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6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65화(26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65화
265. 봉인된 회귀자의 기억(1)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 버려.”
팔이 뜯겼다.
다리가 찢어지고 몸이 불에 활활 타올랐다.
죽기 직전 민도준은 신경민을 비롯한 14명의 헌터들을 눈에 담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네놈을 죽여 버리겠다. 너와 주위의 개새끼들 모두 고통스럽게 죽여 버릴 테다.’
이 순간을 잊지 않으며 놈들의 얼굴을 기억했다.
귀신이 되어서라도 복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지만 귀신은 귀신일 뿐.
산 사람을 건드릴 수는 없다.
‘개 같은 놈들, 다 죽여…….’
고통이 사라지고 눈이 떠졌다.
민도준은 어느새 다른 장소에 있었다.
‘여긴 어디지?’
잿빛 안개로 가득한 곳인데 마치 구름 안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난…… 죽었나?’
민도준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손발을 움직여봤지만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상태창.’
습관적으로 상태창을 불러봤지만 역시 떠오르지 않는다.
‘옷은 그대로인데…….’
자신이 죽은 건지 아니면 다른 특이한 상태에 빠진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상황만 놓고 보면 죽은 것 같긴 한데…….’
확신이 들지 않았다.
누가 와서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
그런 민도준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여기 계셨군요? 민도준 씨.]때마침 사람이 나타났다.
검은 양복을 입은 금발 머리의 서양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명계의 안내자, 에이라라고 합니다.]“명계의 안내자? 그 말은…….”
[네. 이곳은 죽은 자들이 모이는 명계. 당신은 죽었습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죽음을 통보받자 허탈한 감정이 들었다.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드리죠. 이승의 삶을 추억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테니.]머릿속을 울리는 안내자의 목소리에 민도준이 고개를 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조금 있으면 지워질 기억이니 마음껏 만끽하라는 얘기입니다.]“기억이…… 지워진다고요?”
[정확히는 영혼의 소멸이지만요.]“자세히 좀 알려주시죠.”
피식 웃던 에이라가 선심 쓴다는 듯 설명했다.
[모든 인간은 죽으면 명계로 모입니다. 그리고 망각의 샘에 들어가 기억이 지워지고 소멸하죠. 저는 그런 영혼들을 망각의 샘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기억이 지워지고 소멸한다니.
그 말은 죽는다는 소리와 진배없지 않은가?
“그게 끝입니까? 그냥 기억이 지워지고 소멸한다고요?”
[그렇습니다.]“천국이나 지옥 같은 건 없습니까?”
[천국? 지옥? 그거야 사람들이 만들어낸 판타지지요. 영혼은 모두 평등합니다. 그저 지워지고 소멸할 뿐. 물론 저 같은 예외도 있습니다만…….]“예외라니. 그럼 안내자님도 원래는 인간이셨습니까?”
[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렇다고 합니다. 특별히 신님의 눈에 띄어 안내자로 발탁되긴 했습니다만…… 저 같은 경우는 운이 아주 좋은 케이스니 기대는 품지 마시길. 어차피 남은 자리도 없고요.]“…….”
민도준은 다급했다.
이대로 덧없이 소멸한단 말인가?
복수의 꿈도 꾸지 못한 채?
“소멸하지 않는 방법은 없습니까?”
[저 같은 예외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규정상 대부분의 영혼은 소멸을 피할 수 없습니다. 영혼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쓰레기나 다름없으니까요.]“…….”
[또 궁금한 건?]“하나만 더 물어보겠습니다. 혹시 제 앞에 차예린이라는 영혼이 오진 않았습니까?”
[차예린이라……. 어디 한 번 보죠.]에이라가 상태창을 조작하는 것처럼 허공을 터치하더니 말했다.
[당신보다 2분 16초 먼저 죽은 사람을 말하는 거죠? 한국 국적이자 당신의 반려자였던.]“맞습니다. 혹시 살아 있습니까?”
[그게 무슨 뜻이죠?]“영혼이 살아있냐 이 말입니다.”
[영혼이라면 아직 소멸하지 않고 있습니다.]소멸하지 않았다니 다행이었다.
[그래 봤자 소멸을 피할 순 없겠지만요.]‘아니, 아직 기회는 있어.’
민도준이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신이 있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신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후후후…….]의미 모를 웃음을 짓는 에이라의 모습에 의아할 때쯤.
그가 말했다.
[보통의 인간은 신과 대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군요.]“예?”
[안 그래도 신께서 당신을 만나고자 하십니다.]‘신이 나를……?’
민도준이 의아한 낯으로 물었다.
“무슨 일로 절 부르는 거죠?”
[그거야 저도 모르죠. 제가 받은 지시는 당신을 데려오라는 것뿐이니. 어쩌면 저처럼 기억이 지워지고 자리 하나쯤 받을지도…….]신이 찾는 이유는 모르지만 마침 잘 됐다.
‘나도 신을 만나고 싶었으니까.’
가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가실까요?]* * *
민도준의 손을 잡은 에이라가 빠른 속도로 달렸다.
휙휙-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배경이 휙휙 지나갔다.
‘붙잡힌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죽은 게 확실하군.’
육체가 없다 보니 시각을 제외한 어떠한 감각도 느낄 수가 없었다.
‘후각, 미각, 촉각은 물론 소리도 들리지 않아.’
에이라의 목소리도 귀로 들린 게 아니라 머릿속으로 전달받은 느낌이었다.
‘이승에서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명계라는 이 조용한 세계에선 아무것도 통하지 않아. 평등하게 무력하지.’
지금도 안내자에게 붙잡혀 바람 앞에 펄럭이는 깃발처럼 끌려다니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영혼인 자신을 붙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다 왔습니다.]버스를 탄 승객처럼 지나가는 배경을 구경하던 민도준이 이윽고 도착했다는 말에 고개를 들었다.
[데려왔느냐?]눈앞에 빛이 있었다.
눈부셔서 제대로 보기도 힘들었지만 확실한 건 에이라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굉장히 진중한 남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네가 민도준이냐?]“그렇습니다.”
[단둘이 할 얘기가 있으니 에이라는 그만 나가서 일 보거라.] [알겠습니다. 신님.]옆에 있던 에이라가 나타났을 때처럼 불식 간에 사라졌다.
[난 데르키우스. 세계의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다.]신을 만나면 감히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의 경외감이 밀려들 줄 알았는데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저 빛과 대화하는 기분이다.
“신께서 저에겐 무슨 일로…….”
[너에게 제안을 하나 하고자 한다.]“제안이요?”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다. 날 만나자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에이라와의 대화를 전부 지켜보고 있던 모양이다.
“신께 감히 부탁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차예린이라는 영혼을 소멸시키지 말아 달라는 부탁입니다.”
[호오.]신이 감격했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죽은 후에도 배필을 위하는 마음이 기특하구나.]“저와 차예린의 관계를 알고 계셨습니까?”
[알다마다.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야 전부 알고 있지. 이 자리에 앉아서 할 짓이라곤 지켜보는 일밖에 없어서 말이야.]신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니.
‘말하는 걸 보니 지켜만 볼 수만 있고 직접적인 개입은 못 하나 보군.’
물론 추측일 뿐이었다.
[억울한 죽임을 당했지?]“…….”
[지금도 어렴풋이 분노가 느껴지는군. 그래서 하는 제안이다.]신이 본론을 말했다.
[10년 전으로 돌아갈 기회를 줄 테니 복수를 하겠는가?]‘뭐?’
생각지도 못한 말에 민도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니까…… 10년 전으로 회귀할 기회를 주신다고요?”
[그렇다. 네가 그토록 원하는 복수를 하는 거다.]10년 회귀라니.
고민할 필요도 없는 최고의 기회였다.
하지만 민도준은 미끼를 덥석 물지 않았다.
불현듯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저에게 이런 특혜를?”
[대답하기 전에 이걸 먼저 보는 게 좋겠군.]말이 끝나자마자 신과 민도준 사이에 별안간 TV가 나타났다.
TV에선 민도준이 처참하게 죽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다.
[당시 내 시선으로 보던 걸 기록으로 남겨둔 녹화 영상이다.]영상은 민도준이 죽고 난 이후의 일들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었다.
-꺄아악!
-사, 사람 살려!
신경민을 위시한 헌터들이 청와대를 습격했다.
대통령은 물론 고위 인사들 역시 모조리 목이 잘렸다.
시민들은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괴수들의 습격에 한낱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이, 이런 미친…….”
지옥이 따로 없는 참혹한 광경에 민도준이 말을 잇지 못했다.
[민도준이여. 네가 죽고 나서 한국은 괴멸했다. 보다시피 신경민을 비롯한 헌터들과 괴수 500마리의 짓이지.]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직접 보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저 괴수들은 대체 뭡니까? 어째서 신경민 패거리를 공격하지 않는 거죠?”
영상 속의 괴수들은 시민은 건드려도 신경민 패거리는 건들지 않았다.
마치 서로가 한패라도 되는 것처럼.
[한패니까.]“……!”
단정 짓는 신의 말에 민도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
“괴수와 인간이 편을 먹다니…….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정신 지배라는 EX급 특성 때문이지.]‘EX급 특성?’
S급이 최고인 줄 아는 민도준에게 신이 정신 지배 특성에 관해 설명했다.
“그런 개 사기적인 특성이 있다니…….”
[네가 보기엔 신경민이 쿠데타를 주도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배후에 아담이라는 놈이 있다. 오버로드 길드의 마스터지.]“오버로드 길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길드였기에 들어는 봤지만, 마스터의 이름까지는 몰랐다.
[아담은 보다시피 부하들을 이용해 한국을 멸망시켰다. 헌터든 시민이든 닥치고 전부 죽였지. 그도 모자라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등. 모든 나라를 순회공연하듯 돌아다니며 살육을 일삼았다.]“…….”
[처음엔 한국만 무너뜨릴 작정이었지만 살육에 미친 사이코가 되어 전 인류를 죽여버리기로 한 거야.]“완전히 미친 새끼네요.”
[카르마를 보고 정신 지배를 할 수 없는 놈은 모조리 죽였지. 민도준, 네가 죽은 이유도 정신 지배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카르마가 낮았으니까.]민도준은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이 진정으로 복수해야 할 대상은 신경민 패거리가 아니라 아담이라는 것을.
[따지고 보면 다 내 잘못이지. 내가 생각 없이 정신 지배 특성을 만든 바람에 이런 사달이 난 게야.]“역시 각성 시스템은 신께서 만드신 거였습니까?”
[그래. 내가 설계하고 지구에 접목했지.]“그럼 괴수가 나타나고 던전이 나타난 것도 전부…….”
[다 내가 한 일이지.]평화롭던 지구에 괴수와 던전을 뿌려놓다니…….
“인간을 위하시는 분이 어째서?”
[누가 그랬나? 내가 인간을 위한다고.]“…….”
[난 괴수든 인간이든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아. 둘 다 내가 탄생시킨 종족으로 따지고 보면 내 자식들이나 다름없거든.]신은 괴수와 인간을 평등하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런 분이 어째서 던전이라는 통로를 열어서 서로를 싸움 붙이신 거죠?”
[나라고 그러고 싶었던 건 아니야. 어쩔 수가 없었어. 가만히 놔두면 둘 다 멸망할 위기에 있었으니까.]신이 말했다.
지구는 죽어가고 있다고.
[가만히 놔두면 에너지 고갈로 인간은 멸망했을 거다. 괴수가 있던 차원도 마찬가지지.]괴수가 있는 행성은 식량이 바닥난 상태라 한다.
꼼짝없이 굶어 죽을 처지.
[그렇다고 내가 에너지를 주거나 식량을 줄 수는 없다. 두 행성은 내가 개입할 수 없는 유리관 속에 있는 거나 다름없었으니까.]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직접적인 개입은 할 수 없지만, 간접적으로는 도움을 줄 수 있었지. 예를 들면 서로의 행성을 연결하거나 각성자 시스템을 접목하는 일 말이지.]신은 지구에 던전이라는 통로를 만듦으로써 두 종족이 만날 수 있도록 연결했다.
[괴수는 인간을 잡아먹어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고, 인간은 괴수의 에너지가 실체화된 마정석을 가공함으로써 부족한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게 됐지.]비록 서로를 죽고 죽여야 했지만, 신으로선 그것이 최선책이었다.
싸우는 동안 적어도 둘 중 하나가 멸망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문제는 인간이 괴수에 비해 너무 약했지. 일방적인 학살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야. 그래서 각성자 시스템을 도입한 거고.]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만든 각성자 시스템은 인간을 강하게 만들었다.
[인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게임 시스템을 적용했지.]하지만 문제는 정신 지배라는 밸런스를 파괴하는 특성을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당시엔 그 특성이 이런 문제를 일으킬 줄은 생각도 못 했지.]“그러니까 저한테 기회를 주시는 이유가 바로…….”
[회귀해서 아담을 죽여다오. 그것만이 지구의 멸망을 막을 방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