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3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36화(23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36화
236. 불참자들
‘내가 칠흑의 성 공략 멤버로 뽑혔다고?’
뜻밖의 문자에 민도준이 어리둥절했다.
협회에서 어떤 조건으로 자신을 뽑았는지 몰랐기 때문.
‘단순히 레벨이 높아서일까?’
혼자서 생각해 봤자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
‘문의 사항이 있으면 전화하라고 했으니 해봐야지.’
즉시 기재된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예, 대한 헌터 협회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민도준 헌터라고 합니다.”
-앗, 아, 안녕하십니까!
직원의 목소리에서 당황스러움이 느껴졌다.
아닌 게 아니라 랭킹 1위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흔치는 않았기에.
-헌터님께서 무슨 일로 전화를…….
“조금 전에 칠흑의 성 공략 멤버로 뽑혔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궁금한 점이 있어서요.”
-아아, 그렇군요. 그럼 우선 본인인지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보안상 답변은 본인에게만 가능해서요.
“예.”
-헌터등록증에 쓰여 있는 번호 12자리 좀 불러주시겠습니까?
번호를 외우고 있던 민도준이 등록증을 꺼내 보지도 않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민도준 헌터님. 본인 확인되셨고요, 그래서 어떤 점이 궁금하십니까? 혹시 집결 날짜에 관해서라면 확정되는 대로 다시 안내 문자가 갈…….
“그건 아니고요. 제가 무슨 이유로 선정된 건지 궁금해서요.”
-아, 선정 이유요?
매뉴얼에 있었는지 대답은 즉각 나왔다.
-최초 공략 업적을 달성하지 못한 헌터님들을 대상으로 협회장님이 임의로 선별하셨습니다.
‘협회장이 임의로 선별해?’
-던전 기록을 조회해 보니 민도준 헌터님 역시 최초 공략 업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생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S급 던전을 처음으로 공략하면 최초 공략 업적 보상을 받는다.
민도준은 아직 S급 던전을 처음으로 공략해 본 적이 없다.
‘아마 나 말고도 그런 사람은 많을 터.’
그만큼 S급 던전을 최초로 공략하기란 공연장의 앞 좌석을 차지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중에서 직접 협회장이 선별했단 말이지?’
결국 협회장 마음대로 뽑았다는 얘기였다.
‘어쩐지 냄새가 나는걸?’
배후에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최초로 입장하기를 원하니 협회장님께서 혼란을 우려하여 그렇게 선정하신 겁니다. 어째 궁금증이 풀리셨습니까?
“예.”
-혹시 거부하실 생각이시면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거부할 생각 없습니다.”
-다른 궁금증은 없으신가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통화를 종료하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직원과의 통화가 끝났지만 민도준은 여전히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얼굴이었다.
‘협회장이 독단으로 추진한 계획일까? 아니면 저스틴 워커의 지시에 의한 것일까?’
확인해 보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민도준이 유령 늑대를 타고 어딘가로 향했다.
* * *
책상 앞에 앉아 밀린 업무를 끝내고 있던 협회장이 진동하는 핸드폰을 바라봤다.
번호를 보니 국제전화였다.
그것도 미국에서 걸려온.
‘설마?’
자신에게 국제전화를 걸 미국인이라면?
한 사람밖에 없다.
“여, 여보세요?”
-접니다. 협회장님.
익숙한 영어 발음에 협회장의 얼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저, 저스틴 워커님?”
-뭘 그렇게 긴장합니까? 제가 잡아먹기라도 합니까?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저 통화하는 것뿐인데도 협회장의 이마엔 식은땀이 맺혔다.
그만큼 저스틴 워커는 협회장에게 있어서 어려운 사람이었다.
세계 랭킹 1위라는 것도 한몫하겠지만 무엇보다 그에게는 전설의 보검이라는 큰 빚을 진 상태니까.
그렇기에 심심해서 전화를 걸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을 시키시려고…….”
-이봐요. 제가 꼭 시킬 일이 있어야지만 전화를 거는 사람입니까? 쯧.
“죄, 죄송합니다. 그럼 무슨 일로…….”
-그냥 진행 상황 좀 알려고 전화 걸었습니다.
“아, 저번에 시키신 일은 제대로 처리했습니다.”
-저번에 시킨 일이요? 그게 뭔데요?
“예? 기억 안 나십니까? 던전 공략을 핑계로 소집 때 참석하지 않은 헌터들을 불러모으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럼 그렇게 말씀하셔야지 대뜸 저번에 시킨 일이라고만 말하면 제가 처음에 시킨 일인지 최근에 시킨 일인지 어떻게 압니까?
“아…… 그 부분은 미처 생각지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어쨌든 소집 때 불참한 헌터들로 선별했다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이후 계획은요?
“예? 무슨…….”
-제가 말 안 했나요?
“예. 아무 말씀도…….”
-알겠습니다. 그 이상은 알려줄 필요 없겠지요.
그 말을 끝으로 통화가 끊겼다.
“……허.”
자기 말만 하고 끊은 것이 황당했지만 을의 처지인 협회장으로선 화를 삭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저스틴 워커에게 있어 수천억대의 빚쟁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도통 모르겠단 말이야. 왜 이런 일들을 시키는지…….”
저스틴 워커의 머릿속이 궁금했지만 그것뿐.
그저 까라면 까는 수밖에 없었다.
빨리 빚이나 탕감해 주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협회장은 몰랐다.
조금 전에 통화한 사람은 저스틴 워커가 아니라 민도준이었다는 사실을.
* * *
‘그런 거였군.’
저스틴 워커 행세를 하기 위해 미국까지 와서 국제전화를 건 민도준이 고개를 주억였다.
‘예상대로 저스틴 워커가 시킨 일이었어.’
그가 칠흑의 성 공략 멤버로 뽑힌 이유는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지난 소집 때의 불참자들을 불러모으기 위한 핑계였을 뿐이야.’
혼란을 우려하여 최초 공략 업적을 받지 않은 사람 중에 골랐다고 한 것도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일 뿐.
전부 원하는 사람을 멤버로 넣기 위한 저스틴 워커와 협회장의 계략이었다.
‘어째서 불참자들을 다시 불러모으려는 거지?’
저번에 한국의 S급 헌터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으더니 이번에는 참석하지 못했던 헌터들을 공략이라는 구실로 불러모으려 한다.
‘그러고 보니 저스틴 워커가 협회장에게 처음 요구 사항을 말할 때 그랬었지.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다 불러모아야 한다고.’
그런데 불참자가 생겼으니 이번 기회에 그때 못 온 인원들을 다시금 모이게 할 생각인가 보다.
‘이유가 뭘까? 혹시 모여 있는 헌터들에게 뭔가를 하려고 부른 건?’
하지만 정작 소집 당일, 저스틴 워커는 나타나지도 않았고 패러사이트로 본 결과 다른 수상한 인물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짓을 하려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지 않을 수 없겠어.’
함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응할 수밖에 없다.
무슨 짓을 하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선 말이다.
‘불참자라면 나까지 포함해서 네 명이야.’
불참자에 정혜원이 있음을 기억해낸 민도준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정혜원 씨?”
-누구시죠?
“저 민도준입니다.”
-어? 헌터님이 어떻게 제 번호를…….
“이쪽 업계가 은근히 좁잖아요.”
실은 패러사이트로 강혁수의 시선을 훔쳐보다가 알게 된 거지만.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다름이 아니라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확인이요?
“혜원 씨 이번에 문자 받으셨나요? 칠흑의 성 공략 멤버로 뽑혔다는 문자요.”
-아! 받았어요.
역시 불참자들에게만 문자를 보낸 모양이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세요? 설마……?
“네. 저도 받았거든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혜원 씨도 받으셨네요.”
민도준은 몰랐다.
정혜원이 통화 너머로 소리 없는 웃음을 짓고 있는 줄은.
“아무튼, 같이 또 사냥하게 됐네요.”
-그러게요.
“그럼 조만간 던전 앞에서 봅시다.”
* * *
통화가 끊기자 정혜원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뭐야? 이거 확인하려고 전화한 거였어?”
용건만 끝내고 끊는 모습이 일견 예의 없어 보일 수도 있었지만 정혜원의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기뻤다.
민도준과 다시금 파티를 맺을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에.
‘저번엔 따로 사냥해서 실력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엔 온종일 같이 사냥할 수 있겠지?’
민도준의 압도적인 힘은 저번에 봐서 잘 알고 있다.
하루 만에 100레벨을 올리는 괴물이라는 것 역시.
‘기회가 되면 어떻게 그렇게 강해질 수 있는지 물어볼 거야. 여차하면 비결도.’
강한 헌터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 건 헌터라면 당연한 일.
더구나 괴수에 대한 원한으로 더욱 강해지고 싶어 하는 정혜원에게 민도준은 닮고 싶은 우상이나 마찬가지였다.
‘빨리 만났으면 좋겠어.’
정혜원의 눈빛에 기대감이 어렸다.
* * *
네 명의 S급 헌터들에게 문자가 왔다.
칠흑의 성 공략일이 정해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이틀 뒤인 11월 25일 새벽 1시까지 청량리역으로 빠짐없이 집결 바랍니다.집결 날짜와 시간은 보안상 비밀이니 가족이나 지인들에게도 비밀을 엄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사전에 말도 없이 불참하거나 비밀을 지키지 않으면 강력한 페널티가 있을 예정이니 이 점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공략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이틀이란 시간은 그만큼 짧았다.
그러나 마음의 준비를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가자.’
함정일 걸 알면서도 민도준이 집결 장소로 향했다.
초겨울의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내가 제일 먼저 온 건가?’
청량리역 인근에 있는 공원.
이곳에 세 번째
S급 던전인 칠흑의 성 포탈이 있다.
접근 금지 구역인 데다 몰래 공략하러 온지라 인적이라곤 없었지만.
‘첫 공략인데 그 흔한 기자도 안 보이는군.’
보통 던전의 첫 공략은 대대적인 이슈가 되기 마련이건만, 협회에선 사람이 몰릴 걸 우려하여 비밀스럽게 진행하고 있었다.
‘실상은 저스틴 워커의 꿍꿍이 때문이겠지만.’
무슨 꿍꿍이를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터.
민도준이 무심한 얼굴로 기다리며 기척 감지에 온 신경을 쏟았다.
‘누가 왔군.’
고개를 든 민도준의 시선에 익숙한 사람이 포착됐다.
정혜원이었다.
“안녕하세요, 민도준 헌터님. 일찍 나오셨네요.”
“잠이 안 와서요.”
“그 정도로 설레셨어요? 빨리 공략하고 싶어서?”
“음…… 네.”
부정하지 않았다.
저스틴 워커가 어떤 수작질을 부릴지 설레던 참이었으니까.
“정말요? 저도 설렜는데.”
정혜원이 맞장구쳤지만 그 의미는 달랐다.
민도준과 함께 파티하게 돼서 설렌다는 의미였으니까.
“두 명만 더 오면 되나요?”
“그럴 거예요. 칠흑의 성 최대 공략 인원이 4명이니.”
‘아마도 불참자 4명이 오는 거겠지.’
잠시 후 1시가 가까워지자 나머지 인원들도 나타났다.
“헉! 민도준 헌터님이다!”
“랭킹 4위 정혜원 헌터님까지……!”
늦게 나타난 둘은 공략 멤버를 몰랐는지 압도적인 라인업에 놀라면서도 기가 죽어버렸다.
아닌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레벨이 너무 낮았기 때문.
“레벨이 몇이신데요?”
“저, 저는 3,150레벨입니다.”
“전 이제 막 3,100레벨을 찍은…….”
“아니, 레벨이 이런데 4,000레벨 던전 공략 멤버로 선정됐다고요?”
정혜원이 의문을 나타냈지만 민도준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이렇게 네 명이 소집 때 불참한 인원들인가 보군.’
혹시나 해서 저레벨 두 명에게도 물어봤다.
소집 때 불참했었냐고.
“맞아요. 그때 일이 있어서 못 갔었어요.”
“저도요.”
역시나 불참자들을 불러모으기 위한 함정이 맞았다.
‘자, 이제 어떡할 거냐? 저스틴 워커.’
놈이 원하는 대로 불참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런데도 저스틴 워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상과의 거리가 너무 멉니다.] [추적 불가.]추적 스킬을 켜보니 불가하다는 메시지만 떠올랐다.
던전에 있는 모양이었다.
‘그때랑 똑같다. 소집 때랑.’
헌터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았지만 정작 저스틴 워커는 먼 곳에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뭔가를 하려면 던전에 들어가기 전인 지금이 적기일 텐데?’
파티원들은 대화를 나누며 슬슬 던전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 저희 넷이서 공략할 수 있을까요?”
“걱정 마세요. 여기 민도준 헌터님 혼자서도 공략하실 수 있으시니까.”
“저, 정말입니까?”
정혜원의 말에 헌터들이 대답을 구하는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정작 민도준의 시선은 다른 곳에 있었다.
“헌터님?”
정혜원이 의아한 얼굴로 민도준을 따라 시선을 옮겼지만 흔한 나무들만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눈엔 보이지 않을지라도 민도준에게는 보였다.
은신으로 몸을 숨긴 불청객의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