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3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38화(23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38화
238. 실종
칠흑의 성에 들어온 두 헌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있을 수 없는 메시지 때문이었다.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던전 브레이크 시간이 480시간으로 초기화됩니다!]“벌써 공략 조건인 3,000마리를 채우다니…….”
던전에 들어온 지 24시간 만에 이룩한 성과였다.
물론 두 헌터의 성과는 아니었다.
대부분 민도준이 해낸 결과였다.
3,100레벨대인 두 헌터가 한 거라곤 그가 배려하듯 남겨주는 괴수를 간신히 처치하는 것뿐이었다.
“호, 혼자서 몇 마리 잡으신 거지?”
“한 2,800마리 잡으셨나?”
거의 독식이었지만 헌터들의 얼굴에 불만은 없었다.
그가 없었다면 공략은커녕 페널티를 받아야 했을 테니까.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 앗싸 1등!]-조건 : 생성된 지 얼마 안 된 S급 던전을 처음으로 클리어하기
-보상 : 스탯 포인트+3
덕분에 이렇게 스탯 포인트까지 얻을 수 있었으니 헌터들로선 민도준을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헌터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무사히 공략해서 업적까지 받을 수 있었…….”
던전에서 나온 헌터들이 민도준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지금 민도준은 감사 인사나 들을 기분이 아니었다.
‘정혜원은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만 하루가 지났지만 그녀에 대한 소식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유일한 연결점인 저스틴 워커도 아직 던전에서 나오지 않은 모양이야.’
여전히 거리가 잡히지 않으니 그를 추적할 수도 없는 상황.
‘랭킹 시스템에 검색되는 걸 보면 아직 목숨은 붙어 있는데…….’
그렇다고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회귀 전 유일하게 배신하지 않은 동료였기에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민도준이 할 수 있는 건 한가지뿐이었다.
‘그저 저스틴 워커의 위치가 잡히길 기다리는 것뿐.’
텔레포트를 추적할 수 없는 이상 다른 방법은 없었다.
* * *
칠흑의 성 공략을 끝내고 하루가 더 지났다.
정혜원이 사라진 지 이틀이 됐을 때였다.
[냄새가 일치하는 대상을 찾았습니다.] [대상과의 거리 9,326.18km]‘드디어 저스틴 워커의 위치가 잡혔어.’
위치가 뜨는 거로 봐서 이제 막 던전에서 나온 모양.
기꺼운 소식이었지만 문제는 거리였다.
‘9천 킬로미터가 넘는 걸 보니 미국에 있나 본데?’
유령 늑대를 타도 꼬박 3시간은 달려야 도착한다.
‘어쩔 수 없지. 정혜원을 찾으려면 저스틴 워커를 미행하는 수밖에 없으니.’
저스틴 워커의 지시로 벌어진 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그를 미행한다고 정혜원을 찾을 수 있을 거란 보장도 없다.
하지만 단서가 없는 지금으로선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실정.
그녀를 찾으려면 뭐라도 시도해 봐야 한다.
‘저스틴 워커가 연관되어 있다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생각을 정리한 민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실을 나가려는 모습을 본 박동윤이 물었다.
“어디 가시게요?”
“당분간 자리 좀 비우려고요.”
“휴가 가시는 건가요?”
민도준이 잠시 생각했다.
“그렇다고 봐야죠.”
휴가라기보단 행방불명된 동료를 찾으러 떠나는 거였지만 곧이곧대로 말할 순 없었다.
‘정혜원이 실종됐다는 건 나만 알고 있는 것 같으니.’
정혜원이 실종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인터넷엔 그 어떤 기사도 올라오지 않았다.
그저 이번 칠흑의 성 공략에 불참했다는 짤막한 문장만 쓰여 있을 따름이었다.
‘하긴 고작 이틀 사라진 걸 실종이라고 보진 않겠지.’
민도준이야 당시에 수상한 남자를 보기도 했었고 냄새가 끊겼다는 확실한 물증도 있었기에 납치를 확신하고 있는 거였지만…….
‘다른 사람의 눈엔 그저 말도 없이 사라진 거로 보일 뿐이야.’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그럼 당분간 수고해 주세요.”
“예. 푹 쉬다 오십시오.”
그렇게 박동윤에게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오는데.
“민도준 헌터님 되십니까?”
복도에서 누군가와 마주쳤다.
정장을 빼입은 중년 사내였다.
‘이 사람은……?’
처음 보는 아저씨였지만 약점 간파가 간략한 정보를 알려줬다.
‘대현 그룹 대표 이사 정대근?’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기업가가 자신에게 무슨 볼일이 있는 걸까?
‘설마?’
민도준이 차분히 대답했다.
“예. 제가 민도준입니다만.”
“반갑습니다. 저는 대현 그룹의 대표 이사직에 있는 정대근이라고 합니다. 정혜원의 아버지이기도 하고요.”
‘정혜원의 아버지?’
대현 그룹이라는 걸 봤을 때부터 짐작은 했다.
그가 찾아온 이유 또한.
‘혜원이에 관해 물어보려고 찾아온 거겠지.’
아니나 다를까 정대근이 정중하게 부탁했다.
“긴히 할 얘기가 있는데 잠시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중요한 얘기입니다.”
50대 아저씨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하니 민도준도 거절하지 못했다.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그러죠.”
“밖에 차를 대기시켜 놓았으니 거기서 얘기합시다.”
“알겠습니다.”
정대근과 수행원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대기 중이던 검은색 세단에 타자마자 정대근이 말을 걸었다.
“최근에 혜원이랑 던전에 들어가기로 했었죠? 이름이 무슨 성이었는데…….”
“칠흑의 성이요.”
“맞아요. 거기.”
정대근이 한숨과 함께 본론을 꺼냈다.
“제 딸이 실종됐습니다. 이틀째 연락이 없어요. 전화를 걸어도 받지도 않고…….”
그러더니 간절한 눈빛으로 민도준을 바라봤다.
“혹시 혜원이가 어디로 갔는지 아시는 바 있으십니까? 같은 파티였다고 들어서 말입니다.”
역시나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정혜원을 찾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군.’
민도준은 고민했다.
정혜원의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말할지 말지를.
그러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겨 물었다.
“어째서 실종됐다고 생각하시죠? 던전에 들어가는 헌터에게 전화를 안 받는 것쯤은 일상다반사에 지나지 않는데?”
“혜원이의 스케줄쯤은 손에 꿰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던전에 들어가는지 전부 다요.”
“…….”
“혜원이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헌터 일을 하도록 허락한 조건이니까요. 그게 아니면 제가 뭐하러 이런 위험한 일을 하도록 허락했겠습니까?”
정대근은 딸이 경영 수업이나 들으며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다.
하지만 딸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이런 식의 조건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던전에 들어가고 나올 때 항상 전화하기로 했습니다. 어디를 이동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정대근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루에 수차례 전화를 하던 아이가 이틀 전부터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것이 딸이 실종됐다고 생각하는 이유였다.
“아주 작은 단서라도 좋습니다. 혜원이의 실종에 대해 짚이는 게 있으시면 뭐든 말씀해 주십시오.”
정대근이 간절한 눈빛으로 민도준을 쳐다봤다.
민도준이 뭔가를 알고 있음을 확신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그저 뭐라도 알아내야겠다는 눈빛.
50대 가장의 눈에서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잡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어쩔 수 없군.’
이렇게까지 나오자 민도준도 더 이상 모른 체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혜원이는 누군가에게 납치된 것 같습니다.”
“나, 납치요?”
납치는 생각지 못했는지 정대근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날 혜원이가 집결지에 나타난 것은 알고 계시죠?”
“예. 듣기로는 잠깐 한눈판 사이에 사라졌다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 당시 숲속에서 수상한 남자를 봤습니다.”
“수상한 남자요?”
“예. 은신하고서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는데 저를 보더니 황급히 도망가더군요. 그래서 얼떨결에 쫓아갔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마치 순간이동 한 것처럼요.”
텔레포트의 존재는 아직 세상에 밝혀지지 않았기에 모른 척했다.
“여기서부턴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만, 혜원이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도 이런 식의 순간이동을 이용하여 납치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제삼자가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정대근이 믿기지 않는 얼굴로 물었다.
“헌터들 스킬 중에 은신이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순간이동은 처음 들어봅니다. 정말 그런 능력이 있습니까?”
“헌터 시대가 열린 지 11년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왜 각성자가 생기고 던전들이 생기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런 마당에 순간이동 같은 능력이 없다고는 보장할 수 없겠죠. 개인의 특성일 수도 있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스킬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 딸은 랭킹 4위의 S급 헌터입니다. 누군가에게 납치당할 만한 아이가 아니란 말입니다!”
“랭킹은 의미 없습니다. 헌터 업계는 오직 힘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곳입니다. 아무리 S급 헌터라고 해도 그보다 강한 헌터 앞에서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합니다. 하늘 위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는 법이니까요.”
“크윽…….”
정대근은 더 이상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딸이 납치되었다는 말을 들으니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눈앞의 헌터가 랭킹 1위라는 것도 잊고 다그치고 말았다.
“확실합니까? 제 딸이 납치되었다는 게?”
“아까도 말했듯이 뇌피셜일 뿐입니다.”
“그래도 수상한 남자를 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왜 경찰에 알리지 않았죠?”
“저도 제가 본 것을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요.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보다 독자적으로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혜원이를 찾아보고 계셨다고요?”
“예. 별로 친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쨌든 동료니까요.”
정대근의 이성이 돌아온 것은 이때였다.
“후우, 죄송합니다. 저희 딸을 찾고 계신 분에게 소리를 지르다니……. 딸이 납치되었다는 말에 잠깐 흥분했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만약 차예린이 납치되었다는 말을 듣는다면 민도준도 이성을 잃을지 모른다.
“빌어먹을! 내가 헌터 일은 위험하다고 그렇게 말렸거늘……. 기어코 이런 일이 터지다니!”
정대근이 주먹을 쥐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끝까지 말리지 않은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
그러다가 마음을 추스른 뒤 민도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간절함이 담긴 눈빛으로.
“헌터님. 독자적으로 제 딸을 찾고 계신다고 하셨죠?”
“예.”
“부탁하건대 저희 딸을 꼭 좀 찾아주십시오.”
그로서는 당장에 믿을 사람이 민도준밖에 없었다.
“딸만 찾아주신다면 헌터님께는 뭐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 평생의 은인으로 모시고 살겠다고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기세였지만 민도준도 정혜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저도 마음 같아선 반드시 찾아드리겠다고 약속드리고 싶지만 단서가 적어서요.”
확답을 듣지 못하자 정대근의 얼굴에 실망감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괜찮습니다. 제 딸을 찾아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죠.”
정대근은 이어서 민도준에게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덧붙인 뒤, 차를 타고 돌아갔다.
딸이 납치되었다는 걱정만 품에 안은 채.
‘끝까지 모른 척할 걸 그랬나?’
하도 간절하게 물어봐서 사실대로 말했더니 괜히 걱정만 잔뜩 불어넣고 말았다.
‘나도 정혜원을 찾고 싶지만 단서가 너무 없단 말이지.’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곤 저스틴 워커를 미행하는 것뿐.
‘녀석이 이번 일과 연관이 있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민도준이 자신의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유령 늑대를 타고 미국에 갈 준비를 하는 차에.
지이잉- 지이잉-
전화가 왔다.
신경민이었다.
‘무슨 일이지?’
한시가 바빴지만 혹시 몰라 전화를 받았다.
“예. 경민 씨.”
-안녕하세요, 도준 씨. 다름이 아니라 혹시 최근에 저희 길드장님이랑 연락한 적 있으세요?
“길드장님이라면…… 강혁수 씨요?”
-네. 이틀 전에 연락이 끊겨서요. 길드장이라는 사람이 말도 없이 어딜 갔는지, 참.
‘이틀 전?’
이틀 전이라면 정혜원이 사라진 날과 일치하지 않는가?
‘설마, 우연이겠지.’
일단 신경민에게는 모른다고 하고 끊었다.
그리고 즉시 패러사이트로 강혁수의 시야를 살펴봤다.
그랬는데.
“어?”
생각지도 못한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강혁수의 시선에 정혜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둘이 같이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