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5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56화(25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56화
256. 위기의 한국
슈우욱-
제임스와 함께 텔레포트로 이동한 민도준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한국이 맞다.’
눈앞에 광화문이 보이는 걸 보니 한국이 확실했다.
아담이 말한 대로였다.
‘한국으로 이동할 수 있게 데이빗을 대기시켜 놨다더니 거짓말은 아니었군.’
눈앞에 당황하는 데이빗이 보인다.
“형? 이, 이 사람은 뭐야?”
나타난 사람이 아담이 아니라서 놀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제임스가 난데없이 사람을 데려오자 놀란 것이었다.
‘역시 날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니 정신 지배 후의 기억은 지워진 모양이군.’
민도준이 보라색 눈으로 데이빗을 쳐다봤다.
[상대방의 카르마 : 441]카르마가 높아서 쉽게 정신 지배가 가능했다.
“제임스, 데이빗.”
“예, 민도준님.”
“말씀하십시오.”
“너희는 지금 당장 도시에 흩어진 괴수들을 막는다. 시민들을 구하는 거다.”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떠나려던 쌍둥이 형제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민도준 님은 어쩌실 겁니까?”
“저희랑 같이 안 가십니까?”
꼭두각시가 질문할 줄은 몰랐기에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
“난 급히 가볼 데가 있다. 빨리 가라.”
쌍둥이 형제들을 빠르게 보냈다.
그때였다.
[‘라이딩’ 스킬의 쿨타임이 돌아왔습니다.]기다리던 메시지가 떠오르자 민도준이 미소를 지었다.
‘아우야. 가자.’
[컹!]유령 늑대에 올라탄 민도준이 빠르게 사라졌다.
* * *
갑작스레 괴수가 등장하자 한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신도림역에 투하된 온갖 종류의 괴수들이 서울 곳곳으로 흩어졌습니다! 시민들께선 안전을 위해 외출을 삼가시길…….] [서울에 투하된 괴수는 모두 A급이며 최소 100마리는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는 A급 던전 브레이크와 같은 규모로…….] [현재 괴수들을 잡기 위해 공무원 헌터 수십 명이 나섰습니다. 하지만 괴수들을 잡을 수 있는 A급의 헌터는 많지 않아 소탕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 [지금 뉴스를 시청하고 계시는 분들은 거리로 나오지 마시고 건물 안으로 대피하라는 정부의 지침이…….]강의 시간이었음에도 학생들은 저마다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교수마저 넋이 나간 얼굴로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었다.
“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다. 다들 얼른 귀가해라. 얼른.”
교수는 그 말만 남긴 채 강의실을 나갔다.
아무래도 가족의 안전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교수가 나가자 학생들도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며 일어났다.
“수업은 어쩌지?”
“지금 수업이 문제냐? 서울이 사라지게 생겼는데?”
“서울이 왜 사라져. 지금 공무원 헌터들이 막고 있다잖아.”
“맞아. 괴수 숫자도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더구만.”
“그냥 밖에 나가지 말고 여기 가만히 있으면서 상황이 끝나길 기다리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은데?”
몇몇 학생들이 정부의 지침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지만 다른 의견도 있었다.
“얘네들이 지금 속 편한 소리 하고 있네. D급 워울프 100마리가 퍼졌어도 피해 없이 막기 힘든 판국에 A급 괴수 100마리 이상이 퍼졌어. 가만히 있으면 죽는 건 시간문제라고.”
“그래도 건물에 숨어 있으면 안전하지 않을까?”
“A급 괴수는 콘크리트 벽도 뚫는다고 들었어. 건물에 숨어봤자 소용없을걸?”
“맞아. 그리고 진짜 문제는 A급 괴수가 아니야. 하늘을 날아다니는 용가리가 문제지.”
“아…….”
뒤늦게 드레이크 킹을 떠올린 학생들이 탄식을 흘렸다.
“드레이크 킹은 현존하는 S급 보스 중에서도 최고 난이도에 속하는 괴수야.”
“그런 놈이 서울 한복판에서 작정하고 난리를 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되는 건 시간문제겠네…….”
“차라리 지금 빨리 서울을 뜨는 것이 더 나을지도…….”
학생들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하지만 희망이 없진 않았다.
“그 드레이크 킹 말인데…… 혜리 오빠가 나서면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신경민 헌터?”
학생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신혜리에게 꽂혔다.
신혜리의 오빠가 신경민이라는 것은 한국대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혜리야. 네 생각은 어때?”
갑작스러운 질문에 신혜리가 당황했다.
“뭐, 뭐가?”
“네 오빠 정도면 드레이크 킹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글쎄……?”
자신의 오빠가 강한 축에 드는 건 확실하지만 S급 보스를 잡을 정도인지는 불확실하다.
게다가 그녀가 아는 가장 강한 사람은 신경민이 아니었다.
“민도준 헌터님 정도는 되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아, 민도준 헌터?”
“홍대의 영웅이라면야…….”
“쌉인정이지.”
홍대에서 터진 A급 던전 브레이크를 최소한의 피해만으로 막아낸 그가 나선다면 학생들도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괴수를 처리해주길 바라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야, 어디 가?”
“난 갈 거야.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밖에 나가면 위험하다고!”
“서울에 있는 게 더 위험해.”
“맞아. 서울만 벗어나면 적어도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움직여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한 몇몇 학생들이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신혜리와 친한 과 동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혜리야, 가자. 여기 있으면 안 돼.”
“아니야. 난 여기 있을 거야.”
“왜?”
“오빠가 꼼짝 말고 학교에 있으래.”
“신경민 헌터가?”
그 말을 들은 몇몇 학생들이 나가려던 걸음을 멈춰 세웠다.
“신경민 헌터도 건물에 있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한 건가?”
“하지만 A급 괴수가 나타나면 위험할 텐데?”
“음, 그래도 난 기다릴래.”
“나도.”
“신경민 헌터의 판단을 믿어보겠어.”
발길을 돌린 학생들이 강의실에 남아 뉴스 생중계를 보며 상황을 주시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기다리기 지겨워질 때쯤 창밖에서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비명이었다.
“뭐, 뭐야?”
“무슨 소리야?”
창문을 내다본 학생들이 하나같이 입을 벌렸다.
A급 괴수인 암석 도마뱀 한 마리가 막 지나가던 학생을 잡아먹고 있었다.
우걱우걱-
들썩이는 시체의 모습에 학생들이 비명과 함께 눈을 돌렸다.
동시에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이 씨! 내가 이래서 빨리 도망가야 한다고 했잖아!”
“아! 학교에 남는 게 아니었는데!”
자신들의 번복을 후회한 학생들이 부리나케 가방을 챙겨 들었다.
“지금이라도 도망가자.”
“그래, 차를 타면 한 마리쯤은 따돌릴 수 있을 거야.”
학생들이 강의실 밖으로 나가는 반면, 신혜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꼼짝 말라는 오빠의 당부 때문이었다.
“혜리야! 안 가? 다들 나갔어.”
“응. 난 여기 있을게.”
“여기 있다간 죽는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의 판단은 옳았다.
슈슈슉-!
푹- 푹-
“끄아악!”
“아아아악!”
도망쳤던 학생들의 비명이 복도를 울렸으니까.
“하, 한 마리가 아니었어?”
건물 내부에 몇 마리가 더 있었는지 강의실 밖으로 나간 학생들이 전부 죽음을 면치 못했다.
“수, 숨어 있어야 해.”
과 동기의 말에 끄덕인 신혜리가 그녀와 함께 강의실에 있는 캐비닛으로 몸을 숨겼다.
괴수가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가길 바라며.
잠시 후.
쾅-!
강의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괴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쉬이익- 쉬익-
혀를 날름거리며 인간의 냄새를 쫓던 암석 도마뱀이 기어코 강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 사실을 소리를 통해 눈치챈 두 여성이 손을 모으며 기도했다.
‘제발, 가라. 가라……!’
하지만 바람과 달리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급기야 코앞에 있는 듯 숨소리가 크게 들렸다.
쉬이익- 쉬이익-
‘아, 안 돼…….’
절망이 눈앞에 드리운 그때.
뿌드득-!
쿵- 와르르-!
기괴한 소리와 함께 괴수가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캐비닛이 벌컥 열렸다.
“혜리야!”
“오, 오빠…….”
암석 도마뱀을 처치한 신경민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동생을 훑었다.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응. 난 괜찮아.”
“옆에 친구도 괜찮아요?”
“네. 덕분에 살았어요.”
국내 랭킹 2위의 등장에 두 여성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안도하긴 신경민도 마찬가지였다.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오면서 죽은 학생들이 보이길래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난 오빠가 올 거라고 생각 못 했어. 괴수 잡으러 간 줄 알았어.”
“무슨 소리야. 내가 너 아니면 갈 데가 어디 있다고. 꼼짝 말고 있으라고 한 게 왜 그런 거겠어.”
동생을 지키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신경민이다.
남들을 위해 괴수를 잡으러 갈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럼 다른 괴수들은 어떡해? 드레이크 킹은?”
“그건 다른 헌터들이 잡겠지. 난 너만 지키면 돼. 다른 사람들은 내 알 바 아니야.”
“오빠가 아니면 누가 잡는다고.”
“있잖아. 한 명.”
신경민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내 위에 있는 사람.”
신경민은 말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1위인 민도준 헌터.
그만이 드레이크 킹을 잡을 수 있다고.
* * *
난데없는 괴수의 출몰에 도시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특히 가장 많은 괴수가 투하됐던 신도림역 인근의 백화점은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사, 살려줘!”
콰드득-! 콰드득-!
괭이눈 호랑이가 도망가던 백화점 직원의 머리를 씹어먹었다.
이걸로 세 명의 인간을 먹었지만 호랑이는 아직도 배가 고팠다.
크르르르릉!
먹잇감을 찾는 호랑이의 눈에 비상계단 쪽에 몰린 사람들이 보였다.
타앗-!
호랑이가 달리는 걸 본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소리쳤다.
“히익! 오, 온다!”
“X발놈들아! 얼른 들어가라고!”
비상구에 들어가지 못한 뒷사람들이 있는 힘을 다해 비집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콰드득-! 콰직!
결국엔 호랑이의 식사 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 지금이야. 빨리 도망쳐야 해.”
앞줄에 있던 차승훈이 차예린의 손을 잡고 비상계단을 내려갔다.
뒷줄에서 잡아먹힌 사람들이 안타깝긴 했지만 지금이 아니면 도망칠 시간이 없다.
타다닷-
그렇게 뒷사람이 시간을 벌어준 사이 계단을 내려가던 남매의 귀에 끔찍한 비명이 들렸다.
“꺄아아악!”
“미, 밑에도 있나 봐. 오빠.”
“젠장.”
비명이 큰걸로 보아 괴수가 비상구까지 난입한 모양이다.
더 이상 내려가는 건 위험하다.
“이쪽으로!”
차승훈이 중간층으로 빠지기 위해 비상구 문을 열었다.
그런데.
우적우적-
한참 식사 중이던 괭이눈 호랑이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아…….”
크르르르릉-
식사를 방해한 것이 불쾌하다는 듯 호랑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예린아…….”
“으, 응?”
“그동안 고마웠다.”
“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츠으으읏-
차승훈의 손에서 낡아빠진 검이 나타났다.
5레벨짜리 한손검이었다.
“내가 시간 벌 테니까 그 틈에 얼른 도망쳐.”
차승훈은 직감했다.
여기서 살아나가기는 글렀다고.
그렇기에 자신의 동생이라도 살려볼 참이다.
“도, 도망치라니……. 나 혼자 어디로 가라고!”
“어디든 좋으니까 도망치라고! 살아남으라고!”
“오빠 없이 아무 데도 안 갈 거야!”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얼른!”
차승훈이 주의를 끌기 위해 호랑이에게 접근했다.
‘동생이 도망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해.’
차승훈의 머릿속에 괭이눈 호랑이를 이길 생각 따윈 없었다.
이제 막 5레벨을 찍은 F급 헌터가 A급 괴수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래도 잘하면 시간은 벌 수 있을…….’
그렇게 생각했지만.
퍼억-!
명백한 오산이었다.
털썩-
괭이눈 호랑이의 앞발질에 대처할 새도 없이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으니까.
“오, 오빠!”
바닥에 쓰러진 차승훈은 대답이 없었다.
머리를 맞은 그는 이미 뇌진탕으로 의식을 잃었다.
아무리 헌터라 하더라도 5레벨이면 육체적으로 일반인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게 사실이었다.
크르르르릉-
괭이눈 호랑이의 시선이 벌벌 떨고 있는 차예린에게로 향했다.
“아아…….”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차예린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오빠…….”
차승훈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죽음을 직감했다.
일반인인 그녀로선 괴수에 저항할 수단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는.
그러나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지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촤아악-!
괭이눈 호랑이가 별안간 양쪽으로 갈라진 것이다.
“괜찮으세요?”
그와 동시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민도준이었다.
“다행히 늦지 않았네요.”
“아…….”
갑작스러운 민도준의 등장에 차예린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그때였다.
크허어어엉!
동족의 죽음을 목격한 또 다른 호랑이가 민도준을 향해 덮쳐온 것은.
“조, 조심하세요!”
차예린의 경고에도 민도준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저 파리를 내쫓듯 손을 한 번 휘저을 뿐이었다.
“헬파이어.”
화르르륵-!
민도준을 덮치려던 호랑이가 갑자기 생성된 불길에 휩쓸려 뼈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
차예린이 다시 한번 멍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는지 차승훈에게 달려갔다.
“오빠, 일어나 봐! 오빠!”
어깨를 흔들어봤지만 차승훈은 미동도 없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든 차예린이 오빠의 코밑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오……빠?”
차예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 오빠가 숨을 안 쉬고 있어요.”
“…….”
그녀의 말에 민도준이 차분하게 랭킹 시스템을 검색해봤다.
“……차승훈 씨 이름이 랭킹에 없네요.”
“아…….”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죽은 거다.
“오, 오빠…… 흑흑.”
“울지 마세요. 아직 울기엔 이릅니다.”
무슨 소리냐는 듯 쳐다보는 차예린을 향해 민도준이 살짝 웃어주었다.
“제가 차승훈 씨를 살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