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9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91화(29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9화
19. 가요, 어머니.
스르륵-
호화스러운 저택 안에서 복면을 쓴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8 영웅 중 한 명인 송치현이었다.
‘10년 전에도 했던 이 짓을 다시 하게 될 줄이야.’
복면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송치현이 테이블 위에 소지품을 올려놓다가 명함을 주시했다.
명함에는 조사관 이준협이라고 쓰여 있었다.
‘8 영웅인 내가 한낱 조사나 하고 다닌다는 걸 알면 사람들 반응이 어떨까?’
겉으로는 몰라도 속으로는 마음껏 비웃지 않을까?
‘빌어먹을. 나 혼자 왜 이런 개고생을 해야 하는지 원…….’
다른 영웅들은 온갖 호사를 누리는 반면, 자신은 말단이나 할 법한 일을 하고 있다니.
‘다른 놈들에게 내 특성을 까발리는 게 아니었어.’
아니, 굳이 자신이 말하지 않았더라도 그놈이라면 알았을 것이다.
‘우성재. 그 인간이라면 알고도 남지…….’
송치현은 자신이 이 지경이 된 게 다 저주받을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처럼 평범한 특성이었으면 이렇게 조사하러 다니지도 않았을 텐데.’
생각을 읽는다는 특수성 때문에 송치현은 여러 가지 일들을 도맡아야 했다.
배반자를 색출하거나 용의자가 진범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등.
그의 능력이 필요한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야 했으며 그렇기에 항상 바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던전이 닫힌 뒤로 일거리가 줄어서 이제 좀 편해지나 싶더니만…….’
던전이 개방되는 바람에 다시금 예전처럼 활동하게 생겼다.
‘던전 개방으로 바빠지는 건 분명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10년 동안 머물러 있던 A급에서 탈출할 기회 말이다.
‘나도 놈들처럼 S급이 되면 함부로 대하지 못하겠지.’
현재 송치현의 전투력은 대략 60만.
룬을 모으고 강해져서 100만이 넘는다면 다른 영웅들처럼 S급이 될 수 있다.
드으으은- 드으으은-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자 송치현이 발신인을 확인했다.
‘아, 곽민철이네.’
곽민철은 자신과 같은 8 영웅으로 이스트랜드의 실질적인 지배자다.
‘보나 마나 보고 때문에 전화 걸었겠지.’
받기 싫었지만 받아야 했다.
‘안 그러면 이 싸이코 같은 새끼가 뭔 개지랄을 떨지 모르니까.’
아니나 다를까.
전화를 받자마자 고함이 들린다.
-송치현 이 씨X새끼야. 뭐하냐? 빨리 전화 안 받고?
“아, 죄송합니다. 다른 일 하느라 못 봤습니다.”
-네가 다른 일 할 게 뭐 있어? 복면 쓰고 나다니는 거 말고 더 있어?
“…….”
반박하고 싶었지만, 송치현은 참아야 했다.
같은 영웅한테도 쌍욕을 박는 싸이코 따위에게 무슨 말을 한들 반항하는 거로밖에 들리지 않을 테니.
-꼽냐? 왜 대답이 없어?
“아닙니다.”
-뭐가 아닌데?
“잘못했습니다.”
-뭘 잘못했는데?
‘하, 이 미친 개 싸이코 새끼.’
곽민철은 차분한 성격의 송치현조차 욕 나오게 만드는 인사였다.
“전화를 늦게 받아서 죄송합니다.”
-됐고, 이번에 조사한 거 보고나 해봐.
분노를 눌러 담은 송치현이 사건의 결과를 보고했다.
“D급 감독관 노리카네 지고로의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 생존했던 헌터 둘을 직접 만나봤습니다만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살해당한 게 아니다?
“예. 그중 한 명은 오히려 감독관이 죽은 게 자신이 보스를 끌고 왔기 때문이라며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정말 보스 때문에 일어난 사고란 말이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다고 모호하게 대답하지 말고 확실하게 말하란 말이야. 던전 열린 지 얼마 안 된 지금이 기강을 확립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는 거 몰라?
“알고 있습니다.”
-알면 확실하게 대답해야지 새끼야!
“……확실하게 사고사한 게 맞습니다.”
-그래, 진즉 그렇게 말했어야지. 쯧. 앞으로도 수상한 사건 생기면 계속 조사해. 알았어?
“예…….”
-그리고 X발 조사 끝났으면 바로바로 연락해. 내가 전화하게 만들지 말고.
“아, 알겠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통화가 끊기자 송치현이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던졌다.
“하, 이 빌어먹을 싸패 새끼! 진짜 죽이고 싶다.”
말은 죽이고 싶다고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송치현은 안다.
곽민철은 자신보다 전투력이 3배나 높았으니까.
‘내가 빨리 성장해야 해. 그래야 이런 개 같은 대우에서 벗어나지.’
하지만 이렇게 조사를 다니다 보면 성장할 시간이 모자라기 마련.
‘보험으로 나만의 세력을 만들어두는 게 좋겠어.’
송치현은 생각했다.
단순하고 충성심 있는 부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오늘 봤던 그 녀석 같은.’
송치현의 머릿속에 문득 최성민이라는 남자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 * *
“죄송합니다. 선배님. 생각해 보니까 집에 일이 있었네요. 오늘은 너무 늦기도 했으니 이만 가볼게요. 초대는 다음에 해주세요.”
“그, 그래요.”
최성민에겐 더 이상 도은정과 함께할 이유가 없었다.
송치현의 눈에 띄겠다는 목적을 이뤘으니까.
그렇기에 대충 이유를 대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음식 대접은 다음으로 미룬 채.
“오빠 왔어?”
집에 들어가니 동생이 평소보다 밝은 얼굴로 맞이했다.
“오빠 말대로 공장에 말했더니 오늘부터 시급 4배로 쳐준다더라? 일도 좀 더 쉬운 파트로 옮겨주고.”
“그랬어? 잘됐네. 근데 어머니는?”
“안 그래도 연락해 봤더니 바빠서 추가 근무해야 한다고 우리끼리 저녁 먹으래.”
“추가 근무?”
천민일 때야 잔업 한다고 종종 늦게 퇴근하는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거절하기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신분이 상승한 지금은 굳이 잔업 하실 필요는 없는데?’
늦게까지 일하는 게 걱정된 최성민이 외투를 챙겼다.
“오빠, 어디가?”
“어머니한테 가보게. 혹시 신분 상승했다고 말 안 하셨을 수도 있잖아.”
“아, 엄마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넌 집에 있어. 나 혼자 갔다 올게.”
최성민은 외출하기 전에 화장실을 들렸다.
천장에 숨겨놓은 비상금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덜컥-
‘혹시 식당 주인한테 돈을 빌려서 발목이 묶인 걸지도 모르니.’
배낭을 꺼내 3억 9천만 원이 그대로 있는지 확인한 후에 집을 나섰다.
그리고 원주인의 기억을 따라 어머니가 일하는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24시간 국밥집을 운영 중인 사장은 오늘 하루 기분이 언짢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리고 이내 이유를 알아냈다.
‘내가 아침부터 왜 저기압인가 했더니 저 아줌마 때문이었구만?’
사장의 시선이 설거지하는 아줌마에게로 꽂혔다.
오늘 아침 천민에서 상인으로 신분 상승한 정희선 여사다.
‘상인으로 신분이 올랐다는 말에 아침부터 무슨 헛소리를 하나 싶더니만…….’
알아보니 집안에 E급 헌터가 있으면 가족들도 천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아들을 잘 둔 덕에 천민에서 벗어난 아줌마다.
‘문제는 상인이 되면 시급도 즉시 원래대로 쳐줘야 한다는 건데…….’
사장의 입장에선 달가울 리가 없었다.
‘뭐 이런 개 같은 제도가 다 있지? 이럴 거면 저 아줌마 뽑지도 않았지!’
애당초 천민이라는 이유로 뽑은 직원들이다.
싼 맛에 부려먹기 딱 좋았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그중 한 명이 신분 상승하다니.
그러면서 하는 말이 시급을 4배로 올려달라니.
‘4배는 무슨. 절대 안 되지.’
그렇다고 당장 자르기엔 손발이 모자라는 상황.
그렇기에 사장은 고육지책을 생각해냈다.
“이봐요! 희선 씨!”
트집을 잡아서 시급을 올리지 않기로.
“이거 희선 씨가 닦은 거지? 여기 아직 설거지가 덜 되어 있잖아!”
“어…… 그거 제가 닦은 건데요.”
옆에 있던 천민 아줌마가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자 사장이 눈을 부라렸다.
“……거 똑바로 좀 하지!”
살짝 당황한 사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미리 준비한 더러운 손으로 국밥 그릇을 집었다.
“이거 희선 씨가 닦은 거야?”
“예.”
“제대로 닦은 거 맞아? 여기 더러운 자국은 뭔데?”
자기가 묻힌 자국을 증거로 보여주자 정희선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못 닦았나 봐요.”
“일 이따위로 할 거야? 이래가지고 아침에 시급 4배로 올려달라는 거였어?”
“하지만 신분이 오르면 시급도 오른다고 법이…….”
“법을 떠나서 기본이 안 되어 있잖아, 기본이! 이렇게 개판인데 양심적으로 그런 말이 나오냐고!”
“…….”
“됐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그만 들어가 봐.”
“그럼 시급은…….”
“시급은 다음 달부터 4배로 올려줄 테니까 그리 알고.”
“예? 오늘부터가 아니라요?”
사장의 눈썹이 팔자로 휘었다.
“일도 이따위로 하는데 자네가 사장이라면 올려주고 싶겠어?”
“하지만 법이…….”
“법을 떠나서 인간적으로 생각해 보란 말이야. 시급을 갑자기 그렇게 올려버리면 사장인 내가 곤란하지 않겠어?”
“그치만 사장님. 저도 벌어야 하는지라…….”
“너만 돈 필요해? 나도 여기저기 빚 많아. 돈 나갈 데 천지라고.”
“…….”
“그리고 원래 월급이란 게 한 달 단위로 주는 일종의 약속이잖아? 시급 2천 원으로 약속했으니 이번 달까지는 그렇게 받아야 하지 않겠어?”
“사장님…….”
“그러니까 잔말 말고 이번 달은 그렇게 해. 내가 다음 달부턴 확실히 4배로 챙겨줄 테니까.”
“누구 맘대로?”
난데없이 들린 제삼자의 목소리에 사장의 고개가 돌아갔다.
웬 청년이 허락도 없이 주방에 들어와 있었다.
“너 뭐야? 안 나…….”
“성민아! 여긴 왜 왔어?”
보아하니 눈앞의 아줌마와 아는 사이인 듯했다.
“누구야? 희선 씨랑 아는 사람이야?”
“제 아들입니다.”
아들이라는 말에 사장이 살짝 긴장했다.
‘아들이면 이번에 E급 헌터가 됐다는…….’
인간을 초월한 헌터는 일반인에게는 두려움의 상징.
헌터에 관심 없는 사장조차도 헌터를 건들면 뼈도 못 추린다는 말을 들어봤을 정도.
그래서인지 사장의 눈빛이 한결 누그러졌다.
“아, 이번에 헌터가 됐다는 아들이구나? 만나서 반갑…….”
“당신이 사장이야?”
대뜸 하는 반말에 사장은 더 이상 표정 관리를 할 수 없었다.
“나이도 어린놈이 버르장머리 없게 무슨…….”
“그쪽한테 예의를 갖출 필욘 없을 거 같아서.”
“뭐?”
“아까 들어보니 시급도 4배로 안 쳐준다던데.”
“안 쳐주긴 누가? 다음 달부터 쳐준다는 거였지!”
“다음 달 되자마자 자를 생각이면서 쳐주긴 무슨.”
순간 뜨끔해서 말문이 막혔지만 사장은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헛소리할 거면 나가!”
“안 그래도 나갈 거거든? 어머니, 혹시 저 사람한테 돈 꾸거나 한 적 없으시죠?”
“응? 어, 없는데?”
“그럼 대우도 안 해주는 이딴 식당 출근 안 하셔도 되겠네요.”
“누, 누구 마음대로 출근을 안 해? 출근 안 하면 월급도 없어!”
최성민이 고개를 돌려 쓱 쳐다봤다.
몸서리쳐질 만큼 차가운 눈초리로.
“마음대로 해. 어차피 협회에 신고해서 영업정지 시키고 2배, 3배로 받아낼 테니까.”
“뭐? 시, 신고라니. 내가 뭘 잘못했다고…….”
“같은 신분인데도 대우 안 해주고 천민과 같은 시급으로 부려먹은 건 엄연히 불법이거든. 그리고 법을 어긴 자는 협회에 도전하는 거나 마찬가지고 그런 자에게 식당 영업을 시키진 않겠지.”
법에 대해 모르는 사장이 눈을 크게 떴다.
“그, 그게 정말이야? 거짓말이지?”
“정말인지 아닌지는 며칠 뒤에 소환장 날아오면 직접 확인해 보시고, 우린 바빠서 이만.”
“자, 잠깐! 잠깐만요, 헌터님!”
다급하게 최성민의 앞을 막아선 사장이 헤헤 웃으며 손을 비볐다.
“그, 제가 잘못했습니다. 시급도 곧장 4배로 쳐줄 테니 신고만큼은 하지 말아주시면…….”
“이미 늦었어. 그리고 누가 웃으면서 사과를 하나?”
“아, 죄송…….”
“가요, 어머니.”
한시도 이곳에 있기 싫었던 최성민이 어머니를 데리고 식당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