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3화(2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3화
23. 플래티넘 길드
플래티넘 길드의 길드장, 최석만은 이틀 전에 좋지 못한 소식을 들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길드장님!
“성훈아, 무슨 일이야?”
-애들이랑 맨티스 던전에 왔는데요. 하도 안 나와서 입구를 보니까 초록색으로…….
“초록색이면 도움 요청을 했단 소리잖아?”
그 말은 한 명을 뺀 나머지가 모두 죽었다는 의미였다.
“X발! 어쩌다 그렇게 된 거야?”
-모, 모르겠습니다. 일단 빨리 지원을…….
“지원은 무슨! 지금 시간에 애들 다 던전에 들어가 있는 거 몰라?”
-그, 그럼 어떡하죠? 저희 수아는요?
“하아, 일단 기다려 봐. 내가 다른 길드에 도움 요청해 볼 테니까.”
통화를 마친 최석만은 곧바로 다른 길드에 연락을 돌렸다.
그리고 사정을 설명해 봤지만.
-죄송합니다, 길드장님. 저희도 대기 중인 인원이 없어서요.
플래티넘 길드는 6개월도 안 된 신생 길드.
그런 길드가 도움을 요청해 봤자 모두 같은 대답을 할 뿐.
정말로 쉬고 있는 인원이 없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빌어먹을!’
이러다 남은 한 명까지 죽기라도 하면 길드의 이미지는 물론이고 재정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저녁.
다행스럽게도 배성훈이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다.
-길드장님!
“그래, 어떻게 됐어?”
-마침 다음 차례에 대기 중이던 헌터님이 도와주셔서 수아가 살아나올 수 있었습니다!
“수아? 셋 중 살아남은 게 수아였나?”
-그렇습니다! 그 헌터님이 아니었다면 페널티를 면치 못했을 겁니다. 심하면 목숨까지도요.
“생명의 은인이구만?”
당사자뿐만 아니라 길드에게도 생명의 은인이었다.
전멸하는 것과 한 명이라도 살아나오는 건 이미지 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길드장님. 그분께 보답이라도 해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그렇지만 길드에서도 큰 빚을 진 셈인데…….
“음…….”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고민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뜩이나 파티원 두 명을 잃어서 대여해 준 장비들도 싹 다 날려 먹었는데 보답이라니…….
재정 때문에 고민하는 게 뻔히 보였는지 배성훈이 말했다.
-길드장님. 보답한다고 선물이라도 줘서 그분을 꼭 영입해야 합니다. 놓치면 후회합니다.
“영입이라니? 그 헌터가 그렇게 대단한가?”
-무려 기갑 맨티스를 혼자서 처치한 사람입니다.
“흥.”
최석만은 콧방귀부터 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정말입니다. 수아가 직접 봤답니다.
“이름이 뭔데?”
-민도준이랍니다.
“전화 끊지 말아 봐.”
최석만은 곧바로 랭킹을 조회해 봤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뭐야? 랭킹 14,083위에 레벨이 193? 이 레벨에 혼자서 기갑 맨티스를 잡았다고?”
-제가 왜 잡아야 한다고 하는지 아시겠죠?
“알다마다!”
레벨이 높으면 모를까, 아직 C급도 안 됐는데 보스를 혼자서 잡았다는 건 엄청난 전투력의 인재임을 의미했다.
무조건 영입해야 한다.
“그런데 길드는? 분명히 있을 텐데?”
-없었어요. 지역 센터 담당자가 붙어 다니던데요?
“거 잘 됐군!”
아직 다른 길드가 접촉하지 않았다면 승산이 있었다.
‘일단은 만나서 잘 구슬려 봐야겠어!’
물론 보답으로 뇌물은 준비해 둘 참이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최석만이 아침부터 들뜬 상태로 역대급 헌터를 맞을 준비를 했다.
[길드장님. 민도준 씨 오셨습니다.]부하 직원의 문자를 확인한 그가 다급히 뛰어나갔다.
말끔한 인상의 사내가 막 건물 내로 들어오고 있었다.
“민도준 헌터님?”
“네.”
“반갑습니다. 플래티넘 길드의 길드장, 최석만입니다. 일단 사무실로 가서 얘기하시죠.”
최석만을 따라 개인 사무실로 들어간 민도준이 소파에 앉았다.
“차라도 드릴까요?”
“예.”
최석만이 부하 직원에게 홍차를 타 올 것을 명하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차를 마신다는 건 들을 준비가 됐다는 뜻이었으니까.
‘준비한 선물만 받고 가버리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군!’
물론 민도준도 그의 의도를 모르지 않았다.
‘원래 같으면 시간 없다고 선물만 받고 갔겠지만…….’
자신이 굳이 시간을 내는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였다.
‘정태식, 그 새끼를 만나야 돼.’
잠시 후, 찻잔을 앞에 두고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눴다.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걸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민도준 헌터님. 꼭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제가 뭐라고요.”
“아이고, 겸손은. 저희 길드원을 구해주셨잖습니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뭘.”
“허허, 요즘 젊은 사람답지 않게 올바른 사고관을 가지고 계십니다! 하하하!”
호탕하게 웃었지만 최석만은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욕심이 없는 사람 같은데 뇌물을 안 받으면 어쩌지?’
그런 사람을 어떻게 하면 꼬드길 수 있을까?
‘궁리 좀 해 봐야겠어.’
후룹-
차를 마시면서 생각을 하는 최석만을 보며 민도준이 속으로 조소를 머금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라. 내가 넘어가나.’
민도준은 길드에 들어갈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게 아니었다.
단순히 정태식을 만나 관계를 만들어두기 위함이었다.
‘그 개새끼가 한 짓을 생각하면 아직도 열 받아.’
정태식은 450레벨의 C급 헌터.
민도준이 복수해야 할 14명 중 하나였다.
‘신경민 옆에서 이죽거린 새끼 중 한 놈이기도 하고.’
신경민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붙어 있던 놈이 정태식이었다.
‘인성도 개차반인 쓰레기 새끼지.’
그가 알기로 정태식은 예전부터 플래티넘 길드의 유망주였다.
신생 길드를 메이저까지 끌어올린 게 바로 정태식이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구린 점이 있었다.
‘뒤에서 온갖 더러운 짓을 하고 다녔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녀석이었다.
심지어는 청부업까지 했으니 말 다한 셈.
하지만 그의 악행은 오래지 않아 전부 밝혀지고 만다.
‘최석만은 무죄로 판명 났지.’
길드장은 범죄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판명 났지만 길드가 망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플래티넘 길드를 흥하게 했다가 망하게 만든 존재가 정태식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최석만은 지금 길드의 자랑이라며 정태식을 거론하고 있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길드는 신생입니다. 하지만 보다시피 건물도 크고 필요한 시설은 전부 구비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C급 헌터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정태식이란 헌터입니다.”
“그게 누군데요?”
“저희 길드에서 내세우는 유망주입니다. 현재 450레벨인데 여기까지 올리는데 1년도 안 걸렸습니다. 믿겨지세요?”
보통 450레벨까지는 빨라도 2년 이상이 걸린다.
그에 비하면 정태식은 엄청나게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셈.
“그만큼 저희 길드의 커리큘럼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헌터님도 저희와 함께하시면 재능을 극대화시켜서 보다 빠른 성장을…….”
뻔한 내용이라 뒷말은 더 듣지도 않았다.
‘커리큘럼은 무슨……. 아마도 녀석의 특성 때문이겠지.’
정태식의 특성이 뭔지는 모른다.
다만 빠르게 성장할 정도로 좋은 특성이라고 추측될 뿐.
“민도준 헌터님. 그래서 말인데…….”
주절대던 최석만이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아직 계약 안 하셨으면 저희와 함께하시는 건 어떨까요? 정산 비율은 당연히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해 드리겠습니다. 또한!”
잠시 뜸을 들이며 집중시킨 최석만이 자신 있게 말했다.
“특별히 헌터님은 던전을 솔로잉으로 돌 수 있는 특권을 드리겠습니다!”
최석만은 눈앞의 헌터가 솔로잉하기 좋아한다는 걸 배성훈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솔로잉을 좋아한다면 길드에 들어가기 껄끄럽겠지. 길드는 대체로 팀워크를 우선시하니까.’
하지만 제약은 풀면 그만.
‘솔로로 활동할 수 있게 특권을 주면 문제 될 건 없지.’
최석만이 자신만만해 했지만 민도준은 속으로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고심 끝에 생각해 낸 게 이건가?’
그는 최석만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든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혼자서도 충분히 독식할 수 있는데 일정 비율의 수익을 떼 주며 솔로잉을 할 필요는 없다.
“음…….”
그럼에도 민도준은 고민하는 척을 했다.
최석만이 그 모습을 애가 타듯 쳐다봤다.
“어떻습니까? 헌터님. 생각 있으신지?”
“글쎄요. 조금 고민되네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최석만이 웬 007가방을 들고 왔다.
“받으십시오.”
“이건……?”
“1억입니다.”
“……!”
놀라는 표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최석만이 미소를 지었다.
“저희 길드원을 구해주신 것에 대한 보답입니다. 계약과 무관하게 드리는 선물이니 받아주십시오.”
“이렇게 큰돈을…….”
“아유, 큰돈이라뇨. 사람 목숨을 살려주셨는데 이 정도는 싸죠. 길드 입장에서 큰돈도 아니고요.”
그러면서 은근히 재력을 과시했다.
사실은 눈물을 머금고 끌어모은 돈이지만 민도준을 영입할 수 있다면 이 정도 손해는 감수할 수 있었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민도준이 가방을 챙겼다.
공돈이 들어왔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계약은 한 번 긍정적으로 고민해 보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건물 좀 둘러볼 수 있을까요?”
“아, 그럼요!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가시죠.”
민도준은 최석만을 따라 길드 내부를 구경했다.
“여기는 휴게실입니다. 음료나 커피 등을 무료로 드실 수 있고요. TV, 탁구대, 오락기 등 없는 게 없습니다.”
“아하.”
“그리고 여긴 체력단련실. 웬만한 헬스 기구는 다 있고요, 샤워실까지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습니다.”
“오호.”
적당히 맞장구치며 걸어가던 민도준이 한곳에서 멈췄다.
네모난 부스 안에서 사람이 헬멧을 쓰고 움직이고 있었다.
“여긴 뭐예요?”
“가상훈련실입니다. VR을 통해 던전에 들어가지 않고도 괴수를 상대로 훈련할 수 있습니다.”
“호오.”
민도준이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지만 속으로는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이런 거 백날 해 봐야 실전에선 아무 소용없지.’
VR의 괴수들은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지만 실전의 괴수들은 자유분방하다.
더구나 실전에서의 긴장감과 분위기는 화면에 비할 바가 못 된다.
VR 훈련이 얼마나 도움이 안 되는지는 현수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훈련이 아니라 게임이지, 이건.’
그때 훈련을 끝내고 부스에서 현수아가 나왔다.
“어? 민도준 씨?”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더니 그녀의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반가워요, 이틀 만이네요.”
그녀는 민도준에게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기도 한 데다 그의 강함에 자기도 모르게 매료됐기 때문이다.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혹시 우리 길드에?”
“아직 고민 중입니다.”
“고민할 것 없이 저희 길드와 계약하셨으면 좋겠어요! 신생 길드이긴 하지만 시설도 좋고 사람들도 좋아요. 오시면 제가 잘 챙겨드릴게요!”
민도준 같은 강자가 길드에 들어온다면 분명 배울 점이 많으리라.
하지만 민도준은 길드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더구나.
‘사람이 좋다고? 지나가는 개가 웃겠군.’
정태식의 인간성을 아는 그로서는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후후, 수아야, 잘했어!’
최석만이 길드 어필에 만족하는 그때, VR부스에서 또 한 사람이 나왔다.
정태식이었다.
“오, 태식아. 이리 와봐.”
“예? 왜요?”
정태식이 다가오자 최석만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여기는 우리 길드 에이스, 정태식. 저쪽은 우리 길드원이 될지도 모르는 민도준 헌터님. 나이도 같은데 서로 인사하세요.”
정태식이 힐끔 민도준을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
민도준은 대답도 않고 시선을 피했다.
정태식의 눈썹이 꿈틀댔다.
‘이 새끼가 날 무시해?’
쉽게 흥분하는 성격답게 정태식이 주먹을 쥐었다.
당장에라도 때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도 나름 때와 장소를 구분할 줄 알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이를 처음 알았는지 현수아가 놀랐다.
“민도준 씨도 2000년생이세요?”
“네.”
“저랑 동갑이네요?”
동갑이든 말든 관심도 없었다. 그의 관심은 오직 정태식이었으니까.
민도준이 최석만에게 물었다.
“길드장님. 이런 걸로 훈련이 되나요?”
“그럼요. 되고말고요.”
“제가 볼 땐 그냥 애들 장난 같은데요?”
“네?”
당황하는 최석만을 대신해서 반응한 건 정태식이었다.
“이게 장난 같다고요?”
“네. 그냥 오락하는 기분일 것 같은데요.”
“그쪽이 잘 몰라서 그런가 본데 이거 은근히 어렵습니다.”
“별로 안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럼 한번 해 보실래요?”
“그러죠.”
민도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근데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시합하죠. 정태성? 그쪽이랑 하면 좋겠는데.”
“정.태.식이요.”
“어쨌거나.”
정태식이 다시 한번 주먹을 꽉 쥐었다.
‘이 X새끼가!’
한 번 더 그의 신경을 긁은 민도준이 씨익 웃었다.
모르긴 몰라도 놈을 열 받게 만든다는 목적은 달성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