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8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82화(28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0화
10. 뿔토끼
운동장 스무 바퀴를 돈 광진이 씩씩거리며 기숙사로 돌아왔다.
“야, 성민. 너 알고 있었지?”
“뭘?”
“교관이 보고 있었다는 거 말이야, 새꺄!”
“알고 있었지. 그래서 말 안 하고 있었던 거고.”
“너 이 새끼, 다 알고 있었으면서 나한테 한마디도 안 해줘?”
“그걸 꼭 말해줘야 아나? 눈치껏 조용히 있어야지. 자기가 떠들어놓고 왜 남 탓하고 지랄이야?”
“이 씨X 놈이…….”
“뭔 발?”
성민의 눈빛이 달라졌다.
살기를 품은 포식자의 눈빛에 광진이 순간 움찔거렸다.
“너 지금 나한테 욕했냐?”
“……아, 아니.”
“분명히 들었는데? X발 놈이라고.”
“오, 오해야. 그거 나 자신한테 한 말이야.”
“그래?”
성민이 표정을 풀었다.
쭈글한 광진의 모습에 한 번만 봐주기로 했다.
‘여기서 사고 쳐봐야 좋을 건 없으니.’
일주일만 있으면 퇴소할 수 있는데 괜히 소란을 부릴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힘을 숨기며 얌전히 있을 필요도 없다.
‘이곳에서 난 엘리트처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일주일 뒤에 E급임이 밝혀졌을 때 교관들이 납득할 수 있을 테니까.
“저기…….”
그때 방에 있던 다른 조원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두 분 아는 사이세요?”
“아, 같은 회사 동료예요.”
“그러세요? 아, 저는 스즈키라고 합니다.”
악수하자며 손을 내밀자 성민이 건성으로 받았다.
“성민입니다.”
“이분은?”
“저는 광진이라고 해요.”
“저는 철환입니다.”
통성명이 오갔다.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 잘 지내보죠.”
“언제 E급이 될진 모르겠지만 말이죠.”
“하하하.”
친해져 보겠다고 서로 대화를 나눴지만 성민은 그사이에 낄 생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은 최소 한 달 이상을 생활해야겠지만…….’
자신은 어차피 일주일 뒤에 나갈 거니까.
그때 복도에서 교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방 밖으로 나와라. 집합이다!”
방에서 나온 320명이 교관을 따라 강당으로 이동했다.
이론 교육을 위해서였다.
훈련생들이 모두 착석하자 단상 위에 선 교관이 마이크를 들었다.
“지금부터 이론 교육을 시작한다. 내일 아침부터 바로 실전에 들어갈 테니 밤이라고 졸지 말고 머리에 쑤셔 넣도록. 딱 한 번만 설명할 테니까.”
“내, 내일부터 실전이라고?”
“벌써?”
실전이라는 말에 훈련생들이 당황하건 말건 교관은 교육을 시작했다.
인벤토리 사용법, 장비 사용법, 시스템의 명령어, 룬과 아이템, 각종 괴수에 대한 대처법 등.
초보 헌터가 외우기엔 다소 벅찬 분량의 정보들을 줄줄이 나열했다.
“교, 교관님. 이해가 안 돼서 그런데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시면…….”
“이렇게 쉬운 것도 못 외웠단 말이냐? 한심한 새끼.”
질문하는 훈련생을 타박한 뒤에 교관은 다음 내용으로 넘어갔다.
두 번 설명은 없었다.
그렇기에 훈련생들은 눈을 부릅뜨며 교육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오직 성민을 제외하고.
‘완전 기초적인 내용이잖아?’
잠깐 교육에 집중하던 성민이었지만 이내 흥미를 잃었다.
전부 아는 내용인 데다 계속 듣기에는 수준이 떨어졌으니까.
반면 다른 훈련생들은 미어캣처럼 눈을 뜨며 어떻게든 내용을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내일 있을 실전이 두려워서 그런 건가?’
하긴 성민을 제외한 이곳의 헌터들은 대부분 괴수를 상대해보지 못했을 거다.
실제로 본 적도 없을 거다.
근 10년간 괴수라곤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세계였으니.
“거기! 고개 숙인 훈련생!”
교관의 목소리에 성민이 고개를 들었다.
이쪽을 빤히 쳐다보는 걸 보니 자신을 부른 게 맞았다.
옆자리에 있던 광진이 성민을 보며 비웃었다.
‘큭큭, 넌 이제 X 됐다. 저 교관이 얼마나 무서운데.’
광진은 이미 혼나봐서 알고 있었다.
지금 이론 수업을 하는 박창석 교관이 얼마나 까탈스럽고 무서운지를.
그렇기에 성민이 고개를 숙였을 때 혼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깨우지 않았다.
자신을 엿 먹인 것에 대한 소소한 복수였다.
“졸리냐? 집중 안 해?”
박창석이 눈을 부릅뜨며 성을 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너 혼자 집중 안 하고 있잖아. 교육 다 들었어? 뿔토끼를 상대할 땐 어디가 약점이라고 했지?”
“턱입니다.”
“그래, 턱. 그것도 모르면서 지금…… 아!”
교관이 잠시 당황했다.
예상과 달리 정답을 말했기 때문이다.
“졸고 있던 사이에 그건 또 어찌 들었나 보군. 그럼 뿔토끼 던전은 몇 명이 들어갈 수 있다고 했지?”
“다섯 명입니다.”
“뿔토끼 던전의 보스 이름은?”
“대왕 뿔토끼입니다.”
“뿔토끼의 속성과 떨어뜨리는 룬의 종류는?”
“지속성이고 체력의 룬을 떨어뜨립니다.”
“…….”
내는 문제마다 정답을 말해 버리니 교관이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졸고 있던 게 아니었나?’
성민을 유심히 쳐다보던 교관 박창석이 물었다.
“훈련생. 이름이 뭐냐?”
“성민입니다.”
“그래, 성민 훈련생. 교육은 제대로 들은 것 같다만 그렇다고 한눈팔지는 마라.”
“예. 죄송합니다.”
박창석이 다시 교육을 재개했다.
그 모습에 광진이 입을 벌렸다.
‘저 호랑이 같던 교관이 그냥 넘어가다니…….’
그러면서 옆자리의 성민을 바라봤다.
‘이 새끼 교육도 제대로 안 듣는 것 같더니 어떻게 다 알고 있지?’
이후로 성민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빳빳이 고개를 들고 교육에 집중했다.
박창석이 이따금 쳐다봤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혼자서 속을 태우는 광진이었지만 그는 모를 것이다.
성민이 고개를 숙인 것은 교관에게 주목받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음을.
* * *
“하아암.”
아침 일찍 눈을 뜬 성민이 기지개를 켰다.
‘드디어 오늘부터 던전에 들어가나?’
마치 소풍하러 가는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지만 다른 조원들은 아닌가 보다.
밤새 잠을 설친 듯 눈 밑에 다크 서클이 내려온 걸 보면.
“드, 드디어 오늘이야.”
“하, 큰일 났다. 난 어제 들은 이론도 잘 기억 안 나는데…….”
대부분의 조원이 자신 없는 목소리를 냈지만 그렇지 않은 조원도 있었다.
“그까짓 토끼 새끼가 뭐라고 겁을 먹어요? 우린 헌터라고요, 헌터.”
광진이었다.
녀석은 뿔토끼를 만나본 적도 없으면서 자신만만하게 굴었다.
‘저런 놈들이 꼭 먼저 죽지.’
성민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지만 광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 믿으라며 큰소리쳤다.
그때 복도에서 교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1조부터 차례대로 나와라! 아침 식사다!”
그렇게 나름 위생 상태가 좋은 기숙사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방에서 쉬고 있는데 조별로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
올 것이 온 것이다.
“다음 2조! 나와라!”
성민을 비롯한 8명이 밖으로 나와 교관을 따라갔다.
교관이 안내한 곳은 다름 아닌 F급 무기고였다.
“자, 여기 기본 갑옷을 입고 무기를 고르도록 해라.”
수많은 무기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초심자용이었다.
‘예전으로 치면 10레벨 이하의 아이템들뿐이군.’
양만 많았지 성민이 털었던 무기고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오, 이거 좋아 보이는데?”
“전 이거 고르겠습니다.”
“저도 이걸로…….”
조원들이 고른 무기는 창 아니면 검이었다.
특히 창이 인기가 많았는데 리치가 길어서 괴수를 잡기 좋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역시 F급 헌터들은 생각이 단순하군.’
지켜보던 박창석 교관이 내심 혀를 찼다.
창이 물론 좋은 무기이긴 하나, 뿔토끼를 상대하기에 좋다고 볼 순 없었다.
‘그나마 검을 고르는 게 낫지. 약점인 턱을 공략하려면.’
박창석의 시선이 아직 무기를 고르지 않은 성민에게로 움직였다.
‘자아, 그럼 뿔토끼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는 이놈은 뭘 고를지 볼까?’
교관이 주시하는 가운데 성민이 무기를 골랐다.
그와 동시에 교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성민 훈련생?”
“예?”
“정말 그걸로 고를 건가?”
“예.”
“단검은 초심자가 다루기 쉽지 않을 텐데?”
“그래도 해보겠습니다.”
초심자 중에 단검을 고르는 이는 없었다.
무기 중에서 공격력이 가장 낮기도 하고 리치도 짧다.
그 말은 초근접 거리에서 괴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뜻.
그만큼 위험할 수밖에 없으니 초심자들이 꺼리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장점도 많아. 다른 무기보다 가벼워서 공격 속도가 빠르고 뿔토끼의 턱을 공략하기에도 안성맞춤이지.’
알고서 골랐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창석은 성민을 좀 더 주시해 보기로 했다.
약간의 기대감이 생겼으니까.
반면 광진은 성민을 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병신. 왜 단검을 골랐지?’
아무리 봐도 자신이 고른 한손검이 단검보다 좋아 보였다.
“장비들 다 챙겼으면 이제 이동한다!”
성민과 조원들은 버스를 타고 인근의 뿔토끼 던전으로 향했다.
“이, 이제 진짜 실전이야.”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설마 뿔토끼 따위한테 죽는 건 아니겠지?”
걱정을 안은 채로 던전 앞에서 내린 조원들에게 교관이 소리쳤다.
“지금부터 뿔토끼 사냥 실습에 들어간다. 들어가기에 앞서 조원들을 4명씩 두 팀으로 나누겠다.”
교관이 임의로 8명이던 조원들을 두 팀으로 나눴다.
성민은 광진, 스즈키, 철환과 같은 팀이 되었다.
“이제 팀별로 감독할 교관 한 명씩 해서 총 다섯 명이 던전에 들어갈 거다. 사냥 시 나오는 룬은 훈련생들이 먹어도 상관없지만 아이템은 모두 교관의 몫이다. 그러니 훈련비라 생각하고 아이템을 얻는 즉시 담당 교관에게 넘기도록 해라. 알겠나?”
“예!!!”
“그럼 이쪽 팀부터 들어가겠다. 모두 장비 착용하도록.”
먼저 입장할 기회를 얻은 성민 팀이 장비를 착용했다.
초심자라 그런지 몇몇은 장비를 입을 줄도 몰랐다.
“멍청한 새끼! 장비 하나 똑바로 착용 못 하면 어떡하나?”
물론 성민은 누구보다 빠르게 착용한 뒤 포탈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너희 팀은 특별히 본 교관이 감독을 맡도록 하겠다.”
박창석 교관의 말에 광진이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아, X바. 왜 하필 우리 팀인데?’
그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는 광진이 아랫입술을 씹었다.
‘아니지. 이건 기회야. 저 호랑이 교관에게 인정받을 기회!’
기회라 생각하는 건 광진뿐만이 아니었다.
‘인정을 받으려거든 가장 강한 교관의 눈에 띄는 게 좋지.’
성민 역시 교관의 눈에 띄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들어가자.”
교관을 비롯한 다섯 명의 헌터가 포탈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 * *
“우와…….”
던전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처음 발을 디딘 헌터들은 하나같이 감탄사를 터트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경험은 살면서 처음이었을 테니까.
“감상은 그만하고 저기 봐라.”
교관이 가리킨 곳엔 멧돼지 크기의 토끼가 있었다.
뀨우웅-?
“와하하, 귀여워!”
“저게 뿔토끼야?”
“사진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까 귀엽네.”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는 토끼의 모습은 인간을 잡아먹는 괴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심한 녀석들.’
교관은 소풍이라도 온 것으로 착각하는 훈련생들을 보며 비웃다가 성민을 쳐다봤다.
‘저 녀석은 아예 관심도 없는 모양이군.’
웃기는커녕 무심한 얼굴로 주변 풍경이나 보고 있는 성민의 모습에 교관이 내심 실망했다.
‘단검을 골라서 범상치 않은 놈이라 생각했는데 괜한 기대였나?’
박창석은 일단 매뉴얼대로 앞으로 나섰다.
“어떻게 잡는지 내가 먼저 시범을 보여줄 테니 잘 보고 배우도록.”
무기도 들지 않은 그가 뿔토끼에게 달려갔다.
D급 헌터인 그에게 있어 뿔토끼는 맨손으로도 충분히 잡는 잡몹에 불과했다.
퍼버벅-!
턱을 몇 차례 올려치자 뿔토끼가 순식간에 쓰러졌다.
“와, 교관님 대단해요.”
“엄청 쉽게 잡으시네.”
조원들이 손뼉을 쳤다.
“봤냐? 이제 간섭하지 않을 테니 너희끼리 알아서 잡아봐라.”
교관은 굳이 턱이 약점이라는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시범으로 보여주기도 했고 어젯밤 이론으로 전부 설명했었으니.
하지만 잠시 후.
“죽어!”
“이놈의 뿔토끼!”
뿔토끼를 상대하는 모습을 본 교관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명도 턱을 공략하는 훈련생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제 분명 턱이 약점이라고 말했거늘 그새 잊어먹은 건가? 멍청한 새끼들!’
간혹 실전에 들어가면 당황해서 들었던 이론을 다 까먹는 경우가 있다.
‘이러니까 초심자 소리를 듣는 거겠지.’
헌터 세 명이 고작 뿔토끼를 상대로 진땀을 빼고 있다니.
교관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놈 왜 이렇게 안 죽지?”
“교관님이 상대할 땐 쉬워 보였는데…….”
창으로 푹푹 찌르고 있는데도 뿔토끼가 버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턱을 제외하면 맷집 하나는 상당했으니까.
“죽어엇!”
광진이 검으로 뿔토끼의 목을 베었다.
체력이 다 떨어진 뿔토끼가 마무리 일격에 연기로 변했다.
“하하, 봤어요? 제가 제대로 치명타 입힌 거?”
자기 아니면 다들 위험했다고 거들먹거리던 광진이 성민에게도 한마디 했다.
“야, 넌 왜 가만히 구경만 하냐? 쫄았냐?”
“…….”
교관도 성민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뭐 하는 거지? 조원들이 세 마리 잡을 동안 뒤에서 보고만 있잖아?’
무엇을 하든 관여하지 않는 게 감독관의 역할이었지만 궁금해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성민 훈련생. 왜 전투에 참여 안 하나?”
그러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너무 시시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