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4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42화(24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42화
242. 같은 편
난데없는 박수 소리에 강혁수가 눈을 치켜떴다.
두 명의 남자가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한 명은 동양인이고 한 명은 서양인이었다.
“너희들 뭐야?”
강혁수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지만 상대는 전혀 긴장한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동양인 남자가 웃으면서 손뼉을 쳐댔다.
“좋은 눈빛이네요, 강혁수 씨. 과연 살인자의 눈빛답습니다.”
“뭐?”
얼핏 들으면 조롱 같았지만 동양인은 정말로 만족스럽다는 듯 자연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살인하니까 기분이 어때요? 좋죠? 하긴 벌레 같은 놈을 죽였으니 저였어도 기분 좋았을 겁니다.”
“……봤나?”
“그럼요. 지금까지 은신을 쓰고 쭉 지켜보고 있었는걸요. 물론 전투력이 낮은 당신의 눈엔 저희가 안 보였겠지만.”
그 말에 강혁수가 긴장했다.
‘확실히 두 사람의 낌새는 못 느꼈어.’
게다가 지금도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만큼 갑작스레 나타나지 않았는가?
‘정말로 은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면 나보다 전투력이 높다는 뜻인데…….’
강혁수가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줬다.
여차하면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결코 좋은 목적으로 나타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았으니.
“네놈은 누구냐?”
“그걸 말해야 할 이유는 없을 텐데요?”
“한국말 한다고 한국인은 아닐 테고…… 너도 중국인이냐?”
“글쎄요?”
“국적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죽은 흑마법사랑 한패냐?”
“한패라…… 왠지 어감이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 같아서 좀 그렇네요.”
“한패라는 거냐, 아니라는 거냐?”
“한패라고 봐야겠죠. 엄밀히 말하자면 납치를 지시한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강혁수의 눈이 크게 뜨였다.
“네놈이 납치의 주범이라고?”
“예.”
“진위정인가 진위백인가 하는 놈들이 아니라?”
“그 사람들은 그냥 말 잘 듣는 부하일 뿐입니다. 거기 죽은 흑마법사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네놈이…… 우리 두 사람을 납치하라고 지시했다는 거냐?”
“예.”
“흑마법사에겐 내가 혜원 씨를 강간하게끔 상황을 만들라고 지시했고?”
“그래요. 잘 이해하셨네요?”
몰랐던 사실에 정혜원이 깜짝 놀랐다.
‘아…… 그래서 흑마법사가 혁수 씨를 풀어줬던 거구나. 혁수 씨는 어쩔 수 없이 지시에 따르는 척한 거고…….’
상황을 이해한 정혜원이 강혁수의 옆에 섰다.
분노한 듯 이를 갈고 있는 거로 보아 강혁수가 다시 이성을 잃고 달려들 것만 같았다.
‘더 이상의 싸움은 안 돼. 특히 저 두 사람이랑 싸우는 건……!’
정혜원의 눈에도 지금 나타난 두 사람은 흑마법사와는 격이 다른 고수인 것 같았다.
붙으면 질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특히 저 동양인. 일부러 웃으면서 혁수 씨를 도발하고 있어. 마치 먼저 달려들기를 바라는 것처럼.’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함정에 어울려 줄 순 없다.
‘여차하면 내가 말려야 해.’
그런 생각으로 바짝 옆에 붙어 있었지만 정작 강혁수는 분노 때문에 그녀가 옆에 있는 줄도 몰랐다.
그저 동양인 남자를 향해 살기를 보내고 있을 뿐.
“왜 그런 거냐? 왜 나랑 혜원 씨를 납치해서 이런 짓을 꾸민 거지?”
“그야 당신이 탐났으니까요.”
“뭐?”
순간 얼빠진 표정을 짓는 강혁수를 보며 동양인 남자가 실소를 지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그런 쪽의 취향은 없으니까. 제가 원하는 건 당신의 힘입니다.”
“힘?”
“탱커 주제에 상당한 전투력을 지녔더군요. 전투력이 140만이죠?”
자신의 전투력을 알고 있자 강혁수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내 전투력을……?”
“당신 것만 알고 있는 게 아니에요. 신경민 씨는 165만. 옆에 있는 정혜원 씨는 108만이죠.”
“저놈 말이 정말입니까, 혜원 씨?”
정혜원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쯤 되니 강혁수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전투력을 보는 특성이라도 있는 건가?”
“글쎄요? 제가 말하면 당신도 특성을 얘기해 줄 겁니까?”
“그러지.”
“거짓말하지 마세요. 제 정보만 홀라당 먹고 입 닦을 생각이잖아요?”
“그러지 않는다고 약속하지.”
“전 부하가 아닌 사람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내 특성이 궁금하지 않나?”
“어차피 당신을 제 편으로 만들면 얻을 수 있는 정보입니다. 굳이 거래할 이유는 없죠.”
“내가? 너 따위와 편을 먹는다고?”
강혁수가 기가 찬다는 듯 헛숨을 내뱉었다.
“그런 일은 죽어도 없다.”
“과연 그럴까요? 곧 있으면 제 편이 돼서 특성도 알려주고 할 텐데?”
“헛소리 좀 작작해라. 내가 미쳤다고 너한테 특성을 알려주겠냐?”
“뭐 안 알려줘도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궁금한 것도 아니고. 어쨌든 제가 원하는 건 당신이라는 사람 그 자체니까요. 마음 같아선 옆에 있는 여자도 취하고 싶지만 보아하니 제 편이 될 순 없겠네요.”
“지금 대체 무슨 헛소릴 하는 거지?”
“이해할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지금 대화한 것도 다 잊어버리게 될 테니.”
도저히 알 수 없는 놈이었다.
강혁수의 눈엔 망상으로 가득한 조현병 환자처럼 보일 정도.
“아무튼,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어요. 진짜 흑마법사를 죽일 거라곤 기대도 안 했는데 말이에요.”
“말하는 게 어째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었다는 말투다?”
“물론 염두에 두고 있었죠. 일부러 전투력이 비슷한 놈으로 배치한 것도 그런 이유였는걸요. 강혁수 씨가 흑마법사를 죽일 수 있도록.”
“망상이 지나치네.”
“사실 원래 시나리오는 강혁수 씨가 정혜원 씨를 강간하고 흑마법사의 지시에 따라 죽이는 거였는데 애꿎은 흑마법사가 죽어버렸네요?”
동양인 남자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죠. 대신 강혁수 씨를 얻게 되었으니까요.”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몰라도 이거 하나는 확실하군.”
강혁수가 동양인을 향해 검을 겨눴다.
“네놈이 죽여야 할 적이라는 걸.”
“강혁수 씨는 저한테 안 돼요. 제 전투력은 250만이라고요. 그리고 옆에 있는 이 서양인 친구는 200만이 넘고요.”
“…….”
“정혜원 씨랑 둘이 합쳐도 제 전투력 하나 넘지 못하는데 정말로 덤비시게요? 이길 수 있겠어요?”
실실 웃으며 자존심을 긁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혁수 씨, 넘어가지 마세요. 저 사람 지금 일부러 도발하는…….”
“X발, 전투력이고 나발이고!”
강혁수가 방패를 세웠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지!”
그대로 상대를 향해 돌진하려 했지만 정혜원의 행동이 더 빨랐다.
“그만 해요!”
“혜원 씨?”
정면으로 막아서는 바람에 강혁수는 돌진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 차리세요. 방금 전투력 못 들었어요? 우리보다 배로 높다고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정혜원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시간 끌게요.”
“예?”
“그 틈에 혁수 씨는 여길 빠져나가세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제가 혜원 씨를 두고 어딜…….”
“구해줘서 고마웠어요. 지금은 그 빚을 갚는 거라고 생각해줘요.”
“…….”
“어서요!”
정혜원의 다그침에 강혁수의 이성이 돌아왔다.
정면으로 붙어서는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그렇지만 강혁수는 물러서지 않았다.
“혁수 씨?”
오히려 검을 들고 한걸음 나서는 그를 정혜원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뭐 하는 거예요?”
“혜원 씨,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도망갈 정도로 파렴치한 놈으로 보이십니까?”
“목숨이 걸린 일이잖아요. 이대로 붙었다간 개죽음…….”
“이러나저러나 죽을 거라면 싸우다 죽는 게 낫죠.”
“제가 시간을 벌면 혁수 씨만이라도 살 수는 있잖아요.”
“글쎄요? 제가 과연 저놈들의 추적을 뿌리칠 수 있을까요? 차라리 둘이서 협공하는 게 오히려 승산이 있을지도 몰라요.”
강혁수의 말을 들었는지 동양인이 돌연 손뼉을 쳤다.
짝- 짝- 짝-
“좋은 판단입니다. 도망치는 것보단 전사답게 싸우는 것이 더 낫죠.”
“손모가지 잘라버리기 전에 손뼉 치지 마라. 너 같은 놈한테 칭찬 따위 듣고 싶지 않으니.”
“오우, 눈빛이 아주 살벌하네요. 과연 살인을 해 본 사람의 눈빛이라 이건가요?”
“닥쳐!”
강혁수가 기습적으로 달려들었다.
정혜원도 뒤늦게 따라 달렸다.
그 모습에 동양인이 차분한 어조로 옆에 있던 서양인에게 지시했다.
“제임스는 저 여자를 맡으세요. 죽이진 말고 도망가지 못하게만.”
“알겠습니다.”
제임스가 순식간에 정혜원의 앞을 막아섰다.
깜짝 놀란 정혜원이 주먹을 휘두르려다 말고 점프했다.
제임스의 할버드가 다리를 노렸기 때문이다.
후우웅-!
다행히 맞진 않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할버드가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기 때문.
제임스의 전매특허 스킬인 십자 베기였다.
“아.”
공중이라 피할 수도 없던 그녀가 팔을 교차했다.
너클과 한 세트로 장착된 팔목 토시로 방어할 생각이었다.
카앙-!
“으윽!”
다행히 쇠로 된 토시로 막아냈지만 충격 때문에 바닥을 굴러야 했다.
그리고.
서걱-!
“아아악!”
곧장 쫓아온 할버드로 인해 양 발목이 잘려야 했다.
“혜, 혜원 씨!”
순식간에 당하는 그녀의 모습에 강혁수가 몸을 돌리려 했다.
그러나.
“상대를 눈앞에 두고 한눈을 팔면 안 되죠.”
어느새 다가온 동양인이 검을 휘두르는 바람에 방패를 들어야 했다.
쾅!
단순한 일격일 뿐인데도 느껴지는 대미지가 장난 아니었다.
쾅- 쾅- 쾅!
‘이 자식, 대체 뭐야?’
한 방 한 방이 묵직했다.
‘전투력이 250만이라는 게 정말이었나?’
강혁수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일대일로 붙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
그렇다고 발목이 잘린 정혜원의 도움을 바랄 수도 없었다.
척-
검 끝이 강혁수의 목젖에 닿았다.
“어때요? 이제 항복할 마음이 드시나요?”
“항복은 무슨.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네놈한텐 항복하지 않는다!”
“오우, 아직도 기세가 죽지 않았네요.”
“계집애처럼 그만 수다 떨고 빨리 죽여라!”
“제가 언제 죽인다고 했나요?”
동양인이 강혁수와 눈을 맞췄다.
“곧 있으면 제 편이 될 텐데.”
잠시 후 동양인의 동공이 보라색으로 변했다.
눈을 맞추던 강혁수가 홀린 듯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후후, 그러게 저 여자의 말을 듣지 그러셨어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이렇게 꼭두각시가 될 일도 없었을 텐데.”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렸지만 말과 달리 동양인의 얼굴엔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으윽…… 혁수 씨.’
정혜원이 발목이 잘린 고통을 참으며 강혁수를 바라봤다.
‘멀뚱히 서서 뭐하시는 거지?’
공격하다 말고 가만히 서 있는 강혁수가 이해되지 않았다.
더 이해되지 않는 상황은 다음에 벌어졌다.
“강혁수 씨.”
“예.”
강혁수가 동양인을 향해 존댓말을 한 것이다.
“이제 제 말을 들을 준비가 됐나요?”
“물론입니다.”
“그럼 첫 번째 지시입니다.”
동양인이 정혜원을 가리켰다.
“저기 저 여자를 죽이세요.”
“맡겨만 주십시오.”
강혁수가 검을 든 채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혀, 혁수 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왜 저 사람 말을 듣는 거죠?”
당황하는 정혜원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강혁수는 무심한 표정이었다.
“아, 혹시?”
정혜원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전인가요? 흑마법사에게 반격했을 때처럼 말 듣는 척하는?”
“그런 거 아닙니다.”
“예? 그럼……?”
“미안합니다. 혜원 씨.”
강혁수가 검을 높게 들었다.
“이만 죽으세요.”
“아…….”
정혜원은 느꼈다.
강혁수가 장난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난 이대로 죽는구나.’
발목까지 잘려 피할 수도 없었다.
그저 강혁수의 검에 베이는 수밖에는.
그때였다.
“강혁수 씨!”
동양인 남자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피하세요!”
영문도 모르고 피하려던 강혁수가 얼떨결에 방패를 들었다.
콰앙-!
굉음과 함께 튕겨 나간 강혁수가 바닥을 구르다가 일어섰다.
“크윽, 뭐야?”
자신을 공격한 상대를 노려보던 그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익히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민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