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3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37화(237/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37화
237. 사라졌어?
민도준은 예상했다.
저스틴 워커가 뭔가를 할 생각이었다면 헌터들이 한자리에 모인 지금이 적기일 거라고.
그래서 긴장을 풀지 않은 채 기척 감지에 신경 쓰고 있었다.
다른 제삼자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정말로 나타났다.’
기척 감지에 걸려서 보니 나무 뒤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그는 모습을 드러냈다고 생각하지 않으리라.
은신 중인 상태였으니까.
‘헌터들이 모인 이 타이밍에 은신으로 몸을 가린 채 나타난다?’
누가 봐도 수상하지 않을 수 없다.
“헌터님? 왜 그러세요? 숲속에 뭐가 있어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혜원의 물음에 민도준은 얼른 남자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녀석에게 내가 은신이 보인다는 낌새를 줘선 안 돼.’
실상은 이쪽으로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지만 일부러 모른 체했다.
괜히 전투력이 높아 은신이 보인다는 낌새를 줬다간 녀석이 도망갈지도 모르니.
다행히 남자는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민도준이 연기하는 줄도 모른 채.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잠시 후 녀석이 할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으리라.
‘좀 더 가까이 와라. 이름이라도 알아내게.’
몇 걸음만 더 다가오면 약점 간파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면 신상정보라도 알아낼 수 있다.
그런데.
멈칫-
어느 순간 남자의 걸음이 멈췄다.
흠칫하며 놀라는 표정과 함께.
‘뭐야? 왜 저러는…….’
티 나지 않게 쳐다보던 민도준이 이윽고 당황했다.
천천히 뒷걸음질 치던 남자가 냅다 도망치는 것이 아닌가?
‘뭐야? 내 연기가 들킨 건가?’
은신한 채로 뛰어가는 남자를 보며 민도준은 고민했다.
저 남자를 붙잡을지 말지를.
고민은 길지 않았다.
“잠시만 기다리고 계세요. 어디 좀 다녀올게요.”
“네? 어디를…….”
파티원들을 남겨둔 채 민도준이 몸을 날렸다.
지금은 저 남자를 쫓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쩌면 저스틴 워커가 고용한 놈일 수도 있으니까.’
맞을지 아닐지 몰라도 일단은 놈을 붙잡아 심문해봐야겠다.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나타난 건지.
‘도망가는 걸 보니 결코 좋은 목적으로 나타난 건 아닐 거야.’
뭔가 켕기는 게 있으니 저렇게 전속력으로 도망가는 거 아니겠는가?
‘보인다.’
늦게 출발했음에도 금세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민도준의 달리기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빠른 걸음 특성으로 15%, 사냥개 특성으로 20%, 그리고 신속의 마력 장화로 25%.
다 합쳐 70% 이상으로 달리기 속도가 증가한다.
게다가 근력까지 높으니 민도준의 추적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으리라.
그런 줄 알았는데…….
‘어?’
도망치던 남자가 숲에서 대기 중이었던 일행과 손을 잡더니.
슈우욱-
감쪽같이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두 사람 모두.
“뭐야?”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 민도준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뜀박질을 멈췄다.
“사라졌어?”
눈으로는 물론 기척 감지에도 걸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귀신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설마 텔레포트를 쓴 건가?’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질 방법은 텔레포트 말고는 없었다.
‘굳이 여기까지 와서 텔레포트를 쓴 거로 봐서 조금 전 합류한 남자가 쌍둥이 헌터였겠군.’
텔레포트는 쌍둥이 헌터들의 전유물이지만 다른 사람을 붙잡음으로써 그 역시 텔레포트 시킬 수 있다.
그 때문에 쌍둥이가 아니더라도 쌍둥이를 붙잡으면 텔레포트를 이용할 수 있다.
‘아쉽게 됐어. 눈앞에서 놓치다니.’
설마 쌍둥이 헌터를 대기시켰다가 텔레포트로 사라질 줄은 몰랐다.
‘대체 누구였지? 이름이라도 알면 좋았으련만.’
얼굴은 아까 은신하고 다가올 때 봐서 알고 있다.
처음 보는 얼굴이라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민도준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집결지로 돌아왔는데 한 명이 보이지 않는다.
“혜원 씨는요?”
“어? 그러고 보니…….”
“그새 어디로 가셨지?”
어리둥절해 하는 팀원들을 보자 민도준은 어이가 없었다.
“장난치지 마시고요. 정혜원 씨 어디 갔냐고요.”
“저, 저도 모르겠어요.”
“좀 전까지 같이 있었잖아요.”
“그랬죠. 그랬는데 막상 보니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이네요?”
“정말 희한하네. 언제 사라지셨지?”
파티원들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다시 한번 팀원들에게 물었지만 그 누구도 정혜원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잠깐 한눈판 사이에 사라졌다고?’
민도준이 눈을 감고 냄새를 맡았다.
사냥개 특성으로 정혜원의 냄새를 찾을 수 있었다.
‘냄새가 도중에 끊겨 있어.’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추적이 불가능했다.
‘이런 경우는 하나야.’
텔레포트로 이동된 경우.
그것 말고 다른 가능성은 없었다.
‘설마 또 다른 쌍둥이 헌터가 정혜원을 납치한 건가?’
은신으로 몰래 접근해서 같이 텔레포트를 썼다면 주변인들 모르게 사라지는 것이 가능하다.
‘분명 쌍둥이 헌터이면서 전투력도 상당히 높은 녀석일 거야.’
그러니 다른 헌터들 몰래 은신으로 감쪽같이 데려갈 수 있던 거겠지.
‘젠장, 그 남자를 쫓아가는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모르긴 몰라도 자신이 쫓던 남자와 연관되어 있음이 분명했다.
‘처음부터 날 유인하던 거였을까? 정혜원을 납치하기 위해서?’
던전 공략을 앞두고 말도 없이 사라질 리는 없으니 납치는 확실할 터.
‘근데 다른 헌터들은 그대로 두고 왜 정혜원만 데려간 거지?’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그녀가 누군가에 의해 납치되었다는 것이다.
‘어떡하지? 추적도 할 수 없고, 미치겠군.’
텔레포트로 사라진 이상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냄새라도 기억해 놨으면 좋았겠지만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회귀 전에도 정혜원이 납치됐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어쩌면 그녀가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강혁수가 들이댄다는 이야기도 처음 듣지 않았는가?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확인차 협회에서 나온 직원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시간을 착각해서……. 다들 모이셨나요? 아직 한 분 안 오셨네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사라졌어요.”
“예? 사라졌다니요? 그게 무슨 소리죠?”
팀원들이 정혜원이 왔다가 사라진 사실을 고했다.
“어디로 가신다는 말도 없으셨고요?”
“예. 뭐 급한 일이라도 생겼는지 귀신처럼 사라져버렸네요.”
“그럴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조금 더 기다려보죠.”
팀원들이 인내심을 갖고 정혜원을 기다렸지만 민도준은 알고 있었다.
납치된 이상 기다려봐야 헛수고라는 것을.
‘그렇다고 아는 티를 내선 안 되겠지.’
1시간 가까이 기다려봤지만 예상대로 정혜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고 이거 원…….”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더 이상 기다리는 건 시간 낭비임을 깨달았는지 협회 직원이 말했다.
“안 되겠습니다. 정혜원 헌터는 불참한 거로 처리하고 다른 헌터를 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래야 할 것 같아요.”
“빨리 좀 처리해 주십시오.”
“예. 근데 이 새벽에 공략하겠다고 달려올 헌터가 있을지…….”
그때 답답하다는 듯 민도준이 나섰다.
“굳이 사람을 구해야 합니까? 저희끼리만 들어가면 되는 것을.”
“예? 셋이서요?”
직원도 놀랐고 저렙 헌터들도 놀랐다.
“네. 여긴 저 혼자서도 공략 가능한 곳입니다만.”
허세가 아니었다.
민도준은 이미 고대 마법의 사원과 붉은 황무지라는 4,000레벨대의 던전을 공략한 바 있다.
“검색해 보세요. 4,000레벨 던전은 여러 번 공략한 전적이 있으니.”
민도준의 말에 협회 직원이 태블릿으로 기록을 조회했다.
“저, 정말이시네요?”
여러 해외 던전을 공략한 기록은 물론 최근에 박동윤이 찾아준 던전을 솔로잉한 기록도 있었다.
“그럼 정혜원 헌터를 빼고 셋이서 던전에 진입하는 거로 하겠습니다.”
민도준이 끄덕였지만 다른 헌터들은 약간 못 미더운 눈치였다.
정혜원도 민도준의 실력을 보증해주긴 했지만 정작 그녀는 사라지고 없지 않은가?
[청량리 칠흑의 성 던전]-난이도 : S
-인원 제한 : 4명
-입장 제한 : 레벨 3,000 이상
-공략 목표 : 칠흑의 기사 3,000마리 섬멸
-실패 페널티 : 주력 스탯 30% 감소 디버프 (지속시간 1년)
-제한 시간 : 72시간
-던전 브레이크까지 남은 시간 : 438시간 51분 15초
민도준은 정혜원을 찾을 시간에 던전이라도 공략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추적 스킬을 쓸 수도 없고 누가 데려갔는지 단서도 없다.
그렇다고 짐작 가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저스틴 워커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커. 그놈이 우리를 한자리에 모이게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저스틴 워커는 던전에 들어가 있는지 추적이 불가한 상황.
결국 민도준이 할 수 있는 건 사냥뿐이었다.
“그럼 들어갑시다.”
* * *
S급 쌍둥이 헌터로 유명한 제임스가 궁궐 같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슈우욱- 탁!
눈앞에서 별안간 두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데도 제임스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는지 미소를 지으며 맞이했다.
“왔냐? 데이빗?”
쌍둥이 동생인 데이빗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임스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데이빗이 붙잡고 있는 남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그러나 남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신경질적으로 데이빗의 손을 뿌리칠 뿐이었다.
“이거 놓으세요.”
“죄송합니다.”
데이빗이 손을 놓자 남자가 걸음을 옮겼다.
“잠시 생각할 게 있으니 따라오지 마세요.”
남자를 따라가려던 데이빗이 멈칫했다.
“아, 알겠습니다.”
남자가 사라지자 형인 제임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네?”
“그러게. 저런 모습 보기가 쉽지 않은데…….”
“현장에서 무슨 일 있었어?”
데이빗이 고개를 저었다.
“나야 모르지. 텔레포트 하려고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점은 있었어.”
“이상한 점?”
“응. 평소처럼 은신한 채로 기다리고 있는데 예정보다 빨리 오시더라고. 그것도 누군가에게 쫓기시는 것처럼 헐레벌떡 뛰어서.”
“설마 정말로 쫓기시던 건?”
“그것까진 모르겠어. 곧바로 텔레포트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흠…….”
무슨 상황이었는지는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동양인 여자는? 확보했어?”
“나도 몰라. 중국팀에서 어련히 알아서 했겠지.”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보다도 전투력이 높은 그들이었으니 아마도 성공했으리라.
상황을 봐서 납치하는 쉬운 임무이기도 했고.
“그건 그렇고…….”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저렇게 기분이 안 좋으신 건 처음 보는데…….”
미국 최고의 쌍둥이 형제가 남자의 눈치를 살폈다.
* * *
‘미친, 하마터면 잡힐 뻔했잖아?’
남자는 조금 전 상황에 놀라면서도 화가 났다.
까딱했다간 민도준에게 잡힐 뻔했기 때문이다.
‘텔레포트가 없었다면 위험했어.’
쌍둥이 헌터인 데이빗을 대기시켜 놓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잡혔을 것이다.
‘무슨 놈의 달리기가 그리도 빠른지…….’
아니,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민도준의 전투력이었다.
‘인간의 전투력이 800만이 넘는다니…….’
생전 그렇게 강한 헌터는 처음 봤다.
‘전투력이 325만인 저스틴 워커보다도 몇 배나 강하잖아?’
자신의 전투력도 250만으로 적지 않았지만 민도준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약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은신을 감지하고 쫓아온 거겠지.’
다행히 목표물인 정혜원을 확보하긴 했지만 완벽한 계획에 흠집이 생길 뻔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화가 났다.
‘민도준을 너무 과소평가했어. 녀석이 강해 봤자 내 아래일 거로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강할 줄이야…….’
잘못된 판단이 하마터면 작전을 망칠 뻔했다.
‘앞으로 민도준을 조심해야겠어.’
남자의 눈에 전에 없던 경계심이 떠올랐다.
그러나 한편으론 기대감도 생겼다.
그런 괴물을 길들인다면 쿠데타쯤은 손쉽게 일으킬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