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8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83화(28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1화
11. 엘리트
“뭐? 시시해?”
시시하다는 성민의 말에 가장 먼저 비웃음을 터뜨린 건 광진이었다.
“겁쟁이처럼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놈이 시시하다고? 풉, 잘난 척도 정도껏 해야지.”
다른 조원들도 동의하는지 입가에 실소를 짓고 있다.
아무렴, 자신들과 동등한 F급 헌터 주제에 그런 오만방자한 말을 해대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야, 성민아. 정신 차려라 좀. 보기에는 귀여워 보일지 몰라도 뿔토끼가 얼마나 센 줄 알아? 직접 상대해 보지도 않은 놈이 어이없는 소리를 하네?”
듣고 있던 박창석 교관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성민 훈련생.”
“예.”
“뿔토끼가 만만해 보이나?”
“제 눈에는요.”
“그럼 혼자서 잡아보도록.”
교관의 지시에 광진이 쌤통이라는 듯 웃었다.
반면 다른 조원들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는지 조심스레 말했다.
“어, 아무리 그래도 사냥이 처음일 텐데 혼자서 잡아보라는 건…….”
“다른 훈련생들은 나서지 마라!”
조원들이 걱정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가운데, 성민이 당당히 뿔토끼에게 걸어갔다.
고작 단검 하나만 손에 쥐고서.
뀨우웅-
뿔토끼가 성민을 발견하고선 고개를 쳐들며 뿔을 세웠다.
그 순간.
푹- 푹-!
턱밑으로 단검 두 방을 찔러 넣은 성민이 끝났다는 듯 뒤돌아섰다.
“위험…….”
위험하다고 소리치려던 조원들이 할 말을 잃었다.
뿔토끼가 연기로 변해 사라졌으니까.
‘뭐, 뭐야? 뿔토끼를 저렇게 쉽게 죽인다고?’
광진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시체가 사라진 시점에서 죽은 건 확실했다.
‘놀랍군……!’
성민의 움직임을 지켜본 교관이 내심 감탄했다.
‘아주 정확하고 간결하게 약점을 찔렀어.’
F급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깔끔한 동작이었다.
“계속 잡아도 될까요?”
성민의 물음에 교관이 끄덕였고 곧이어 학살이 시작됐다.
푹- 푹-!
뀨우웅!
푹- 푹-!
뿔토끼를 죽인 건 우연이 아니라는 듯 성민은 보이는 놈들마다 단검 두 방에 쓰러뜨렸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간결한 동작이었다.
“어, 어떻게 저런 움직임을…….”
“가, 같은 F급 맞아?”
예상했다는 듯 뿔토끼의 공격을 피하며 단검을 박는 모습을 보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처럼 보일 정도.
“성민 훈련생.”
“예.”
“예전에 뿔토끼를 잡아본 적이 있었나?”
교관은 자신이 물어놓고 아차 싶었다.
바로 어제 성민의 랭킹을 조회해 봤었으니까.
‘전투력이 0이라는 건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다는 거지.’
바보 같은 질문이었지만 성민은 차분히 대답했다.
“아니요. 처음 잡아봅니다.”
“그래, 그렇겠지.”
성민을 보는 박창석의 눈빛이 달라졌다.
‘처음 잡아보는데도 이렇게 깔끔하게 죽이다니.’
약점을 안다고 해서 저렇게 쉽게 죽일 순 없다.
‘단검 두 방에 죽이려면 정확한 부위를 충분할 정도의 힘으로 찔러야 하지.’
그런데 성민은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깨우치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것도 초심자라곤 믿기지 않는 깔끔한 움직임으로.
‘천재인가? 아니면 S급 특성?’
뭐가 됐던 인재임은 확실하다.
갑자기 초롱초롱해진 교관의 눈빛에 성민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교관의 눈에 띄겠다는 목적은 달성한 것 같군.’
모르긴 몰라도 자신을 S급 특성을 가진 천재로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뿔토끼를 이렇게 쉽게 죽이진 못할 테니까.
‘혹시나 물어보면 S급 특성이라고 거짓말해야겠어. 아, 거짓말은 아닌가? S급이 있기도 하니.’
과거에 성민은 남기의 협박에 굴해 자신의 특성이 F급이라는 걸 밝혔었다.
남기는 그걸 또 동료나 상사들에게 소문내며 자신을 깎아내리기에 바빴고.
‘헌터 관리센터를 조사해 보면 내 특성이 F급이라는 걸 알게 되겠지만 상관없다. 괜히 질투할까 봐 거짓으로 말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니.’
어차피 특성을 확인할 방법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투력이니 문제는 없을 거다.
‘사실 뿔토끼 따위야 한 방에 죽일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너무 막 나가면 의심 사기 십상이지.’
이렇게 납득 가능한 선에서 날이 갈수록 점점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일주일 만에 E급이 되었을 때 놀라긴 하더라도 의심은 하지 않을 거야.’
그렇기에 좀 더 오만하게 굴어도 상관은 없었다.
어쨌거나 S급 특성의 천재 컨셉을 유지하기로 한 거니까.
“교관님.”
“응?”
“너무 시시해서 그러는데 더 강한 놈 없나요?”
* * *
똑똑-
“들어와.”
안에서 들린 대답에 교관 박창석이 집무실 문을 열었다.
이번 훈련의 총괄 책임을 맡은 B급 헌터 양조영이 턱을 괴며 기다리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앉지.”
박창석이 소파에 앉아 각을 잡고 있자 양조영이 피식 웃었다.
“편하게 있어. 편하게. 야단치려고 부른 건 아니니까.”
“아, 알겠습니다.”
“요즘 훈련하느라 바쁘지?”
“아닙니다.”
“아니긴. 딱 봐도 훈련생보다 교관 수가 부족해 보이는구만.”
“……조금 벅차긴 합니다.”
“그럴 거야. 훈련생은 매일 300명이 넘도록 들어오는데 교관 숫자는 정해져 있으니.”
“…….”
“걱정하지 마. 위에다가 이미 말해놨으니 오늘 내로 교관들이 충원될 거야.”
“아,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훈련생들은 어때? 잘 따라오고 있나?”
“예. 다들 통제에 잘 따라주고 있습니다.”
“이제 3일 됐지?”
“예.”
“그럼 슬슬 뿔토끼 던전에 적응하고 있겠군. 실력 있는 놈은 벌써 적응 끝났겠고.”
“그렇습니다.”
“혼자서 뿔토끼 잡을 정도가 되면 바로 다음 던전에 투입해. 아직 그런 놈은 없겠지만.”
“그게…… 있습니다.”
“응?”
“혼자서도 공략하는 훈련생이라면 이미…….”
“자세히 말해봐.”
박창석은 지난 3일간 성민이 보여준 성과를 가감 없이 설명했다.
“첫날부터 뿔토끼 던전을 졸업했다고?”
“예. 지금은 큰 귀 원숭이 던전에서 사냥하고 있습니다.”
“뭐?”
큰 귀 원숭이 던전은 최소 한 달 후에나 들어갈 거라 계획되어 있던 던전이다.
그런데 3일 만에 공략이 가능한 인재가 나타날 줄이야.
“허허, 뭐 그런 놈이 다 있지? 대체 그놈 정체가 뭐야? S급 특성이래?”
“안 그래도 녀석이 근무하는 헌터 관리센터에 물어보니 F급 특성이라고 하더군요.”
“F급?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S급이겠지.”
“하지만 센터에서 그렇게…….”
“생각해봐. F급 특성이 하루 만에 뿔토끼 던전을 졸업하고 3일째인 지금 큰 귀 원숭이를 잡는다? 상식적으로 그게 가능해?”
“…….”
“보나 마나 그 녀석이 센터에 F급 특성이라고 거짓말을 한 거겠지.”
“대체 뭐하러 그런 거짓말을…….”
“거기까진 나도 모르겠고. 어쨌거나 중요한 건 엄청난 인재라는 거 아니야?”
“맞습니다.”
“그러니까 당분간 그 성민이라는 훈련생을 전담 마크해서 키울 수 있는 만큼 키워. 위에서도 훈련 중에 인재를 발굴하길 원하는 눈치였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하여간에 대단한 놈이 들어왔군. 큰 귀 원숭이를 공략할 정도면 전투력이 벌써 1,000은 넘는다는 소린데…….”
“이 속도라면 어쩜 나흘 후에 조기 퇴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작 일주일 만에 E급이 된다? 하하! 스킬도 배우지 않은 마당에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나? 농담이 심하군.”
훈련소에서 대여해 주는 건 F급 아이템뿐, 스킬북까지 지원해 주진 않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녀석이 정말로 이번 전투력 갱신 때 E급이 된다?”
양조영이 씨익 웃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내가 녀석을 책임지고 키워주지.”
* * *
훈련소에 들어온 지 6일째 되는 날.
자야 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훈련생들은 뜬 눈으로 벽시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정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다름 아닌 전투력 갱신의 날이었으니까.
“나 진짜 전투력 500이라니까? 못 믿겠으면 5분만 기다리던가.”
“야, 나랑 내기할래? 누가 더 전투력 높은지?”
“내 전투력 보고 놀라지나 마라. 큭큭.”
“10년 동안 전투력 0이었는데 드디어 바뀌는구나!”
훈련생들은 어서 빨리 전투력이 갱신되기를 바랐다.
언제까지고 전투력 0으로 보이고 싶진 않았으니까.
물론 다른 사람의 전투력이 궁금해서 그런 것도 있었다.
“성민의 전투력은 몇일까?”
“그러게. 엄청 궁금하네.”
현재 훈련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성민의 전투력이었다.
그는 명실상부 훈련소의 엘리트였으니까.
“한 2,000 정도 되지 않을까?”
“난 2,500 바라본다.”
“그렇게나 높다고?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그럼 내기할까? 누가 더 가깝게 맞추는지?”
지나가다가 우연히 복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은 광진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병신들. 2,500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기껏해야 1,500 정도 나오겠지.’
광진만큼은 성민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그의 특성이 F급이라는 걸 직장 상사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으니까.
‘저번에 교관이 말하기를 전투력 3,000 찍고 퇴소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한 달은 걸린다고 했어. 그런데 일주일도 안 된 놈이 2,500? 어림도 없지. 최대 1,500 본다.’
광진은 성민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운이 좋았을 뿐이지 엘리트는 무슨…….’
오히려 깎아내리기 바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투력이 400인 자신이 너무도 초라했기에.
“얘들아, 시간 됐다!”
“조금 있으면 자정이야.”
“카운트 들어간다.”
“3…… 2…….”
“1…….”
자정이 되자 전투력이 갱신됐다.
많은 수의 F급 헌터들이 전투력 0에서 벗어났다.
“성민은?”
“우리 조 엘리트는 몇이야?”
성민과 같은 2조 조원들이 랭킹 시스템을 검색했다.
정작 당사자는 관심 없다는 듯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지만.
“어? 이거 뭐야……?”
781,531위 – 최성민 (만 20세) – 전투력 3,011 (E급)
“전투력이…….”
“3천이 넘었어……?”
“E급? 일주일 만에 E급이라고?”
사실 입소할 때부터 E급을 찍은 상태였지만 그들의 눈엔 일주일 만에 이룩한 결과로 보였다.
“마, 말도 안 돼!”
비웃음을 머금던 광진의 얼굴이 깡통처럼 일그러졌다.
성민이 속한 조원들도 하나같이 얼빠진 얼굴을 했다.
그때였다.
벌컥-
방문이 열리며 박창석 교관이 들어왔다.
“성민 훈련생.”
잠에서 깬 성민이 졸린 눈을 비비며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예…….”
“따라와라. 양조영 헌터님께서 보자신다.”
‘양조영이라면 해머를 다루던 그 B급 헌터?’
예상치 못한 호출에 성민의 잠이 확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