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9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93화(29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21화
21. 사냥감
집에 들어가자마자 최성민은 화장실로 향했다.
주먹에 붙은 피딱지부터 씻어내기 위함이었다.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했나?’
자신과 가족에게 함부로 말하는 사채업자가 꼴 보기 싫어서 일을 저질러버렸다.
그런다고 문제 될 일은 없겠지만.
‘어차피 힘 있는 자가 위에 서는 세상. 내가 한 짓이 알려진다 해도 양조영 헌터를 후광으로 두고 있으니 이 정도 깽판은 무마 가능할 테지.’
다 떠나서 사채업자가 이번 일을 신고하거나 보복하지도 않을 거다.
그의 눈빛에서 두려움과 공포를 보았으니.
‘헌터의 무서움을 알았으니 우리 집 주변엔 얼씬도 하지 않겠지.’
비록 돈을 갈취했지만 헌터에게 시비 걸면 안 된다는 교훈을 새겨줬으니 어떻게 보면 수업료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덜컥-
최성민이 화장실의 천장을 열어 3억 9천만 원이 든 배낭을 숨겼다.
‘이 돈은 한 달 뒤에 집 살 때 써야지.’
E급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당장은 돈의 출처를 말하기 곤란했다.
“성민아, 밥 먹어라.”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최성민이 다시 한번 말했다.
“어머니, 이제 일 나가지 마세요. 아연이 너도.”
“응? 나도?”
“그래. 17살이 무슨 공장이야. 넌 공부나 해.”
“고, 공부?”
최아연이 놀라는 데엔 다름이 아니었다.
평생을 단순노동만 하는 천민에게 공부는 사치에 불과했기 때문.
하지만 신분이 오른 지금은 공장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맞다, 나 이제 천민 아니지? 상인이랑 동급이지?”
“그래. 그러니까 공부해서 대기업 같은데 취직하거나 너 하고 싶은 일 찾아서 해. 어릴 때부터 공부하고 싶어 했잖아.”
“알고 있었네? 나 어릴 때부터 학교에 가보는 게 소원이었거든.”
“그럼 그렇게 해. 어머니도 동의하시죠?”
“그야 당연하지. 엄마는 너희가 원하는 건 전부 다 들어주고 싶단다.”
“어머니도 이번 기회에 못 해본 거 전부 다 해보세요.”
“정말 내가 안 보태줘도 되겠니?”
“밖에서 보셨잖아요. 저 돈 많은 거. 물론 집 사려면 한 달은 기다리셔야겠지만.”
“고맙다, 성민아. 네 덕분에 평생 불가능할 줄 알았던 신분 상승도 하고…….”
“운 좋게 헌터가 돼서 그런 건데요, 뭐.”
“그래도 네 덕분이라는 건 분명하잖니. 고맙다.”
“오빠, 정말 고마워. 오빠 덕분에 소원 성취했어. 나 학교 가서 진짜 열심히 공부할 거야.”
“후후, 그래. 열심히 해라.”
기뻐하는 가족들을 보니 최성민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진짜 내 가족은 따로 있지만 그래도 기뻐하는 걸 보니 보람은 있네.’
당연한 것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던 가족들을 보니 괜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놈의 빌어먹을 신분 제도를 없애든가 해야지.’
최성민은 다짐했다.
하루빨리 8 영웅을 죽여서 명계에 있는 가족은 물론 고통받는 세상을 구원하기로.
* * *
매달 1일이 되면 전투력이 갱신된다.
그렇기에 E급 무기고 관리자 김기홍은 날이 밝자마자 랭킹부터 확인했다.
친한 후배의 생사를 확인해야 했으니까.
“어, 없다. 동일이 이름이 없어…….”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한가지뿐이었다.
죽음.
“그냥 죽은 게 아니야.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거야…….”
3주 전, F급 무기고 관리자 남동일이 행방불명된 걸 알았을 때 김기홍은 의심했다.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고.
‘동일이가 무기고를 털고 튀었을 리 없어. 분명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김기홍은 CCTV에 찍힌 헌터를 주목했다.
‘오남기라는 F급 천민 헌터라고 했지?’
솔직히 살해당했다면 그가 범인일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생각했다.
랭킹 시스템을 보기 전까지는.
“오남기라는 이름도 없다니…….”
그렇다면 둘 다 죽었단 말인가?
누구에게?
‘제삼자가 있었나?’
김기홍은 오남기에 대해 좀 더 알아봤다.
그 결과, 녀석은 헌터 관리센터에서 군기반장으로 불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말은 적이 많다는 뜻이지.’
모르긴 몰라도 갈굼을 당했던 F급 신입들은 전부 오남기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을 거다.
‘그중에서도 가장 바라고 있는 건 성민이라는 천민이겠고.’
최근에 오남기가 가장 많이 괴롭힌 사람은 성민이라는 F급 헌터라고 한다.
‘3개월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최근에서야 깨어났다지.’
물건을 옮기다 사다리에서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거야 표면상의 이유고.
‘센터장에게 물어보니 오남기가 죽도록 패서 그런 거라지.’
알아보니 남기의 폭력성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성민이라는 천민으로선 남기를 보자마자 죽이고 싶었을 거야.’
살해 동기만큼은 충분했다.
‘만약 성민이 남기에게 복수하고 같이 있던 남동일까지 살해했다면?’
생각하던 김기홍이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지. F급이 어떻게 E급을.’
자기가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가설이었다.
‘일단 센터장을 만나서 성민에 대해 좀 더 캐봐야겠어.’
* * *
“왔는가?”
성민이 다니던 헌터 관리센터를 찾은 김기홍이 센터장에게 허리를 굽혔다.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이렇게 대면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닐세. 우선 앉지.”
소파에 앉자 센터장이 궁금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래, 조사는 잘하고 있는가?”
“예. 남동일과 오남기를 죽이고 F급 무기고를 털어간 용의자를 찾았습니다.”
“그게 누군가?”
“성민이라는 F급 헌터입니다.”
“…….”
센터장의 반응은 어쩐지 미적지근했다.
“이곳에 근무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제는 아닐세.”
“그게 무슨…… 아!”
김기홍은 금세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제가 깜빡했군요. 열흘 전에 F급 징집령이 있었다는 것을. 아마 지금쯤 훈련소에 있겠군요.”
“아니, 녀석은 엊그제 퇴소했네.”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제가 알기로 E급은 되어야 퇴소할 수 있다고…….”
“아직 검색 안 해봤나? 녀석은 이미 E급이야.”
“예?”
무슨 소린가 싶은 김기홍이 재빨리 랭킹창을 띄웠다.
‘검색, 최성민.’
명령어로 즉시 최성민을 검색해 보자 아니나 다를까.
3,011이라는 전투력과 등급이 떴다.
“버, 벌써 E급이라니? 어떻게……?”
“듣기로 훈련소에서도 엘리트로 불린 모양이야. 일주일 만에 전투력 0짜리가 E급이 됐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이 정도면 사냥에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건데…….”
“엄청난 인재라고 볼 수 있지.”
“저한테 처음 정보를 주셨을 때 F급 특성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나도 그런 줄 알았네. 하지만 오남기라는 놈이 질투할까 봐 한 거짓말이었다더군. 실제론 S급 특성이었고.”
“그런…….”
오남기에게 맞기만 하던 최성민이 S급 특성의 엘리트였다니.
‘잠깐, 그럼 녀석이 범인일 가능성이 큰 거 아니야?’
범행동기도 있겠다, 엘리트라 불릴만한 실력도 있겠다, 증거는 없지만 심증으로는 확실했다.
“센터장님! 제 생각에 성민…… 아니, 최성민 그놈이 이번 사건의 범인 같습니다. 당장 발본색원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본보기로 삼아야…….”
“이보게, 기홍이.”
센터장이 짐짓 무게감 있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우리 센터 소속이던 최성민을 빼간 사람이 누구인지 아나?”
“누구입니까?”
“양조영 헌터님이라네.”
“양조영 헌터님이면…… 양백두 님의 아들?”
“그래.”
양백두는 A급 헌터로 헌터 협회를 주무르는 실질적인 권력자였다.
이스트랜드의 지배자라 불리는 8 영웅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기도 했고.
“자네는 무기고 관리를 얼마나 오래 하고 싶은가?”
“저야 죽을 때까지 하고 싶죠.”
“나도 마찬가지일세. 가능하면 평생을 센터장으로 있고 싶은 마음이야. 그러려면 어떡해야 하는가?”
“그야 윗분의 눈에 거슬리지 말아야죠.”
“그렇지. 그런데 협회의 권력자인 양백두 님의 아들 밑에 있는 최성민이라는 헌터가 무기고를 털어간 범인이래. 자네 같으면 잡을 수 있겠는가? 양조영 헌터님과 양백두 헌터님의 이미지에 누를 끼칠 수 있는데도?”
“…….”
“그러니 이쯤에서 포기해. 최성민이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지 않은가? 전부 심증일 뿐이지. 설사 범인이 맞는다고 해도 잡으면 우리만 손해야. 무기고의 책임을 내가 뒤집어쓰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야.”
“…….”
분하다는 듯 김기홍이 입술을 깨물었다.
‘범인을 색출하고도 잡을 수 없다니…….’
너무나 든든한 헌터를 뒷배로 두고 있다.
고작 D급 헌터인 김기홍이 건들기엔 벌집이 너무 컸다.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그래. 얘기가 통하니 다행이군.”
하지만 센터장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포기하기엔 남동일과 김기홍의 사이가 꽤 돈독했다는 것이다.
* * *
“오빠, 오늘은 사냥 안 나가?”
“응. 당분간은 일 없거든.”
“그럼 어떡하니? 이대로 아연이 학교 보내도 괜찮은 거니?”
“그 정도 돈은 있으니까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최성민의 배웅을 받으며 가족들이 현관을 나섰다.
학교에 등록하려면 보호자 동반은 필수였기에 하는 외출이었다.
쿵-
“후우.”
가족들이 나가자마자 최성민이 한숨을 쉬었다.
돈 때문이 아니었다.
‘당장은 던전에도 못 들어가고 성장하기 어렵겠어.’
성장이 지체되는 것이 문제였다.
다시 팀을 운영하라는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던전에 들어가지 못하니까.
‘이 세계는 이게 문제야. 팀이 아니면 절대로 던전에 들어갈 수 없으니.’
히든 던전이 아닌 이상에야 몰래 들어갈 수도 없다.
던전 입구마다 관리인을 두고 철저하게 감시‧통제하고 있었으니.
‘행여나 몰래 들어갔다가 걸리면 나 역시 살아남을 수 없어.’
협회에서 던전을 꽉 틀어쥐고 있는 이상 할 수 있는 건 없다.
모르긴 몰라도 사나흘은 더 대기해야 할 거다.
감독관 사망에 대한 조사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팀 크러쉬 멤버들도 이렇게 한숨을 쉬고 있겠지.’
마음대로 사냥도 못 나가는 처지에 또다시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헌터들 같은 경우 괴수를 사냥하고 룬을 먹는 것 외에는 성장할 길이 없지만…….’
최성민만큼은 예외였다.
‘나에겐 특성 흡수가 있으니까.’
남들이 괴수를 사냥해서 강해질 수 있다면 그는 헌터를 사냥해서 강해질 수 있다.
물론 죄 없는 헌터를 죽이진 않을 거다.
‘이 세계엔 쓰레기 같은 헌터들이 널렸지.’
이곳에서 헌터 협회는 온갖 쓰레기들이 압축된 거대한 악의 탑이나 마찬가지다.
‘헌터 협회에서 자리 하나 차지하면 작업하기 딱 좋겠지만…….’
우선으로 처리해야 할 녀석이 있다.
‘전투력이 갱신되면서 남동일이 죽었다는 걸 알았으니 분명 날 추적하겠지.’
남동일과 가까운 사이라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확신하고 있었다.
녀석이 끝내 자신을 추적하리라고.
남동일을 죽였을 때부터 각오하고 예상하던 일이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그때였다.
쿵쿵쿵-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최성민이 현관 앞으로 나가봤다.
“누구세요?”
“최성민 헌터 있습니까?”
“접니다만?”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누구신데요?”
“남부 헌터 관리센터의 E급 무기고를 관리하는 D급 헌터 김기홍이라고 합니다.”
‘왔군.’
최성민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첫 번째 사냥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