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4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45화(24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45화
245. 이름이…….
물어볼 게 있다는 말에 정혜원이 자기도 모르게 긴장했다.
“묻고 싶은 게 뭔데요?”
“그전에 혜원 씨는 아무렇지도 않은가 봐요?”
“네? 뭐가요?”
“소식 못 들으셨어요?”
다소 날이 서 있는 신경민의 목소리에 정혜원이 어리둥절해 했다.
“무슨……?”
“저희 길드장님이 랭킹에서 사라졌거든요.”
신경민은 엠페러 길드.
즉, 그가 말한 길드장이 강혁수라는 건 정혜원도 모르지 않았다.
“별로 놀라지 않네요?”
“네?”
정혜원이 도둑질하다 걸린 사람처럼 화들짝 놀랐다.
신경민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랭킹에서 사라졌다는 건 사망했다는 뜻이죠. 알고 계시죠?”
“그, 그럼요.”
“알고 계시면서 왜 놀라지 않는 거죠? 생전에 길드장님이 귀찮게 굴었어도 그렇지, 사람이 죽었는데 반응이 너무 없는 거 아니에요?”
“노, 놀라지 않다뇨. 충분히 놀랐는데…….”
물론 놀라긴 했다.
신경민의 날카로운 질문 때문에.
“저는 처음에 랭킹을 보고 제 눈부터 의심했어요.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강혁수와 가장 친했던 신경민이었기에 그의 죽음을 더욱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시스템의 오류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럴 리가 없겠죠. 실제로 길드장님이랑은 연락도 되지 않으니…….”
아련한 눈빛을 하던 신경민이 다시 날카로운 시선으로 정혜원을 쳐다봤다.
“최근 이틀 동안 혜원 씨는 어디 갔다가 이제 나타나신 거죠?”
“저요? 그, 그냥 일이 좀 있었어요.”
“무슨 일이길래 던전 진입을 코앞에 두고 말도 없이 사라지신 거죠? 핸드폰까지 꺼놓고?”
“급한 일이었어요.”
“그럼 핸드폰은 왜?”
“배터리가 다 돼서 그런 거예요. 아니, 그보다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뭐죠?”
“이틀 전에 길드장님이 사라졌어요. 혜원 씨랑 같은 날에요.”
“…….”
“그런데 바로 오늘, 혜원 씨는 돌아오고 길드장님은 죽었어요. 이게 우연의 일치일까요?”
“경민 씨는 뭐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저는 둘이 같이 있었다고 봅니다.”
“제가요? 강혁수 씨랑요?”
“아닌가요?”
신경민의 추궁에도 불구하고 정혜원이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민도준과 약속했으니까.
“지난 이틀간 맹세코 강혁수 씨는 본 적이 없어요. 제가 그분이랑 같이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길드장님은 혜원 씨를 좋아하고 있었으니 만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봐요. 신경민 씨.”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는지 정혜원이 강경하게 나갔다.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사람 기분 나쁘게 취조나 하고.”
“저는 그저 길드장님이 어쩌다 죽은 건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그건 경찰이랑 협회에서 할 일 아닌가요?”
“그렇다고 제게 물어볼 권리가 없는 건 아니죠.”
“대답할 권리도 없다는 건 아시죠?”
“그냥 알고 계신 게 있으면 속 시원하게 털어놓으시죠.”
“털어놓긴 뭘 털어놔요?”
“저희 길드장님, 어떻게 죽은 겁니까?”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정혜원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무덤까지 가져가겠다는 민도준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연기였다.
“아이고, 그만들 하세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소망 길드장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싸울 거면 나가서 싸우지. 중간에 껴서 이게 뭐야?’
계속해서 수상하다는 눈빛을 보내는 신경민과 기분 나쁘다는 듯 팔짱을 낀 정혜원 사이에서 길드장이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 * *
[엠페러 길드장, 강혁수. 랭킹에서 이름이 지워져…….] [이틀 전부터 연락 두절. 랭킹에도 사라져서 사실상 사망.] [의문의 실종. CCTV에도 찍혀 있지 않아.] [엠페러 길드장, 강혁수. 그는 어떻게 죽었나?]강혁수의 죽음이 기사화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랭킹 3위인 데다 국내 최고의 길드라 평가받는 엠페러 길드의 길드장이었으니까.
그러나 정혜원에 관련된 기사는 단 한 개도 올라오지 않았다.
대기업 오너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누구도 실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틀간 연락이 끊기긴 했지만 그 정도는 던전에 들락날락하는 헌터들에겐 일상다반사인 일이었기에.
그래서인지 정혜원이 강혁수와 같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신경민 말고는.
‘혁수 형, 대체 어쩌다 죽은 거야…….’
정혜원을 의심하고 캐물었지만 결국 강혁수의 죽음에 대해 알아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예 소득이 없던 건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의심스럽단 말이지…….’
신경민이 의심하는 사람은 정혜원이었다.
처음에 강혁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려줬을 때 당황하지 않던 그녀의 반응이 떠올랐다.
‘마치 혁수 형이 죽은 걸 이미 알고 있기라도 한 반응이었어.’
이후 눈에 띄게 당황하는 그녀의 반응도 충분히 의심스러웠다.
‘분명 둘이 사라진 날 무슨 일이 있었을 거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짐작도 가지 않지만 어쨌거나 강혁수와 만났다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뭐지? 왜 혁수 형을 만난 걸 모른 척하는 거지? 설마? 혜원 씨가 혁수 형을…….’
자기가 생각해도 황당했는지 신경민이 헛웃음을 흘렸다.
‘혜원 씨가 그랬을 리가 없지.’
정혜원이 살인했다는 가설은 민도준이 죽였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한마디로 말도 되지 않았다.
‘그럼 왜 그런 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단서가 없는 그로선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 * *
[…….]신경민이 찾는 강혁수는 지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자신이 영혼이 되었다는 민도준의 설명을 들었기에.
그리고 누구에게 어떻게 죽었는지도 들었기에.
[도준 씨가 절 죽였다고요?]‘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정신 지배당해서 정혜원과 민도준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 역시 말해줬다.
그러나 강혁수는 자신이 한 짓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제가 혜원 씨와 도준 씨를 죽이려 들다니…….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그래요?’
[하지만 그전까지의 기억은 납니다. 흑마법사를 죽이고 그 동양인 남자를 공격하던 것까지는…….]‘보아하니 정신 지배된 이후로는 기억하지 못하나 보네요.’
[사람의 정신을 지배한다니……. 뭐 이런 개 사기적인 능력이…….]황당하다는 듯 말했지만 강혁수의 목소리는 의외로 침착했다.
‘화나지 않으세요?’
[네? 제가 왜 화를 내야 하죠?]‘제가 강혁수 씨를 죽였다니까요?’
[그런데요?]자신을 죽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도 강혁수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어쩔 수 없었다면서요. 제가 정신 지배당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다면서요.]‘그랬죠.’
[도준 씨 말이 사실이라면 잘하신 겁니다. 그때의 저는 제가 아니었으니까요.]‘굉장히 냉철하시네요.’
[솔직히 저는 냉철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쉽게 흥분하는 스타일이죠. 근데 이럴 수 있는 건 아마 기억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네요.]‘기억이 없어서요?’
[네. 정신 지배를 당한 이후의 기억이 없으니 저를 죽였다고 해도 그리 감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네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남의 일처럼 느껴질 뿐이에요.]‘저라면 상당히 억울할 것 같은데.’
[억울하긴 억울하죠. 자고 나니 지구가 멸망해 있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아직 혜원 씨와 손도 못 잡아봤는데…….]‘…….’
[하지만 그것뿐이에요. 억울한 감정은 있지만 분하거나 배신감이 들진 않아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잖아요?]맞는 말이었다.
정신 지배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마당에 강혁수를 살려두고 있을 순 없었다.
[아마 도준 씨가 멈춰주지 않았더라면 혜원 씨에게도 피해를 줬을지 몰라요. 어후,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네요.]오히려 자신을 죽여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는 강혁수를 보며 민도준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
‘회귀 전에도 강혁수가 이런 식으로 정신을 지배당했다면?’
쿠데타는 어쩌면 동양인 남자의 소행이 아니었을까?
강혁수는 어쩌면 피해자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신경민도?’
민도준이 한동안 상념에 빠졌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고스란히 강혁수의 귀에도 들어갔다.
[회귀……? 민도준 씨가 회귀자라고요?]‘예.’
이제 와서 영혼한테까지 숨길 필욘 없었다.
믿을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허허, 과거로 돌아오는 게 가능하다니…….]의외로 강혁수는 믿는 눈치였다.
민도준의 생각에 일말의 거짓도 없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앞으로 8년 후에 쿠데타가 일어난다고요?]‘신경민을 위시한 14명의 헌터가 저지르는 짓이죠.’
[제, 제가요? 경민이랑 같이 쿠데타에 동참한다고요?]‘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가 뭐하러 한국을 박살 내려고 하겠습니까? 제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민도준은 일부러 대답을 삼갔다.
강혁수의 진심을 알아보기 위해.
[절대 그런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이 나라를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경민이도 그렇습니다. 그 녀석이 헌터들을 취합해서 쿠데타를 선동한다고요? 말도 안 됩니다!]민도준도 강혁수의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었다.
갑자기 쿠데타를 일으키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았으니까.
‘말이 안 되긴 하죠. 지금까지 보아온 신경민 헌터의 인성을 생각하면.’
[쿠데타는 그 정신 지배하는 동양인의 짓이 분명합니다. 도준 씨도 같은 생각 아니신가요?]‘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아직 확신은 할 수 없었다.
놈의 입으로 직접 듣기 전까지는.
‘시간이 됐네요.’
[네? 무슨 시간이…….]민도준은 강혁수와의 대화를 차단했다.
‘24시간이 됐어.’
라이딩 스킬의 쿨타임이 돌아왔다.
‘놈을 찾아갈 시간이다.’
[냄새가 일치하는 대상을 찾았습니다.] [대상과의 거리 11,208.30㎞]꽤 먼 거리에 있었지만 그래 봤자 4시간 이내로 도착할 것이다.
‘가자, 아우야.’
[커엉!]유령 늑대에 올라탄 민도준이 잠시 후 쏜살같이 사라졌다.
* * *
동양인 남자는 현재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민도준이라는 장애물 때문이었다.
‘녀석이 세트장은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지?’
남자는 자신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강혁수와 정혜원을 추적할 수 없을 거라고.
‘분명 쌍둥이 부하들을 이용해 텔레포트로 감쪽같이 납치했는데…….’
그랬는데 어찌 된 일인지 민도준이 나타나 버렸다.
‘하필이면 강혁수를 정신 지배한 타이밍에 나타나다니…….’
정혜원을 죽이고 사라진다면 깔끔했을 상황이 엉망으로 변해버렸다.
‘계획대로 강혁수를 내 편으로 만들긴 했지만 그럼 뭐하나? 이미 죽어버렸는걸.’
강혁수의 죽음은 이미 한국의 기사를 봐서 알고 있다.
‘혹시나 살려둘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보기보다 냉정한 녀석이었군. 하긴 이미 살인을 저질렀던 놈이니…….’
남자의 눈엔 보였다.
민도준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를.
‘다행히 조건은 충분해.’
녀석과 눈을 맞추기만 하면 언제든지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상황.
‘문제는 가까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지.’
어느 정도 근거리까지 접근해야지만 정신을 지배할 수 있기에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젠장! 신경민도 강혁수도, 아무도 지배하지 못했어!’
한국의 헌터라곤 단 한 명도 부하로 만들지 못한 상황.
‘이러면 쿠데타를 일으킬 수 없잖아.’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방법이 없진 않았다.
‘민도준만…… 그 새끼만 정신 지배한다면…….’
그러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
800만의 전투력이라면 능히 혼자서도 한국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잡놈들을 지배해 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어. 민도준이 있는 한 쿠데타를 일으키기는 불가능할 테니.’
누구보다 민도준을 먼저 정신 지배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젠장, 얼굴만 노출되지 않았더라면 민도준에게 접근하기가 한결 수월했을 텐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민도준이 여기까지 찾아올 리는 없다는 점이었다.
‘일단 저스틴 워커를 이용해 놈을 불러들인 다음 작전을 구상해야…….’
그때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민도준이 나타난 것은.
“안녕?”
동양인 남자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어, 어떻게?’
당황하는 그를 뒤로하고 민도준이 남자의 약점 간파 정보창을 보며 말했다.
“어디 보자, 이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