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4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41화(24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41화
241. 2대1
“전부터 좋아했어요, 혜원 씨.”
“미, 미쳤어요? 이러지 마세요!”
자신의 지시대로 정혜원을 희롱하고 있는 강혁수의 모습에 흑마법사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잘하고 있군. 흐흐.’
사실 흑마법사는 강혁수가 빨리 교대해주길 바라던 참이었다.
직접 하는 것보다는 지켜보는 쪽을 더 좋아했으니까.
‘나이가 드니까 정력이 달린단 말이지.’
그냥 한쪽 구석에서 편하게 관음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
“제발 이러지 말라고요!”
저렇게 싫어하는데도 계속해서 들이대는 강혁수를 보자 흑마법사의 눈에서 경계의 빛이 사라졌다.
‘흐흐, 어지간히 하고 싶었나 보군.’
경계심을 푼 흑마법사가 한쪽 벽에 지팡이를 세워놓으며 감상 모드에 들어갔다.
‘설마 갑자기 덤벼들진 않겠지.’
속박 마법 하나 풀지 못할 정도로 수준 차이가 나는 마당에 덤빌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한마디로 완전히 방심하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돌아서며 고함을 지르는 강혁수의 기습에 완벽히 당할 수밖에 없었다.
“흐아아아압!”
도발의 함성이 귀청을 때리자 흑마법사가 잠시 정신을 놓았다.
‘아차!’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지팡이를 들었을 땐 강혁수가 방패를 들고 코앞까지 다가온 뒤였다.
콰앙-!
강혁수의 돌진에 부딪힌 흑마법사가 벽을 뚫고 튕겨 나갔다.
강혁수는 생각보다 쉽게 뚫린 벽을 보며 벙찐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야? 스티로폼?”
찢어진 벽을 통해 밖으로 나가니 각종 소품이 있는 널찍한 공간이 나왔다.
“여긴…… 세트장?”
알고 보니 그들이 있던 곳은 진짜 방처럼 만들어진 세트장이었다.
“크으윽, 이 무식한 새끼가.”
바닥을 구른 흑마법사가 멀쩡한 몰골로 일어섰다.
다행히 항상 발동되어 있는 마나 스킨으로 대미지를 흡수할 수 있었다.
강혁수가 검과 방패를 들며 물었다.
“여기가 어디지?”
“보면 모르냐? 중국의 세트장이다.”
“중국……?”
설마 했는데 다른 나라로 납치되었을 줄이야.
“그건 그렇고 기습이라니. 네놈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흑마법사가 지팡이를 겨눴다.
그것만으로도 강혁수의 얼굴에선 긴장감이 어렸다.
“너 따위가 감히 중국 랭킹 10위인 나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것도 1대1로?”
“누가 1대1이래?”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흑마법사와 강혁수의 고개가 돌아갔다.
정혜원이 부서진 세트장에서 걸어 나왔다.
“나까지 포함해서 2대1이지.”
“혜원 씨!”
강혁수가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도망가라니까 안 가고 뭐 하세요?”
“혁수 씨 놔두고 혼자 갈 순 없죠.”
“설마 같이 싸우시게요?”
정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받은 빚은 돌려줘야죠.”
자신을 납치하고 수치심을 준 흑마법사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큭큭, 그래. 둘 다 덤벼라. 조무래기 한 명 추가됐다고 달라지는 거야 없지.”
두 명과 붙어야 하는 처지였지만 흑마법사는 자신만만했다.
어둠의 구속을 스스로 풀지도 못하는 데다 초반에 투명화가 간파당하지 않은 걸 보면 전투력에서 우위에 있음이 분명했으니.
‘레벨도 낮고 전투력도 낮은 하등한 놈들 따위에게 질 리가 없지.’
그런 자신만만한 태도에 강혁수가 방패를 세웠다.
“그럼 사양 않고…….”
순간 강혁수가 빠르게 돌진했다.
“덤벼주지!”
둘 사이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조금 전 흑마법사를 밀쳐냈던 실드 차지였다.
콰앙-!
큰 충격음이 들렸지만 이번에는 흑마법사도 밀리지 않았다.
4,000마력으로 생성된 배리어가 그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주고 있었다.
“한 번 썼던 기술이 또 통할 듯싶으냐!”
흑마법사의 지팡이가 강혁수를 겨눴다.
허공에서 검은 밧줄이 튀어나와 사지를 묶었다.
“네 상대는 나야!”
그때 정혜원이 뒤에서 달려와 흑마법사의 배리어를 두들겼다.
쾅- 쾅- 쾅!
여자라고 얕봤는데 주먹의 무게감이 장난 아니었다.
‘크윽, 이러다가 배리어가 깨지겠어.’
유일한 방어 수단인 배리어가 깨지게 둘 순 없는 노릇.
시선을 돌려 정혜원에게 어둠의 화살을 날리려는데.
촤악-!
검으로 밧줄을 끊어낸 강혁수가 흑마법사를 향해 돌진했다.
콰앙- 콰앙- 콰앙!
정혜원보다도 훨씬 더 강한 충격이 배리어를 통해서 느껴졌다.
‘무슨 대미지가 이러지? 저 자식은 탱커라고 들었는데?’
흑마법사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이 자식들 3,600레벨 맞아?’
레벨은 물론 전투력까지 앞서고 있건만 어째서 밀리는 느낌이 드는 걸까?
‘한 방, 한 방이 나와 비등한 수준이야.’
그때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나랑 전투력이 근소하게 차이 나는 건……?’
투명화를 간파하지 못했다고 전투력이 엄청나게 차이 난다고 볼 순 없다.
1이라도 낮으면 간파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기에.
‘전투력이 아래라고 깔보고 있었는데 설마 얼마 차이 나지 않을 줄이야.’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수준이 자신과 비등하다는 것을.
“좋아. 그렇다면 제대로 상대해주마!”
흑마법사의 몸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주변을 불살라버리는 흑마법사 대표 스킬인 불지옥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지 강혁수와 정혜원이 약속이라도 한 듯 뒤로 물러났다.
푸화아아아-
가까스로 불의 폭풍을 피한 두 사람이 다시금 흑마법사에게 달려들었다.
그 사이, 시간을 번 흑마법사가 지팡이를 바닥에 찍었다.
“나와라! 내 귀염둥이들아!”
네 마리의 해골 기사가 소환되더니 양손검을 들고 흑마법사를 지켰다.
이윽고 흑마법사의 발밑에서 초록빛의 장판이 생성됐다.
모든 물리 공격으로부터 소환수를 보호해주는 스킬, 불사의 영역이었다.
“크크크, 물리 공격밖에 쓸 줄 모르는 놈들이 감히 날 이기려 들다니. 이제 내 해골 기사들은 무적이다!”
확실히 그랬다.
전사인 강혁수와 무투가인 정혜원으로선 해골 기사를 이길 수가 없다.
불사의 영역 안에 있는 한 아무리 쓰러뜨려도 오뚝이처럼 일어날 테니까.
그렇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한테 와라아아아-!”
강혁수의 도발 스킬로 인해 해골 기사들이 영역을 이탈했으니까.
“가, 가지 마!”
주인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해골 기사들은 홀린 듯 강혁수에게 덤벼들었고 이내 사지가 잘리며 사라져버렸다.
“으으.”
순식간에 보디가드를 잃은 흑마법사가 다음 스킬을 준비하려는 찰나.
“이때를 노렸다.”
스킬이 빠지길 기다렸다는 듯 정혜원이 나타나 무방비 상태인 흑마법사의 배리어를 두들겼다.
콰콰쾅- 콰콰쾅-!
주먹과 다리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움직였다.
아껴두었던 모든 스킬을 쏟아붓는 모양이었다.
‘미, 미친! 뭐가 이렇게 세?’
상상 이상의 충격량에 당황하던 흑마법사가 어둠의 구속이라도 날려봤지만 헛수고였다.
스킬의 연계가 이뤄지는 무투가의 무아지경 상태에서는 모든 방해 스킬에 대해 면역이었기에.
“하아아앗!”
콰아아앙!
마무리 일격을 날리자 배리어가 깨지고 말았다.
하나뿐인 방어 수단을 잃은 흑마법사가 기어코 도주를 택했다.
‘어둠의 틈!’
잠시지만 차원의 틈새로 몸을 숨기는 이 스킬이라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순순히 도망가도록 놔둘 강혁수가 아니다.
“어딜 가려고!”
돌진으로 거리를 좁힌 강혁수가 검을 찔렀다.
일시적으로 적의 스킬을 차단하는 침묵의 일격이었다.
푹-!
“크아악!”
어깨에 검이 찔린 흑마법사가 어둠의 틈에서 빠져나왔다.
침묵의 일격으로 스킬이 중단된 것이다.
“도망가려고?”
강혁수가 다가오자 흑마법사가 아픈 와중에도 스킬을 시전했다.
스르륵-
인비저빌리티로 모습을 감추는 데 성공했다.
이제 도망갈 일만 남았는데…….
퍼억-
위치를 예상하고 내지른 강혁수의 주먹질에 투명화가 풀리고 말았다.
“절대 못 가지.”
흑마법사의 목덜미를 붙잡은 강혁수가 다시금 복부에 주먹을 먹였다.
“커허억!”
“나를 납치한 것까진 괜찮아. 그런데 감히 혜원 씨까지 납치해?”
퍼억-
“끄흐흑!”
“그깟 속박에 좀 걸렸다고 우릴 만만하게 본 모양인데…….”
퍼억-
“커허륵!”
“착각하지 마. 무기만 들 수 있었으면 속박 따위 벗어나는 건 일도 아니니까.”
퍼억-
“끄으윽!”
목덜미를 놓자 흑마법사가 힘없이 널브러졌다.
체력이 낮은 흑마법사로선 강혁수의 무지막지한 주먹질을 감당할 수 없었다.
“아직 안 끝났어.”
흑마법사의 위에 올라탄 강혁수가 주먹을 망치처럼 내리쳤다.
퍽퍽퍽퍽퍽!
“그만해요!”
정혜원이 만류하자 강혁수가 황당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왜 막는 겁니까?”
“그러다 죽겠어요.”
“이런 쓰레기 새끼는 죽어도 쌉니다.”
다시 주먹질하려고 팔을 들었는데 정혜원이 잡았다.
“이만하면 됐어요. 더 이상 저항 못 하잖아요.”
“이걸로는 분이 안 풀립니다. 아주 곤죽을 내버려야…….”
“그러다 죽으면요? 그 순간 혁수 씨는 살인자가 된다고요.”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혜원 씨 말고는 아무도 모를 테니까요. 설마 저를 신고하실 생각은 아니시죠?”
농담처럼 웃어 보였지만 정혜원은 진지했다.
“정말로 이 사람을 죽이고 살인자가 되겠다고요?”
“저흴 죽이려던 놈입니다. 혜원 씨를 강간하려던 놈이고요. 그런 쓰레기를 살려둘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면 똑같은 살인자가 된다고요.”
“그런 고리타분한 설교는 듣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 새끼를 꼭 심판해야겠으니까요.”
“경찰에 신고하면 되잖아요. 법의 심판에 맡기시면…….”
“그걸로는 분이 안 풀립니다. 감히 혜원 씨를 건들려고 하다니…….”
강혁수가 주먹 대신 검을 들었다.
정말로 죽일 기세였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검을 휘두르려는데 정혜원이 밀치더니 앞을 막아섰다.
“안 돼요! 사람을 죽이면!”
“비키세요! 이 새끼는 사람도 아닙니다. 차라리 죽는 게 더 이로운 벌레 새끼라고요!”
“저도 알아요! 하지만 누군가를 죽이고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들어요. 법이란 게 왜 있겠어요. 죽이는 것보다 감옥에 보내서 평생의 죗값을 받도록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이대로 살려두기엔 위험…….”
“풀어주자는 게 아니라 감옥에 보내자는 거잖아요. 협회에 신고하면 분명 적절한 조치를 해줄 거예요.”
“…….”
“위험할 거 없다고요. 어차피 지금 저항도 못 하는 상태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정혜원의 설득에 강혁수가 주저했다.
마음 같아선 죽이고 싶었지만 이토록 완강하게 막아서니 그러기도 뭐 했다.
그때였다.
“큭큭큭큭큭큭.”
누워 있던 흑마법사가 돌연 웃음을 흘렸다.
“뭐야, 이 새끼. 하도 처맞더니 실성을 했나?”
강혁수의 도발에도 그저 웃기만 하던 흑마법사가 정혜원을 향해 말했다.
“이봐, 아가씨. 저놈이 날 왜 이렇게 죽이고 싶어 하는지 알려줄까?”
“그야 당신이 우리한테 한 짓 때문이죠.”
“물론 그 이유도 있겠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지.”
“진짜 이유요?”
“저놈은 나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죄를 감추고 싶은 거야. 내가 경찰에 붙잡히면 자신의 죄도 드러날 테니까.”
“강혁수 씨가 죄를 지었다고요?”
정혜원의 시선에 강혁수가 움찔거렸다.
“무슨 죄를 지었다는 거죠?”
“큭큭, 저놈이 최근에 널 스토킹했거든.”
“……스토킹?”
정혜원의 눈빛이 강혁수를 향했다.
“정말이에요?”
“혜원 씨, 그게…….”
“저 변태 같은 놈이 길드에서부터 스토킹하더니 집 주소까지 알아냈지 뭐야?”
“넌 좀 닥쳐라.”
“혁수 씨, 정말 저를 집까지 미행했어요?”
“그, 그게 다른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혜원 씨를 좋아하는 마음에…….”
“큭큭,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미행하진 않지.”
“넌 닥치라고 했다.”
“집 주소를 알아내서 무엇을 할 생각이었을까? 아마 나보다 더한 변태 짓을 하려던 게 아니었을까?”
“이 개새끼가!”
그때였다.
흑마법사의 어깨 위에서 생성된 어둠의 화살이 정혜원을 향해 날아갔다.
콰앙!
폭발과 함께 정혜원이 튕겨 나갔다.
“이 X발 새끼가!”
그 모습에 이성의 끈이 끊어진 강혁수가 검을 휘둘렀다.
스걱-
깔끔하게 잘린 흑마법사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기어코 살인을 저지른 강혁수가 정신을 차린 뒤 정혜원에게 뛰어갔다.
“혜원 씨! 괜찮으세요?”
“아…… 괜찮아요.”
다행히 갑옷에 맞은 터라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폭발의 여파로 자잘한 상처는 생겼지만.
“아…….”
그때 바닥에 떨어진 머리를 본 정혜원이 입을 벌렸다.
“결국…….”
“죄송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까?
정혜원이 의구심이 담긴 눈길로 강혁수를 쳐다보는 그때.
짝- 짝- 짝-
박수 소리와 함께 두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