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7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78화(27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6화
6. 브로커
E급 무기고 관리자인 김기홍은 센터장의 말을 듣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동일이가 무기고를 털었다고요?”
남동일은 김기홍의 친한 후배.
지점은 다르지만 같은 관리자로서 사적으로 술도 마시는 사이였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말도 안 됩니다. 그놈이 그럴 리가 없습니다!”
뭔가 오해가 있다는 것을.
하지만 센터장도 아무런 근거 없이 하는 말이 아니었다.
“야밤에 남동일이 남기라는 F급 천민과 함께 센터에 들어오는 장면이 찍혔네. CCTV를 끄러 들어온 게지. 그 이후로는? 보란 듯이 무기고가 털리고 두 사람 다 연락이 끊겼어. 둘이 공모한 게 분명해.”
“아닙니다. 뭔가 오해가 있을 겁…….”
“그럼 자네가 말해보게. 간밤에 센터에 침입해서 무기고의 CCTV는 왜 끈 거지? 도대체 뭘 하려고?”
“…….”
“자네도 E급 무기고를 관리하고 있으니 잘 알 거야. 웬만한 헌터도 무기고를 털 수 없다는 걸. 비밀번호를 알지 않는 한 침입이 불가능하다는 걸.”
“그, 그럼 비밀번호가 유출된 게 아닐지…….”
“유출이고 나발이고 CCTV는 왜 껐는지 말해보라니까?”
“…….”
김기홍이 생각하기에도 CCTV를 끈 건 수상했다.
“자네가 남동일과 친한 관리자라는 걸 알고 있네. 그래서 아침부터 이리로 부른 거고.”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됩니까?”
“남동일이 갈 법한 장소가 어디일지 말해보게.”
김기홍은 자주 가던 술집과 남동일이 가끔 묶던 호텔 등을 알려주며 협조에 응했다.
“고맙네. 이제 그만 가도 좋아.”
“더 도와줄 일은 없습니까?”
“아, 혹시나 남동일한테 연락이 오거든 나한테 먼저 알려주게. 그 새끼를 잡지 못하면 내가 다 뒤집어쓰게 생겼으니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연락이 온다면 바로 말씀드리죠.”
“좋아.”
인사를 하고 물러난 김기홍은 센터장실을 나오자마자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동일이가 돈 욕심이 많긴 하지만 자기가 관리하던 무기고를 털 정도로 바보는 아니야.’
김기홍은 일이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음을 느꼈다.
‘남기라는 천민과 같이 들어갔다고 했지?’
놈을 따로 조사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김기홍이 센터 밖으로 나섰다.
누군가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 * *
‘갔군.’
창문으로 김기홍의 뒷모습을 보던 성민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마 무기고가 털린 일 때문에 센터장에게 부름을 받은 거겠지. 남동일과 친한 사이니까.’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던 성민은 여유만만했다.
이후의 상황도 눈에 뻔히 보였으니까.
‘남동일을 믿고 있다면 개인적으로 범인을 찾아보려고 조사하겠지. 그 시작은 공범인 남기가 될 가능성이 크고.’
남기를 조사하다 보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알 수도 있겠지만 성민은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의심일 뿐 명확한 증거는 없을 테니.’
그렇기에 성민은 인벤토리에 226개의 아이템이 들어 있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그래봤자 헌터 관리센터에서 그가 하는 일은 아이템 등록, 문서 정리, 청소 등의 잡무.
일반인도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굳이 F급 헌터에게 시키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나중에 던전이 활성화될 걸 대비하는 차원에서 미리 헌터들을 확보해 놓는 거지.’
전쟁에 대비해서 훈련하고 병력을 모으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렇다고 괴수를 사냥하는 훈련 따위는 하지 않지만.’
전송받은 기억에 의하면 일반인에게 잡무를 시키기엔 급이 안 맞으니까 헌터를 쓰는 것도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위에서는 언젠가 던전의 봉인이 풀릴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겠지만 나는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몇 날 몇 시에 던전이 활성화되는지.
‘보름도 안 남았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빨리 F급 장비들을 팔아치워야겠어.’
F급 장비라고 하면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
아이템 공급이 끊긴 지금은 F급 장비도 없어서 못살 정도로 인기 있는 품목이었다.
‘하지만 던전의 봉인이 풀리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괴수의 등장으로 다시금 아이템 공급이 활성화된다면?
시세는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질 것이다.
‘비쌀 때 빨리 팔아서 이윤을 남겨야겠어.’
성민은 자신이 쓸 아이템 10개만 남겨두고 나머지 216개를 팔아치우기로 했다.
물론 대놓고 팔았다간 범인으로 추적당하기 십상.
되도록 정보를 남기지 않고 몰래 팔아치워야 했다.
‘다 방법이 있지.’
성민이 즐거운 마음으로 퇴근 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 * *
야심한 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성민은 홀로 어두운 골목길을 걸었다.
‘집에다가는 친구 만나러 간다고 말해놨지만…….’
실상은 브로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훔친 장비들을 팔아야 했으니까.
‘보통은 브로커와 연락하기 어렵지만…….’
이 세계에선 굉장히 쉬웠다.
전봇대에 붙은 전단이나 길바닥에 버려진 명함, 인터넷 댓글 등.
널린 게 헌터 장비를 싸게 사겠다는 브로커들이었다.
브로커들이 워낙 용의주도해서 증거를 잡기 힘든 터라 협회에서도 알면서 묵인하는 상황.
‘이 중에 아무 연락처나 골라잡아서 전화 걸면 그만이지.’
성민은 이미 전화로 가격 흥정을 끝낸 상태였다.
시세보다 싸게 파는 거지만 정보가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몰래 팔기에 좋았다.
‘기본적으로 직거래인 데다 현찰로 교환하니 흔적은 남지 않아.’
핸드폰이 아닌 공중전화로 걸었으니 만에 하나 추적당할 일도 없다.
‘여긴가?’
깨진 가로등을 본 성민이 걸음을 멈췄다.
브로커와 접선하기로 했던 장소였다.
띠리리리리-
별안간 울리는 벨 소리에 성민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가로등 밑에 웬 핸드폰이 있었다.
전화를 받고 한동안 말없이 있어 보니 목소리가 들렸다.
-거래하기로 한 물건 꺼내서 머리 위로 정보창 보여주세요. 하나씩 천천히. 아이템은 가로등 밑에 놓으시고요.
그 말만 남긴 채 통화가 끊겼다.
‘어디선가 망원경으로 지켜보고 있는 모양이군.’
시키는 대로 인벤토리에서 장비 하나를 꺼냈다.
장비를 두 번 터치하자 반투명한 정보창이 떠올랐다.
그 상태에서 정보창이 보이게끔 머리 위로 들었다.
‘자, 봐라. 내구력도 꽉 찬 진품이다.’
그런 식으로 15개의 F급 장비들의 정보를 하나씩 보여줬다.
주변은 어두웠지만, 정보창만큼은 밝았기에 망원경으로 보이리라.
띠리리리리-
다시금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물건 15개 모두 확인되었습니다. 통화가 끝나면 핸드폰이랑 물건들을 가로등 아래에 놓고 그대로 골목을 나가십시오. 빨간 상자가 준비되어 있을 겁니다. 대금은 그 안에 들어있습니다.
성민은 이번에도 시키는 대로 했다.
골목을 나가니 전화로 말했던 빨간 상자가 보였다.
안에는 100장 묶음의 5만 원권 지폐가 여섯 다발 들어있었다.
‘약속했던 3천만 원이군.’
참고로 이스트랜드의 화폐 단위는 원화.
공용어가 한국어였으니 당연했다.
가져온 배낭에 돈다발을 챙긴 성민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돈 벌기 참 쉬워.’
무기고에서 훔친 장비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브로커로선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시세보다 싸게 매입한 셈이니.
‘5천만 원짜리를 3천만 원에 샀으니 2천만 원의 차익을 보겠군.’
모르긴 몰라도 브로커는 지금쯤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골목에서 아이템들을 챙기고 있으리라.
시세보다 많이 감가됐지만 아깝지 않았다.
‘나야 추적당하지 않고 쉽게 현금을 챙길 수 있으니 좋지.’
어차피 훔친 아이템들.
얼마에 팔든 성민으로선 이득이었다.
‘게다가 2주 뒤에 던전이 오픈되면 가격은 휴짓조각으로 변한다. 그 전에 빨리 파는 게 좋아.’
성민이 내일을 기약하며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 * *
천민의 시급은 고작해야 2천 원이다.
하루 8시간씩 주말 없이 일해도 50만 원도 채 벌지 못한다.
그렇기에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팔자였지만 성민만큼은 예외였다.
‘드디어 다 팔았다.’
2주에 걸쳐서 216개의 아이템을 모두 팔아치웠다.
하루에 15개씩 팔아서 대략 3천만 원씩 벌어들였다.
그 결과 성민의 배낭엔 5만 원권 지폐로 가득 차 있었다.
‘100장 묶음이 86개 있으니까…… 도합 4억 3천만 원을 벌었군. 그것도 전부 현금으로.’
계좌에 넣어놨다간 추적당할 염려가 있었기에 현금이 나았다.
‘되도록 조심했으니 걸릴 일은 없겠지.’
아무리 정보가 남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한 명에게 대량을 팔았다간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매번 다른 브로커를 찾아 거래했지.’
최대한 걸리지 않게 지역도 바꿔가면서 팔아치웠다.
혹시 모를 미행도 뿌리치기 위해 매번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교통수단도 여러 번 바꿔 탔다.
‘아이템 파는 것도 일이야, 일.’
하지만 고생한 만큼 보람은 있었다.
4억 3천만 원이라는 큰돈을 만지게 되었으니.
‘이 정도면 즉시 상인 신분으로 올라갈 수 있겠어.’
나라에 억 단위의 자릿세를 지불하고 가게를 차리거나 매매상으로 등록하면 천민도 상인 신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급 2천 원을 버는 천민으로선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
천민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4억 3천만 원이라는 큰돈을 만지지 못한다.
‘근데 내가 만지게 됐네? 그것도 빙의한 지 2주 만에.’
돈이 있으니 얼마든지 상위 신분으로 올라갈 수 있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내일이면 던전이 오픈된다. 신분이 오르는 건 기정사실이야.’
전투력을 올려서 E급이 될 수 있다면 굳이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상위 신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 거야 당연한 거고.’
신분 상승은 물론 막대한 수익까지.
헌터가 괜히 천민들 사이에서 성공의 보증수표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내일이 기대되는군.’
세상을 지배하는 8 영웅조차도 모를 것이다.
내일이면 10년간 봉인되었던 던전이 열린다는 것을.
세상이 다시 한번 격변을 맞이한다는 것을.
* * *
헌터 장비 전문 브로커는 자금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개인에게 물건을 싸게 사서 상인에게 비싸게 팔아먹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히키노 토비오는 수많은 브로커 사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의 막대한 자금을 따라올 자는 없었으니까.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불리기 더 쉬운 법이지.’
처음에는 여타 브로커들처럼 싸게 사서 상인에게 비싸게 팔았었다.
4천만 원에 사면 5천만 원에 파는 식이었다.
‘단골 상인에게는 몇백만 원 깎아주기도 하고 그랬지.’
확실히 많이 사고 많이 파니까 이윤도 많이 남았다.
돈도 착실히 쌓여가고 있었고.
하지만 헌터 장비의 수량은 한정적이었다.
던전이 닫힌 이후로 공급도 중단되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품귀 현상이 찾아왔다.
토비오의 돈벌이 수단이 막힌 셈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마음을 먹은 토비오는 결국 욕심을 냈다.
다른 브로커가 매입한 장비들마저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상인에게 파는 시세가 5천만 원이면 5천5백만 원으로.
시중에서 파는 시세보다 10%가량 비싸게!
당연히 브로커들은 상인이 아닌 토비오에게 물건을 넘겼다.
10%나 비싸게 사주는데 팔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헌터 장비는 귀해. 비싸게 사더라도 갖고 있으면 분명 득이 될 거야.’
토비오의 그러한 예상은 적중했다.
장비를 팔지 않고 모으고만 있었더니 시세가 올라갔다.
시중에 풀린 장비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흐흐, 거봐. 갖고만 있었더니 가격이 올라갔잖아?’
아파트처럼 해가 지날수록 올라가는 시세에 토비오는 기분이 좋았다.
‘이대로 헌터 아이템을 긁어모아서 시장을 독점하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 되는 거지.’
상상만으로도 좋았던 토비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금이 생기는 대로 헌터 장비들을 매입했다.
차익이 적은 아이템을 팔아서 차익이 큰 아이템을 좀 더 사두기도 했고, 여기저기 대출을 받아서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토비오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최근에 F급 장비의 물량이 급증했어.’
최근 동료 브로커들이 들고 오는 아이템을 보면 전부 F급이었다.
지금 미시마 니토라는 브로커가 들고 온 아이템을 봐도 그랬다.
“니토 상. 이거 전부 한 사람한테서 산 겁니까?”
“어? 어떻게 아셨어요?”
“얼마에 주고 산 겁니까?”
“어…… 좀 싸게 주고 샀는데요.”
“그러니까 얼마.”
“15개에 3천만 원에 샀었죠.”
‘똑같다. 최근 2주간 내가 매입한 아이템들이랑.’
15개씩 파는 것은 물론 가격도 똑같았다.
‘설마 한 사람이 판 건가?’
듣기로는 F급 무기고가 털렸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설마?
의심이 갔지만 그런다고 대상을 추적할 생각은 없었다.
토비오는 장사꾼이었고 장사꾼은 돈만 벌면 그만이었으니까.
‘어차피 그 사람을 찾을 방법도 없어. 찾을 이유도 없고.’
토비오는 그저 브로커가 가져온 아이템을 시세보다 비싼 가격으로 사들이기만 하면 된다.
“토비오 상. 정말 15개 전부 5천5백만 원에 사주시는 거죠?”
“그럼요. 물건 확인이 끝나는 대로 바로 입금해드리죠.”
니토의 얼굴이 밝아졌다.
3천만 원에 사서 5천5백만 원에 팔아넘기다니.
거의 2배 가까이 이득을 본 셈이었다.
그때 켜져 있던 사무실 TV에서 속보가 나왔다.
[속보입니다! 오늘 오전 9시를 기점으로 10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던전의 포탈이 개방되었습니다! 이로써 중단되었던 헌터 아이템의 공급도 다시 원활해질 것으로…….]“…….”
“…….”
토비오와 니토가 멍한 얼굴로 뉴스를 쳐다봤다.
특히 토비오는 입을 벌리며 나라를 잃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당연했다.
공급이 풀린 이상 헌터 아이템의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질 테니.
“내…… 내 꿈이……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꿈이…….”
“저기 토비오 상…….”
니토가 토비오의 눈치를 보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제, 제가 바빠서 그런데 얼른 확인하고 입금 좀…….”
“안 사.”
“예?”
“갖고 꺼지라고!”
망했다.
토비오의 머릿속엔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