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7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76화(27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4화
4. 남동일
“끄으으윽…….”
눈을 뜬 남기가 인상부터 찡그렸다.
얼굴 가득 통증이 느껴진 탓이다.
동시에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성민, 이 개새끼가…….”
죽도록 처맞았지만 남기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분노를 활활 태웠다.
“X팔, 방심하지만 않았어도…….”
상대가 강하다는 생각보다 자신의 실수로 당했다는 생각이 더 컸다.
애당초 성민이란 존재는 남기의 머릿속에 초식 동물이라고 박혀 있었다.
자존심이 상하면 상했지 자기보다 세다고 인정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넌 진짜 죽었다. 관에 들어갈 준비나 해라, 이 X팔 새끼야.’
두 배, 세 배로 복수할 마음을 품으며 남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그 말은 달리 말하면 저녁이 될 때까지 방치당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X 같은 시민의식 보소. 사람이 쓰러져 있는데 아무도 병원에 안 데려가네?”
아무래도 천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리라.
천민은 입은 옷부터 티가 나는 법이니까.
“도와줘 봤자 사례도 못 받을 거 같다 이거지. 개 같은 세상.”
이 세상은 오직 힘 있는 자들을 위해서 돌아가는 세상이었다.
그렇기에 헌터가 귀족이나 다름없었지만, 괴수가 단종된 지금은 각성해봤자 아무짝에 쓸모도 없다.
‘신분 상승의 꿈은 진즉에 버렸어. 먹고 살려면 윗대가리한테 꼬리를 흔드는 수밖에 없다고.’
천민이 먹고살기 위해선 라인을 잘 타는 것만이 답이었다.
다행히 남기는 붙잡아둔 줄이 있었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제발 받아라.’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던 남기는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공손한 어투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관리자님.”
-너 누구야?
“접니다. 남기.”
-이 새끼가 오밤중에 상사한테 전화를 걸어? 미쳤냐?
“죄송합니다. 정말 급한 용무라서요.”
-뭔데? 들어보고 급한 거 아니면 뒈질 줄 알아라.
“성민이 깨어났습니다.”
-성민? 그게 누군데.
“그 왜 있잖습니까. 혼수상태에 있던…….”
-아, 그 새끼 이름이 성민이었어? 근데 그놈이 왜?
“그 녀석에게 복수하고 싶은데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하면 안 될까요?”
-이 새끼가 귀찮게 상사를 오라 가라 하네?
“주소 불러주시면 집 앞까지 가겠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관리자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 새끼가 정말 귀찮게. 주소 찍어줄 테니까 20분 내로 튀어와!
* * *
E급 관리자 남동일은 남기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 너 그 꼬락서니는 뭐냐?”
“…….”
앞니가 다 빠지고 셔츠가 피로 물들었는데도 남동일은 남의 일이라는 듯 웃기만 했다.
“그 새끼한테 맞았냐? 그래서 복수하려는 거고?”
“예, 맞습니다…….”
“큭큭, 아이고. 남기야. 이 병신아. 혼수상태에서 막 일어난 쪼다한테 이렇게 당하다니. 쪽팔린다 정말.”
“그, 그 새끼가 치사하게 기습을 하는 바람에…….”
“어쨌거나 처맞은 건 처맞은 거잖아. 큭큭.”
“……복수할 겁니다. 도와주십시오.”
그 말에 여태껏 웃고 있던 남동일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내가 왜?”
“과, 관리자님…….”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네가 무슨 내 숨겨진 형제라도 되냐? 내가 왜 네 똥을 닦아줘야 하는데?”
“…….”
“저번에 사건 좀 무마시켜줬다고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래서 만만하게 보고 기어오르는 거야? 그런 거냐? 이 천민 새끼야.”
“그,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네 똥은 네가 알아서 치워, 새끼야. 자꾸 선 넘을 생각하지 말고. 시간이 금인 내가 맨입으로 널 도와줘야 하겠냐?”
역시 공짜로 도와줄 순 없다고 선을 긋는다.
남기도 맨입으로 도와줄 거란 기대는 안 했다.
“성민이 그 자식한테 여동생이 있습니다.”
남기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몰래 찍은 아연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러자 얼음장 같던 남동일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오오, 와꾸 좋은데? 내 스타일이야.”
“원래는 제가 이년한테 술을 진탕 먹인 뒤에 관리자님께 대접하려고 했습니다.”
“오, 그래?”
“근데 성민이 깨어나는 바람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방해할 거고요.”
“음…….”
“천한 년이라 관리자님께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취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걸림돌은 치우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일리 있는 말이야.”
사진을 보며 히죽히죽 웃는 걸 보니 퍽이나 마음에 든 모양이다.
“좋아. 내가 그 걸림돌을 치울 수 있게 도와주지.”
“감사합니다!”
“대신 저번에 도와준 빚은 남아 있는 거다? 이건 이거고 저번 건 저번 거니까.”
“아…… 예.”
‘X팔 새끼. 아주 골수까지 뽑아먹으려고 하네.’
속으로 욕설이 절로 나왔지만 그래도 남기의 기분은 좋았다.
성민, 그 새끼한테 제대로 복수할 수 있을 테니까.
“남기야. 참고로 복수는 네 손으로 직접 해라? 내가 천민 싸움에 끼어들 급은 아니지 않냐.”
“알고 있습니다. 무기랑 장비들만 빌려주신다면 나머지는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남기는 애당초 관리자가 직접 나설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럴 위인이 아니었으니까.
‘난 헌터 장비만 있으면 돼.’
아무리 F급이라도 장비를 착용하고 말고는 천지 차이다.
‘F급 장비라고 무시했다간 큰코다치지.’
장비를 착용한다는 건 온몸에 갑옷을 두르고 칼을 든 거나 마찬가지.
성민이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무장한 자신을 당해낼 순 없을 거다.
“오, 그래? 애초에 나한테서 장비만 빌릴 생각이었나 보지?”
“예. 무기고를 관리하시는 관리자님이라면 도와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남동일이 관리자라 불리는 건 헌터 관리센터 산하에 있는 무기고를 관리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봤자 F급의 장비들만 들어있는 무기고였지만 아이템 공급이 막힌 이 세계에서는 그마저도 없어서 못 끼는 실정이었다.
“넌 아이템 없냐?”
“예. 하나도 없습니다.”
“기본 몽둥이조차?”
“각성하면서 받은 나무 몽둥이는 10년 전에 입사할 때 압수당했습니다.”
헌터인데도 아이템 하나 없다니.
“그 말은 성민이라는 놈도 쥐뿔도 없다는 소리잖아?”
“그렇겠죠.”
“그럼 장비 착용한 놈이 무조건 이기겠네?”
“그래서 관리자님의 도움이 필요한 겁니다.”
“후후, 좋아. 내가 F급 중에서도 최상의 아이템으로 맞춰주마.”
남동일이 따라오라며 손짓했다.
무기고의 아이템을 빼돌리려면 지금이 적기였기에.
* * *
헌터 관리센터 옆에는 무기고가 있지만, 누구도 털 생각을 하지 못한다.
초강력 합금으로 헌터라도 부수기 힘들게 만들었으며 CCTV는 물론 비밀번호 12자리를 입력해야지만 들어갈 수 있었으니.
그리고 이런 무기고는 한 단계 높은 등급의 헌터가 관리를 맡는다.
F급 무기고는 E급 헌터가, E급 무기고는 D급 헌터가 맡는 식이다.
물론 C급 무기고 이상부터는 협회처럼 보안이 더 철저한 곳에서 관리받고 있다.
띠띠띠- 덜컹-
남동일이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육중한 무기고의 문이 열렸다.
“들어와. 직접 무기고를 볼 기회를 주지.”
“어…… 관계자도 아닌 제가 들어가도 되는 겁니까?”
“CCTV 꺼놨으니까 걱정 마.”
원래는 관리자 외에는 무기고에 출입할 수 없다.
누군가를 들여보낸다면 무조건 관리자의 책임이다.
“저 때문에 괜히 곤란해지시는 거 아닙니까?”
“CCTV 꺼놔서 들킬 일 없어. 네가 입 열지 않는 한.”
그 말에 남기가 가당치도 않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저는 절대로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알아. 입 열었다간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거니까.”
“…….”
탁-
무기고의 불을 켜자 많은 종류의 F급 무기들이 진열된 것이 보였다.
“이쪽은 무기들이고 이쪽은 갑옷, 저쪽은 투구랑 장갑, 신발. 대충 이렇게 분류되어 있지. F급 무기고라 액세서리는 없고.”
“우와…….”
무기고에 처음 들어온 남기는 아이템의 향연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다 몇 개입니까?”
“총 226개의 아이템이 이곳에 있지.”
“우와…… 한 개도 보기 힘든 아이템이 수백 개씩이나…….”
“혹시나 내가 한눈판 사이에 슬쩍할 생각하지 마라. 하나라도 없어지면 무조건 네가 범인이라고 생각할 테니.”
“그, 그럼요. 저는 빌려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대요, 뭘.”
“일단 무기부터 골라볼까? F급 중에서도 최고의 무기로 빌려주지.”
F급이라고 다 고만고만한 게 아니다.
1레벨 무기와 49레벨 무기가 다르듯이 같은 F급이라도 옵션에 따라 상중하로 구분 지어진다.
물론 이 세계에 레벨이라는 개념은 없었기에 등급만 맞으면 어떤 무기든 들 수 있다.
갓 각성한 F급이라도 최상급의 F급 무기를 낄 수 있는 것이다.
“관리자님. 이왕이면 단검으로 부탁드립니다.”
“왜?”
“제 특성이 단검을 껴야 좋은 특성이라서요.”
“그래? 최상급 단검이라면 저쪽에 있지.”
단검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남동일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여긴 왜 불이 꺼져 있어? 전등이 나갔나?”
하는 수 없이 핸드폰의 손전등을 켜고 무기를 찾아야 했다.
“어? 어디 갔지?”
“왜 그러세요?”
“무기가 안 보여서.”
어둠 속에서 손전등에만 의지하다 보니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남동일은 자신의 목에 단검이 들어올 때까지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다.
푸욱-
“커르륽!”
갑자기 들리는 가래 끓는 소리에 남기가 핸드폰 불빛을 비춰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허억!”
남동일의 목에 단검이 박혀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성민의 짓이었다.
남기는 너무 놀란 나머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툭-
성민이 잡고 있던 머리채를 놓자 남동일이 줄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헌터 남동일을 죽였습니다.] [특성 ‘은신 감지’를 빼앗았습니다.] [장비 7개를 빼앗았습니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성민이 기습적으로 남동일을 죽였다.
참고로 남동일의 전투력은 3,021.
전투력이 0인 F급이 3,000짜리인 E급을 죽인 거다.
그것도 한 방에.
“너, 너 따위가 어떻게 관리자님을…….”
남기가 놀란 눈초리로 묻자 성민이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E급이라도 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단검 한 방에 죽을 수 있지. E급이라 해봤자 기본 스탯은 얼마 되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이 단검. 꽤 쓸 만하더군.”
성민의 손에는 남동일이 찾던 최고급 단검이 들려 있었다.
“여, 여긴 언제 왔지?”
“너흴 미행하다가 CCTV가 꺼지는 걸 보고 들어왔지.”
“우리보다 먼저 들어왔다고? 문이 잠겨 있었을 텐데 어떻게?”
“비밀번호를 알고 있거든.”
무기고의 비밀번호는 빙의하기 전에 들었던 정보 중 하나.
애당초 성민은 남동일이 배후에 있다는 것도 빙의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
“자, CCTV도 꺼져 있으니 이제 편하게 남은 한 놈도 죽여볼까?”
악귀처럼 미소짓자 겁에 질린 남기가 냅다 줄행랑을 쳤다.
“으, 으아아악! 사람 살려!”
물론 녀석을 그대로 놔둘 성민이 아니었다.
츠으으읏-
미리 챙겨 놓은 활로 무기를 바꾼 뒤에 시위를 당겼다.
그러자 인위적인 화살이 생겼고 시위를 놓자.
피잉- 푹!
“크억!”
정확히 남기의 등에 화살이 꽂혔다.
피잉- 푹!
“컥!”
피잉- 푹!
“아악!”
마치 짐승을 사냥하듯 여유롭게 화살을 맞추며 걸어간 성민이 무기를 단검으로 바꿨다.
그리고 다 죽어가는 남기의 목을 지체 없이 베어버렸다.
스걱-
[헌터 오남기를 죽였습니다.] [특성 ‘대거 마스터리’를 빼앗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