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7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77화(277/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5화
5. 동화율
헌터 둘이 손쉽게 죽었다.
그중 한 명은 전투력이 3,000이 넘는 E급이었는데도 말이다.
‘역시 강한 상대를 죽이기엔 기습만 한 게 없어.’
미리 무기고로 숨어들어와서 선공했기에 망정이지 정면으로 붙었다면 죽은 건 오히려 자신이었으리라.
‘장비를 착용한 E급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니까.’
어느 정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성민이 획득한 특성을 살펴봤다.
[특성 – 은신 감지]-등급 : C
-설명 : 반경 30m에 있는 대상의 은신이나 투명화를 감지한다. 전투력이 높은 상대라도 감지할 수 있다.
[특성 – 대거 마스터리]-등급 : B
-설명 : 단검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단검 착용 시 무기 공격력이 2배 증가한다.
E급 관리자에게서 얻은 특성보다 F급을 죽이고 얻은 특성이 오히려 더 좋았다.
‘좋아. 원하던 특성을 얻었다.’
성민은 이미 남기의 특성이 대거 마스터리인 줄 알고 있었다.
애당초 빙의 전부터 그의 특성을 확인하고서 계획을 짜온 거니까.
‘다른 놈은 몰라도 이놈만큼은 꼭 죽일 생각이었지.’
성민은 애초에 모든 상황을 예측하였다.
남기를 패버리면 자존심 강한 녀석이 복수하기 위해 E급 관리자에게 고자질할 거라는 것도.
E급 관리자의 성격상 직접 개입하기보다 무기고를 열어서 아이템을 빌려줄 거라는 것도.
남기가 자신의 특성을 활용하기 위해 단검이 있는 쪽으로 올 거라는 것도.
전부 성민의 머릿속에 들어 있었고 그랬기에 기습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E급 헌터를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성민이 들고 있던 단검을 살펴봤다.
[예리한 에메랄드빛 단검]-분류 : 무기
-등급 : F
-공격력 : 50~56
-효과 : 순발력+4
-내구력 : 397/400
-사용 제한 : F급 이상
-설명 : 은은한 에메랄드빛이 아름다운 단검. 날이 꽤 날카롭다.
‘공격력과 옵션을 보면 F급 중에서도 최상급이야.’
단검의 높은 공격력 덕분에 헌터 사냥꾼 특성의 대미지 증폭이 효과를 봤고 E급 헌터를 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아주 좋아. 다 좋은데…….’
성민이 의아한 눈으로 한쪽 구석에 떠오른 메시지를 쳐다봤다.
[동화율 12.9%] [동화율 13.0%]‘이게 뭐지? 동화율?’
110년 경력의 베테랑 헌터인 성민에게도 생소한 메시지였다.
‘구버전에만 있는 건가?’
신에게 따로 들은 바도 없었기에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분명한 건 사람을 죽일 때 저 메시지가 떠올랐다는 건데…….’
메시지가 두 번 떠오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람을 죽여서 퍼센트가 오른 건가? 근데 왜 0%부터 시작이 아니지?’
정확한 건 다른 누군가를 또 죽여봐야 알 수 있으리라.
‘신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미치겠네.’
여러모로 답답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동화율보다 더 급한 문제가 있었으니.
‘누가 오기 전에 빨리 뒤처리해야겠어.’
밤늦은 시간에 무기고를 찾을 사람은 없었지만, 혹시 모른다.
삽을 들고 밖으로 나간 성민은 근처에 구덩이를 팠다.
그리고 남몰래 시체를 끌고 가 암매장하고 무기고 바닥의 피를 닦았다.
증거 인멸을 끝낸 성민이 이마의 땀을 훔쳤다.
‘휴, 일단은 한시름 놓아도 되겠어.’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아있었으니.
‘어디 한번 무기고를 싹쓸이해볼까?’
성민이 무기고를 누비며 인벤토리 안으로 아이템들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CCTV가 꺼져 있는 이상 누가 가져갔는지는 아무도 모르리라.
* * *
“오빠.”
동생 아연이 아침부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꼭 출근해야 해?”
“해야지, 그럼.”
“퇴원한 지 지금 하루도 안 됐잖아.”
“위에서는 퇴원하면 멀쩡한 거로 알거든.”
“그래도 며칠 쉬지 않고…….”
“그게 내 마음대로 되면 이러지 않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천민이 일을 빠질 수는 없다.
그 사실을 아연도 모르지 않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가자, 아연아. 오랜만에 같이 출근하자.”
“응? 으응.”
원래부터 우울증이 있던 성민은 가족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런 탓에 출근길이 같아도 따로 다니거나 먼저 일찍 집을 나가버리곤 했다.
그랬는데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성민은 완전히 달랐다.
말도 전보다 많아졌을뿐더러 같이 출근하자고 제안까지 했다.
‘사람이 180도로 변했어.’
아연은 오빠의 변화된 모습이 얼떨떨했지만 나빠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감 넘치는 지금의 모습이 더 보기 좋았다.
“어제는 경황이 없어 말 못 했는데 도와줘서 고마웠어.”
“뭘 그 정도 가지고.”
“오빠 원래 그렇게 싸움 잘했어?”
그렇다고 대답하기에는 괴롭힘당했다는 주장에 모순이 생기기에 다른 핑계를 대야 했다.
“동생한테 추근대는 모습을 보니까 없던 힘도 나오더라고.”
“진짜 오빠 아니었으면 무슨 일 생겼을지도 몰라. 그 사람 눈빛이 좀 무서웠거든.”
“이젠 걱정 마. 그놈이 네 앞에 나타나는 일은 다시는 없을 테니까.”
빈말 같았지만, 아연은 오빠의 말이 든든했다.
“근데 그거 알아? 나 오빠랑 이렇게 같이 출근길 걸어보는 게 소원이었다?”
“그랬어? 몰랐네. 그럼 앞으로 매일 같이 걸어갈까?”
“정말? 그래도 괜찮아?”
“당연하지. 그게 뭐 어렵다고.”
어차피 같은 방향이라 어려울 건 없었다.
“난 오빠가 항상 먼저 출근하길래 나 싫어하는 줄 알았거든…….”
“에이, 오빠가 동생을 싫어할 리 있나.”
“그럼?”
“그때는 그냥 혼자 걷고 싶어서 그랬던 거야. 마음의 병이 있었거든.”
“아…….”
“지금은 다 나았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마음의 병이라는 말에 동생의 시선이 측은하게 변했다.
“난 그것도 모르고 오빠 탓만…….”
고개를 숙이던 아연이 활기찬 얼굴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내가 이제부터 진짜 잘해줄게, 오빠.”
“꼭 그러지 않아도 돼.”
“아니야. 오빠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지? 나 그때 반성했어. 있을 때 잘해줄 걸 하고.”
“…….”
“그러니까 오빠한테 도움 되는 동생이 될 거야.”
“말만이라도 고맙다.”
등을 두드려준 성민이 걸음을 멈췄다.
여기서부턴 따로 가야 한다.
“일 잘하고 나중에 집에서 봐.”
“응! 오빠도 복직 첫날인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
“그래. 알았어.”
아연이와 헤어진 성민이 회사로 발길을 돌렸다.
‘가족들에게 바라는 건 없어.’
도와줄 수 있는 일도 없거니와 도움을 받을 처지도 아니었기에.
‘그저 앞으로 내가 할 일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돼.’
어떻게 보면 냉정해 보였지만 진짜 가족이 아니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 * *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헌터 관리센터에 출근한 성민은 보이는 직원마다 허리를 굽혔다.
정직원들은 천민인 자신보다 신분이 높았으니까.
‘아침에는 이렇게 인사로 시작하는 거로군.’
대부분이 인사를 받아주기는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고 지나쳤다간 회사 생활이 힘들어진다.
다름 아닌 천민이었으니까.
‘말이 천민이지 노예나 다름없네.’
천민 아래 계급인 노예보다는 처우가 훨씬 나았지만 개돼지처럼 대한다는 면에선 별반 다를 것도 없었다.
‘기분 나빠도 참자. 이런 생활도 오래가진 않을 테니.’
성민은 우선 복귀했음을 알리기 위해 팀장의 자리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병가를 썼다가 이번에 복귀하게 된 성민이라고 합…….”
“알았으니 가봐.”
팀장은 파리를 쫓듯 빠르게 손짓하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아침부터 바빠 보이네.’
왜 그런지 짐작은 갔지만 모른 체하며 자기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원주인에게 전송받은 기억을 토대로 업무 준비를 시작했다.
“성민.”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성민이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반갑다는 듯 웃고 있었다.
‘이름은 광진. 같은 나이의 천민이고 같은 시기에 입사한 동기.’
빠르게 상대를 파악한 성민이 그간의 관계를 생각해 반가운 연기에 들어갔다.
“어, 광진아.”
“야, 일어났으면 일어났다고 나한테 즉시 보고 때렸어야지. 언제 일어났냐?”
“어제 일어났다.”
“생각보다 멀쩡해 보이네? 3개월 전보다 말라보이긴 한다만.”
둘은 얼핏 보면 친해 보였지만 실상은 보이지 않는 상하 관계가 있었다.
‘같은 천민에다 동갑인데도 은근히 비꼬거나 부하처럼 대하는 경향이 있는 놈이라니…….’
그랬기에 생전의 성민도 광진을 친구로 여기지 않았다.
동등한 관계로 대하지 않는다는 걸 느끼고 있었기에.
“어쨌거나 돌아온 거 축하한다. 하마터면 장례식 치를뻔했네. 큭큭.”
천민은 장례식을 치를 수 없다.
그럴 돈도 없었으니까.
자기 딴엔 농담이라고 했겠지만 이건 도를 넘어섰다.
“야 이 새끼야. 그게 죽다 살아난 사람 앞에서 할 말이냐?”
“어, 어?”
정색하며 지적하자 녀석이 당황했다.
아무렴 그럴 것이다.
아무리 선을 넘는 농담을 해도 항상 웃어넘기던 성민이었으니.
“야, 농담인데 뭘 그렇게…….”
“그딴 농담은 네 애미 애비 돌아갔을 때나 해라.”
“뭐, 뭐어?”
광진의 표정이 대번에 일그러졌다.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게 어지간히도 화났나 보다.
“너, 이 새…….”
“야. 농담인데 왜 그래? 설마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
성민이 빙글빙글 웃으며 말하자 광진이 목젖까지 올라온 화를 삼켰다.
“하…… 성민이 너 살아나더니 성격 좀 변한 것 같다?”
“살아나긴 뭘 살아나. 내가 언제 죽었었냐? 예수야?”
“…….”
방금의 발언으로 광진은 확실하게 느꼈다.
눈앞에 있는 놈은 자기가 알던 찐따가 아니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성민은 정보를 얻을 요량으로 은근히 물었다.
“야, 근데 무슨 일 있었냐? 회사 분위기가 왜 이렇게 어수선해?”
“너 몰라?”
“뭘?”
“어제 옆 동에 있는 무기고 개털렸잖아.”
“개털렸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누군가 아이템들을 싹 쓸어갔다고.”
“뭐?”
성민이 약간의 오버를 담아서 놀란 척 연기했다.
그래야 광진이 신나서 더 떠들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성민의 리액션에 광진이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이 새끼 진짜 몰랐나 보네.”
“몰랐지 그럼. 이제 막 출근했는데.”
“쯧쯧, 이렇게 정보가 느려서야.”
“누가 털어갔는데?”
“나도 모르지. 근데 무기고 관리자랑 남기, 그 인간이 출근 안 한 걸 보면 둘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는 것 같더라고.”
“남기, 그 인간이 출근을 안 했다고?”
“그렇다니까? 오늘 완전 개꿀이잖아.”
F급들의 군기 반장인 남기의 부재는 매일같이 혼나기만 하던 두 사람에게 있어서 희소식이었다.
“아, 이대로 영영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걱정하지 마라. 무덤을 파지 않는 한 그 새끼 얼굴 볼 일은 영원히 없을 테니.’
속으로 대답을 삼킨 성민은 확인차 랭킹 시스템으로 두 사람의 이름을 찾아봤다.
783,803위 – 남동일 (만 31세) – 전투력 3,021 (E급)
1,000,009위 – 오남기 (만 30세) – 전투력 200 (F급)
분명히 죽었는데도 랭킹에 버젓이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이 세계는 이게 좋아. 한 달에 한 번만 랭킹이 갱신된다는 거.’
전의 차원 같으면 실시간으로 랭킹을 확인하여 생존 여부를 알 수 있겠지만 이곳의 시스템은 달랐다.
‘매달 1일마다 랭킹이 갱신된다지.’
그것이 죽은 두 사람이 무기고를 털어간 범인으로 몰리는 이유였다.
‘랭킹이 갱신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진실을 눈치채지 못하겠지.’
다음 달 1일이 되려면 아직 3주나 있어야 한다.
‘뭐 두 사람의 죽음이 밝혀지더라도 내가 걸릴 일은 없겠지만.’
성민은 내친김에 자신의 전투력도 확인했다.
1,021,392위 – 최성민 (만 20세) – 전투력 0 (F급)
남기와 관리자를 죽여서 상태창의 실제 전투력은 181로 올라갔지만 랭킹에는 0으로 표기되어 있다.
‘갱신되기 전에 최대한 전투력을 올려주는 게 좋겠군.’
전투력이 3,000을 넘어서면 E급이 되고, 그러면 천민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등급은 모두 랭킹 시스템을 기준으로 한다.
‘다행히 다음 달이 되기 전에 던전이 열리니 전투력을 상승시킬 기회는 있다.’
하루빨리 천민 신분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성민은 시선을 돌리다가 우연히 한 남자를 보게 됐다.
“저 사람은…….”
“어? 저분은 다른 지부 관리자님이잖아?”
다른 헌터 관리센터에서 E급 무기고를 관리하는 관리자로 종종 모습을 보이곤 했다.
“다른 센터 관리자가 여긴 어쩐 일이지?”
광진이 의문을 나타냈지만, 성민은 알고 있었다.
E급 무기고 관리자 김기홍이 이른 아침부터 센터를 찾아온 이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