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6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60화(26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60화
260. 2030년
“사회에 나가면 열심히 살고 다시는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아무렴요. 걱정 마세요.”
소장의 말을 한 귀로 흘린 채 한태규가 교도소를 나왔다.
“카악~ 퉷!”
가래를 뱉은 그가 양팔을 벌리며 주변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스읍, 하아. 그래, 바로 이 맛이지. 감옥이랑은 공기 자체가 다르구만.”
답답한 감방에서만 지내기를 5년.
세상 밖으로 발을 디딘 한태규가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대소를 터뜨렸다.
“큭큭큭! 하하하하하핫!”
누구 하나 마중 나온 이가 없었지만 한태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뻤다.
“드디어…… 드디어 복수할 수 있겠구나. 큭큭큭!”
전 여자친구를 강간 후 살해.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그는 일말의 반성도 하고 있지 않았다.
오로지 복수.
지난 5년간 감방에서 생각한 건 합의해 주지 않은 유가족에 대한 복수뿐이었다.
“그때 합의해 줬으면 이렇게 5년이나 썩진 않았을 텐데 X발…….”
합의는 없다고 강경하게 나오던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X발. 한때는 미래의 장인, 장모로 생각했던 사람들인데 이렇게 뒤통수를 쳐?”
한태규는 자신이 저지른 짓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이 입은 피해만을 생각하고 억울해했다.
“합의 안 해주고 감방에 처넣을 땐 좋았지? X발 이제 누가 당할 차례인지 보자고.”
유가족이 사는 곳이라면 연애 시절 인사드리러 찾아간 적이 있기에 알고 있었다.
“이사했어도 소용없어. 내가 흥신소를 이용해서라도 찾아내서 죽여 버리고 감방에 다시 들어갈라니까.”
키득키득 웃으며 복수의 순간을 꿈꾸던 한태규가 일순 걸음을 멈췄다.
별안간 눈앞에서 스르륵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 X발 깜짝아!”
“반성의 기미가 손톱의 때만큼도 보이지 않는군.”
“너 뭐야! 누구…… 어?”
한태규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남자의 용모를 살폈다.
“넌…… 민도준 헌터?”
“감옥에 있던 개새끼도 내 이름은 아는 모양이야?”
“뭐? 개새끼?”
모욕적인 언사에 한태규가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갔다.
“이 어린 놈의 새끼가…….”
그리고 기습적으로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턱-
회심의 일격은 고작 손가락 하나에 막혀 버렸다.
“욕 한 번 먹었다고 폭행이라……. 대단한 새끼네.”
“…….”
한태규가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헌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손가락 하나에 막힐 줄은 몰랐다.
‘X발, 내가 생전에 헌터를 만나봤어야 알지. 이런 말도 안 되는 괴물들이었어?’
당황하는 그를 향해 민도준이 싸늘한 눈초리로 말했다.
“유가족들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지?”
“X발, 그게 뭐!”
“사과해라.”
민도준의 눈이 보라색으로 변했다.
“유가족들에게 가서 무릎 꿇고 눈물 흘리며 사과해라. 눈물이 안 나오면 눈을 찔러서라도 나오게 해라.”
“알겠습니다.”
“용서해 달라고 말하면서 돈 봉투도 건네라. 위로될지 모르겠지만 네가 가진 전 재산을 유가족들에게 주는 거다.”
“그러겠습니다.”
“명령을 전부 수행했으면 마지막으로 자살해라. 너 같은 쓰레기는 사회에 존재해 봤자 또 사고치고 말 테니 없는 것이 낫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돌아서는 한태규를 향해 민도준이 덧붙였다.
“아 참, 자살할 땐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조용히 하도록. 괜히 더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민폐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한태규가 아무렇지 않게 걸어갔다.
민도준이 내린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
“이걸로 쓰레기를 또 하나 치웠군.”
중얼대던 민도준이 누가 볼 새라 투명화로 몸을 숨겼다.
출소하는 범죄자들을 이런 식으로 자살시킨 게 몇 번째인지 모른다.
‘8년 전부터 취미 삼아 시작한 일이 습관이 되어버렸군.’
2022년.
쿠데타의 배후인 아담을 죽이고 평화가 찾아온 이후.
민도준은 생각했다.
새로 얻은 정신 지배 능력을 어떡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그러다 생각한 게 출소하는 범죄자들을 죽이는 일이었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들은 출소한다고 해도 높은 확률로 다시 범죄를 일으킨다.
‘그럴 바엔 죽여 버리는 게 낫지.’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는 일로 일종의 자원봉사와도 같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쓰레기들을 치워야 예린이가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으니까.’
굳이 자신의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었다. 자살하라고 명령만 내리면 그만이니까.
‘살인을 한 이상 정신 지배는 피할 수 없어.’
그건 흑해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굴려 먹던 14명의 흑해 길드원들은 이제 없다.’
모두 정신 지배를 건 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여 버렸으니까.
‘14개의 특성을 버리기엔 아까우니.’
이로써 민도준의 특성은 130개에 이르렀다.
그것이 벌써 8년 전의 일이었다.
‘8년 전부터 지금까지 특성의 수가 늘어나지 않았어.’
그 말은 8년간 단 한 명의 헌터도 죽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죽일 놈도 없지. 이젠.’
굳이 죽일 놈을 찾자면 제임스, 데이빗 형제가 있었다.
하지만 쌍둥이 형제를 죽이기엔 여러모로 아까웠다. 텔레포트를 쓸 수 있는 유일한 부하였으니까.
그렇기에 살려뒀다.
그 결과 쌍둥이 형제는 민도준의 정신 지배하에 8년간 이동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민도준 님. 일은 잘 해결하셨습니까?”
지정된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데이빗이 은신한 채로 다가왔다.
물론 전투력이 월등히 높은 민도준의 눈엔 잘만 보였다.
“그래. 내가 일 처리하는 동안 별일 없었나?”
“네. 쥐새끼 한 마리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알았다. 이제 가자.”
“예.”
주인의 어깨에 손을 올린 데이빗이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 * *
슈우욱-
눈 한번 깜박이는 찰나에 장소가 바뀌었다.
“민도준 님, 오셨습니까?”
제임스가 주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잘 지키고 있었나?”
“예.”
“수상한 사람이 기웃거리진 않았고?”
“물론입니다. 민도준 님 집 주변으로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쌍둥이 형제에게 걸어둔 패러사이트로 상황을 지켜봤으니.
“그래, 잘했다. 이제 둘 다 자리로 돌아가라.”
“예.”
집 지키는 개를 대하듯 무심하게 말한 민도준이 전원주택의 문을 열었다.
그 사이 쌍둥이 형제는 누가 볼 새라 은신을 쓰고 사라졌다.
언제나 그렇듯 주변에 숨어서 수상한 자가 접근하진 않는지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철컥-
마당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다.
통통통통통-
도마를 두들기는 소리에 안도감을 느끼며 민도준이 부엌으로 향하자.
“오빠 왔어?”
앞치마를 두른 차예린이 밝은 미소로 민도준을 반겼다.
“저녁 준비하는 거야?”
“응.”
“오늘은 무슨 메뉴야?”
“오빠가 좋아하는 된장찌개.”
민도준이 미소와 함께 엄지를 들었다.
“우리 예린이 최고.”
“히힛, 나 저녁 준비하는 동안 얼른 씻고 쉬어.”
고개를 돌리고 다시 도마를 두들기는 차예린의 모습에 민도준은 참을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꼬옥-
“앗, 뭐야?”
“잠깐만…… 잠깐만 이대로 있자.”
갑작스러운 백 허그에 차예린이 당황하다가 피식 웃었다.
“오빠도 참…….”
차예린은 한동안 민도준의 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오빠의 사랑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어서였다.
민도준의 얼굴에도 미소가 만연해 있었다.
‘이런 게 행복이지.’
8년 전.
아담이 죽은 이후로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 번쯤은 일어날 법한 던전 브레이크도 깜깜무소식이었다.
‘혹시나 역사가 틀어져서 던전 브레이크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기우였어.’
신경민이 발견한 개인 던전은 같이 상의한 끝에 정부에 신고했다.
흑해 길드가 갖고 있던 개인 던전도 마찬가지였다.
‘괜히 갖고 있다가 던전 브레이크가 터질 바에는 공식 던전으로 등록되는 게 낫지.’
시민의 안전 때문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차예린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이제 더 이상 예린이를 위협할 만한 요소는 없어.’
민도준이 차예린의 얼굴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회귀 전 모습 그대로다.’
매니저와 길드장 관계이던 두 사람은 어쩌다 보니 사귀게 됐다.
마치 운명처럼 서로에게 이끌려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미 나한테 호감이 있었다고 했었지.’
아마 목숨을 구해주고 차승훈을 살려줬을 때 점수를 땄으리라.
“오빠, 뭘 그렇게 봐? 부끄럽게…….”
“그냥 좋아서.”
“나 이제 저녁 준비해야 해.”
“알았어. 방해 안 할게.”
“나중에…… 나중에 시간 날 때 다시 안아줘.”
수줍어하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민도준이 씨익 미소 지었다.
“그래.”
벌써 6년이나 사귀었음에도 연애 초반 같은 설렘이 느껴졌다.
‘이게 예린이의 매력이지. 질리지 않는다는 거.’
회귀 전에 연애했던 기간까지 합치면 질릴 만한데도 민도준의 눈엔 차예린밖에 안 보였다.
다른 여자는 눈에 차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결혼을 전제로 동거까지 하는 거지.’
조만간 프러포즈해야겠다고 생각하며 2층으로 씻으러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회귀한 지 딱 10년째 되는 날이네.’
전생에 이맘때쯤 두 사람의 행복은 쿠데타에 의해 산산이 무너졌었다.
‘하지만 이번 생은 아니다.’
아담이 죽고 8년이 지난 여태 쿠데타에 대한 그 어떤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의 흑막은 없다.’
오늘이 지나 봐야 알겠지만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쿠데타를 완벽하게 막아냈다는 것을.
이제는 전생에서 하지 못했던 차예린과의 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탈탈탈-
머리를 말리고 침대에 누워 휴식하기를 3시간.
“오빠, 저녁 먹어!”
차예린의 부름에 부엌으로 내려가니 맛있는 냄새가 났다.
상에는 민도준이 좋아하는 된장찌개는 물론 갈비에 잡채, 계란말이까지 12첩 반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무슨 음식을 이렇게 많이 했어? 내 생일도 아닌데.”
“오빠 오늘 길드원들이랑 던전 들어가기로 한 날이잖아. 먹고 힘내라구.”
민도준은 요즘 들어 던전 공략에 소홀해지고 있었다.
이미 세계 랭킹 1위를 찍은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시하기 때문이었다.
‘내 수준에 맞는 던전이 있어야 사냥할 맛이 나던가 하지.’
이미 질릴 대로 괴수들을 잡은 탓에 던전도 일주일에 한 번 들어가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도 길드원들과는 1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파티를 맺고 있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고마워. 먹고 힘낼게.”
“응, 히힛.”
차예린과 함께 맛있게 식사를 끝낸 민도준은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외출 준비에 나섰다.
새벽에 잡혀 있는 길드원 정모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갔다 올게.”
차예린이 민도준을 뒤에서 꼭 안았다.
“조심히 다녀와야 해.”
“걱정 마. 나한텐 동네 마실가는 것만큼 쉬운 던전이니까.”
차예린의 온기를 느끼며 민도준이 집을 나섰다.
“데이빗, 제임스.”
“예, 민도준 님.”
“부르셨습니까?”
“집 잘 지키고 있어라.”
“염려 마십시오.”
“차예린 님에게는 누구도 얼씬 못 하게 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민도준이 쌍둥이 형제를 남겨두고 집결지로 향했다.
‘내가 던전에 있는 동안 잘 지키고 있겠지.’
만에 하나 정신 지배가 풀린다면 역으로 차예린이 위험할 수도 있지만 지난 8년간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행여나 그런 일이 생기면 패러사이트로 고통을 주면 그만이야. 걱정할 건 없어.’
걱정을 지운 민도준이 유령 늑대를 타고 밤하늘을 날았다.
* * *
대한민국에는 S급 던전이 4개가 있다.
첫 번째 던전은 신경민이 최초로 S급을 찍으며 생긴 던전으로 난이도가 낮았다.
두 번째로 생성된 던전 역시 사막의 그림자라는 비교적 약한 던전.
하지만 세 번째부턴 달랐다.
세 번째는 적정 레벨이 4,000인 칠흑의 성.
마지막으로 네 번째 던전은 5,000레벨은 넘어야 공략할 수 있다고 알려진 [드래곤의 둥지]였다.
S급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기로 소문난 던전!
하지만 지금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모인 네 명의 헌터들 중의 한 명을 빼고는 전부 5,000레벨 미만이었다.
“제, 제가 파티에 끼어도 괜찮을까요?”
3,560으로 파티원 중에서 가장 레벨이 낮은 황다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무리 길드원 정모라고 해도 제 수준에 같이 들어가는 건 민폐 같은데…….”
“야, 그렇게 말하면 나는 뭐가 돼.”
“수아 넌 나보다 레벨 높잖아.”
“그래 봤자 너랑 300레벨밖에 차이 안 나잖아.”
“그래도 4,000레벨에 근접한 거잖아. 3,500대인 나랑은 느낌이 완전 다르지.”
“넌 파티원에 도움 되는 특성이라도 있잖아. 난 아니라구.”
“왜? 보호막으로 파티원 위험할 때 몸빵해 줄 수 있잖아.”
“장난하니? 그래 봤자 1회인데 어떻게 몸빵하라구.”
“그만, 그만.”
티격태격하는 것에 보다 못한 정혜원이 한마디 했다.
“4,900레벨인 나도 가만히 있는데 뭣들 하는 거야?”
“언니는 5,000레벨에 근접했잖아요.”
“그래 봤자 5,000레벨 미만이라서 들어갈 자격이 없는 건 너희랑 똑같아. 그러니까 다들 얌전히 신경민 씨 버스나 타자고.”
“제 버스라뇨? 이거 길드장님이 모는 버스 아니었어요?”
“길드장님은 구경만 하신대요.”
“아…….”
신경민이 몰랐다는 듯 목덜미를 잡았다.
“왜요? 자신 없으세요? 저희보다 레벨도 높으시면서.”
정혜원의 말에 신경민이 정색했다.
“제가요? 6,200레벨이 높은 겁니까?”
“세계 랭킹 2위면 높은 거지 그게 낮은가요?”
“그 말 길드장님 앞에선 꺼내지도 마세요.”
그때였다.
민도준이 등장한 것은.
“무슨 말이요?”
“아…… 길드장님.”
신경민이 반색하다가 이내 힘없이 늘어졌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괜찮아요. 무슨 말 했는데 그래요? 욕 빼고 다 참아줄게요.”
“별건 아니고 정혜원 헌터가 놀리지 뭡니까. 제 레벨이 높다고.”
“신경민 씨 정도면 충분히 높지요.”
“그래 봤자 길드장님 앞에선 명함도 못 내밀 수준입니다.”
아부로 한 말이 아니었다.
민도준의 레벨은 다름 아니라 9,998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