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8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85화(28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3화
13. 팀 크러쉬
최성민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헌터 관리센터에 출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괴수 사냥을 위해서였다.
‘이제 센터에서 쥐꼬리만 한 월급 받으면서 일하지 않아도 돼.’
던전의 봉인이 풀린 이상 사무실에 앉아서 잡무 따위를 할 필요는 없다.
헌터는 헌터답게 몸 쓰는 일을 하면 된다.
‘그게 몇십 배나 더 이득이야. 비율제로 떼어간다 해도 말이지.’
물론 그러기 위해선 팀이 필요했지만 최성민은 걱정할 게 없었다.
‘여긴가?’
팀 크러쉬.
양조영이 개인적으로 만든 엘리트 팀의 간판을 보며 최성민이 씩 웃었다.
‘비록 훈련소에서는 힘을 숨길 필요가 있었지만…….’
이곳이라면 마음 놓고 사냥할 수 있다.
다 같은 E급 팀이라고 들었으니까.
‘동료라는 동등한 관계로 시작할 수도 있고 말이지.’
물론 팀에 들어온 시기에 따라서 선후배가 갈리긴 하겠지만.
“실례합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네 명의 헌터가 최성민을 주목했다.
“여기가 양조영 헌터님이 운영하시는 팀 사무실 맞습니까?”
“아, 대장님 소개로 오신 분이세요?”
“대장님이요?”
“저희는 양 헌터님을 대장님이라고 불러요.”
“아. 그렇군요.”
“우선 이쪽에 앉으세요.”
최성민이 소파에 앉았다.
“커피? 녹차?”
“아, 괜찮습니다.”
천민일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대접이었지만 그렇다고 처음 받아보는 대접도 아니었다.
이미 다른 차원에서 최강의 자리에 올랐던 그였으니까.
“최성민 헌터님 되시죠?”
“예.”
“반갑습니다. 엄정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분은…….”
“반가워, 난 권호준 팀장이야.”
팀장이란 사람이 손을 내밀자 최성민이 얼떨결에 맞잡았다.
“어디 한번 잘 지내보자고.”
그리 말하며 권호준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한편, 인상을 쓰는 남자도 있었다.
“되게 어려 보이네? 너 몇 살이야?”
“만으로 20살입니다.”
“뭐야? 왜 이렇게 어려?”
“엘리트래요. 일주일 만에 E급으로 승급한.”
“뭐? 그게 가능해?”
엄정식의 말에 놀라던 남자가 다시 미간을 구겼다.
“어이, 신입. 전투력 몇이야?”
“3,011입니다.”
“X밥이네. S급 특성이냐?”
“그건…….”
“말하기 망설이는 것부터가 글러 먹었네. 팀을 위한 마인드가 전혀 없어.”
“태만아.”
“초고속 성장했다고 기고만장해 있지 마라. 신입. 그러다가 던전 초입부터 뒈지는 새끼 여럿 봤으니까.”
“태만아, 그만해라.”
팀장의 제재에 태만이라 불린 남자가 최성민을 한 번 쏘아보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때 안경을 쓴 남자가 다가와 넌지시 말했다.
“방태만이라는 선배인데 팀장님 다음으로 경험이 많아. 전투력도 두 번째로 높고. 특성이 D급인 만큼 노력을 많이 했다더라고. 그래서 그런지 성격이 좀 지랄 맞지?”
“다 들린다 십성진 이 새끼야!”
“아, 난 심성진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최성민입니다.”
“팀 크러쉬에 들어온 걸 환영해.”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천민 신분이었다고 차별하는 것도 없고.
방태만이라는 저 분노 조절 안 되는 남자만 빼면.
‘흠. 서열순으로 보면 팀장 권호준, 방태만, 심성진, 엄정식인가?’
눈치껏 파악한 최성민은 그나마 만만한 엄정식에게 질문을 던졌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뭐든 물어보세요.”
“팀원들 전투력이 어떻게 되나요? 다들 E급인 거죠?”
“예. 저기 팀장님이 8천으로 가장 높고 그다음이 7천으로…….”
전투력은 최성민이 짐작한 서열순대로였다.
‘서열이 가장 낮은 이 사람조차 전투력이 5천이라니…….’
엘리트들만 모아놨다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이제 막 3천인 자신은 어디 가서 자랑도 못 할 수준.
물론 전투력과 실력이 꼭 비례한다고 볼 순 없지만.
“저기, 엄 선배님.”
“앗, 벌써 선배라고 부르는 건가요?”
“그럼 안 되나요?”
“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수줍어하는 엄정식을 보며 쓴웃음을 지은 최성민이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여기 있는 분들은 그럼 10년 전부터 E급이었던 거예요?”
“그렇죠. 던전이 개방된 지 이제 막 일주일이 넘었는데 벌써 E급이 될 린 없잖…… 아, 여기 있구나?”
이번엔 엄정식이 최성민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저희는 10년 전부터 E급이었어요. 그래서 다들 30대 초반이랍니다.”
“그렇구나. 그럼 손발을 맞춰본 지도 얼마 안 되겠네요? 일주일 전에 생성된 팀이면…….”
“아무래도 그렇죠.”
“근데 저까지 다섯 명이면 인원이 좀 많은데요? 감독관을 끼고 들어가면 여섯 명이란 소리잖아요?”
헌터법 중에는 던전에 들어갈 때 항상 감독관을 대동해야 한다는 법이 있다.
어떤 아이템을 얻었는지 직접 확인하고 비율을 떼어가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팀원들끼리만 던전에 들어갈 순 없었다.
“E급 중에 감독관 포함 여섯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던전이 있나요? 제가 알기론 없는 거로 아는데…….”
“맞아요. 없어요. 저희가 사냥할 만한 곳이 워울프 던전인데 여기 정원이 4명이거든요? 감독관을 제외하면 3명밖에 안 되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A조와 B조로 나눠서 사냥해야 해요.”
“아, 조를 나누는구나.”
“네. 그러려고 대장님께서 사람을 더 뽑은 거죠.”
“그런데 셋씩 조를 나누려면 여섯 명이어야 하지 않나요? 한 명이 모자라는데…….”
“아마 탕비실에서 커피 타느라고 못 보셨을 거예요. 최성민 씨처럼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인데…… 아, 저기 오네요.”
시선을 돌린 곳에는 한 여성이 직접 탄 커피를 팀원들의 자리에 놓고 있었다.
“은정아, 고마워! 잘 먹을게!”
“네! 맛있게 드세요. 팀장님!”
“후룹, 크으. 은정이가 타줘서 그런지 더 맛있는걸?”
“감사합니다. 선배님!”
“은정이는 어쩜 얼굴도 예쁘고 하는 행동도 예쁜지…….”
“어디서 이런 예쁜 신입이 들어와가지고. 우리 팀은 복 받았다니까?”
다들 여성 신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엄 선배님. 커피 드세요.”
“고마워, 은정아. 아, 서로 인사해. 이쪽은 오늘 들어온 신입, 이쪽은 우리 팀 홍일점 은정이.”
“도은정이라고 해요. 반가워요.”
모델 같은 키에 연예인 같은 외모를 보니 30대 초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
“아…… 최성민…… 입니다.”
최성민이 가만히 도은정을 쳐다봤다.
빤히 쳐다보는 게 민망할 정도.
그러자 엄정식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하하, 최성민 후배, 우리 은정이 예쁘죠? 눈빛 보니 아주 푹 빠진 것 같네.”
“노, 놀리지 마세요. 선배님.”
“왜, 은정아. 사실이잖아. 남자라면 저런 반응이 당연한 거라고.”
하지만 최성민이 멍 때린 건 반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 여자, 예전에 만난 적 있어.’
이 몸의 원주인인 최성민의 기억 속에 있는 여자였다.
“어…… 근데 왠지 낯이 익네요?”
빤히 쳐다봐서 그런지 도은정이 최성민을 알아봤다.
“혹시 저희 만난 적 있어요?”
“은정아. 그거 남자들이 쓰는 흔한 작업 멘트잖…….”
“네, 헌터 관리센터에서 만났었어요.”
의외의 전개에 엄정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헌터 관리센터요?”
“네. 기억나실지 모르겠지만 6개월 전에 잠깐 본 적 있습니다. 제가 신입이라 복합기 사용법을 몰라서 쩔쩔매고 있을 때 도와주셨었죠.”
“6개월 전이면 센터에서 잠깐 근무했을 땐데…… 아!”
도은정은 기억해냈다.
확실히 그때 누군가를 도와준 적이 있었다.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눈앞의 남자가 맞는 것 같기도.
“뭐야, 둘이 아는 사이였어? 연락도 주고받고?”
엄정식이 갑자기 정색하며 말하자 도은정이 손을 저었다.
“아, 그런 건 아니고요, 예전에 잠깐 헌터 관리센터에서 일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봤었나 봐요.”
“그럼 별 사이 아니네?”
“그, 그런 셈이죠.”
엄정식이 안심했다.
“그래도 아는 사람을 보니까 좋네요. 최성민 씨라고 했죠?”
“아, 네.”
“우리 잘 지내봐요.”
도은정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
악수에 응하자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은정아. 그렇게 눈웃음을 치면 남자들이 오해한다고…….”
“누가 눈웃음을 쳐?”
방태만이 대화에 끼어들더니 신입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둘이 뭐야?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잠깐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던 사이래요.”
“아, 그래? 이거 강력한 경쟁자가 들어왔는걸? 이러다가 어느 날 둘이 손잡고 출근하는 거 아니야?”
“에이, 선배님. 농담도…….”
“왜? 서로 안면도 텄겠다 같은 신입이니 그럴 수도 있잖아? 은정이가 어린 남자 좋아할지도 모르고.”
“아무리 그래도 10살 차이는 좀…….”
“큭큭, 들었냐? 신입? 은정이가 10살은 남자로 안 보인단다. 그러니 혹시라도 흑심 품었으면 꿈 깨라.”
‘생각도 안 했거든?’
속으로 콧방귀를 낀 최성민은 잠깐 방태만을 경멸 어린 시선으로 쳐다본 뒤에 엄정식에게 물었다.
“선배님. 인원도 다 모였는데 사냥은 언제 시작하나요?”
“안 그래도 감독관님 불렀으니 오시는 대로 사냥할 거예요.”
그렇게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며 30분 정도를 기다린 끝에.
“여기가 팀 크러쉬인가?”
30대 초반의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협회에서 파견 나온 감독관이었다.
‘생각보다 어리군.’
감독관이라고 해서 나이가 많은 건 아니었다.
이 세계는 나이가 아니라 오로지 전투력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세계니까.
“팀 크러쉬의 감독관으로 온 D급 헌터 노리카네 지고로다.”
“아, 어서 오십시오. 감독관님! 저는 팀장인 권호준이라고 합니다. 먼 길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먼 길이라기엔 차 타고 20분밖에 안 걸렸다만.”
“20분이나 운전하셨으면 먼 길이 맞지요! 피곤하실 텐데 어서 자리에 앉으십시오.”
지고로가 소파에 앉자 권호준이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시원한 녹차 어떠십니까?”
“녹차 따위를 먹을 바에 커피가 낫지.”
“그러십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금방 대령하겠습니다. 은정아! 감독관님 드시게 냉커피 한잔 빨리 타와!”
“아, 네에!”
도은정이 탕비실로 들어가는 사이, 최성민은 랭킹에 감독관의 이름을 검색해 봤다.
440,069위 – 노리카네 지고로 (만 31세) – 전투력 10,032 (D급)
‘딱 D급에 걸친 전투력이군.’
전투력 1만이 넘으면 D급이 된다.
‘나이를 보니 10년 전에 D급 찍고 지금까지 쭉 협회의 개로 일해온 것 같군.’
보통 감독관은 같이 들어가는 헌터들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으로 파견된다.
비율제에 불만을 품은 헌터들이 감독관을 공격하는 경우가 없진 않기 때문이다.
“커피 타왔어? 이리 줘.”
팀장이 도은정이 타온 커피를 뺏어 직접 건네주려 하자 지고로가 한마디 했다.
“이왕이면 여자가 주는 커피를 마시고 싶네만.”
“아, 죄송합니다. 제가 눈치가 없어서…….”
팀장이 얼른 도은정에게 눈짓을 했다.
직접 갖다 주라고.
“여기 있습니다. 감독관님.”
도은정이 커피를 가져다주자 지고로가 음흉한 눈빛으로 몸매를 훑었다.
“흐으으음…… 갑자기 커피 말고 다른 게 당기는군.”
“네?”
“아니다. 잘 먹지.”
감독관이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그동안 팀장은 옆에서 온갖 수발을 들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지켜보던 최성민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감독관은 던전을 관리하는 협회 소속이었고 마음만 먹으면 던전을 이용하지 못하게 블랙리스트로 등록하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까.
‘아이템 결산할 때 자기 마음대로 가격을 후려칠 수도 있고 말이지.’
그 때문에 암암리에 뇌물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알고 있다.
‘한마디로 더러운 자리지.’
팀장이 싫은 내색 한번 없이 감독관 옆에서 아첨을 떨었다.
그러한 노력 덕분인지 감독관의 기분은 상당히 좋아 보였다.
“확실히 양조영 헌터님의 팀이라 그런지 엘리트들만 있는 것 같군. 비율을 3대 7로 받을 만해.”
“하하, 과찬이십니다. 커피 더 드시겠습니까?”
“아니, 이제 커피는 됐어.”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필요한 거라…… 있긴 있는데 잠깐 단둘이 얘기할 수 있겠나?”
“아, 그럼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팀장이 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잠깐 다들 나가 있어! 감독관님과 단둘이 할 말이 있으니.”
성민을 비롯한 팀원들은 군말 없이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무슨 얘기 중이지?’
궁금했지만 다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뇌물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 거라는 것을.
하지만 팀원들도 짐작하지 못했다.
“이봐 신입, 들어와! 은정이 말고 최성민, 너만!”
“저요?”
팀장이 최성민을 호출할 줄은.
‘난 왜 부른 거지?’
다시 들어오라는 소리에 들어가니 감독관이 일어나 있었다.
“그럼 나 먼저 던전에 가 있지.”
“알겠습니다. 저희도 준비해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지고로가 지나가면서 최성민을 흘겨봤다.
최성민이 눈치껏 고개를 숙였다.
감독관이 나가자 팀장 권호준이 넌지시 물었다.
“너, 양조영 헌터님한테 아이템도 받았다며?”
“그렇습니다.”
“그럼 헌터님 기대에 부응하려면 최대한 잘 보여야겠네? 사고 치는 일 없이?”
‘무슨 말을 하려고 밑밥을 까는 거지?’
최성민은 가만히 기다렸다.
팀장이 본론을 꺼내기를.
잠시 후 팀장이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말이야. 불의를 보고도 참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