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9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95화(29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23화
23. 김기홍
오전 훈련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있던 광진의 앞에 또다시 호랑이 교관이 나타났다.
“광진 훈련생. 면회다!”
“또요?”
이맛살을 찌푸리던 광진이 순순히 교관을 따라갔다.
‘성민, 그 자식이 설마 아이템 가져가려고 돌아온 건 아니겠지?’
마음이 바뀌었다며 줬던 아이템을 도로 뺏어갈까 봐 노심초사했지만, 걱정과 달리 면회 온 사람은 성민이 아니었다.
“이름이 광진, 맞지? 중부 헌터 관리센터에서 일하는.”
“아아, 예.”
“난 남부 지부의 무기고 관리자 김기홍이라고 한다.”
광진은 오늘따라 의외의 사람들이 찾아온다며 의아해했다.
“다른 센터 관리자님이 저한텐 무슨 볼일로…….”
“최성민에 대해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다.”
최성민이라는 말에 광진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녀석은 왜요?”
“이유는 묻지 말고 넌 대답만 하면 돼. 최성민이랑 친하지?”
“친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알고는 있죠.”
“아는 거 있으면 전부 털어놔 봐. 가족관계나 성격 등 싹 다.”
광진은 고민도 없이 순순히 자신이 아는 정보들을 털어놨다.
자신과 녀석 사이에 지켜야 할 의리 따위는 없었다.
‘어차피 친구도 아니니까.’
게다가 천민인 그로서는 관리자의 명령에 복종하는 수밖에 없다.
“흠…….”
광진이 거리낌 없이 정보들을 나불댔지만, 김기홍은 여전히 불만족스러웠다.
‘이거론 부족해. 결정적인 증거가 없잖아.’
최성민을 범인으로 특정할 만한 단서도 없었다.
“혹시 녀석이 최근에 수상한 행동을 한 적은 없나?”
“있죠. 그 새끼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더니 완전 이상해졌어요. 사람이 180도 달라졌다니까요?”
광진은 신이 나서 최성민을 까대기 시작했다.
여태껏 뒷담화할 사람이 없었던 그로선 이번이 기회였다.
“그런 거 말고 다른 수상한 점은?”
“없는데……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 그 녀석이 면회 왔었거든요.”
“면회? 몇 시에?”
“10시쯤이었을 거예요.”
‘그 시각이면 내가 집에 찾아가고 1시간 지나서잖아?’
녀석이 왜 갑자기 광진을 면회 왔을까?
수상한 느낌을 받은 김기홍이 계속 말해보라는 듯 눈짓을 줬다.
“평소에 친하지도 않은 놈이거든요. 그런데 그놈이 별 시답잖은 핑계로 감사하다면서 아이템을 주는 거예요.”
“아이템?”
“네, 그것도 E급 무기랑 갑옷을 선물이랍시고 줬는데 누가 쓰던 건지 내구력도 많이 깎여 있고…….”
“잠깐 그 아이템 좀 보여주겠나?”
광진은 어려울 것 없다는 듯 인벤토리에서 무기와 갑옷을 꺼냈다.
“이, 이건……!”
아이템을 알아본 김기홍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건 분명 동일이의 아이템이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연인인 그가 남동일의 아이템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최성민, 그 개새끼가 죽인 게 맞았어!’
녀석이 왜 친구인 광진에게 아이템을 넘긴 걸까?
그것도 자신이 집에 방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가 찾아가니 불안해졌던 거야. 그래서 급히 증거 인멸하려고 아이템을 떠넘긴 거고!’
빠드득-
김기홍이 이를 갈며 부들부들 떨었다.
왜 그런지 궁금했지만, 광진은 그저 숨죽이며 눈치 볼 수밖에 없었다.
“……도움이 됐다. 여기 내 명함이다. 사례는 다음에 훈련소에서 나오면 하도록 하지.”
그 말만 남긴 채 김기홍이 훈련소를 떠났다.
‘반드시…… 그 새끼는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인다.’
최성민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그러나 김기홍은 몰랐다.
그 복수 대상이 자신의 뒤를 미행하고 있을 줄은.
* * *
‘예상대로 김기홍이 광진을 찾아왔군.’
훈련소에서 나오는 김기홍을 보며 최성민이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그것도 봤겠지. 광진에게 심어놓은 남동일의 아이템들을.’
광진의 성격상 아이템들을 숨길 리가 없다.
김기홍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모든 정보를 불었을 거다.
‘예상대로 김기홍을 빡치게 했으니 이제 날 죽이려 들겠지.’
원망을 샀음에도 최성민은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되었다.
얼마나 많은 사냥감을 데려올지.
‘생각보다 일이 술술 풀리고 있군.’
최성민이 은밀히 김기홍의 뒤를 쫓았다.
* * *
최성민이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찾았지만, 김기홍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괜히 발설했다가 양조영 헌터님과 양백두 헌터님의 이미지를 깎아 먹는다면…….’
오히려 화살은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럴 바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는 게 나아.’
센터장은 건들지 말라고 했지만, 윗선에 알리지 않고 개인적으로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제일 깔끔했다.
자신 역시 이 방법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나서면 안 돼.’
김기홍은 알았다.
최성민은 결코 만만한 놈이 아님을.
‘나보다 등급은 한 단계 낮지만, 훈련소에서 엘리트라고 불리던 놈이야. 동일이와 오남기를 감쪽같이 죽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김기홍은 당장에라도 죽이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놈을 죽이려거든 확실하게 죽여야 한다.’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해서 손톱부터 발톱까지 잘근잘근 씹어먹어 줘야 분이 풀릴 것 같았다.
‘그러려면 내 특성을 최대로 활용해야 해.’
특성을 활용하려면 도와줄 사람들이 필요했다.
복수를 다짐한 김기홍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오랫동안 거래했던 조직의 보스라면 자신을 도와줄 것이다.
-아이고, 관리자님 아닙니까?
“잘 지내셨습니까? 양 사장님?”
-그럼요. 저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 던전이 개방돼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긴 하지만요.
“아, 사냥 다니십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던전에 들어가려면 아시다시피 팀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금 만드는 중입니다. 다른 조직들을 흡수하면서 말이죠.
일반인으로 구성된 조폭들 사이에서 헌터는 그야말로 양 떼 속의 늑대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조직의 보스 자리는 대부분 헌터가 차지했다.
힘으로 서열을 매기는 건 조폭들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얼마나 흡수하셨는데요?”
-자랑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현재 세 개의 조직을 무너뜨리고 규합했습니다.
“그럼 세 명의 헌터를 휘하에 두고 계신 겁니까?”
-그런 셈이죠.
이 구역의 조폭들은 헌터 1명에 조직원 3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 개의 조직을 굴복시키고 규합했다면 헌터 3명에 조직원 90명을 확보한 셈.
“역시 양동이파네요. 대단합니다, 양 사장님.”
-하하, 별말씀을.
김기홍이 보스인 양동현을 띄워줬다.
‘잘됐어. 양 사장을 포함하면 헌터가 4명이라는 거잖아?’
헌터 4명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김기홍은 누구보다 강해질 수 있다.
-그런데 관리자님. 오늘은 거래하는 날도 아닌데 무슨 일로 전화를 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데 도움을 주셨으면 해서요.”
-사람을 죽이는 거야 우리 전문이긴 한데…… 헌터입니까?
“맞습니다.”
-D급이신 관리자님이 부탁하실 정도면 등급이 꽤 높은가 보네요?
“그건 아닙니다. 양 사장님과 같은 E급입니다.”
-에이, 그럼 어려운 일도 아니네요.
“가능하면 확실하게 죽이고 싶어서요.”
-아, 그런 거라면 제가 도와드려야죠.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인데. 흐흐.
“압도적인 힘으로 압박해서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이려고 합니다. 그놈의 가족들까지요. 그래서 말인데 양 사장님이 만드셨다는 팀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만…….”
-저희 팀 전원이요?
“예. 페이는 부족하지 않게 드리겠습니다. E급 장비도 1년 동안 무상으로 대여해 드리고요.”
-오오, 그 정도 조건이면 안 도와드릴 수가 없죠.
“그럼 이따 밤에 장비 빌려드릴 테니 헌터들 대동해서 무기고로 오시면 됩니다.”
-오케이,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김기홍이 히죽 웃었다.
“최성민, 넌 오늘 죽은 목숨이다.”
최성민뿐만이 아니다.
그와 그의 가족들까지.
조폭들과 함께 냄새나는 반지하에 쳐들어가 모조리 쳐죽일 것이다.
바로 오늘 밤에 말이다.
* * *
띠띠띠- 철컹!
무기고의 문을 연 김기홍이 주변을 한번 살폈다.
몰래 들어가는 터라 목격자가 있으면 곤란했다.
‘아무도 없군.’
안심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드넓은 진열장이 나왔다.
모조리 E급 아이템들이다.
‘내가 쓸 거랑 조폭들이 쓸 거 몇 개 챙긴다고 문제 되진 않겠지.’
무기고 입구를 비추는 CCTV는 진즉에 꺼놓은 상태.
CCTV를 끄러 가는 장면도 찍혀 있지 않을 거다.
최대한 조심했으니까.
‘난 동일이처럼 실수하진 않겠어.’
드으으은-
갑작스러운 문자 알림에 김기홍이 핸드폰을 쳐다봤다.
[양 사장 : 조금 있으면 도착합니다. 무기고 CCTV는 해결했죠?] [김기홍 : 물론이죠. 문은 열려 있으니 바로 들어오시면 됩니다.]문자를 보낸 김기홍이 진열장을 둘러봤다.
조금 있으면 조폭들이 올 시간이다.
미리 그들이 쓸 무기를 챙겨둬야겠다.
그때였다.
태앵-!
갑자기 들린 쇳소리에 김기홍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긴장한 얼굴로 조심스레 소리가 난 방향으로 걸었다.
진열장에서 떨어진 장비가 보였다.
“뭐야. 그냥 떨어진 거였나?”
한숨과 함께 긴장이 탁 풀렸다.
잠깐 불길한 생각을 했던 자신이 민망했다.
“하긴 나만 들어올 수 있는 무기고에 누가 침입했을 리는 없…….”
푹-
목 뒤에서 무언가 깊숙이 박힌 느낌이 났다.
뭔지 확인할 새도 없이 쑤욱 빠진 그것이 김기홍의 턱밑을 다시 한번 찔렀다.
푹-
“커흐으…….”
부르르 머리를 떨던 김기홍이 눈을 부릅떴다.
최성민이 자신의 목에서 단검을 뽑고 있었다.
[헌터 김기홍을 죽였습니다.] [특성 ‘군생 본능’을 빼앗았습니다.] [장비 8개를 빼앗았습니다.] [동화율 13.3%]피를 쏟아내며 쓰러지는 김기홍을 최성민이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봤다.
“결국 연인인 남동일과 똑같은 방식으로 죽었군.”
기습 자체는 어려울 게 없었다.
‘김기홍을 미행하다가 CCTV가 꺼지는 걸 보고 미리 침입하면 그만이었으니까.’
역시 빙의 전에 무기고 비밀번호를 알아두길 잘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녀석이 이토록 방심하진 않았을 거다.
‘어디 무슨 특성인지 볼까?’
[특성 – 군생 본능]-등급 : A
-설명 : 자신의 주력 스탯이 10% 증가하며 100m 반경에 다른 각성자가 있을 시 한 명당 5%가 추가로 증가한다. 최대 4명까지 적용된다.
특성을 확인한 최성민이 눈을 크게 떴다.
‘기본적으로 주력 스탯 10% 증가에 헌터 한 명당 5%가 붙는다고?’
최대 4명이니 30%까지 가능하다는 소리.
‘팀 단위로만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지금 상황에 딱 좋은 특성이군.’
어차피 솔로잉을 못하는 판국이었으니 최대치까지 올리긴 쉬우리라.
‘첫 번째 사냥감은 해결했고…….’
최성민이 김기홍의 바지춤을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문자를 확인하니 예상대로 혼자서 기습할 계획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쪽으로 온다고? 잘됐군.’
씨익 웃는 찰나.
“관리자님. 저희 왔습니다!”
추가 사냥감의 등장에 최성민이 몸을 숨겼다.
‘궁금하군. 과연 몇 명의 헌터를 데려왔을지…….’
궁금증은 이내 떠오른 메시지를 통해 풀 수 있었다.
[주변 각성자 수 : 4명] [군생 본능 특성으로 순발력이 30% 증가합니다.]군생 본능은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는다.
무조건 주변 헌터의 수에 따라 적용이 됐다.
‘4명이나 왔단 말이지?’
최성민이 어둠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파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