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7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72화(27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외전 3화
외전 3. 민서연
차예린에겐 두 명의 자식이 있다.
씩씩한 첫째 아들 민수호.
어여쁜 둘째 딸 민서연.
그런 그녀에게 사위가 생기려고 한다.
“어머님. 따님을 저에게 주십시오. 평생을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차예린은 눈앞에 무릎 꿇은 남자를 뜯어봤다.
듬직한 어깨에 서글서글한 인상, 예의 바른 행동거지.
‘첫인상은 합격이다만…….’
문제는 나이였다.
“서연아.”
“응. 엄마.”
“네가 지금 몇 살이지?”
“2, 23살.”
“그런데 벌써 결혼을 하겠다고 남자를 데려와?”
그것도 30대 중반의 띠동갑이다.
“나이가 뭐가 중요해? 사랑하면 됐지!”
“얘가 진짜!”
그렇게 대들면서 남자의 팔짱을 끼는데 분통 터지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으랴.
차예린이 차가운 시선으로 사위라고 데려온 남자를 쳐다봤다.
“저기, 이름이 뭐라고 했죠?”
“황준호입니다. 어머님.”
“실례지만 무슨 일 하고 계시죠?”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머님.”
사람은 정말 좋아 보인다.
관리도 잘했는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지도 않고.
‘누가 보면 20대 후반인 줄 알겠어.’
그렇다고 이 결혼을 승낙할 수는 없다.
아직 서연이는 어리니까.
“하아, 황준호 씨. 내가 살면서 이런 말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우리 서연이를 위한다면 당장 헤어지세요.”
“엄마!”
“넌 가만히 있어!”
입술을 삐죽 내미는 민서연을 노려본 뒤에 다시 남자를 쳐다봤다.
황준호는 여전히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어머님. 저 서연이 정말로 사랑합니다. 제 나이가 문제라면 결혼은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헤어지라는 말은 취소해주십시오.”
“그럼 5년이고 10년이고 결혼을 미뤄도 좋다는 말인가요?”
“음…… 2, 3년까지는 양보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엄마! 나이 차이가 좀 나면 뭐 어때? 서로 사랑하면 된 거 아니야?”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사귀는 남자 있다길래 얼굴 한번 보려고 데려오라고 했더니 설마 띠동갑일 줄이야…….
‘카페 사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먼저 우리 순진한 서연이를 꼬신 거 아냐?’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아, 엄마. 허락해줘어어.”
“허락은 무슨. 이게 떼쓴다고 될 일이야? 만에 하나 내가 허락해도 네 아빠가 반대할걸?”
“아빠는 엄마 말이면 무조건 듣잖아.”
“아하, 그래서 아빠 외출했을 때 찾아온 거구나? 나 설득하려고.”
“히히.”
“웃기는. 나가! 네 아빠 알기 전에.”
“치이.”
단호한 축객령에 민서연이 황준호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엄마는 맨날 나한테만 뭐라 그래. 오빠한텐 한마디도 안 하면서!”
투덜대는 민서연에게 황준호가 은근히 물었다.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서연이 오빠는 뭐 하는 사람이야?”
“저희 오빠요? 헌터예요.”
“헉! 헌터?”
“아아, 내가 말 안 했구나. B급 헌터인데 저번 주에 1,000레벨 찍었다던가? 그럴 거예요.”
“아아.”
황준호가 놀란 표정을 유지했다.
그야 1,0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헌터는 쉽사리 볼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으니까.
‘좋아. 지금 연기 자연스러웠어.’
자화자찬한 황준호는 사실 오빠가 B급 헌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우연히 카페에서 친구와 대화하는 것을 들었으니까.
‘애당초 그것 때문에 접근한 거지.’
단골손님이던 민서연을 꼬시기로 마음먹은 것도 전부 그녀의 오빠가 헌터이기 때문이었다.
‘B급 헌터만 되도 일 년에 몇백억씩 번다던데…….’
코딱지만 한 카페 운영으로 겨우겨우 벌어 먹고사는 자신과는 격이 다른 수준.
‘서연이랑 결혼하면 나한테도 콩고물 좀 떨어지겠지? 흐흐.’
“무슨 생각 해요?”
카페 때려치우고 건물 하나 사서 임대업이나 하면서 평생 놀고먹을 생각을 하던 황준호가 깜짝 놀라며 돌아봤다.
“아…… 아쉽다는 생각.”
“아쉬워요? 뭐가요?”
“이참에 너희 오빠도 봤으면 좋았을 테니까.”
“오빠 요즘 바쁜지 연락도 하기 힘들어요.”
“하긴 괴수 잡느라 던전에 들어가 있으면 연락하기 힘들겠네.”
황준호는 아쉬웠다.
이참에 형님 될 사람한테 눈도장도 찍고 친분도 쌓았으면 좋으련만…….
‘아니지. 일단은 결혼이 문제잖아?’
당장 급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결혼을 못 하면 임대업의 꿈도 날아가는 거였으니까.
“오빠. 우리 엄마가 한 말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제가 계속 집에서 설득해 볼 테니까.”
“하아…… 알았다.”
“우리 기분도 풀 겸 저녁 먹으러 가요.”
“그러자.”
운전대를 잡은 황준호는 민서연을 태우고 식당으로 향했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운전하던 황준호가 심각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저기, 서연아.”
“네?”
“언제까지 나한테 존댓말 쓸 거야. 편하게 말 놓고 오빠라고 부르라니까.”
“아…… 그게 아직 익숙지 않아서…….”
“우리 사귄 지 벌써 6개월이나 됐잖아. 그런데 그렇게 불편해하면 어떡해?”
“불편해 보여요? 전 오히려 존댓말 쓰는 게 편한데.”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근데 우리 진도는 언제 뺄 거야?”
“그, 그 얘긴 저번에 끝났잖아요.”
“혼전순결? 요새도 그런 게 있어?”
사귄 지 6개월이나 됐지만 황준호는 민서연과 손 한 번 잡아본 게 전부다.
혼전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고집부렸기 때문이었다.
“저희 아빠가 그런 쪽으로는 좀 고지식해서요.”
“알지. 그래서 지금 10시 되기 전에 집에 들어가는 거 아니야.”
통금 시간마저 있었기에 밤 10시 이후로 데이트는 꿈도 꾸지 못했다.
‘혼전순결에 통금 시간까지 지켜야 하는 집안이라…….’
황준호는 장인어른 될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꼰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거 지키면 답답하지 않아?”
“아니요. 저도 아빠 말에 대부분 동의하는지라…….”
“말이 나와서 말인데 아버지는 무슨 일 하셔?”
황준호는 여태까지 민서연의 아버지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에요.”
“그래? 그럼 지금 있는 집은 오빠 명의야?”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오늘 너희 집 가보니까 엄청 비싸고 좋아 보이더만. 그런 곳을 평범한 회사원인 너희 아버지가 샀을 리는 없잖아. 돈 잘 버는 오빠가 샀겠지. 안 그래?”
“아…… 그, 그렇죠.”
‘역시 그랬군.’
황준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예상대로 물주는 그녀의 오빠였다.
‘그 B급 헌터라는 사람을 꽉 잡아야 해.’
그 전에 결혼부터 허락받아야겠지만.
‘다 생각이 있지.’
황준호가 씩 미소를 지으며 어딘가로 운전했다.
“오빠, 어디 가시는 거예요? 여기는 우리 집 방향이 아닌데…….”
“서연아. 오늘은 집에 들어가지 말자.”
“네?”
“오빠 그동안 많이 참았어.”
“그게 무슨…….”
어리둥절해 하는 찰나 차가 멈췄다.
눈앞에서 번쩍거리는 간판을 본 민서연이 놀랐다.
“여, 여긴 모텔이잖아요…….”
“말했잖아. 많이 참았다고.”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실제로 6개월 연애하면서 황준호는 번뇌에 시달렸다.
그만큼 민서연의 미모가 뛰어났으니까.
“사귄 지 6개월이나 됐는데 손밖에 못 잡아봤다는 게 말이 돼?”
“저, 저는 혼전순결을 지키기로…….”
“X발, 그깟 혼전순결이 뭐가 중요해? 어차피 앞으로 결혼할 사이인데 미리 한다고 치자.”
“아, 안돼요. 아빠랑도 약속을…….”
“그거야 거짓말하면 되지. 까놓고 말해서 결혼 전에 했는지 안 했는지 네 아빠가 어떻게 알아? 모르잖아?”
“이러지 마세요. 오빠. 그렇다 해도 전 하기 싫어요.”
“난 하고 싶다고.”
해야만 했다.
아이를 가지게 해서 결혼을 승낙받으려면.
‘결혼하려면 임신만이 답이야.’
그러려면 오늘 무슨 수를 써서든 자신의 여자친구를 자빠뜨려야 한다.
“따라와.”
“앗, 이, 이거 놔요! 아파요.”
손목을 잡고 강제로 차에서 내리게 한 황준호가 민서연을 끌고 갔다.
“이러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순간 황준호의 손이 멈췄다.
“뭐? 신고해?”
대신 민서연의 뺨을 때렸다.
짜악-
얼떨떨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민서연을 향해 황준호가 눈을 부라렸다.
“야, 너 알고 있었지. 나 감옥 갔다 온 거.”
“……네?”
“어떻게 알았어? 성범죄자 알림e 보고 알았어? 엉?”
“가,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오빠…….”
“어디서 모른 척이야. 확 씨!”
180도 달라진 분위기에 민서연이 겁을 먹고 덜덜 떨었다.
“다 알고 있으니까 나 떼어내려고 혼전순결이니 뭐니 컨셉질하던 거 아니야?”
“커, 컨셉질이라니 무슨…….”
“하, X발, 맘 잡고 제대로 살아보려고 카페도 창업했더니만…….”
단단히 화가 난 황준호가 다시 손을 들었다.
민서연이 겁을 먹고 눈을 질끈 감았다.
“…….”
때리는 줄 알고 지레 겁을 먹었지만 우려했던 일은 생기지 않았다.
대신 다른 일이 생겼다.
“응?”
눈을 떠보니 어느샌가 사라진 것이다.
황준호라는 인간이.
짝- 짜악-! 짜악-!
뺨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황준호가 잠에서 깼다.
“헉, 뭐야!”
그의 시선에 50대 초반처럼 보이는 남자가 팔을 들고 있었다.
“딱 대. 일곱 대만 더 때릴 거니까.”
“너, 너 누구…… 어?”
누구냐고 소리치려던 황준호는 어디서 본듯한 익숙한 얼굴에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리고 기억해 냈다.
상대가 누군지.
“미, 민도준 헌터! 마, 맞죠?”
젊었을 때와 달리 주름살이 늘었지만 확실히 TV에서 본 영웅의 모습이었다.
“민도준 헌터가 구하러 와주다니! 다행이다! 저 좀 풀어주세요! 누군가 납치했나 봐요!”
“……?”
황준호는 묶여 있는 자신의 몸을 흔들며 부탁했다.
조금 전에 자신의 뺨을 때린 게 민도준이라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만큼 민도준의 이미지가 좋다는 방증이기도 했지만.
“새끼야, 내가 널 왜 풀어줘. 여기까지 붙잡아 온 게 난데.”
“……네?”
어벙한 표정을 짓는 황준호에게 민도준이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싸대기를 날렸다.
짜악-!
“미, 민도준 헌터?”
“안 아프지? 지금 굉장히 살살 때리려고 노력하고 있거든. 내 손으로 죽이긴 싫으니까.”
노력한다는 것치곤 황준호의 입술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딱 열 대 채우고 보내줄게.”
“미, 민도준 헌터.”
짜악-!
“자, 잠시만요.”
짜악-!
“저, 저한테 왜 이러…….”
짜악-!
기어코 열 대를 채우고 뺨이 퉁퉁 부어오르고 나서야 민도준의 손이 멈췄다.
“후우, 끝. 약속대로 화풀이는 이걸로 끝내마.”
“대체 저한테 왜…….”
“왜 이러냐고?”
민도준이 씨익 웃었다.
“네가 내 딸 건드렸잖아. 이 X새끼야.”
“…….”
황준호는 뒤늦게 깨달았다.
‘민서연…… 민도준…… 같은 민 씨…….’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아빠의 진짜 정체를.
“애가 아무리 철없다곤 하지만 감히 내 딸을 손찌검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어?”
“저, 저는 몰랐…….”
“게다가 이제 보니 카르마도 딱 100까지 찍은 범죄자 새끼네?”
“허, 헌터님…… 용서를…….”
악귀처럼 미소 지은 민도준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딸한테 미안하다고 문자로 사과해라. 트라우마 남지 않도록 정성 들여서 장문의 편지를 쓰는 거다. 그리고 마지막은…… 알지?”
민도준의 눈동자는 어느샌가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조용한 곳에서 자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