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7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71화(27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외전 2화
외전 2. 민수호
유치원에 들어갈 때까지 수호는 아빠가 뭐하던 사람인지 몰랐다.
헌터라는 걸 알게 된 것은 유치원에서 틀어준 TV에 우연히 민도준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어? 아빠다!”
어린이 방송을 틀어주기 위해 채널을 돌리던 교사의 손이 멈칫했다.
“수호야, 무슨 소리니?”
“저기 나오는 사람, 우리 아빠예요.”
유치원 교사의 시선이 TV에 머물렀다.
화면에는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는 주제로 민도준이 나오고 있었다.
‘민도준 헌터가 수호 아빠라고?’
하원 시간이 되면 항상 어머니가 픽업하러 오기에 수호의 아빠가 누군지는 몰랐는데…….
‘그, 그러고 보니 성이 같잖아?’
생각지도 못한 정보에 놀랄 무렵, 수호의 어머니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우리 수호 데리러 왔어요.”
“아…… 오셨어요? 수호야, 엄마 왔다.”
“엄마아아아!”
차예린의 품에 안기는 수호를 보며 교사가 슬쩍 다가가 물었다.
“저기 수호 어머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
“무슨……? 설마, 수호가 무슨 잘못이라도?”
“그, 그게 아니라 방금 TV에 나온 민도준 헌터를 보고 아빠라고 부르던데 정말인지…….”
“아…….”
그 말에 차예린의 안색이 굳어졌다.
되도록 조용히 살고 싶었으니까.
“네, 맞아요. 그이가 수호 아빠 되는 사람이에요.”
“헉! 저, 정말요? 그, 그러고 보니 길드 이름도 수호 길드……!”
“쉿. 선생님만 알고 계세요. 되도록 평범히 지내고 싶으니까요.”
“그, 그럴게요.”
아버지가 민도준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봐야 소란만 키울 뿐 좋을 거 하나 없다.
남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었으며 특히 아들인 수호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었다.
민도준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될 테니.
“수호야.”
“응, 엄마.”
집에 돌아온 수호는 자신을 붙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엄마를 바라봤다.
“TV에서 아빠가 나와서 놀랐지?”
“웅! 집에서 보던 아빠가 TV에도 나와서 놀랍고 반가웠어.”
“가끔 보면 나올 거야. 여태까지 말 안 했지만, 아빠는 되게 유명한 사람이거든.”
“정말? 세상 사람들이 다 알 만큼?”
“그러엄. 그런데 유명하다고 아는 체하거나 막 자랑하고 다니면 안 돼.”
“응? 왜?”
“여러 가지로 피곤해지니까. 그러니까 TV에서 아빠가 나와도 모른 척해야 한다? 할 수 있지?”
“움…… 알았어.”
차예린은 이걸로 소문이 퍼지는 걸 막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이고, 수호 어머니 오셨어요?”
“아이 키우느라 힘드시죠?”
“수호 데려올 동안 여기 음료수 좀 드시고 계세요.”
전날과 달리 살갑게 구는 유치원 교사들을 보니 괜한 부탁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호 얘가 참 똑 부러지고 어찌나 예의 바른지.”
“어쩔 때보면 다 큰 어른 같다니까요? 호호호!”
부담스러운 아부에 차예린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왜 유명인들이 자기 자식의 신상을 숨기려 하는지 십분 이해가 되었다.
‘집에 가면 오빠한테 이사 가자고 해야겠어…….’
일반인처럼 조용히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 *
어릴 적엔 그저 엄마가 숨기라고 하니 숨겼었다.
아빠가 한국을 구한 헌터라는 사실을.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서면서 수호는 유혹에 시달려야 했다.
조금 잘산다 싶은 친구들이 아빠 자랑을 그렇게 해댔으니까.
“너희 대현 그룹 알지? 우리 아빠 거기서 일하셔.”
“와, 거기 대기업이잖아. 대단하다.”
“우리 아빠는 치킨집 사장인데.”
“와, 좋겠다. 그럼 맨날 치킨 시켜 먹겠네?”
“우리 아빤 소방관이셔. 사람 엄청 많이 구하셨대.”
“대단하시다. 수호야. 너희 아빠는 뭐하셔?”
“응? 우, 우리 아빠?”
말할까 말까 고민하던 수호는 결국 근질거리는 입을 참지 못했다.
“허, 헌터야.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우와아! 헌터?”
강력한 힘으로 괴수들을 처치하는 헌터는 초등학생이 되고 싶은 직업 1위에 꼽히는 인기 직종이었다.
이렇게 두 눈을 반짝이며 열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개 쩐다! 헌터라니!”
“막 벽도 부수고 하늘도 날아다니고 그러겠네?”
“그, 글쎄? 난 본 적이 없어서 잘…….”
“아빠가 헌터라며? 근데 능력 쓰는 걸 본 적이 없어?”
“아빠 직종이 뭔데? 검사야? 아니면 마법사?”
“…….”
사실 수호는 아빠가 대단하다는 것만 알았지 자세히는 몰랐다.
민도준이 능력을 보여주지도 않았을뿐더러 헌터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니까.
“나도 몰라.”
“아는 게 뭐야?”
그때였다.
“얘네 아빠가 헌터라고?”
수호보다 덩치가 2배는 큰 아이가 팔짱을 끼며 다가왔다.
옆 반에서 놀러 온 임태양이라는 아이였다.
“야, 민수호. 너희 아빠 헌터야?”
“어? 어어…….”
“헌터 누군데? 우리 아빠가 헌터 관리센터에서 일해서 이름만 대면 랭킹 조회할 수 있거든?”
막상 이름을 묻자 수호는 고민에 빠졌다.
‘말하지 말랬는데…….’
우물쭈물하는 수호의 모습에 임태양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말 못 하지? 이 새끼 이거 백퍼 구라임.”
“지, 진짜거든?”
“그러니까 말해보라고. 이름.”
“지, 지금은 은퇴하셔서 모를 수도 있어.”
“큭큭,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하꼬 헌터이신가 보네?”
“아니거든? 우리 아빠 유명…….”
“유명?”
“아, 아니야.”
“큭큭, 이름 대기 쪽팔려서 헛소리하는 거 봐라. 걱정 마. 순위 낮게 나와도 떠벌리지 않을…….”
“민도준.”
“응?”
자존심이 상한 수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었다.
“우리 아빠 이름, 민도준이야.”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 새끼가 어디서 구라를 쳐?”
임태양이 재미없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랭킹 1위 민도준 헌터가 너희 아빠라고? 구라도 정도껏 쳐야지.”
‘랭킹 1위?’
처음 들었다.
아빠가 랭킹 1위라는 사실은.
‘TV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건 알았지만 그 정도로 순위가 높았어?’
애초에 헌터 업계에 관심도 없었고 집에서도 알 필요 없다며 쉬쉬하는 탓에 순위조차 모르고 있었다.
“구라쟁이 새끼.”
임태양의 말에 수호가 발끈했다.
“구라 아니야!”
“성 씨가 똑같다고 구라치면 믿을 줄 알았냐?”
“진짜라니까!”
“진짜 네 아빠가 민도준 헌터라고?”
“그래!”
“거짓말이면 싸대기 10대 맞기. 콜?”
“……콜!”
“좋아. 너 딱 기다려. 내가 아빠한테 전화 걸어서 확인해 볼 테니까.”
전화를 거는 동안 임태양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넌 뒤졌어. 내가 확인 못 할 줄 알았지? 우리 아빠가 민도준 헌터랑 절친이라고 했거든? 물어보면 다 나와, 새끼야. 어! 아빠!”
임태양이 아빠에게 소리쳤다.
“아빠! 민도준 헌터랑 절친이라고 했지? 여기 어떤 애가 자기 아빠가 민도준이라고 우기고 있거든? 아, 진짜? 알았어.”
통화를 끝낸 임태양이 즉시 수호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새끼가, 어디서 구라를 쳐? 우리 아빠가 말하기로 민도준 헌터는 아들 없다고 하거든?”
“뭐?”
“네가 졌어. 싸대기 딱 대 이 새끼야.”
임태양이 덩치처럼 두꺼운 팔을 들었을 때였다.
탁-
휘두르려던 팔이 누군가에 의해 잡혔다.
“어?”
“아, 아빠?”
임태양의 팔을 잡은 사람은 다름 아닌 민도준이었다.
“미, 민, 민도준 헌터?”
갑작스러운 민도준의 등장에 반 아이들은 물론 아들인 수호마저 당황했다.
“요즘 애들은 이러고 노나?”
“지, 진짜로 민도준이 수호 아빠였어?”
“얘야. 어른 앞에선 존댓말을 써야지. 내가 네 친구냐?”
“죄, 죄송합니다.”
임태양은 민도준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했다.
어른이라 체구에서 밀린다는 점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눈빛이 너무도 무서웠다.
‘무, 무슨 눈빛이…….’
마치 호랑이를 실제로 마주한 것 같은 위압감과 공포가 들었다.
“내 아들이랑 재미있는 내기를 하던데? 지면 뭐? 싸대기 10대?”
“그, 그걸 어떻게…….”
“전화 걸어봐. 네 아빠한테.”
민도준의 명령에 임태양이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어, 어…… 아빠. 난데…… 미, 민도준 헌터님이 바꿔 달…….”
민도준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핸드폰을 뺏어 들었다.
“너 누구냐? 누군데 나랑 절친이라고 사칭하고 다니는 거야?”
-…….
“말 안 하지? 네 아들이 내 옆에 있다는 것만 알아둬.”
-도, 도준아. 나, 나야. 형찬이…….
“임형찬?”
임형찬은 민도준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예전에 동창 모임을 끝으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이야, 반갑다. 이게 얼마 만이지? 20년만인가?”
-어, 어어. 그, 그렇게 됐나? 하하…….
“웃어?”
-…….
“네가 언제부터 나랑 절친이었지? 날 등쳐먹으려고 했던 놈이?”
-내, 내가 언제 그랬다고……!
물론 등쳐먹기 전에 대처해서 손해 보는 일은 없었지만, 회귀 전에는 그랬다.
그 때문에 민도준은 녀석을 좋게 볼 수가 없었다.
“지금도 나랑 절친이라고 사칭하면서 내 이미지를 깎아 먹고 있잖아?”
-그, 그건 미안하게 됐…….
“됐고. 요즘 애들은 싸대기를 때리면서 노나봐?”
-그게 무슨 소리…….
민도준은 수호와 임태양이 나눴던 내기 내용을 가감 없이 얘기했다.
마치 그 자리에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어떻게 생각해? 네 아들이 먼저 제안한 내기인데.”
-이 자식이 쓸데없는 내기를…….
“근데 나한테 아들이 없다는 거짓말은 왜 한 거야?”
-…….
“그렇게 해서라도 내기에서 이기고 싶었나?”
-아니, 난 다른 애가 거짓말하는 줄 알고…….
“변명은 필요 없고. 어쨌든 우리 아들이 이겼으니 네 아들한테 싸대기 10대를 때려도 할 말은 없겠지?”
-……내, 내기는 내기니까.
“근데 내 아들 수호가 아니라, 내가 때릴 거야. 괜찮지?”
-어?
통화 너머 임형찬도 놀랐고 옆에서 듣던 임태양도 놀랐다.
“네가 먼저 있지도 않은 거짓말을 해서 내 아들 맞을뻔하게 했잖아. 그건 인정하지?”
-어, 어…….
“그러니 대타로 내가 때려도 문제는 없잖아. 그렇지?”
-도, 도준아. 애들 장난에 네가 끼는 건 좀…….
“야, 설마 내가 어린애를 상대로 세게 때리겠냐?”
씨익 웃으며 쳐다보는 민도준의 모습에 임태양은 사색이 되었다.
“아니면 네가 아들 대신 맞던가. 나랑 절친이라는 헛소문이나 퍼뜨린 너도 책임이 없진 않잖아?”
-아, 알았다. 내, 내가 맞을게.
“그래. 잘 생각했다. 그럼 얼른 학교로 튀어와.”
-나 지금 회사인데…….
“잔말 말고 10분 안에 와라. 1분 늦을 때마다 한 대씩 추가한다.”
통화는 그걸로 끊겼다.
“들었지? 네 아빠가 대신 맞는단다.”
“아아…….”
임태양은 후회했다.
자기가 그런 내기를 걸지만 않았어도 아빠가 맞을 일은 없었으리라.
하지만 민도준은 자식이 보는 앞에서 아빠를 때릴 생각이 없었다.
‘수호도 보고 있는데 그러면 안 되지.’
민도준의 시선에 얼떨떨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수호가 보였다.
“수호야.”
“응?”
“아무래도 전학 가야겠다.”
“……또?”
처음에 수호는 아빠가 헌터라는 사실을 왜 숨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부로 알게 됐다.
헌터임을 밝히면 여러모로 피곤해진다는 사실을.
“가자.”
민도준이 아들의 손을 잡고 학교를 나섰다.
부자가 사라진 자리에는 뒤늦게 학교에 도착한 임형찬 만이 숨을 고르고 있을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