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4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44화(24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44화
244. 귀국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 동안 정혜원은 세트장에서 있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어떻게 납치당했는지는 아직도 몰라요. 그냥 눈 깜빡할 사이에 장소가 바뀌더니 잠든 거 같아요. 아마도 슬립 마법이었겠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술술 말하는 거로 봐서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때 중국인 흑마법사가 있었는데 저를 납치한 사람이 진위백이라고 했어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민도준도 누군지는 모르지만 자고 있던 정혜원보다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중국으로 날아오면서 패러사이트로 강혁수를 지켜봤었으니까.
‘정혜원이 깨기 전에 진위정이라는 중국인이 있었지. 진위백과 쌍둥이 형제라고 들었고.’
그 쌍둥이 형제가 강혁수와 정혜원을 텔레포트로 납치했을 것이다.
보아하니 정혜원은 텔레포트의 존재를 모르는 것 같지만.
“그러다가 강혁수 씨가 흑마법사를 죽였는데 그 사람들이 나타난 거예요. 미국인과 동양인이요. 정체는 전혀 모르겠지만…….”
반면 민도준은 놈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유령 늑대에서 내리기 전에 약점 간파로 미리 봤었기에.
‘미국인 이름은 제임스. 그의 쌍둥이 동생은 데이빗이고.’
동생까지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두 사람은 S급 쌍둥이 형제로 미국에서 유명했으니까.
“납치의 주범은 동양인 남자였어요. 그 사람이 대장 같았는데 전투력을 보는 특성이 있는지 저희 전투력을 정확히 맞추더라니까요?”
‘그건 특성이 아니야. 아마 나처럼 강화된 전설 아이템 세트 효과로 전투력을 볼 수 있는 거겠지.’
추측이었지만 아마 확실할 것이다.
당시 동양인 남자는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아이템들을 착용하고 있었으니까.
‘마력의 핵으로 강화된 전설 아이템을 가진 게 나뿐만이 아니었다니…….’
그 귀한 마력의 핵과 전설 아이템을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놈에게 정신을 지배하는 특성이 있다는 거야.’
스킬은 아닐 것이다.
그런 스킬이 여러 개 존재한다면 미래에 어떻게든 알려졌을 테니까.
‘그런 건 듣도 보도 못했어. 사람을 홀리는 특성이라니.’
자세한 능력은 모르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정신 계열의 디버프 같았다.
“강혁수 씨가 대체 왜 그런 걸까요? 그 남자와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부하가 된 것처럼 저를 공격하려 했어요. 정말 그 동양인 남자가 강혁수 씨의 정신을 지배한 걸까요?”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그자의 명령대로 어떻게든 저를 죽이려고 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왜 강혁수 씨만 정신을 지배하려 했던 걸까요? 그자의 힘이라면 저도 쉽게 지배할 수 있었을 텐데?”
“글쎄요.”
그 점은 민도준도 의문인 부분이었다.
물론 짚이는 점이 없진 않았다.
‘뭔가 조건이 있는 걸 거야. 쿨타임이 길다거나 아니면 다른 뭔가가…….’
동양인 남자가 말하기를 정혜원은 자기편이 될 수 없을 거라고 했다.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강혁수가 살인하기를 원하는 것 같았어. 정혜원이든 흑마법사든 간에.’
결정적인 건 정신을 지배하기 전에 남자가 강혁수에게 한 말이었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꼭두각시가 될 일도 없었을 거라고 했었지.’
모든 단서를 취합하니 어느 정도 조건을 유추할 수 있었다.
‘살인자만 정신 지배를 할 수 있는 걸까? 그래서 강혁수가 살인하기를 바란 거고?’
그렇다면 정혜원은 자기편이 될 수 없다고 한 말이 이해가 된다.
그녀의 성격상 죽었으면 죽었지 자기 목숨 건지겠다고 살인을 저지를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도준 씨,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예.”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건데…… 제가 있는 곳은 어떻게 알고 찾아오신 거예요?”
“그건…….”
민도준은 당황하지 않았다.
예상 범위 안에 있던 질문이었으니까.
“사냥개 특성을 가진 사람의 도움을 받았거든요.”
“사냥개 특성이라면 냄새로 사람을 추적하는?”
“네.”
그녀가 이해했는지 고개를 주억였다.
텔레포트의 존재는 물론 사냥개 특성에 대해 자세히 모르기에 가능한 설득이었다.
‘치유 능력에 대해서도 물어볼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든 정혜원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 머릿속에서 지웠다.
‘비밀이라고 했으니 물어보면 곤란해하실 거야.’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했으니 아예 생각 자체를 안 하기로 했다.
대신 못다 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 도준 씨. 절 위해 여기까지 와줘서.”
“동료가 실종됐다는데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죠.”
정혜원은 회귀 전에 유일하게 배신하지 않은 동료.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전생은 물론 현생에서도 아군이 되어준다면 구해도 손해 볼 것은 없다.
‘덕분에 쿠데타의 배후도 알아낸 것 같으니.’
자세한 건 동양인 남자를 만나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감사의 의미로 보상을 하고 싶은데 뭐가 있을까요? 들어줄 수 있는 건 뭐든 들어드릴게요.”
정혜원의 말에 민도준이 손을 내저었다.
“보상은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대신 이번에 벌어진 일은 어디 가서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강혁수의 죽음에 대해선 모른척하셔야 합니다.”
“왜 그렇죠?”
“강혁수가 먼저 공격했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사실을 털어놔 봤자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겁니다. 더구나 정신 지배 같은 사기적인 능력이 있다고 하면 혼란만 초래할 거고요.”
“아…….”
“혜원 씨는 그저 누군가에 의해 납치를 당했었고 제 도움으로 납치범들이 도망가고 어찌어찌 빠져나온 겁니다. 그 외의 다른 정보는 굳이 밝히실 필요가 없습니다. 뭐 혜원 씨가 납치되었다는 걸 아는 사람도 극소수에 불과하겠지만요.”
“그러니까 증거도 없는데 굳이 공론화해서 사건을 크게 만들지 말라는 거죠?”
“네.”
“알겠어요. 도준 씨 말에 따를게요. 대신 한국에 도착하면 핸드폰 좀 빌려주시겠어요? 아버지가 일을 키울까 봐 걱정돼서요.”
“알겠습니다.”
이윽고 두 사람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핸드폰을 빌려주자 정혜원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 괜찮으니까 걱정 마세요. 민도준 헌터님이 제때 나타나지 않았으면 큰일 날뻔했어요. 그보다 아버지. 제가 납치됐다는 거 언론에 말하진 않았죠?”
고개를 끄덕인 정혜원이 민도준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지금 막 한국에 도착했어요. 언제 오실 수 있으세요? 아, 그럼 잠시만요.”
잠시 핸드폰을 내린 정혜원이 민도준을 돌아봤다.
“헌터님, 바로 집으로 가실 건가요?”
“아니요. 길드에 잠깐 들릴 생각입니다.”
“그럼 저희 아버지한테 길드로 오라고 해도 될까요? 헌터님을 꼭 좀 뵙고 싶다고 하셔서요.”
“네, 그러세요.”
아버지에게 수호 길드에서 보자고 말한 정혜원이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돌려줬다.
“그럼 갈까요?”
* * *
“혜원아!”
공항 택시를 타고 길드에 도착하자마자 반긴 사람은 다름 아닌 정혜원의 아버지, 정대근이었다.
“먼저 와 계셨네요, 아버지.”
“괜찮니?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보다시피 괜찮아요.”
아버지와의 만남에도 정혜원은 울지 않았다.
그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리저리 살피는 정대근의 모습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버지한테 이런 면이 있었다니…….’
그동안 그룹의 지도자로서 엄한 모습만 봤었는데 지금은 딸을 걱정하는 영락없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날 엄청나게 걱정하셨구나.’
눈물보다는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 걱정 말아요, 아버지.”
오히려 납치되었던 딸이 아버지를 안아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순간 눈물을 보일 뻔한 정대근이 가까스로 참아내곤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된 거냐? 누가 널 납치한 거야?”
“그게 말이죠…….”
정혜원은 사전에 말을 맞춘 대로 필요한 부분만 이야기했다.
“납치범들은?”
“도준 씨를 보더니 다 도망갔어요.”
납치범들이 살아 돌아갔다는 말에 정대근이 펄쩍 뛰었다.
“그런 개 잡놈의 새끼들은 싹 다 잡아 죽여야 하거늘!”
분노하던 정대근이 핸드폰을 들었다.
“이럴 게 아니라 당장에 협회에 신고해서 놈들을 추적해야…….”
“아버지! 저랑 약속했잖아요! 제가 납치된 건 비밀로 하기로.”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안 그래도 제가 개인적으로 추적할 생각이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민도준의 말에 정대근이 들었던 핸드폰을 내렸다.
“혜원아.”
“네.”
“잠깐 자리 좀 비켜다오. 여기 민도준 헌터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아, 알겠어요.”
그녀가 자리를 비키고 단둘이 남게 되자 정대근이 고개를 숙였다.
“제 딸을 구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헌터님.”
“별말씀을.”
“원하는 게 있으시면 말씀하시지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들어드리겠습니다.”
“원하는 건 없습니다. 보상을 바라고 한 행동도 아니고요.”
“정말 원하는 게 없으십니까? 금전적인 도움이라면 드릴 수 있는데…….”
“아실지 모르겠지만 S급 헌터들이 버는 수익은 웬만한 중견기업에 버금가서요.”
사실 대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이 민도준을 도와줄 만한 것은 없었다.
‘돈이라면 차고도 넘치니.’
이미 남부럽지 않은 재벌에 속하는 민도준이었기에.
“그, 그렇다면 회사 운영에는 관심 없으신가요?”
“관심 없습니다. 이미 운영 중인 길드도 있고요.”
“그럼 제 딸은요?”
“…….”
민도준이 침묵하자 정대근이 뒤늦게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앞서갔나요?”
뭐라도 주고 싶은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본심이 튀어나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딸 아이가 헌터랑 교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너무 위험한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그 대상이 민도준 헌터님이라면 허락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딸 아이한테 마음이 있으시면 사위로 받아들일 준비가…….”
“혜원 씨는 동료일 뿐입니다. 사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정대근의 얼굴을 보니 몹시 실망하는 기색이었다.
“그래도 제 체면을 생각해서 뭐라도 받으시는 게…….”
“정 그러시다면 이번 일이 언론에 새어나가지 않게 입단속에 주의해주십시오.”
“그 정도야 얼마든지…….”
“제가 원하는 건 그것뿐입니다. 그럼 바빠서 이만.”
인사를 한 뒤 길드 사무실로 들어가는 민도준을 보며 정대근이 중얼거렸다.
“헌터들은 돈 욕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나 보군.”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공짜로 준다는 걸 거절하다니.
“볼수록 괜찮은 청년이란 말이야…….”
정대근이 자신의 딸을 바라봤다.
“혜원아, 정말 민도준 헌터랑 아무런 사이도 아니냐?”
“예? 그럼요. 아버지가 헌터랑 사귀는 건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고…….”
“민도준 헌터는 예외다. 허락하마.”
“예?”
“저 청년 정말 마음에 드는데 어떻게 안 되겠니? 이참에 잘 좀 해보면…….”
“아빠!”
정혜원이 시뻘게진 얼굴로 아버지를 나무랐다.
* * *
“여기서 세워주세요.”
“오래 걸리니?”
“잠깐이면 돼요.”
“그럼 기다리고 있으마.”
아버지의 차에서 내린 정혜원이 자신이 소속된 소망 길드에 들렀다.
이틀간 무단으로 잠수를 탄 것에 대해 해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어? 정혜원 헌터님!”
그녀의 등장에 길드장이 깜짝 놀랐다.
“그동안 왜 연락이 없으셨어요? 걱정했잖아요.”
“죄송해요. 일이 있어가지고.”
긴말은 필요 없었다.
무단으로 던전 공략을 빠진 것에 대한 사유서만 작성하면 된다.
“이거 쓰면 되죠?”
“네. 그전에 혜원 씨를 기다리고 계신 분이 계세요.”
“네? 누가…….”
“접니다.”
정혜원이 뒤늦게 소파에 앉아 있는 신경민을 발견했다.
“신경민 헌터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혜원 씨한테 뭐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