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9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94화(29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22화
22. 면회
최성민은 거리낌 없이 문을 열었다.
사냥감이 제 발로 굴러들어왔으니까.
“누추하지만 들어오세요.”
D급 헌터를 밖에 세울 순 없었기에 안으로 초대했다.
잠깐 집안을 둘러보던 김기홍이 벽지에 핀 곰팡이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냥 밖에서 얘기해도 되겠습니까?”
“아, 그래도 되죠.”
들어오지 않겠다니 밖으로 나갔다.
근처 조용한 곳으로 이동하자 김기홍이 입을 열었다.
“최성민 씨 되시죠? 다름이 아니라 뭐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어떤…….”
“남동일 헌터와 오남기 헌터 아시죠?”
“예, 제가 다니던 중부 헌터 관리센터에 있던 분들인데 행방불명됐다고 들었습니다.”
“행방불명이 아니라 사망했습니다.”
“예? 사, 사망이요?”
처음 알았다는 듯 놀란 최성민이 랭킹을 검색해봤다.
“저, 정말 이름 검색이 안 되네요?”
“모르셨습니까? 오남기 헌터가 그렇게 괴롭혔다고 들었는데…….”
“예, 지금 처음 알았습니다.”
김기홍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보통 괴롭힌 사람이 사라졌다고 하면 관심 가질 법도 한데 이상하군요.”
“요즘 E급이 돼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요. 그쪽은 아예 신경도 안 쓰고 지냈거든요.”
막힘없이 대답했지만, 의심의 눈빛은 꺼지지 않았다.
“뭐, 그렇다 치고. 어떻습니까? 그쪽을 괴롭히던 헌터가 죽었다는데.”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네요. 솔직히 센터에서도 나왔고 이제는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상관없는 일이라…….”
순간 울컥한 김기홍이지만 아직 최성민을 범인이라 단정 지을 순 없었다.
“그럼 남동일 헌터가 죽은 것도 별다른 감정이 없겠네요?”
“그분은 저랑 별로 마주치지도 않았던 분이라…….”
김기홍이 최성민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봤다.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티끌만큼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최성민이 범인이라고.
“3주 전, 남동일 헌터와 오남기 헌터가 CCTV에 찍혔을 당시, 어디서 뭐 하고 계셨습니까?”
“그날 그냥 집에 있었습니다만…….”
“증명할 수 있습니까?”
“아니, 그보다 왜 물어보시는 거죠? 왠지 취조하시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요?”
“제가 두 사람을 살해한 범인을 찾고 있어서요.”
“협회의 이름으로 조사하시는 겁니까?”
“그건 아니고 피해자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서요.”
“어쨌든 저는 그날 집에 있었습니다. 증명은 못 하기에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네요.”
“그러면 질문 몇 개만 더……”
김기홍이 몇 가지를 더 물어봤지만, 증거가 될 만한 건 없었다.
“이제 됐습니까?”
“……예.”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쿵-
집에 들어가는 최성민을 김기홍은 붙잡을 수 없었다.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단 말이지…….’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김기홍은 포기하지 않았다.
‘입사 동기 중에 박광진이라는 천민이랑 친하다고 했지?’
남동일의 죽음을 알게 된 순간 김기홍은 다짐했다.
범인을 밝혀낼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라고.
‘최성민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건 전부 알아내겠어.’
그런 생각으로 김기홍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 *
‘김기홍이 이렇게 일찍 찾아올 줄이야.’
최성민의 한쪽 입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갔다.
범인으로 의심받는 건 안 좋은 일이지만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연인이 죽었으니 김기홍이 기를 쓰고 범인을 찾으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
남동일과 김기홍은 동성이지만 연인 사이다.
그 사실을 빙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최성민은 남동일을 죽일 때 예상했다.
김기홍이 자신을 추적하리란 것을.
‘집까지 찾아온 걸 보면 나를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하는 모양이야.’
하지만 증거는 없고 심증만 있으니 당장에 복수하려 들진 않을 터.
‘만약 증거가 나온다면? 그때는 무슨 수를 써서든 날 죽이려 들겠지.’
그때가 되면 김기홍은 분명 혼자서 움직이지 않을 거다.
‘녀석의 특성은 헌터가 많을수록 유리한 특성이니까.’
그리고 김기홍이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지도 잘 알고 있다.
‘보나 마나 장비를 빌려주던 E급 헌터들이겠지.’
김기홍은 수년간 조폭으로 활동하고 있는 E급 헌터에게 뒷돈을 받으며 장비를 대여해 주고 있었다.
조폭 헌터는 그 장비로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고.
‘알면서도 빌려준 거지.’
결국 김기홍도 그 조폭 헌터와 똑같은 쓰레기였다.
‘물론 협회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만약 협회에서 무기고의 아이템을 빼돌린 걸 안다면 김기홍은 그날로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끼리끼리 만난다더니. 남동일과 아주 찰떡궁합이야.’
협회에 신고해서 김기홍을 제거하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빙의 전부터 노렸던 사냥감을 남한테 줄 순 없지.’
사실 최성민은 김기홍만 죽일 생각이 없었다.
‘죽일 거였으면 좀 전에 죽였겠지.’
김기홍을 이용해 사냥감들을 불러모은 뒤 모조리 죽일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김기홍이 나한테 복수하겠다고 달려들어야 하는데…….’
최성민이 인벤토리를 살펴봤다.
이때를 위해 남겨둔 아이템들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우선 생각해보자. 김기홍이 이제 어디로 갈지.’
아마 녀석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터.
‘그래, 거기로 가겠군.’
최성민이 즉시 전화를 걸었다.
양조영의 측근이라던 박창석 교관에게로.
* * *
‘그 새끼는 대체 무슨 수로 일주일 만에 E급을 만든 거지? F급 특성인 주제에?’
최성민이 일주일 만에 훈련소를 졸업한 이후로, 광진은 그를 욕하기에 바빴다.
자존심이 상한 탓이다.
‘빌어먹을, 나도 빨리 이 X 같은 곳에서 나가야 하는데…….’
하지만 최성민과는 달리, 광진의 전투력은 퇴소하기엔 한참이나 모자랐다.
‘이제 400 조금 넘었으니 2,600이나 남은 건가?’
한숨이 나왔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F급 특성인 그 새끼도 해냈는데 나라고 못 할 거 같아?’
이대로 주저앉기엔 자존심이 용납지 않았기에.
“광진 훈련생!”
“예엣!”
호랑이 교관 박창석의 부름에 광진이 깜짝 놀랐다.
“면회다. 나와라.”
“예?”
어리둥절했지만 광진은 일단 교관을 따라 면회장으로 이동했다.
‘누구지? 천민은 면회 올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
훈련소에 면회 요청이 가능한 건 상인급부터다.
그렇기에 천민인 그의 가족이 왔을 리는 없다.
광진이 궁금한 얼굴로 면회장에 들어선 순간.
“안녕?”
“어?”
가장 보기 싫은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최성민이었다.
“잘 지냈냐?”
“면회 온 사람이 너였어?”
“어, 나 이제 천민 아니잖아.”
싱글싱글 웃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질투심과 함께 속이 끓어오른다.
‘개새끼, 살맛 나나 보네.’
보통 같으면 입 밖으로 꺼냈을 말이지만 광진은 속으로만 삼켰다.
자신보다 급도 높은 데다 최성민의 성질이 어떤지는 여러 번 경험해봤기에.
광진이 부글거리는 속을 진정시킨 뒤 퉁명스레 말했다.
“네가 여긴 뭐하러 왔냐?”
“너라니? 존댓말 안 쓰냐? 천민 주제에 어디서 감히.”
갑자기 정색하며 화를 내자 광진이 당황했다.
“야, 왜, 왜 그래. 친구끼리…….”
“친구면 신분 무시하고 말 놔도 되냐? 당장 존댓말 안 써?”
“…….”
광진이 진심으로 당황하는 찰나, 최성민이 씩 미소 지었다.
“흐흐, 농담인데 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러냐?”
“아, 이 씨ㅂ……!”
“씨ㅂ?”
가만히 노려보는 최성민의 모습에 광진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 하려고 했냐?”
“씨, 십 원짜리 혹시 있으면 빌리려고 했지.”
“갑자기 십 원은 왜?”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나저나 네가 나한테 면회를 다 올 줄이야.”
“친구인데 면회 오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
‘친구 좋아하네, X신 새끼.’
광진은 단 한 번도 최성민을 친구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스트레스 풀기 좋은 찐따로 생각했으면 몰라도.
물론 지금은 만만하게 볼 수가 없었지만.
“웬만하면 너랑 같이 퇴소하고 싶었는데 나만 나와서 미안하다.”
“너 지금 나 놀리냐? 자랑하러 왔어?”
“아니, 진심이야. 너랑 같이 팀 구해서 사냥 다닐 생각도 했었거든. 지금은 이미 팀을 구했지만.”
“구했어? 어디 유명한 팀이야?”
“팀 크러쉬라고, 양조영 헌터님이 꾸리신 팀이 있어.”
“야, 양조영 헌터님이?”
훈련소의 총책임자가 양조영임을 아는 광진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에 양조영 헌터님이 부른 게 팀원으로 들이기 위해서였나?’
부러움과 질투심이 한데 뒤섞인 눈빛으로 광진이 입술을 내밀었다.
“자랑하러 온 거 맞구만.”
“아니야. 사실은 너한테 감사하단 말 하려고 왔어.”
“감사?”
뜬금없는 소리에 광진이 되물었다.
“나한테 감사할 게 뭐 있어? 내가 뭔 도움이 됐다고?”
“도움이 됐지. 네가 훈련 중에 열심히 하는 거 보고 나도 자극받아서 노력했던 거니까. 그 결과 일주일 만에 E급에 달성할 수 있었던 거고.”
“…….”
광진은 자신을 되짚어봤다.
‘내가 그렇게 노력을 했던가?’
확실히 최성민을 이기려고 열심히 훈련을 받은 것 같다.
“크흠, 내가 생각보다 큰 도움을 줬었네. 나 아니었으면 일주일 만에 E급도 못 찍었을 거 아냐?”
“그렇지. 그래서 내가 감사의 의미로 선물을 가져왔거든?”
“선물까지?”
최성민이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날이 예리한 게 딱 봐도 좋아 보이는 장검이었다.
장검을 받아든 광진이 정보창을 보고는 놀랐다.
“이, 이거 E급 무기잖아?”
“응. 알다시피 난 단검을 쓰는지라 필요 없어서 말이지. 나중에 E급 돼서 퇴소하면 써. 꽤 좋은 검이야.”
‘필요 없으면 팔면 되지 이걸 왜 나한테?’
던전이 개방된 이후로 시세가 떨어지긴 했지만 팔면 적어도 수백만 원은 나올 터.
광진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든 말든 최성민이 장비를 더 꺼냈다.
“이것도 써. E급 갑옷인데 난 필요 없어서.”
‘너 뭐 잘못 먹었냐?’
그렇게 묻고 싶었던 광진이었지만 속으로만 생각하기로 했다.
공짜로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이 새끼 시세 같은 거 잘 모르나? 팔면 몇백인 아이템들을…….’
최성민을 호구처럼 쳐다보는 것도 잠시.
광진의 눈에 탐욕이 일렁거렸다.
“준다니까 고맙게 받으마.”
“후후, 그래.”
선뜻 내어주는 게 어쩐지 수상했지만 광진은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여겼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최성민은 그 뒤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뭐야? 저 자식.”
불평도 잠시, 인벤토리에 아이템을 챙겨 넣은 광진이 히죽이며 웃었다.
“멍청한 새끼, 이 비싼 아이템들을 그냥 주고 가버리다니.”
하지만 광진은 몰랐다.
자신이 최성민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