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47화(247/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47화
247. 죽음의 일격
민도준이 검을 들자 아담 비숍이 당황했다.
“자, 잠깐!”
“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라도?”
“처, 처음에 분명히 그랬잖아. 죽이러 온 게 아니라 대화만 하러 온 거라고.”
“그 말을 믿었어?”
다시 검을 들자 벙쪄 있던 아담이 정신을 차리고 반격할 준비를 했다.
“싸우게?”
“…….”
아담도 알았다.
전투력이 800만인 상대 앞에서 저항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그렇기에 아담은 결정했다.
‘도망가야 해.’
뒷일은 제쳐두고 일단 도망치기로.
하지만 이 좁은 길드장실에서 그가 도망칠 공간이라곤 없었다.
“미, 민도준. 이러지 말고 말로 하자고.”
“네놈을 죽이고 평생의 숙원을 달성하겠다.”
“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래? 까놓고 말해서 너한테 피해준 것도 없잖아!”
아담이 소리치자마자 민도준은 그의 흉계를 알아차렸다.
“시끄럽게 해서 사람 불러오려는 수작이냐?”
‘귀신 같은 새끼!’
아담이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겉으로는 어색하게 웃을 따름이었다.
“그, 그러지 말고 얘기 좀 하자고. 그, 그래! 내가 한국에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아?”
“별로.”
민도준의 눈빛에 살기가 맴돌았다.
“이유야 어쨌든 쿠데타를 일으키려던 건 팩트잖아.”
“…….”
“네놈이 죽는 이유는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사, 살려줘.”
“그러기엔 이미 늦었어.”
민도준이 검을 내질렀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일격.
얼핏 보면 단순한 일격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모든 스탯이 2만에 근접한 민도준의 일격이었으니까.
‘아……!’
피할 수도 없는 속도로 검이 움직인 순간 아담은 죽음을 예감했다.
정확히 심장을 찌르는 민도준의 공격은 죽음의 일격이었다.
그래서인지.
티잉-!
그의 전설급 장비가 황금빛으로 변하더니 받은 대미지의 90%를 반사했다.
이는 아담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마, 맞아! 분명 투구에 죽음의 일격을 반사하는 옵션이 있었지!’
아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지만 그것도 잠시.
90%만 대미지를 반사했기에 나머지 10%는 고스란히 피해를 받아야 했다.
콰앙-!
“커허억!”
아담이 TV를 부수고 한쪽 벽에 처박혔다.
‘이, 이게 10%의 대미지라고?’
목숨에 지장은 없었지만 순간 숨이 안 쉬어질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단순한 찌르기였잖아? 그런데 무슨 이런 괴물 같은 대미지가…….’
전설 아이템의 방어력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죽었을지도 모른다.
‘잠깐, 10%가 이 정도인데 그럼 90%의 대미지를 받은 민도준은?’
아담이 퍼뜩 고개를 쳐들었다.
어쩌면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서.
그러나 희망은 희망일뿐.
민도준은 멀쩡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분명 90%의 대미지가 반사됐을 텐데?’
이 정도 대미지면 민도준도 적지 않은 피해를 봤을 텐데 상처 하나 없이 말끔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죽음의 일격을 3회 막아주는 후둥이의 축복 때문이었다.
민도준이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둥이의 축복이 없었으면 위험할뻔했어.’
아담에게 반사 옵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힘 조절을 했지만 그조차도 상상 이상의 대미지가 나왔다.
‘내 전투력은 800만이 끝이 아니었어.’
민도준은 자신의 전투력이 한계에 이르려면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음을 직감했다.
그때 민도준의 기척 감지 레이더망에 누군가가 걸렸다.
‘쳇, 소란을 듣고 오는 모양이군.’
민도준이 투명화를 사용했다.
그와 동시에 벌컥 하고 길드장실 문이 열렸다.
“기, 길드장님! 괜찮으십니까?”
들어온 사람은 아담의 이동수단인 제임스였다.
‘저놈부터 죽여야 해.’
두 사람이 접촉하기 전에 민도준이 나섰다.
‘죽어라.’
머리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완벽한 기습.
하지만 놈에게도 전설 아이템이 있었다.
반사 옵션이 아니라 대미지를 90% 감소시켜주는 옵션이었지만.
퍼억-!
그렇게 대부분의 대미지가 감소하였음에도 제임스가 후두부를 맞고 고꾸라졌다.
“제임스!”
아담이 황급히 쓰러지는 그의 손을 잡았다.
“빨리! 빨리 텔포 쓰세요!”
의식을 잃기 전에 명령을 들은 제임스가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슈우욱-
“젠장. 또 눈앞에서 놓쳐버렸군.”
두 사람이 사라진 자리를 민도준이 허망하게 바라봤다.
* * *
소파에 누워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던 데이빗이 깜짝 놀라 일어섰다.
별안간 자신의 형과 아담이 쓰러진 채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괜찮아, 형? 괘, 괜찮으십니까? 아담?”
“헉, 헉…… X발. 죽을뻔했네.”
아담이 중얼거리다가 존댓말로 말했다.
“힐러 불러서 빨리 제임스를 치료하세요.”
정신 지배를 당한 상대는 주인에게 무조건 존댓말을 쓴다.
그러다 보니 아담도 부하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었다.
“그, 금방 불러오겠습니다!”
데이빗이 힐러를 부르러 간 사이, 아담이 다친 제임스를 바라봤다.
얼마나 대미지를 입은 건지 몰라도 눈을 뒤집고 기절해 있었다.
‘고작 10%의 대미지만으로 빈사 상태가 돼버리다니…….’
죽지 않은 건 다행이었지만 아담은 제임스가 빨리 회복하기를 바랐다.
‘민도준이 쫓아오기 전에 빨리 도망갈 준비를 해야 해.’
민도준의 추측대로 아담은 미국 형제를 자신의 이동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한 명은 집에 있고 한 명은 자신과 함께 외출하는 식으로 서로 교대하면서 말이다.
‘이젠 여기도 안전하지 않아. 귀환 포인트를 바꿔야겠어.’
이곳은 미국에 있는 자신의 집이었다.
정체가 발각된 이상 민도준이 찾아와도 이상할 게 없었다.
‘아주 멀리, 해외로 도망쳐야 해.’
하지만 그런다고 안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는 중국의 세트장을 찾아온 것만 봐도 그랬다.
‘내 정체를 안 것도 이상해. 내 얼굴이 인터넷에 팔리진 않았을 텐데?’
얼굴만 봤을 뿐인데 자기가 오버로드 길드장인 줄은 어떻게 알고 길드까지 찾아온 걸까?
‘설마 민도준에게 사냥개보다 더한 추적 능력이 있는 건?’
어쨌거나 자신이 있는 곳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걸 보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봐야 했다.
‘이러면 어디로 가든 잡히는 건 시간문제잖아?’
민도준에게 잡힌다는 건 죽음을 의미한다.
방금도 전설 아이템이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다.
‘텔레포트 덕분에 시간은 벌었지만 그것뿐이야. 언제 또 나타날지 몰라.’
마음 같아선 정신을 지배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하다.
어째서인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미친……. 카르마가 그렇게 높은데도 정신 지배가 안 된다니.’
다시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었다.
‘어떡하지? 정신 지배가 통하지 않으면 죽이는 수밖에 없는데…….’
전투력이 800만인 괴물을 어떻게 죽인단 말인가?
‘민도준이 한국에 버티고 있는 한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없잖아.’
정신 지배할만한 헌터들도 없었지만 말이다.
‘X발, 내 계획이……. 한국을 망가뜨린다는 내 계획이 망할 위기에 놓이다니…….’
아담이 머리를 감싸며 한숨을 쉬었다.
헌터가 된 이후로 처음 느끼는 절망감이었다.
‘정신 지배를 할 수 없다면 놈을 죽여야 해. 하지만 어떻게?’
고민해봤지만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았다.
‘놈에게도 약점이 있을 거야. 분명히.’
상념에 빠져 있는 그때, 데이빗이 힐러를 데려왔다.
“여기! 우리 형을 치료해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힐러가 기절한 제임스를 치료하는 사이, 데이빗이 아담에게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저희 형이 왜 이 지경이 되었죠?”
“괴물에게 공격당했습니다.”
“괴물이요?”
“그나저나 이럴 때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합니다.”
“예? 지금요?”
“이곳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저희를 공격한 그 괴물이 언제 쫓아올지 몰라요.”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민도준이 언제 집으로 들이닥칠지 몰랐으니까.
“힐러님은 제임스를 다른 장소로 데리고 가서 치료하세요. 저희는 먼저 가볼 테니.”
“아, 알겠습니다.”
제임스조차 이 집에 놔둬선 안 된다.
쌍둥이 중 한 명이라도 죽어버리면 텔레포트를 쓸 수 없으니까.
“그리고 데이빗.”
“예.”
“앞으로 제 주변에서 1미터 이상 떨어지지 마세요. 언제든지 텔레포트를 쓸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정신을 지배당한 데이빗에게 명령을 거부할 권한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행여나 민도준이 나타났을 때를 대비해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어야 한다.
“갑시다.”
아담이 데이빗과 함께 집을 나섰다.
민도준에게 위치를 추적하는 능력이 있다면 어디로 가든 잡히겠지만 혹시 모르니 장소를 옮겨야 했다.
뚜루루루-
차에 탄 아담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아담. 지금 하던 일이 있으면 당장 중단하고 비행기부터 타셔야겠습니다.”
아담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 * *
아담을 놓친 민도준은 한국으로 귀국했다.
‘어차피 놈을 찾아도 텔레포트로 또 도망가겠지.’
이번에는 더욱 철저하게 대비해 놓았을 게 분명했다.
아마 즉시 텔레포트로 도망갈 수 있도록 쌍둥이 형제와 찰싹 붙어서 다닐 거다.
‘그렇다고 암살을 할 수도 없고.’
그놈의 전설 아이템이 90%의 대미지를 막아버리는 탓에 한 방에 죽일 수도 없었다.
‘한 방에 죽이지 못하면 또 도망가고 말겠지.’
마냥 좋다고 생각했던 전설 아이템이 적의 손에 들어가 버리니 골치가 아팠다.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아담을 죽일 방법을.
‘문제는 텔레포트야. 그것만 못 쓰게 만들면 놈을 죽이는 건 쉬워.’
텔레포트를 못 쓰게 하는 법은 쉬웠다.
쌍둥이 헌터를 죽이면 된다.
‘둘 중 한 명만 죽이면 돼.’
현재 아담에겐 쌍둥이 헌터가 두 팀이 있다.
중국팀과 미국팀.
‘각자 한 명씩 죽이면 놈은 더 이상 텔레포트로 도망가지 못해.’
중국팀의 위치는 민도준도 모르지만 미국팀 중 한 명은 알고 있다.
그때 세트장에서 봤을 때 냄새를 기억해 놨으니까.
‘놈의 이름이 제임스였지?’
그 녀석부터 찾아가 죽이면 적어도 한쪽 다리는 끊기는 셈이다.
‘일단 유령 늑대 쿨타임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자.’
지금은 추적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자신을 의식해서 그런 건지 거리가 계속해서 멀어지고 있었으니까.
‘유령 늑대를 타지 않고서는 따라잡을 수 없겠어.’
일단 쿨타임이 돌아올 때까지 한국에서 시간을 보낸 뒤 제임스라는 놈을 추적해 죽일 생각이다.
죄의식 따위는 가지지 않아도 된다.
‘아담의 정신 지배에 걸렸다는 건 적어도 한 번 이상 살인을 한 범죄자라는 뜻이니.’
그런 쓰레기들은 죽이는 것이 좋다.
행여나 후환으로 남을 수도 있으니.
‘만약 아담을 죽여도 정신 지배가 풀리지 않는다면?’
아담의 부하들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아담이 자신이 죽으면 한국을 공격하라는 식의 명령을 내렸을 수도 있으니.’
아담의 부하라면 남김없이 죽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앗, 길드장님.”
길드에 들렀더니 박동윤이 반갑게 맞이했다.
“휴가는 잘 다녀오셨어요?”
“예. 그간 별일 없으셨죠?”
“그럼요. 길드는 제가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민도준이 안심했다.
당분간 길드에 들르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그럼 계속해서 부탁합니다.”
“어? 또 어디 가세요?”
“바쁜 일이 있어서요.”
희대의 악당을 죽이고 세상을 구하러 간다고 말할 순 없었기에 대충 둘러댔다.
‘조금 있으면 쿨타임이 돌아온다.’
쿨타임이 돌아오는 즉시 제임스를 찾아가 죽일 것이다.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민도준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있는 건 국제전화라는 것뿐.
‘누구지?’
전화를 받으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민도준? 나다. 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