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9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92화(29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20화
20. 사채업자
“저, 정말 이래도 괜찮은 거니?”
걱정스레 묻는 어머니를 보며 최성민이 단호하게 말했다.
“네. 내일부터 식당에 출근하지 마세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벌어야 하는데…….”
“돈은 제가 벌면 되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렇다고 아들 혼자 벌게 놔둘 수는…….”
“어머니.”
최성민이 걸음을 멈추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혹시 어디서 돈 꾸신 적 있으세요?”
“응? 그, 그게 무슨 소리니?”
“너무 돈에 집착하시길래요.”
“그, 그런 거 없다.”
가만히 지켜보던 최성민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혹시 돈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저 돈 많아요.”
“그, 그래.”
뭔가 의심스러웠지만 말 안 하는 데엔 이유가 있을 터.
최성민은 굳이 캐묻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집 앞에 웬 건장한 남자들이 벽처럼 서 있었다.
무시하고 지나치려는데 갑자기 앞을 가로막는다.
“어이, 희선 씨. 아니, 이젠 정희선 여사님이라고 불러드려야 하나?”
덩치들 가운데에서 마른 체구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고개를 돌리니 어머니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에요?”
“아, 그, 그게…….”
“그럼! 아는 사람이지! 서로 돈거래를 튼 사이인디!”
남자가 자기소개 대신 명함을 내밀었다.
“놀부…… 캐피탈?”
“놀고먹는 부자가 되자는 뜻에서 지은 작은 회사여. 뭐 크기만 작고 자금은 어마어마하제잉!”
최성민이 의외라는 눈으로 옆을 쳐다봤다.
“어머니. 사채 쓰셨어요?”
“그게…… 네가 혼수상태에 있는 동안 드는 병원비가 만만치 않아서 말이다…….”
“얼마나 빌리셨는데요?”
“3, 3천만 원…….”
최성민의 눈이 커졌다.
“그렇게 많이요?”
지금의 그에겐 적은 돈이지만 어머니로선 감당하기 힘든 큰돈이었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많다고 한 거였는데 사채업자 놈이 피식피식 웃는다.
“아따 우리 헌터 양반께서 고작 3천을 많다고 하시면 우째스까잉. 엄마 대신 갚아야 할 텐디 말이여.”
헌터라는 걸 알고 있는 걸 보니 가족관계도 전부 파악한 모양.
최성민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래서, 집 앞까진 뭐하러 온 겁니까? 빚 독촉하러 온 겁니까?”
“그런 건 아니고 한 가지 통보할 것이 있어서 말이여.”
사채업자가 품에서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내가 오늘 아침 전산 조회를 해보니 정희선 여사님께서 신분이 상승하였더라고. 그래서 변동된 부분이 있는데…….”
그가 손가락으로 계약서 일부분을 콕 찍었다.
“여기. 잘 보믄 신분에 따라 이율이 바뀔 수 있다고 쓰여 있제? 그래서 기존에 30%였던 년 이율에 변동이 생겼어라. 150%로 말이제.”
“……!”
최성민이 놀란 반면 어머니는 아직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다.
“여사님을 위해 알기 쉽게 설명하자믄 우리한테 빌린 3천만 원에 대한 이자로 매달 75만 원씩 줬다면, 이제는 매달 375만 원씩 줘야 한다는 소리여.”
한마디로 이자가 무려 5배나 올라갔다는 소리.
“그, 그런 법이 어딨어요!”
정희선이 말도 안 된다고 소리쳤지만 사채업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이보쇼, 여사님. 남의 돈을 빌려 갔으믄 그만한 대가가 있어야 할 거 아니요.”
“그래도 없는 처지에 이자를 300만 원이나 더 내라는 건 너무 부당한…….”
“그쪽 사정이야 내 알 바 아니고. 계약서에 쓰여 있잖여? 안 그렇소?”
“…….”
“그라고 여기 있는 헌터 아들내미가 어지간히 돈 벌어다 주지 않것소? 3백만 원 정도야 헌터들 버는 거에 비하믄 적은 돈이제. 뭐, 지금 당장은 빈털터리인 것 같지만서도.”
아들의 구질구질한 행색을 보면 3천만 원을 구하기엔 아직 먼 것 같다.
“정 갚기 어려우면 다른 방법도 있소만.”
“다른 방법……?”
“그쪽 딸내미 얼굴이 반반한 게 제대로 키우면 업계에서 에이스 소리도 들을 것 같아서 말이제. 어떤가? 나는 개인적으로 이쪽을 추천하는디…….”
툭-
사채업자가 말하다 말고 발밑을 쳐다봤다.
툭- 툭-
노란 돈다발이 바닥에 쌓여갔다.
고개를 들어보니 헌터 아들이 배낭에서 돈다발을 꺼내 던지고 있었다.
“오백만 원씩 6개니까 3천 맞지?”
“서, 성민아. 어디서 이런 돈을…….”
“대답해.”
사채업자가 큭큭 웃음소리를 냈다.
“아이고, 이거 돈 있는 양반인 줄도 모르고 여태 씰데없는 소리만 하고 있었네잉. 야들아, 주워라.”
거한들이 발밑에 던져진 3천만 원을 챙겼다.
“그란데 돈을 요로코롬 바닥에 던지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일까나? 반말까지 찍찍해쌌코. 기분이 나빠서 돈 좀 더 받아야 쓰겄는데?”
“얼마.”
“이번 달 이자까지 해서 한 뭉치만 더 주면 조용히 사라질게.”
최성민이 배낭에서 돈다발 하나를 더 던져줬다.
“됐지. 이제 우리 집 찾아오지 마라.”
“큭큭, 아따 헌터라 그런지 통이 크시구마잉. 그 배낭에 얼마가 더 들어있는지 궁금하네잉.”
“조용히 꺼져라.”
“알았으, 알았으니께 그렇게 쳐다보지 말어. 어디 무서워서 말을 할 수 있어야지. 야들아, 가자. 계산 끝났응께.”
덩치들을 데리고 가면서 사채업자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혹시나 또 돈 필요하면 찾아오더라고. 내 싸게 쳐줄 테니께.”
“…….”
우르르 사람들이 빠지자 집 앞에는 최성민과 어머니만이 남았다.
“성민아, 헌터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니? 그런데 그런 큰돈이 어디서…….”
“어쩌다 보니 생겼어요. 앞으로 더 벌 거고요.”
최성민이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대체 왜 말씀 안 하셨어요.”
“미안하다……. 나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숨겼단다.”
“매달 75만 원씩 이자 내면서요?”
“그래. 시급이 올랐다고 하니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지. 근데 이자도 같이 오를 줄은 몰랐구나…….”
“대부업체가 그렇죠, 뭐.”
최성민이 한동안 명함을 바라봤다.
“어머니. 저랑 약속하세요. 다시는 사채 쓰지 않겠다고. 돈은 얼마든지 제가 벌 테니까요.”
“알았다. 약속하마. 미안하다.”
“집에는 먼저 들어가 계세요.”
“응? 왜?”
최성민이 손에 쥔 명함을 구겼다.
“전 어디 좀 들를 데가 있어서요.”
* * *
“아따 그놈 자슥 통 커서 마음에 드네. 혹시나 던져본 말인데 오백만 원을 그 자리에서 던질 줄이야.”
“그런 놈을 호구라고 하죠.”
“흑우 아니고?”
“하하하하!”
“큭큭큭.”
골목을 걷던 사채업자와 부하들이 소리높여 웃었다.
“보아하니 배낭에 돈이 더 있는 것 같았는데 아쉽구마잉. 핑계만 잘 대믄 더 얻었을 수도 있었을 텐디.”
“전 그냥 힘으로 빼앗았으면 어떨까도 생각해봤습니다.”
“아서라. 그냥도 아니고 E급 헌터라잖냐. 우리 힘으로 상대가 되긋냐?”
“헌터가 그렇게 셉니까?”
“세다고는 알고 있지만 나도 잘 몰러. 생전에 헌터라는 양반들을 만나봤어야제.”
“그럼 헌터를 오늘 처음 본 겁니까?”
“그라제.”
“직접 보니 어떠십니까?”
사채업자의 얼굴에 곧장 비웃음이 떠올랐다.
“실제로 보면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별것도 아니구먼. 호구처럼 말 몇 마디에 돈이나 퍼주고 말이여.”
“큭큭큭, 다음에 또 헌터 만나면 입을 잘 털어야겠습니다.”
“에이, 이놈아. 헌터가 우리한테 돈 빌리러 오겠냐?”
“하긴 헌터들은 많이 버니까 빌릴 일도 없겠죠.”
“우린 이대로 천민 등골이나 뽑아먹으면 되는 거여. 오늘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더라고.”
“큭큭, 흑우한테 얻은 돈으로 소고기나 사 먹읍시다, 형님.”
“푸흐흣!”
웃고 떠들며 골목길을 지나는 그때였다.
“이봐요, 아저씨들!”
갑자기 들린 소리에 돌아보니 헐레벌떡 뛰어오는 청년이 보였다.
“이게 누구여? 헌터 양반 아니여?”
사채업자가 반가운 얼굴로 최성민의 앞까지 다가왔다.
“여까진 무슨 일이여? 돈 빌리러 왔는감?”
“그건 아니고 일단 이거 받으세요.”
최성민이 배낭에서 오백만 원을 꺼내 건네줬다.
“이게 뭣이당가?”
“너랑 부하들 깽값.”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앞이 번쩍였다.
코가 뭉개지는 통증과 함께 사채업자가 뒤로 넘어갔다.
“혀, 형님!”
“이 새끼가!”
형님이 맞는 것을 본 덩치들이 최성민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일반인이 헌터를 이길 순 없는 법.
퍽-!
“커억!”
퍽-!
“아악!”
주먹을 뻗을 때마다 덩치들이 허수아비처럼 픽픽 쓰러졌다.
“으으…….”
사채업자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나 있었다.
“뭐, 뭣이여…….”
부하들이 남김없이 모조리 기절해 있었다.
죄다 코뼈가 부러진 상태로.
“아저씨.”
최성민의 부름에 고개를 쳐든 순간.
짜악-
고개가 모로 돌아갔다.
어찌나 센지 입안이 얼얼하고 뺨이 금세 부어올랐다.
“내가 왜 이러는 줄 알아요?”
“모, 몰…….”
짜악-
반대쪽으로 고개가 돌아가며 입술이 터졌다.
“모르면 맞아야지.”
짜악- 짜악-!
뺨이 뜨거워질 정도로 통증이 이어지자 사채업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그만! 그만혀……!”
“그 X같은 사투리 좀 안 쓸 수 없어요?”
“미, 미안……. 아니, 미안합니다.”
“뭐가 미안한데?”
“허, 헌터님의 심기를 거스르게 한 점, 정말 죄송합…….”
짜악-!
“반은 맞췄는데 반은 틀렸어.”
“…….”
“내가 단순히 기분 나빠서 이러는 건 아니거든.”
“그, 그럼?”
“너 같은 천민 등쳐먹는 새끼들한테 돈 준 게 아까워서 말이지.”
최성민이 사채업자의 가방에서 돈다발을 꺼냈다.
“아, 물론 다 가져가진 않아. 3천만 원 빌린 건 건들지 말아야지. 근데 말이야.”
최성민이 살기 어린 눈초리로 사채업자를 노려봤다.
“나한테 빚진 건 어떻게 갚을 건데?”
“비, 빚이요? 제가 무슨 빚을 졌다고…….”
“목숨을 빚졌잖아.”
“…….”
“난 지금 너랑 부하들을 죄다 죽일 수도 있었어. 그런데 코뼈만 부러뜨리고 살려줬지. 정말이지 고맙지 않아?”
“그, 그런 억지가…….”
짜악-
이번엔 사채업자의 이가 나갔다.
“아, 기분 뭐 같네. 그럼 이 자리에서 전부 다 죽여줄까?”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럼 목숨 살려준 빚은 어떻게 갚을 건데?”
“다, 다 가져가십시오. 안에 있는 돈 전부다…….”
“그러지 뭐.”
최성민은 자신이 줬던 3천만 원을 꺼내 배낭에 챙겼다.
코뼈가 부러지고 앞니와 양쪽 턱이 나가버린 채 피를 흘리고 있는 사채업자가 최성민을 두려운 눈으로 쳐다봤다.
‘저, 저놈은 악마야. 악마!’
사채업자가 속으로 아는 욕이란 욕은 전부 다 뱉었다.
최성민이 눈길을 주자 즉시 딴청을 피웠지만.
“아저씨.”
“예, 예.”
“어디 가서 나한테 맞았다고 말하지 말아요.”
“그럼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만약 내 귀에 그런 말이 들리는 날에는…….”
최성민이 단검을 꺼내 순식간에 목에다 겨눴다.
“히익!”
“빚이고 뭐고 죽여버릴 테니까. 알았어요?”
“으으…….”
“대답.”
“예, 예…….”
단검을 거둔 최성민이 빠르게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 뒤로 사채업자의 바지춤이 축축이 젖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