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49)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49화(249/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49화
249. 낙하 대미지
띡-
영상 통화를 끊은 진위정이 홍세연을 보며 인상을 썼다.
“이 빵즈년이…… 그만 울지 못해? 콱, 죽여버릴라.”
“흑, 흐윽…….”
말은 통하지 않지만 위협적인 눈초리로 윽박지르자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래. 그렇게 조용히 있으란 말이야. 어차피 살려줄 생각도 없지만.”
진위정은 강혁수를 납치했던 중국인 헌터로, 세트장에 잠깐 머무른 적이 있었다.
‘내가 가고 나서 일이 엉망이 됐단 말이지?’
누가 아담의 계획을 망쳤는지는 들어서 알고 있다.
‘민도준.’
한국의 랭킹 1위라는 그놈이 사사건건 방해한다고 들었다.
‘그 새끼 때문에 이게 뭐하는 짓이람.’
진위정은 지금 몹시 짜증 난 상태다.
제주도라는 섬에 인질을 데려와 고생고생하며 산 정상까지 올라왔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가 지금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다름 아닌 아담의 지시 때문이었다.
‘민도준이 나타나면 인질이랑 같이 절벽으로 뛰어내리라니…….’
다소 황당한 요구였지만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아담의 명령이었으니까.
문제는 그에게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거다.
‘까라면 까야지. 젠장.’
인질과 동반 자살하라는 명령이 아니었다.
진위정에겐 텔레포트가 있으니 추락하는 와중에 언제든지 도주할 수 있었다.
‘민도준을 절벽으로 끌어들여서 추락시켜 죽이겠다는 작전이지.’
작전은 이해했지만 막상 절벽을 보니 무섭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위정이 다시 한번 작전을 되짚어봤다.
‘민도준이 나타나서 아담 님에게 전화를 걸 거야. 그러다 통화를 마치면 인질과 같이 절벽으로 떨어진다.’
여기서 핵심은 민도준을 절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거리 조절을 잘해야겠어. 여자친구가 닿을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한다.
민도준이 올 때가 됐다.
“일어나!”
진위정이 홍세연을 붙잡고 벼랑 끝까지 끌고 갔다.
“사, 살려주세요! 흑흑, 제발요.”
당장 절벽으로 밀어버리는 줄 알았던 홍세연이 울며불며 사정했다.
“아, 가만히 있어! 자꾸 움직이면 확 밀어버린다?”
“흐그윽…….”
그렇게 두 사람이 절벽 앞에서 대기를 타는 와중에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났다.
민도준이었다.
‘세연 씨…….’
민도준이 벼랑 끝에 잡혀 있는 홍세연을 바라봤다.
눈물 콧물 흘리는 그녀를 보니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저 개새끼가……!’
민도준의 시선이 자연스레 홍세연을 붙잡고 있는 중국인에게로 옮겨갔다.
약점 간파로 필요한 정보가 보였다.
‘진위정. 레벨 4,280. 전투력 220만.’
나름 높은 레벨과 전투력이었지만 자신에 비하면 쓰레기였다.
‘전설 아이템을 입고 있어서 한 방에 죽이진 못하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빈사 상태로 만들 순 있다.
‘아직 죽일 때는 아니야.’
당장에 진위정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지금은 그를 살려두는 것이 더 좋다.
그래야 자신을 다른 쌍둥이 헌터가 있는 곳으로 안내할 테니까.
‘녀석은 냄새만 기억하면 돼.’
민도준은 약속대로 아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던 중 홍세연과 눈이 마주쳤다.
민도준이 등장할 줄 생각도 못 했는지 홍세연이 놀란 토끼 눈을 했다.
-그래, 도착했나?
아담의 목소리에 민도준이 분노를 삼키며 말했다.
“시키는 대로 부하 앞에 왔다. 이제 뭘 하면 되지?”
-흐흐, 그 전에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군.
“뭐냐?”
-네 목숨이 소중한가, 여자친구의 목숨이 소중한가?
“당연히 여자친구다.”
-오호, 그럼 기꺼이 여자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단 말이냐?
“구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한다.”
아담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흐흐, 아주 좋은 대답이야. 그럼 어디 한번 구해봐라.
그 말을 끝으로 통화가 끊겼다.
핸드폰을 내리자마자 민도준은 보았다.
홍세연과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진위정의 모습을.
“꺄아아악!”
슬로비디오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민도준이 발바닥에 힘을 줬다.
파앙-!
20미터는 떨어져 있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헉!”
말도 안 되는 속도에 깜짝 놀란 진위정은 예상보다 일찍 홍세연을 밀쳐야 했다.
“꺄아악!”
민도준이 진위정을 한 번 노려보고는 떨어지는 홍세연에게 몸을 날렸다.
‘됐어! 이제 둘 다 죽은 목숨이다.’
홍세연과 민도준이 추락하는 것을 확인한 진위정이 늦기 전에 텔레포트로 사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세연을 구하는 데만 신경을 쏟은 민도준이 그녀를 붙잡았다.
덥썩-
그리고 충격에 대비해 그녀를 감싸 안았다.
쿵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지면으로 처박혔다.
아니, 처박혔다기보단 착지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민도준의 품에 안겨있던 홍세연이 서서히 눈을 떴다.
“괜찮으세요?”
“아…….”
얼굴이 너무 가까웠는지 홍세연이 당황했다.
민도준의 품에서 벗어난 그녀가 홍당무가 된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다.
“여, 여긴 어디죠? 분명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절벽 아래입니다.”
설마 안전하게 착지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지 그녀가 놀랐다.
“저, 저희 그럼 산 거예요?”
“보다시피요.”
200미터의 높이에서 떨어졌지만 민도준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에겐 흑해 길드원에게서 빼앗은 고양이걸음이라는 특성이 있다.
‘낙하 시 받는 충격이 90% 감소하는 특성이지.’
민도준이 절벽 밑으로 자신 있게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죽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기에.
‘이 특성이 없었다면 위험했겠지만.’
근력과 체력이 높아서 죽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상처는 입었을 거다.
‘낙하 대미지는 전설 아이템이나 후둥이의 축복으로도 방어하지 못하니까.’
죽음의 일격을 받았을 때나 지켜주지 낙하 대미지는 일격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현재 보호막이 발동하지 않은 것이 그 증거였다.
“정말 고마워요. 도준 씨, 꼼짝없이 죽는 줄만 알았어요.”
“아닙니다. 제가 미안합니다.”
“네? 도준 씨가 왜…….”
“이런 일을 겪으신 게 다 저 때문이니까요.”
민도준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해줬다.
자신을 위협하는 집단이 여자친구라고 오인하고 납치한 거라고.
“그, 그런 집단이 있다면 협회에 신고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래 봤자 지금처럼 또 도망칠 겁니다.”
“그럼 어떻게…….”
“저한테 맡겨주시죠. 다 방법이 있으니.”
민도준이 홍세연의 손을 잡았다.
“우선 집으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가시죠.”
* * *
슈우욱-
텔레포트를 사용해 중국으로 돌아온 진위정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위정아, 괜찮냐?”
고개를 드니 쌍둥이 형인 진위백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별거 아니야. 고소공포증 때문에 그래.”
“에휴, 그러게 못 한다고 말하지 그랬어.”
“아담 님의 명령을 거스를 순 없잖아.”
마음만 먹으면 거스를 수 있다는 투로 말했지만 사실은 불가능했다.
정신 지배를 당하면 그 어떤 명령도 거부할 수 없었으니까.
그저 정신 지배를 당했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할 뿐이었다.
“아담 님은 나한테 시키지 하필이면 고소공포증 있는 애한테 시키냐…….”
진위백이 불만을 표출했지만 어디까지나 투정에 지나지 않았다.
아담의 명령을 거역하거나 배신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 아담은 부모 이상의 존재로 인식되고 있었기에.
“작전은? 성공했어?”
“어.”
“역시 내 동생이다!”
진위백이 머리를 헝클어트리자 진위정이 칠색 팔색했다.
“아, 하지 마! 내가 애도 아니고!”
“넌 인마. 형이 이렇게 귀여워해 주면 고마워해야지!”
“아, 1분 늦게 태어난 게 천추의 한이다. 정말.”
진위백은 동생의 불만에도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
그만큼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동생을 많이 아꼈다.
동생도 그걸 아는지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남아 있었다.
겉으로는 투덜댔지만 둘은 누구보다 우애 좋은 쌍둥이 형제였다.
“우리 동생님이 이참에 고소공포증을 극복하면 좋을 텐데. 어때? 낙하산 없이 스카이다이빙을 해 보는 건…….”
“조용해. 나 보고해야 하니까.”
진위정이 아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민도준이 여자친구를 구하러 뛰어들던가요?
“예. 그런데 생각보다 빨라서 놀랐습니다.”
-그래도 둘 다 절벽 아래로 떨어졌겠지요?
“네. 지시하신 대로 추락하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 텔레포트 했습니다.”
-그럼 지금쯤 땅에 처박혀서 둘 다 곤죽이 되어 있겠네요?
“그럴 겁니다. 제아무리 전설 아이템을 입고 있어도 낙하 대미지까지 흡수하진 못할 테니까요.”
-후후, 잘하셨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랭킹을 확인해봐야겠군요.
“한국에 배치해둔 부하라도 있으십니까?”
-한국 협회장이 저스틴의 손아귀에 있습니다. 그자를 통해 확인하면 됩니다.
“그렇군요.”
-확인 후에 전화할 테니 당신은 일단 대기하고 계세요.
“명에 따르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진위정은 생각했다.
‘보나 마나 죽었겠지.’
제아무리 S급이라도 그 높이에서 떨어지면 살아남지 못한다.
‘근력, 체력이 2만을 넘어가면 모를까.’
하지만 그런 비정상적인 스탯을 가진 헌터가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진위정.
“예, 아담 님.”
-분명히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고 했지요?
“그럼요.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민도준이 랭킹에 있는 거지요?
“예? 정말입니까?”
-그럼 제가 거짓말하겠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목소리를 들으니 민도준을 죽이지 못해 심기가 불편한 듯했다.
-그놈이 절벽에 매달리기라도 한 겁니까?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분명 손도 닿지 않는 거리에서 추락했는데…….”
-그런데 왜 살아있냐 이 말입니다.
“…….”
그거야 진위정도 모른다.
부랴부랴 텔레포트 하기 바빴으니.
-일단 조용한 곳에 몸을 숨기고 있으세요. 민도준의 타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텔레포트를 쓸 수 있도록 두 사람 모두 거리를 벌리는 거 잊지 마시고요.
“알겠습니다.”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진위정은 아담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타깃이 된다? 그래 봤자 놈이 내 위치는 알지 못할 텐데?’
어쨌거나 명령이었기에 한적한 곳으로 피신해 있긴 할 생각이다.
‘광둥성에 있는 비밀 아지트에 숨는다면 절대로 못 찾겠지.’
그러나 진위정은 몰랐다.
어디로 피신하든 저승사자가 냄새를 맡고 찾아오리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