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5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57화(257/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57화
257. 다들 물러서세요.
“저, 정말 우리 오빠를 살릴 수 있다고요?”
차승훈을 살릴 수 있다는 말에 차예린은 기뻐하기보다 의심 어린 반응을 보였다.
그도 당연한 게 죽은 자를 살리는 방법이 있다는 말은 어디에도 들어보지 못했으니까.
“저한테 아이템이 있습니다. 각성자에게만 쓸 수 있는 부활 아이템이죠.”
민도준이 인벤토리에서 생명의 비약을 꺼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의심을 지우기에 좋으리라.
‘언제 써야 할지 몰라서 갖고 있던 아이템을 이렇게 쓰게 될 줄이야.’
비약을 사용하기 전에 민도준은 차승훈의 머리를 살폈다.
괭이눈 호랑이에게 맞은 충격으로 두개골이 함몰되어 있다.
부활시키려면 온전한 시체가 필요하니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우우웅-
민도준의 손에서 새어 나온 따스한 빛이 차승훈의 머리를 원상 복구시켰다.
그 모습에 놀라는 차예린을 보며 민도준이 살짝 미소지었다.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사용.’
[사용할 대상의 입가에 가져가십시오.]비약을 차승훈의 입가에 가져가자 용액이 흘러 들어가며 사라졌다.
그 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허억!”
차승훈이 숨을 몰아쉬며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것이다.
“오, 오빠!”
기적 같은 일에 놀란 차예린이 차승훈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아? 오빠?”
“예린아…….”
“나 알아보겠어?”
“어, 어떻게 된 거야? 난 분명 괭이눈 호랑이를 상대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죽은 줄도 몰랐던 차승훈은 차예린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뭐? 내가 죽었다고?”
“그렇다니까? 오빠가 쓰러졌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흑흑…….”
“잠깐, 그럼 난 지금 어떻게 살아 있는 거야?”
“여기 민도준 헌터님이 부활 아이템으로 살려주셨어.”
“뭐?”
차승훈이 그제야 민도준을 발견했다.
“기, 길드장님이 여긴 어떻게……?”
“지나가다가 우연히 상황이 발생한 걸 보고 들어왔습니다.”
냄새로 정확히 추적해서 찾아온 거였지만 굳이 설명할 필욘 없었다.
“오빠를 살리고 날 구해준 것도 다 민도준 헌터님이셔.”
“아…….”
차승훈이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동생을 지키기 위해 나섰지만 결국 시간 벌이도 못 했다는 것을.
민도준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둘 다 죽은 목숨이었다는 것을.
“정말 감사드립니다. 길드장님.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갚으실 필요 없습니다. 대가를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니까요.”
민도준이 슬쩍 차예린을 쳐다봤다.
보상은 차예린이 살아있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방심하는 사이 민도준과 눈이 마주친 차예린은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왜 이러지……?’
심장이 콩닥콩닥 뛰며 왠지 마주 보기가 부끄러웠다.
그런 차예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도준이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일단 여기는 위험하니 두 사람 다 저희 길드로 가시죠. 다른 곳보다는 거기가 안전할 겁니다.”
“아, 그래도 될까요?”
“예. 따라오시죠.”
남매는 민도준을 따라 백화점을 나갔다.
랭킹 1위의 호위를 받는 것이 든든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자신들만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것 같아서.
그렇다고 민도준에게 다른 시민들을 구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었다.
‘감히 어떻게 그런 부탁을 해. 우리 목숨을 구해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마당에…….’
오지랖이라는 걸 알기에 두 남매는 조용히 민도준의 뒤만 따랐다.
그렇게 따라가는 도중에 괴수가 나타날까 조마조마했지만 어찌 된 게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아까 전까지만 해도 비명이 끊이지 않았는데…….”
“걱정 마세요. 근방에 있는 괴수는 전부 처리했으니까요.”
“예?”
민도준의 말에 두 사람이 놀랐다.
민도준은 그들과 같이 있었건만 언제 처리했다는 걸까?
‘설마 우리를 만나기 전에 전부 처리하고 오신 걸까?’
사전에 괴수들을 잡고 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백화점의 괴수들을 처리한 건 민도준이 아니라 그의 소환수였다.
‘수고했다, 아우야.’
[크릉!]민도준은 차예린을 구하자마자 유령 늑대에게 지시를 내렸었다.
백화점에 있는 모든 괴수를 찾아서 죽이라고.
한 명의 S급 헌터나 다름없는 유령 늑대라면 혼자서 괴수들을 잡아 죽이기에 충분했다.
‘시민들을 위해 사전에 괴수들을 처리하는 수고를 들이시다니…….’
약간의 오해 속에서 차승훈이 민도준을 존경스러운 눈길로 쳐다봤다.
차예린은 정의의 사도 같은 민도준의 모습에 살짝 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도준이 앞장서며 두 사람을 길드로 안내했다.
“가시죠.”
* * *
100마리가 넘는 A급 괴수들이 서울 곳곳으로 흩어졌다.
뭉쳤으면 오히려 덜했을 텐데 흩어진 탓에 시민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고작 한 마리도 시민들에겐 충분한 위협이었으니까.
“으아아악!”
“사, 살려줘!”
도로가 마비되자 사람들이 차를 버리고 도망쳤다.
거리에 있던 시민들은 정부의 지침대로 가까운 건물로 대피했다.
타다다다닥!
길이 15미터의 붉은 빛깔 거대 지네가 도망치는 인간들을 쫓았다.
가까스로 건물 안으로 도망쳤지만.
콰앙-!
기어코 건물을 부수고 들어가 먹잇감을 낚아챘다.
콰드득-!
산 채로 인간을 뜯어먹은 지네가 다음 먹잇감을 향해 몸을 틀었다.
저 멀리 건물 안으로 숨어들려는 인간들이 보였다.
타다다다닥!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지네의 모습에 건물에 들어가려던 시민들이 아연실색했다.
“아, 안 돼!”
지네의 독발톱이 시민의 등을 찢으려는 순간.
서걱-!
황의철이 휘두른 검이 지네의 앞발을 잘라냈다.
키이익-!
“이 더러운 벌레 새끼가 어딜!”
황의철은 2,000레벨이 넘는 A급 헌터답게 거대 지네를 혼자서 도륙 냈다.
“후우, 괜찮으십니까?”
“예, 예!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죠. 여기가 다른 건물보단 안전할 겁니다.”
황의철은 시민을 수호 길드가 있는 건물로 들여보냈다.
자신이 지키고 있는 한 건물 안으로는 벌레 한 마리도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선배님.”
그때 건물 안에서 현수아가 나왔다.
“뭐하러 나왔어? 길드 사람들이나 지키고 있지.”
“혼자서 힘드실까 봐요.”
“힘들기는. 내가 아무리 은퇴했어도 이런 조무래기쯤은 문제없다.”
“저도 도울게요.”
“아서라. B급인 너한텐 벅찬 놈들이다.”
“저도 암석 도마뱀 정도는 혼자서 잡을 수 있거든요?”
굳이 도와주겠다는 현수아를 황의철은 돌려보내지 않았다.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긴 했지만, 슬슬 힘에 부치던 참이다.
‘이 녀석 정도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이제 막 1,000레벨을 찍은 현수아였지만 실력만큼은 A급 못지않았다.
게다가 어떤 공격이든 1회 방어해 주는 생존 보호막 특성이 있음을 알기에 걱정할 건 없었다.
“다연이는?”
“안에서 사람들을 지키고 있어요.”
아직 400레벨인 자신의 딸은 A급 괴수를 상대하기엔 너무 일렀다.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사람들을 지키게 시켰다.
딸이 가진 S급 특성은 사람들을 보호하는데 탁월했으니까.
“내 옆에서 보조만 해줘. 시선은 내가 끌 테니까.”
“알겠어요.”
황의철은 현수아와 함께 길드 건물 입구를 지켰다.
저 멀리 불의 정령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젠장, 하필이면 저놈이 나타나냐?”
불의 정령은 A급 중에서도 가장 강한 괴수.
2,500레벨부터 잡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두 사람이 잡기엔 조금 벅찬 상대였다.
“어떡하죠?”
“어떡하긴 뭘 어떡해? 곧 죽어도 싸워야지.”
박동윤, 한상준, 채소현, 홍세연, 황다연 등.
등 뒤에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물러설 데라곤 없었다.
두 사람이 검을 쥐고 괴수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그때, 이변이 생겼다.
별안간 불의 정령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사라진 것이다.
“뭐야? 저놈이 왜 갑자기…….”
“선배님. 저기 보세요.”
현수아가 가리키는 곳에서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다름 아닌 민도준이었다.
“도준아!”
“선생님.”
정령을 처치하고 다가온 민도준이 반갑게 웃었다.
“다행히 길드에 계셨군요.”
“당연하지. 네가 부탁하고 갔잖냐. 여기서 백련 길드장님 좀 보호해 달라고.”
“다른 사람들은요?”
“전부 무사하니 걱정 마라.”
민도준은 안심했다.
만에 하나 황의철이 없었다면 길드 식구들이 봉변을 당할 뻔했다.
“그런데 도준아. 옆에 있는 분들은 누구냐?”
“지켜야 할 사람들이요.”
민도준이 차승훈 남매에게 말했다.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길드에 머무르세요. 여기만큼 안전한 곳은 없을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헌터님.”
그러면서 민도준이 몸을 돌리자 황의철이 불러세웠다.
“도준아! 또 어디 가려고?”
“처리해야 할 놈이 있어서요.”
민도준이 말하는 놈이 누구인지 알아차린 황의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얼른 처리하고 와라.”
“예. 얼마 안 걸릴 겁니다.”
자신 있게 말한 민도준이 이내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 * *
공주 소속 공무원 헌터인 도경원은 오랜만에 황의철을 만나러 서울에 올라왔다가 긴급 문자를 받았다.
[마포대교 인근에서 상황 발생! 근처에 있는 A급 헌터는 전부 모이시기 바랍니다!]이번에 1,500레벨로 A급이 된 그 역시 소집 대상이었다.
“마포대교면 근처잖아?”
도경원은 급히 현장으로 뛰어갔다.
도로가 마비된 상태라 차를 타고 갈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대체 이놈의 괴수들은 어디 있다가 튀어나온 거야?’
서울에 괴수가 나타났다는 건 뉴스를 통해서 알고 있다.
그렇기에 도경원은 당장 싸울 수 있도록 장비를 입은 채 달려가고 있었다.
‘저기 있다.’
마포대교에 도착하자 장비를 착용한 헌터들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공주 지부의 도경원 헌터입니다.”
인사를 하자 그중 레벨이 가장 높은 헌터가 대표로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강남 지부 차승현입니다. 실례지만 레벨이 몇입니까?”
“1,500입니다.”
“아…… 그렇군요.”
차승현의 얼굴에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동시에 절망감도 엿보였다.
“대충 다 모인 것 같은데…… 그래 봤자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것 같네요.”
“하아…….”
한숨만 내쉬는 헌터들의 모습에 도경원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상황인데 한숨만 쉬고 있습니까?”
“저기 좀 보세요.”
차승현이 턱짓으로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집채만 한 드레이크 킹이 당당히 다리 위를 점거하고 있었다.
“저놈을 처치해야 하는데 우리끼리는 무리이지 않겠습니까?”
“…….”
동의한다는 의미로 도경원이 침묵을 지켰다.
상황이 발생했다고 왔는데 드레이크 킹이라니.
“저, 저희 전력이 어떻게 되는데요?”
“제가 2,000레벨로 가장 레벨이 높고요, 대부분 1,800 이하입니다.”
차승현의 말은 암울 그 자체였다.
‘고작 2,000레벨 이하의 A급 헌터 열 명으로 S급 보스를 상대하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공무원 헌터들이 쉽사리 공격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말 그대로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아, 공무원 헌터는 안전하다고 해서 지원했더니 이렇게 죽는 건가?”
“젠장, 난 여친도 못 사귀어보고 뒈지게 생겼다고.”
공무원 헌터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불평만 해댔다.
도경원도 이 자리에 온 것을 후회했다.
‘괜히 서울에 올라왔다가 이게 뭐람…….’
누가 봐도 이길 가능성은 제로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S급 헌터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만이었다.
“저기 봐! 정혜원 헌터야!”
“랭킹 3위라는?”
“옆에 랭킹 4, 5위도 있어!”
얼굴을 알아본 공무원 헌터들이 연예인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기뻐했다.
“안녕하세요, 정혜원입니다. 공무원 헌터들이시죠?”
“맞습니다.”
“리더가 누구죠?”
“저, 접니다. 강남 지부 차승현이라고 합니다.”
차승현의 손을 맞잡은 정혜원이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드레이크 킹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공무원 헌터님들은 흩어진 괴수 소탕에 신경 써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랭킹 3위 정혜원, 4위 박광진, 5위 김기율. 그리고 민도준과 함께 칠흑의 성을 공략했던 두 명의 3,100레벨 헌터들까지.
총 다섯 명의 S급 헌터가 드레이크 킹 앞에 섰다.
“여기서 정혜원 헌터님을 만날 줄은 몰랐네요.”
“그러게요. 그때 칠흑의 성 공략 당시 사라져서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다시 모이게 될 줄이야…….”
“그러고 보니 그땐 어디 가셨던 거예요?”
3,100레벨 헌터들의 물음에 정혜원이 대충 얼버무렸다.
납치당했었다고 말할 순 없었기에.
“급한 일이 있었어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저흰 민도준 헌터님이랑 무사히 공략을 끝내서 불만은 없습니다.”
“민도준 헌터님이랑 아는 사이세요?”
그때 박광진과 김기율이 놀라서 물었다.
“그쪽도?”
“네. 저희도 민도준 헌터님이랑 고대 마법의 사원을 공략한 적이 있거든요.”
“아아, 그러셨구나.”
다들 공교롭게도 민도준과 한 번씩 파티한 적이 있었다.
“민도준 헌터님 실력 보셨어요?”
“예. 미친 듯이 강하던데요?”
“완전 다른 세계 사람 같았어요.”
“괜히 랭킹 1위가 아니더라고요.”
민도준을 칭찬하던 헌터들이 못내 아쉬운 소리를 냈다.
“지금 민도준 헌터님만 오시면 딱인데…….”
“그러게요. 칠흑의 성 멤버 다 모이는 각인데…….”
“어쩔 수 없이 저희끼리 잡아야겠죠?”
“S급 헌터 다섯 명이면 승산 있을까요?”
“글쎄요…….”
승산은 장담할 수 없었다.
현존하는 S급 보스 중에서도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드레이크 킹이었으니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놈이 방심하고 있을 때 먼저 공격하죠.”
그렇게 우연히 모인 다섯 명의 S급 헌터들이 막 드레이크 킹 공략에 나서려고 할 때.
“멈추세요.”
그가 나타났다.
국내 랭킹 1위 민도준이.
“민도준 헌터님!”
든든한 지원군의 등장에 헌터들이 반색했다.
그런데 민도준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다들 물러서세요. 저놈은 저 혼자 잡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