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8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88화(28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6화
16. 노리카네 지고로
지고로는 전투력 1만의 D급 암살자다.
순발력도 148로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자부했다.
그랬기에 그 누가 기습을 한다고 해도 피할 자신이 있었다.
애당초 암살자가 기습을 당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그 누구보다 기습에 특화된 암살자가?
그렇게 생각했다.
눈에 단검이 박히기 전까지는.
“끄아아아악!”
생각지도 못한 고통에 지고로가 비명을 질렀다.
눈에 박힌 단검을 빼내기 위해 덜덜거리며 손을 뻗었지만.
츠으으읏-
단검은 신기루처럼 사라지더니 10m 밖에 있는 최성민의 손에서 나타났다.
“너, 너 이 새끼……!”
남은 한쪽 눈으로 단검의 주인을 확인한 지고로가 분노에 이를 갈았다.
반면 최성민은 한 방에 죽지 않아서 실망한 얼굴이었다.
“피만 흘리고 멀쩡한 걸 보니 뇌까지 닿진 못한 것 같네. 나름 2배 대미지였는데…….”
암살자의 표식이 걸린 적은 첫 타가 2배 대미지로 적용된다.
그렇기에 원래라면 대미지가 가장 높은 절단 스킬을 쓰는 것이 유용하겠으나.
‘아무리 나라도 D급을 상대로 근접하기는 부담스럽단 말이지.’
전투력이 높은 상대라는 이유로 안전한 단검 투척 스킬을 사용했다.
하지만 결과는 보다시피 한쪽의 시력만 뺏고 끝.
“이, 이게 멀쩡한 거로 보이냐 이 새끼야? 죽여버린다!”
저렇게 몸은 팔팔하다.
“와봐.”
정면으로 달려오는 지고로를 보며 최성민이 단검을 고쳐잡았다.
단검의 붉은빛이 평소보다 진해졌다.
기습이 성공한 탓에 10초간 추가 공격력 80이 붙은 것이다.
‘10초 안에 끝낸다.’
최성민이 질주 스킬을 사용했다.
10초뿐이지만 이동속도가 50%나 증가했다.
그런 줄도 모른 채 지고로가 살기 가득한 눈초리로 단검을 뻗었다.
‘죽인다, 이 신입 새끼!’
지고로의 단검이 섬광과 함께 움직였다.
D급 암살자의 스킬, 목 긋기였다.
번쩍-
지고로의 머릿속에 빗나갈 거라는 경우의 수는 없었다.
자신은 순발력 148의 D급 암살자였고 항상 상대의 목숨을 취해왔으니까.
“엇?”
그래서인지 지고로는 허공을 가르는 스킬을 보며 당황하고 말았다.
더불어 눈앞에서 사라진 대상을 보곤 2차로 당황했다.
냉철해야 할 암살자가 두 번이나 당황한 것이다.
‘어, 어디 갔…….’
하나 남은 눈으로 대상을 찾던 지고로는 본능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뒤다!’
재빨리 머리를 숙여봤지만 이미 늦었다.
스걱-
“아악!”
최성민의 절단 스킬에 지고로의 귀가 깔끔하게 잘렸다.
“이 새끼!”
자신도 똑같이 절단 스킬로 응수했지만 지고로가 벤 것은 허공뿐이었다.
스걱-!
“아아악!”
반대쪽 귀가 잘렸다.
“어딨어, X발!”
지고로가 가진 모든 스킬을 사용하며 단검을 휘둘러봤지만 걸리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보이는 것마저도.
‘이, 이 자식. 한쪽 눈이 없는 걸 알고 철저하게 사각지대만 노리고 있어. 그것도 빠른 이속으로.’
E급답지 않은 노련함에 소름이 돋았지만 지고로는 몰랐다.
최성민이 지금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것을.
“요리조리 도망 다니지 말고 정면으로 붙어보자, 이 새끼야!”
“오케이. 접수.”
순간 들린 목소리에 지고로의 몸이 홱 돌아갔다.
“거기 있구나!”
지고로의 단검이 정확히 최성민의 가슴팍으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최성민의 단검도 지고로의 어깨로 향했다.
완벽한 타이밍.
서로가 다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티잉-
새로 얻은 특성인 카운터의 조건을 충족한 최성민은 대미지를 입지 않았다.
푸욱-
“아아아악!”
오직 지고로만이 단검에 박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푹-
“으아악!”
남은 어깨마저 단검이 박힌 지고로가 반격하려다 말고 팔을 내렸다.
고통 때문에 팔을 들 수도 없었다.
“사실 10초 만에 죽이려고 했는데…….”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틀자 10m 거리에 최성민이 있었다.
그것이 지고로가 본 생애 마지막 모습이었다.
푹-
“끄으아아악!”
최성민이 던진 단검이 남은 시력마저 앗아갔으니까.
“10초 만에 죽이기에는 너무 아쉽더라고.”
지고로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20초.
D급 헌터를 죽이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헌터 노리카네 지고로를 죽였습니다.] [특성 ‘선수필승’을 빼앗았습니다.] [장비 8개를 빼앗았습니다.] [특성 – 선수필승]-등급 : B
-설명 : 선제공격 시 1회에 한하여 대미지가 2배 증가한다.
덤덤히 특성을 확인하던 최성민의 눈이 빛났다.
‘호오, 이건 전의 차원에서도 배웠던 특성이잖아?’
직접 써봤기에 얼마나 유용한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거면 암살자의 표식까지 해서 첫 타에 4배 대미지도 줄 수 있겠어.’
그만큼 선빵이 중요해졌다는 거지만 암살자였으니 조건을 충족하기는 쉬웠다.
‘상태창.’
-이름 : 최성민 (만 20세)
-등급 : E
-전투력 : 6,111
-세계 랭킹 : 613,016위
-근력 : 114, 체력 : 124
-순발력 : 223, 마력 : 3
-특성 : 해석(F), 헌터 사냥꾼(EX), 은신 감지(C), 대거 마스터리(B), 암살자(S), 카운터(A), 선수필승(B)
-스킬 : 절단(E), 단검 투척(E), 질주(E)
‘전투력이 2배가량 올랐어.’
짧은 싸움이었음에도 이만큼 전투력이 올랐다는 건 아직 반영할 전투력이 많이 남았다는 방증이었다.
‘D급을 죽였으니 나도 D급 수준일지도.’
분명한 건 전투력 1만이 생각보다 별로 세지 않다는 것이다.
‘선빵을 먹이고 싸웠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건가?’
어쨌거나 기습의 성공 여부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그리고 여태 궁금했던 이거.’
최성민이 구석에 떠오른 메시지를 살폈다.
[동화율 13.1%] [동화율 13.2%]두 명을 죽여서 그런지 0.2%가 올라있었다.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사람을 죽이면 0.1%가 오른다는 거야.’
전에는 긴가민가했지만 이번 살인으로 더욱 확실해졌다.
‘이제야 알겠어. 어째서 0%부터 시작하지 않는지도.’
최성민이 이 세계에 빙의해서 죽인 사람은 네 명.
‘네 명분인 0.4%를 빼면 내 동화율은 시작부터 12.8%였다는 거지.’
그 말은 이미 128명을 죽였다는 뜻이고, 이는 공교롭게도 이전 차원에서 죽인 숫자와 맞아떨어졌다.
‘이전에 내가 가진 특성의 수는 130개야. 기본 특성인 복수와 헌터 사냥꾼을 빼면 얻은 것만 128개.’
만약 이전 세계에서 죽인 숫자까지 카운트된다고 치면 12.8%를 가지고 시작하는 게 이해가 됐다.
‘그런데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메시지가 왜 이제 와서 보이는 거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충 구버전과 신버전의 차이겠거니 생각했다.
‘잠깐, 그럼 100%가 되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죽여야 한다는 거야?’
이제 고작 13.2%니까 계산하면 868명을 죽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이가 없군.’
최성민은 일단 동화율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800명 이상을 죽이기도 쉽지 않거니와 100%를 채우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기에.
‘특성은 봤으니 장비 좀 볼까?’
최성민이 인벤토리를 살폈다.
D급 감독관에게 좋은 아이템이 있길 바라며.
‘평범한 아이템들뿐이네.’
자신과 같은 암살자라서 내심 기대했건만 녀석이 갖고 있던 건 시중에 구할 수 있는 흔한 장비들뿐이었다.
한 가지만 빼고.
‘응? 이건?’
[바람의 목걸이]-분류 : 목걸이
-등급 : D
-효과 : 순발력+25
-내구력 : 2,386/2,500
-사용 제한 : D급 이상
-설명 : 바람의 기운이 충만한 목걸이. 다른 아이템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효과가 있다.
‘보기엔 그냥 순발력만 많이 올려주는 목걸이지만…….’
속도 옵션의 반지 두 개를 끼면 세트 효과가 발동하는 목걸이였다.
‘마침 가속의 반지가 있으니 잘됐어.’
남은 한쪽에 이동속도든 공격속도든 속도와 관련된 반지를 낀다면 세트 효과가 발동되리라.
‘D급은 돼야 낄 수 있다는 점이 아쉽긴 하군.’
목걸이를 킵해둔 최성민이 쓰러져 있는 도은정을 바라봤다.
사전에 먼저 기절시켰기에 살인 장면을 보진 못했을 거다.
‘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를 위해서도, 그녀를 위해서도.’
처음 본 여자를 위해 팀장과 감독관을 죽였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 쓰레기들을 죽이지 않았으면 인생이 피곤해졌을 거야.’
도은정이 당해도 모른 체했다면 놈들이 공범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두고두고 이용했을 터.
‘약점을 잡힌 상태로 이리저리 흔들릴 바에는 차라리 놈들을 죽이고 특성을 얻는 게 낫지.’
게다가 도은정은 빙의하기 전 원주인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있는 여자다.
‘비록 지금의 나랑은 상관이 없지만, 어찌 되었건 도움을 받긴 했으니…….’
이걸로 빚은 갚았다.
비록 당사자는 도움을 받은 줄도 모르겠지만.
* * *
“으으음…… 으윽!”
도은정은 잠에서 깨자마자 미간부터 찌푸렸다.
양 손목에서 통증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일어나셨어요?”
별안간 들린 목소리에 도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이 누군가의 등에 업혀있음을.
“최, 최성민 씨?”
“잠시만요. 여기서 좀 쉬죠.”
최성민은 도은정을 나무 그늘 아래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 과정에서 흔들리며 손목의 통증이 다시 전해졌지만.
“으윽…….”
“아프시죠? 조금만 참으세요. 제한시간 끝나려면 10분밖에 안 남았으니.”
“10분이요?”
워울프 던전의 제한시간은 4시간.
도은정이 기억하기로 아직 3시간은 남았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기억 안 나세요?”
기억이야 난다.
자신을 강간하려는 감독관에게 저항하다가 양 손목이 부러졌으니.
하지만 그 이후로는 전혀 기억이 없다.
“제가 기억하는 건 최성민 씨가 보스에게 당했다며 나타난 것까지예요. 그 이후론 갑자기 기억이 끊겨서…….”
그야 그럴 거다.
최성민에게 머리를 맞고서 기절했으니까.
하지만 최성민은 기절시킨 대상을 다른 존재로 몰아갔다.
“붉은 눈 워울프가 한 짓이에요.”
“예?”
“보스에게 가장 먼저 당한 사람이 선배님이거든요.”
“보스가 나타났었다고요?”
“예. 기어코 절 따라온 모양이더라고요. 그 때문에 선배님은 기절하고 감독관님은…….”
최성민이 말을 잇지 못했다.
암울한 그의 표정이 대답을 대신했다.
“감독관님이 보스에게 먹히고 있을 때, 저는 가까스로 기절한 선배님을 업고 도망칠 수 있었어요. 최대한 괴수들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며 시간을 끌었죠. 어떻게든 살아야 했으니까요.”
“아…….”
도은정은 그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그럼 살아남은 사람은 우리뿐이에요?”
“그런 셈이죠…….”
최성민이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도은정에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날 팔아넘긴 팀장과 강간하려던 감독관이 죽었다니…….’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으니까.
‘보스가 나타나서 천만다행이야.’
안심하던 도은정이 최성민을 바라봤다.
자신보다 전투력은 낮았지만 엄연히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다.
“고마워요. 절 버리지 않고 구해줘서.”
분명 혼자서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자신을 업고 여기까지 와줬다.
그가 없었다면 자신은 이미 보스의 먹이로 전락했으리라.
“이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빚이라뇨.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데요. 후배인 제가 선배님을 두고 어떻게 혼자서 도망치겠어요.”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요.”
“전에 회사에서 도와준 빚을 갚았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말 놓으세요. 후배인 데다 나이도 아래인데…….”
그때 갑자기 도은정이 최성민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왜 그러세요?”
“부탁이 있는데요. 혹시 시간 되시면…….”
도은정이 주저하다가 말했다.
“저희 집으로 오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