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6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68화(26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68화
268. 결혼식
[세계 랭킹 1위, 민도준. EX급 던전 공략 성공!] [민도준, EX급 던전을 끝으로 은퇴하겠다, 발언!] [더 이상의 던전 공략은 없다! 일반인처럼 살아가기로 한 민도준.]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에 헌터 업계 들썩. 하지만 대부분 존중하는 분위기.]└민도준 은퇴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세계관 최강자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니…….
└10년 동안 사냥하기도 했고 이제 적수가 없으니까 지겨울 만하지.
└내 생각엔 만렙 찍어서 그런 거 같은데? 이제 경험치도 안 오르니까.
└하긴 돈이라면 썩어날 대로 모았을 테니.
└사회에 이 정도 공헌했으면 손뼉 치면서 보내줘야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민도준이라면 은퇴해도 됨. 내가 허락함.
└네가 뭔데 허락하네 마네 거리냐? 방구석 찐따 주제에.
└내가 볼 땐 위에 놈이 더 찐따임.
인터넷 기사란이 민도준의 은퇴 소식으로 도배됐다.
놀랄만한 소식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속보! 세계 랭킹 1위 민도준, 올해 5월 결혼!] [결혼 상대는 4살 연하의 일반인으로 같은 길드의 매니저!] [8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민도준. 비공개 결혼식으로 지인들만 부르기로…….]└아아, 결혼하려고 은퇴한다는 거였네.
└하긴 결혼했는데 헌터처럼 위험한 일을 계속하긴 그렇지.
└ㄴㄴ 그냥 만렙 찍어서 은퇴하는 거라니까. 세계 랭킹 1위인데 위험할 게 뭐 있음?
└이거 마따. 보스도 혼자 잡는 판국에.
└5월이면 몇 달 안 남았네.
└보러 가고 싶은데 비공개라니 ㅠㅠ
└결혼 축하합니다! 민도준 헌터님! 앞으로 승승장구하시길 바랄게요!
└축하합니다~
└결혼식엔 못 가니 이렇게 댓글로나마 인사 남길게요~ 축하드려요!
└나라를 구하느라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아기도 가지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결혼 생활 행복하게 잘하세요~
기사란의 댓글을 보던 민도준이 흐뭇하게 웃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결혼을 축하해주다니…….’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댓글 하나하나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감사합니다, 다들.’
결혼식 때 받아야 할 축하를 미리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오빠, 준비 다 했어?”
“응.”
멋들어진 정장을 빼입은 민도준이 차예린과 함께 외출에 나섰다.
오늘은 상견례가 있는 중요한 날이다.
“장인 장모님은? 출발하셨대?”
“아직 준비하고 계시데.”
“그래?”
“선생님은? 오시는 거 맞지?”
“응. 좀 전에 출발하셨다고 문자 왔어.”
민도준은 황의철에게 부탁했다.
부모를 대신하여 상견례 자리에 나와주실 수 있냐고.
목숨을 구해준 그는 부모나 다름없었으니까.
물론 황의철도 민도준을 아들처럼 생각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늦기 전에 얼른 가자.”
두 사람이 행복한 얼굴로 식당으로 향했다.
* * *
갑작스러운 임신 때문에 민도준 커플은 결혼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상견례 후에 식장을 예약하고 드레스를 고르고 웨딩 화보를 찍고 청첩장을 만드는 등.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결혼식에 이토록 많은 준비가 필요한 줄은 처음 알았다.
물론 차예린이 그렇다는 거지 민도준은 이미 겪어봐서 알고 있었다.
‘같은 여자랑 두 번째로 결혼하는 거니.’
회귀 전에 이미 결혼을 해봤기에 민도준은 진행 과정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턱시도를 입은 채로 하객들을 맞이하는 그의 표정에서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빙긋 웃으며 하객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아닙니다, 길드장님.”
“길드장님 결혼한다는데 당연히 와야죠.”
“오우, 근데 오늘 좀 멋있습니다? 원래도 멋있으셨지만.”
“결혼 축하드립니다. 길드장님.”
박동윤, 한상준, 채소현 등.
초창기에 함께 했던 수호 길드 임직원들과 반갑게 대화를 나눈 뒤 다음 하객을 맞이했다.
“백련 길드장님 오셨습니까?”
“민도준 헌터님, 결혼 축하드려요. 아니, 이젠 헌터님이라기 보다 길드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편하신 대로 부르면 됩니다. 은퇴했다곤 하지만 헌터인 건 변함없으니까요.”
민도준에게 마음이 있었던 홍세연도 찾아와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어? 저기 계시네.”
“민도준 헌터님!”
수호 길드의 핵심 멤버인 신경민, 정혜원, 현수아, 황다연도 저마다 찾아와 축하하기를 잊지 않았다.
“다연아. 선생님은?”
“미용실에 계시는 데 곧 있으면 올 거야.”
황의철은 상견례 때와 마찬가지로 부모님을 대신해 자리를 채워주기로 했다.
“다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민도준은 식장 입구에 서서 하객들과 빠짐없이 인사를 나눴다.
비밀리에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했는데도 식장에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오, 자네가 민도준인가?”
누군가 봤더니 차예린의 일가친척들이었다.
“반가워. 나 예린이 삼촌 되는 사람이야.”
“난 둘째 삼촌. 우리 처음 보는 거지?”
전생에서 한 번 본 얼굴이지만 현생에서는 첫 만남이었기에 민도준이 고개를 숙였다.
“예. 처음 뵙겠습니다. 민도준이라고 합니다.”
“허허, 소개는 됐어. 대한민국 국민 중에 민도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듣던 대로 잘 생겼구만. 예린이가 아주 복이 많아. 하하핫!”
이후 예린이의 이모, 고모, 큰아버지 등등.
여러 사람이 찾아와 민도준과 짧게 대화를 나눴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끊임없이 찾아오는 하객들을 맞이하려니 정신적으로 지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던 그때, 젊은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차승훈이었다.
“매부. 오늘 멋있게 입으셨네요?”
“처남 왔어?”
차승훈은 민도준보다 1살 아래였기에 편하게 말하기로 했다.
“엊그제 랭킹 봤더니 3,500레벨 찍었더라?”
“어? 보셨어요? 흐흐.”
“8년 만에 3,500레벨이라니. 굉장히 빠른데?”
“그래 봤자 매부만큼 빠를까요.”
“단언하건대 마검사 중에서는 처남이 제일 레벨 높을 거야.”
“감사합니다. 이게 다 매부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겸손이 아니었다.
민도준이 차승훈에게 한 거라곤 좀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준 것뿐이었으니까.
“그게 어디예요. 저는 제 특성을 어떻게 써야 효율이 높은지도 몰랐는걸요.”
차승훈의 특성은 마력의 2배만큼 무기 공격력이 증가하는 특성으로, 마검사로 키우기에 제격이었다.
다만 공격력만 증가할 뿐 민도준처럼 다른 스탯까지 오르는 건 아니었기에 엄청 좋다고 볼 순 없었지만.
“매부가 스탯이나 사냥법 등, 여러 가지로 짚어주지 않았으면 S급은 찍어보지도 못했을걸요?”
“에이, 아니야.”
“그러고 보니 저는 매부한테 여러모로 도움받기만 하네요. 목숨도 살려주셨지, 마검사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셨지, 게다가 유령 늑대까지…….”
인벤토리에 남아 있던 유령 늑대 스킬북은 차승훈에게 건네줬다.
마검사와 궁합이 좋은 소환수였으니까.
“이제 내 뒤를 이어서 마검사로 승승장구하길 바랄게.”
“아이고, 별말씀을. 그런데 매부.”
“응?”
두리번거리던 차승훈이 목소리를 낮췄다.
“임신한 지 12주 됐다면서요?”
민도준이 눈을 크게 뜨자 차승훈이 킥킥 웃었다.
“동생한테 들었어요.”
“아…… 결혼식 끝나고 알릴 거라더니. 벌써 말했나 보네?”
“뭔가 쫓기듯이 결혼 준비하는 게 수상해서 캐물었죠.”
“아이고, 예린아…….”
배부른 모습으로 식을 올리면 혼전임신이 들킨다는 이유로 결혼을 서둘렀던 건데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
“걱정 말아요. 저만 알고 부모님은 아직 몰라요. 나중에 신혼여행 갔다 와서 들으면 깜짝 놀라시겠죠. 흐흐.”
민도준도 깜짝 소식에 기뻐할 장인 장모의 반응이 기대됐다.
“말 나온 김에 그러는데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세요?”
“피지로 가기로 했어. 오스트레일리아 옆에 있는 섬이야.”
“오오, 섬 좋죠. 그나저나 예린이한테는 가보셨어요?”
“아니. 지금 여기서 하객 맞이하기도 바쁘다.”
“그럼 식장에 와서 한 번도 못 본 거예요?”
“응.”
“와…… 그럼 예린이가 얼마나 예뻐졌는지 모르시겠네요?”
“아무래도 그렇지.”
민도준이 슬쩍 벽시계를 봤다.
슬슬 예식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매부. 아기 이름은 정하셨어요?”
“이름?”
“네. 예린이랑 아직 상의 안 해봤어요?”
“상의는 안 했지만 생각해둔 이름은 있어.”
“아, 진짜요? 뭔데요?”
“딸이면 모르겠지만 아들이면 붙여줄 이름인데 수…….”
그때 불쑥 예식장 직원이 나타났다.
“신랑님. 예식 들어가기 전에 예행연습 한 번 하고 가실게요.”
“아, 네.”
말할 타이밍을 놓친 민도준이 직원과 함께 사라졌고 곧이어 시간이 되었다.
“잠시 후 신랑 민도준 군과 신부 차예린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하객분들은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말에 웅성거리던 하객들이 저마다 자리를 찾아 앉았다.
지인들만 불렀음에도 300여 명의 하객이 넓은 예식장을 가득 채웠다.
“자, 그럼 바로 오늘의 두 주인공을 만나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보통 양가 어머님들이 나와 화촉 점화하는 시간을 갖지만 민도준은 어머니가 없으므로 생략했다.
“여러분 뒤쪽을 주목해 주십시오! 세상을 구한 영웅이자 멋진 신랑이 입장을 대기 중에 있습니다. 모두 홀이 떠나가도록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신랑 입장!”
턱시도 차림으로 등장한 민도준이 성큼성큼 버진로드를 걸었다.
한 번 겪어본 결혼식이라 그런지 떨리진 않았다.
‘이 정도야 뭐.’
하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당당하게 단상 위에 서자 사회자가 말했다.
“여러분! 다시 한번 뒤쪽을 주목해 주십시오.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신부가 아버님과 함께 입장 대기 중에 있습니다. 모두 힘찬 박수로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신부 입장!”
허리 라인이 드러나는 순백의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은 차예린이 장인어른의 손을 잡고 다소곳하게 입장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숨이 멎을 정도의 긴장감이 민도준을 덮쳤다.
‘예, 예린이……?’
평소에도 뛰어난 외모의 그녀가 풀 메이크업에 웨딩드레스까지 입으니 천사가 강림한 듯한 착각이 일었다.
‘오늘 미용실에서 헤어진 이후로 처음 봐서 그런가? 유난히 예뻐 보이네?’
차예린이 다가올수록 심장이 두근거리며 연애 초기 때의 설렘이 느껴졌다.
‘레드 드래곤을 잡을 때도 이렇게 떨리진 않았는데…….’
장인어른과 포옹한 뒤 예린이의 손을 잡은 민도준이 단상에 올랐다.
서로를 보고 맞절을 한 뒤 혼인 서약 낭독을 했다.
“나 신랑 민도준은 신부 차예린을 아내로 맞아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다.”
“나 신부 차예린은 신랑 민도준을 남편으로 맞아 영원히 함께할…….”
순간 울먹이던 차예린이 눈물을 보였다.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민도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건 회귀 전에도 없던 일인데…….’
설마 이 결혼이 후회돼서 우는 것은 아닐까?
불안감을 감춘 채 민도준이 속삭였다.
“왜 울어, 예린아.”
“흑, 흐윽. 너무 좋아서……. 너무 행복해서…….”
기쁨에 복받쳐서 흘리는 눈물임을 확인한 민도준이 안심했다.
“이 기쁜 날 웃어야지, 울면 어떡해.”
“응, 이제 안 울게…….”
차예린이 울었지만 민도준은 기분이 좋았다.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었음을 확인했으니까.
‘예린이의 행복을 지켜주겠다는 목적은 달성한 것 같군.’
그때 불현듯 던전을 나오기 전에 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약속을 잊지 마라.]‘하, 이 좋은 날에 갑자기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지랄이야.’
인상을 구기려던 민도준은 이곳이 결혼식임을 깨닫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약속 X까. 난 지금 이 순간을 즐길 거야.’
차예린과 맹세했다.
영원히 함께하기로.
당장 민도준이 지켜야 할 약속은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