긴 영상은 남겨둔 채로 해외로 튀는 거지. 그럼 나중에 신경민이 확인하고 엄청나게 열 받아 하겠지? 큭큭.
까드득-
당시의 상황이 상상되는지 신경민이 분노를 표출했다.
“서진철 이 개새끼가…….”
신경민과의 통화부터 신혜리와의 대화까지.
핵심적인 내용은 모두 녹음이 된 걸 보자 신경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면 증거로 충분합니다. 서진철의 자백이 들어 있는 데다 이후 계획은 물론 잔인한 성정까지 드러나 있어 쉽게 즉결 심판을 적용받을 수 있겠어요.”
“역시 녹음하길 잘했군요.”
애당초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민도준이 한숨을 돌리는 척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경민 씨. 실례가 안 된다면 한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럼요.”
“만일이라는 가정하에 제가 구출에 실패했다면 경민 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셨어요?”
“구출에 실패했다라……. 그 말은 서진철이 범행에 성공하고 계획대로 해외로 도피했다는?”
민도준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상도 하기 싫지만, 만약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도 어떻게 행동할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아마 분노와 죄책감 때문에 미쳐버렸겠지요.”
‘쿠데타를 일으킬 만큼이요?’
대놓고 묻고 싶었지만 속으로만 삼켰다.
주모자인 신경민 앞에서 쿠데타를 언급하는 건 아직 섣부른 판단이다.
‘그래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자기 자신도 미쳐버릴지 모른다고 대답했으니.’
전생에서 신혜리는 분명 서진철에 의해 죽었을 터.
‘그로 인해 신경민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렇다면 신혜리를 구했으니 신경민이 흑화할 일은 없는 걸까?
정녕 이번 생에는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걸까?
‘그건 두고 볼 일이지.’
아직 확실한 단서가 없는 만큼 상황을 더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도준 씨, 정말 감사합니다.”
신경민이 다시 한번 민도준에게 허리를 굽혔다.
그에게 있어 민도준은 하나뿐인 가족을 지켜준 평생의 은인이었다.
* * *
[속보! 랭킹 5위 서진철, 한국대 학생 살해 후 신경민 헌터의 여동생 납치.] [납치 이유는 동창인 신경민 헌터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해서.] [다행히 서진철을 미행 중이던 민도준 헌터의 개입으로 인질은 무사 구출.] [구출 과정에서 서진철 사망. 시체조차 남지 않아.]번역 프로그램으로 한국 기사를 읽던 저스틴 워커가 미간을 구겼다.
“멍청한 자식.”
그가 욕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죽은 서진철이었다.
‘강간하고 바로 해외로 뜨는 줄 알았더니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놔?’
기사를 좀 더 읽어보니 강간할 기회도 없었던 것 같다.
민도준이 처음부터 미행하고 있었으므로.
‘민도준이 개입하다니……. 뭘 알고서 미행한 걸까?’
서진철을 미행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 때문에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신경민 다음에는 민도준을 노릴 생각이었는데 잘 됐군. 후후.’
저스틴 워커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