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89)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89화(289/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7화
17. 도은정의 초대
최성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집에 오라고? 갑자기 왜?’
의아하게 쳐다보자 도은정이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아, 오해는 마시고요. 저는 그저 감사한 마음에 음식이라도 대접하려고…….”
“오해 안 했습니다.”
“그, 그럼 오신다는 거죠?”
“흠.”
최성민이 고민했다.
여자와 굳이 시간 내서 밥을 먹을 이유는 없다.
“거절하진 말아 주세요.”
도은정이 울상을 지으며 부탁했다.
‘무슨 꿍꿍이지?’
최성민은 왠지 집으로 초대하는 데엔 다른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던전에서 나가면 병원부터 가보세요. 안 아프세요?”
“아, 아픈데 참고 있는 거예요.”
양 손목이 부러졌지만, 치유사에게 치료를 받는다면 금방 나을 수 있을 거다.
‘천민이라면 치료받을 권리조차 없겠지만 이 여자는 헌터니까 돈만 내면 치료받을 수 있겠지.’
물론 막대한 돈이 들겠지만 말이다.
“최성민 씨는 괜찮으세요?”
“전 보기보다 심하게 다치지 않았습니다.”
피투성이였지만 대부분이 남의 피였다.
“그래도 다친 몸으로 저를 구해주시다니…….”
도은정이 감동의 눈빛으로 보든 말든 최성민은 공략창을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얼마 안 남았네.’
조금 있으면 공략에 실패하고 페널티를 받을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나 혼자 워울프 80마리를 잡았다간 의심 사기 딱 좋으니까.’
마음먹으면 혼자서도 공략할 수 있겠지만 힘을 드러냈다간 팀장과 감독관을 살인한 범인으로 몰릴 수도 있었다.
‘지금은 힘을 숨겨야 해. 보스에게 죽은 거로 처리하려면.’
페널티로 랜덤한 스탯 1이 감소하겠지만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다.
‘룬 1개 덜 먹는 건데 뭘.’
잠시 후 시간이 되자 메시지가 떴다.
[제한시간이 모두 지났습니다.] [공략에 실패하였습니다.] [페널티로 랜덤 스탯 1이 감소합니다.] [마력 1이 감소했습니다.]‘응? 마력?’
어차피 쓸 일도 없던 마력이 3에서 2로 감소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것과 달리 운이 좋았다.
“선배님, 스탯 감소하셨어요?”
“네. 근력이 감소했다네요…….”
검사인 도은정에겐 안 좋은 소식이었다.
[잠시 후 원래 세계로 귀환합니다.]이내 던전에 있던 두 사람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 * *
“대체 언제 나오는 걸까?”
“좀 있으면 제한시간 끝나가는데…….”
입구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던 B조가 하품했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리는데 이거.”
지루함이 걱정으로 변할 때쯤.
“어? 나왔다!”
포탈의 색이 파란색으로 변하며 두 사람이 나왔다.
그런데 던전에서 나온 도은정과 최성민의 몰골이 범상치 않았다.
“뭐야? 무슨 일이야?”
“완전 피투성이잖아?”
“은정아! 너 손목 왜 그래!”
팀원들이 도은정의 꺾여 있는 손목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옷 여기저기 피가 묻어 있는 최성민의 상태도 만만치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이야? 신입!”
“그게…… 보스가 나타나는 바람에…….”
“보스라면 붉은 눈 워울프?”
“예…….”
“자세한 건 가면서 듣고 빨리 병원부터 가야겠어!”
“근데 왜 두 사람뿐이지? 팀장님은?”
“감독관님도 안 보이는데?”
어리둥절하는 것도 잠시.
팀원들은 깨달았다.
두 사람이 던전에서 나오지 않은 이유를.
“설마…….”
“죽은 거야? 보스에게?”
최성민이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소란이죠?”
던전을 지키는 관리인이 소란을 듣고 다가왔다.
“그게 말입니다.”
팀장 다음으로 서열이 높은 방태만이 대표로 관리인에게 보고했다.
“가, 감독관님이 사망하셨다고요?”
관리인은 다른 사람보다 감독관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4시간 전만 해도 같이 대화를 나눴기에 더욱 그랬다.
‘D급 헌터인 감독관님이 어떻게…….’
자초지종을 좀 더 들어보니 모든 원흉은 갑자기 나타난 보스 때문인 듯싶었다.
‘정말 보스가 나타난 게 맞나?’
관리인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살아남은 두 사람을 바라봤다.
반발심에 감독관을 죽이고 보스 때문이라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없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의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 사람의 전투력이 생각보다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고작 전투력 3, 4천짜리가 D급 헌터를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지.’
거기다 전투력 8천의 팀장도 죽었다고 하니 아무래도 보스가 나타났다는 말이 더 신빙성 있으리라.
‘그래도 윗선에 보고는 해야지. 내가 판단할 일은 아니니.’
“이제 가도 되죠? 관리인님? 빨리 병원에 데려가야 해서요!”
“예, 가도 좋습니다.”
헐레벌떡 차량에 탑승한 팀원들이 부상자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관리인의 머릿속엔 오직 보고서를 올릴 생각뿐이었다.
‘귀찮게 정말. 쯧!’
* * *
병원에서 치유사에게 치료를 받은 도은정은 한숨을 돌렸다.
잘못하면 손목과 함께 인생도 끝날 뻔했다.
그렇기에 5천만 원이라는 큰돈을 지불한 게 아깝지 않았다.
“최성민 씨는 괜찮아요?”
“전 괜찮습니다. 그리 큰 상처가 아니라서요.”
원래 최성민에게 상처 날 일은 없었지만 만일을 대비해 몸에 칼자국을 만들어 둔 상황.
그 때문에 감독관도, 팀원들도 자해한 상처라곤 생각지 못한 것 같다.
‘대신 안 써도 될 병원비가 들긴 했지만 이 정도야 가진 돈에 비하면 뭐…….’
그때 엄정식이 가자미눈을 하며 두 사람을 쳐다봤다.
도은정이 최성민을 신경 써준 모습을 본 모양이다.
“던전에 갔다 오고 나서 둘이 꽤 돈독해진 분위기인데? 같이 생사를 넘나들어서 그런가?”
“여기 최성민 씨가 제 목숨을 구해줬거든요.”
몰랐던 사실에 엄정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신입이 은정이를 구해줬다고?”
옆에 있던 방태만이 최성민을 의외라는 눈으로 쳐다봤다.
“팀워크는 X도 모르는 놈인 줄 알았더니 남자다운 면모가 있었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얘기해 봐, 은정아.”
“아, 그게요…….”
입을 떼던 도은정은 순간 자신이 강간당할뻔한 걸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괜히 분위기 이상해질 수 있으니까 숨기는 게 낫겠어.’
도은정은 감독관이 덮쳤던 이야기는 쏙 빼놓고 최성민의 영웅담만을 늘어놨다.
“혼자서 도망칠 수 있었는데도 다친 몸으로 저를 업고 3시간을 피해 다녔다더라고요. 이러니 어느 누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도은정은 말하면서도 이따금 최성민을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정작 최성민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지만.
“이야, 별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신입이 그런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줄이야.”
방태만이 최성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솔직히 엘리트란 말을 듣고 자기 멋에 취한 놈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훌륭한 마인드를 지닌 남자였구나. 그래, 오늘부터 널 팀 크러쉬의 일원으로 인정하마!”
‘네가 뭔데 날 인정해?’
속으로는 어이가 없었지만 내색하지 않은 최성민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방태만 선배님.”
“하하, 내 이름도 기억하고 있고. 똘똘한 녀석이 들어왔구만! 마음에 들어!”
호쾌하게 웃는 방태만 덕분에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저기요, 방 선배. 저희 이제 어떡해요? 팀장님도 없는데.”
심성진이 팀장을 언급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금세 가라앉아버렸다.
“방 선배가 팀장 자리 맡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야이, 십성진아. 지금 같은 상황에 꼭 그 얘길 해야겠냐? 가뜩이나 팀장님 그렇게 되셔서 심란한 마당에.”
“언젠가 해야 할 얘기잖아요. 누군가 대표로 대장님께 보고도 해야 하고요.”
맞는 말이었기에 방태만은 더 이상 나무라지 않았다.
그저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을 뿐이었다.
“팀장님은 어쩌다가 그렇게…….”
“권호준 팀장님 정말 좋은 분이셨는데…….”
팀원들이 고개를 숙이며 팀장의 죽음을 애도했지만 도은정만은 그러지 않았다.
자신을 감독관에게 팔아넘긴 쓰레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도 알고 있긴 하지만 모르는 척하는 게 좋겠지.’
짐짓 모른 체하며 고개를 숙이는 최성민의 모습에 도은정이 갈등을 느꼈다.
‘어떡하지? 다들 팀장을 좋은 사람으로 알고 있어. 날 구해준 성민 씨조차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성민까지 팀장을 애도하는 꼴은 보기가 싫다.
그것이 계기가 됐는지 도은정이 결정을 내렸다.
감춰왔던 진실을 밝히기로.
“선배님들. 사실 제가 말 안 한 게 있는데요.”
도은정은 차분히 던전에서 벌어진 사건을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털어놓았다.
“뭐어? 감독관 그 새끼가 강제로 그 짓을 하려고 했다고?”
듣기만 해도 분노가 치밀었는지 엄정식이 손을 덜덜 떨었다.
“네. 제가 말한 건 전부 사실이에요. 이 손목도 감독관이 저항 못 하게 부러뜨린 거고요…….”
그리 말하던 도은정은 팀장의 얘기도 빼먹지 않았다.
“팀장님이 감독관과 같이 짜고 친 일이라고……?”
“예. 감독관이 분명히 그랬어요. 다 알고 저를 팔아넘긴 거라고.”
“그럴 수가…….”
“어떻게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짓을…….”
권호준을 좋게 생각하던 팀원들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저로선 보스가 나타난 게 천만다행이에요. 솔직한 말로 두 사람이 보스에게 죽어서 잘됐다고 생각해요.”
“하…… 팀장님, 아니 그 새끼가 감독관이랑 무슨 얘길 하나 싶더니, 이런 짓거리를 꾸미고 있었구만?”
“그러고 보니 팀장님이 신입도 따로 호출했었잖아?”
“설마 신입, 너도 연관되어 있는 건…….”
팀원들의 시선이 최성민에게로 몰렸다.
최성민이 억울하다는 얼굴로 양손을 저었다.
“전 정말 몰랐어요. 그런 일을 꾸미고 있는 줄…….”
“그럼 팀장님이랑 단둘이 무슨 얘기한 건데?”
“별 얘기 아니었어요. 앞으로 잘해보자, 나만 믿고 따라와라, 뭐 그런 얘기였어요.”
“흠, 그래?”
억울하다는 듯 말하는 최성민의 반응에 팀원들의 의심이 걷혔다.
도은정이 추가로 최성민을 두둔했다.
“성민 씨는 그럴 분이 아니에요. 그렇지 않다면 절 두고 그냥 가버렸겠죠.”
“알았다, 알았어. 우리가 잘못 생각했다.”
“그런데 은정아. 왜 신입한테 존댓말 쓰냐?”
“아, 아직 말 놓기가 어색해서…… 그리고 제 생명의 은인이잖아요.”
그러면서 최성민한테 눈웃음을 보내는 도은정의 모습에 엄정식이 뾰로통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방 선배님. 이거 대장님께 보고해야 할까요?”
“아서라. 대장님이 아무리 우리 팀이라곤 하지만 협회 측 사람이야. 말하면 은정이만 곤란해지겠지.”
방태만은 그렇게 말하며 결심했다는 듯 일어섰다.
“내가 양조영 헌터님께 상황 보고할게. 팀장 다음으론 내가 선배니까.”
“알겠어요. 선배.”
양조영에게 보고하고 온 방태만은 이내 자신이 팀장 자리를 맡게 됐다는 소식을 들고 왔다.
전혀 기쁘지 않다는 표정으로.
“그리고 당분간은 사냥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명령이야.”
“왜요? 인원 한 명 모자라서 그래요?”
“나도 이유는 몰라. 그냥 까라면 까야지, 뭐.”
다들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최성민만큼은 짐작할 수 있었다.
양조영이 어째서 저런 명령을 내렸는지.
‘아마 감독관이 죽은 일 때문에 조사가 필요한 거겠지.’
감독관은 고작해야 D급이지만 어디까지나 헌터 협회 소속.
권력의 상징이자 이스트랜드의 중심부인 협회의 일원이 죽었다는 건 결코 가벼이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조사가 필요한 거지.’
만약 감독관의 죽음이 보스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살인 당한 거로 판명 난다면?
‘협회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용의자를 엄벌에 처하겠지.’
그 때문에 협회에서 양조영 헌터에게 모두 대기하게끔 명령을 내렸을 것이다.
‘각오하고 있던 일이었어. 감독관을 죽였을 때부터.’
최성민은 감독관을 죽이면 조사가 진행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는지, 사전에 알고 있던 정보는 무엇인지. 팀원들을 낱낱이 조사하겠지.’
그 전에 같이 던전에 들어간 최성민과 도은정부터 조사가 시작되리라.
그리고 그 조사를 누가 진행할지도 최성민은 알고 있었다.
‘아주 높으신 거물이 직접 행차할 거야. 10년 전에도 그랬다고 하니까.’
그 사실을 알기에 최성민은 자기 집에 오라는 도은정의 요청에도 거절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 거물이 도은정에게 먼저 접근할 수도 있는 거니까.
“여, 여기 골목이 참 어둡죠?”
“그러네요.”
“집에 갈 때마다 항상 지나치는데 누가 나타날까 봐 무섭다니까요?”
“…….”
“…….”
퇴원하고 밤거리를 걷는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이어졌다.
‘너무 어색한데…… 무슨 말이라도 해야…….’
어색함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도은정이었지만 정작 최성민은 딴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거물의 눈에 띄어서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해.’
그런 목적으로 따라 나온 줄도 모른 채 도은정은 관심 없는 이야기만 하기에 바빴다.
“그때 성민 씨가 아니었으면 어찌 되었을지 상상도 하기…… 성민 씨?”
걸음을 멈추며 정면을 응시하는 최성민의 모습에 도은정이 그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누구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누군가가 길을 막고 서있었다.
누가 봐도 수상한 모습에 도은정이 경계했지만 최성민은 직감했다.
드디어 거물이 나타났다고.
8 영웅 중 한 명이 기어코 모습을 드러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