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9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96화(29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24화
24. 양동이파
“관리자님. 저희 왔습니다!”
네 명의 사내가 안으로 들어서며 무기고를 둘러봤다.
“어디 계시지?”
“관리자님?”
진열대의 조명만 드문드문 밝혀져 있을 뿐, 김기홍의 모습을 찾을 수 없자 보스인 양동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문도 열려 있는데…….”
“보스. 여기로 오라고 한 거 맞습니까?”
“야, 지금 나 의심하는 거냐?”
“보스가 아니라 그 관리자라는 사람이 의심스러워서 그럽니다.”
“맞습니다. 이거 설마 함정 아닙니까?”
부하들의 의심에 양동현이 인상부터 썼다.
“너 얼마 전에 우리 쪽에 흡수된 놈 맞지?”
“그렇습니다. 수철이파 보스였던 강수철이라고 합니다.”
“강수철은 무슨. 넌 이제부터 용수철이다.”
“……별명 너무 쉽게 짓는 거 아닙니까?”
“네가 너무 쉽게 생각하잖아, 새끼야. 나랑 관리자님 관계가 그렇게 쉽고 간단한 관계가 아니야, 인마. 같이 몇 년을 거래해왔는데, 쯧!”
양동현이 꾸짖자 강수철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같은 E급 헌터지만 전투력만 3배 차이가 났으니까.
“사람 함부로 의심하는 거 아니야. 알았어?”
“……죄송합니다.”
그때 양동현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김기홍 : 잠깐 볼일이 있어 자리를 비웠으니 도착하면 먼저 장비 고르고 계세요.]양동현이 이것 보라며 부하들에게 문자를 보여줬다.
“봐라! 함정은 무슨 함정이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장비나 챙겨.”
“옙!”
조폭들이 각자 흩어져서 진열대를 살폈다.
고작 E급 헌터 한 명 손보기로 했지만 어떤 장비든 대여해 준다기에 기쁜 마음으로 둘러봤다.
하지만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쇼핑하던 건 아니었다.
‘용수철? X발, 그게 재밌다고 생각하나?’
얼굴을 있는 대로 구긴 강수철이 씩씩거리며 무기고를 돌아다녔다.
헌터가 된 이후로 듣지 못했던 별명을 여기서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양동현 개새끼. 어디 두고 보자. 내가 빨리 성장해서 네놈 대가리를 깨줄 테니까.’
비록 지금은 힘에 굴복해 양동이파 밑에 들어와 있지만 언젠가 더 강해져서 조직을 차지하리라.
‘그때까지는 네놈을 이용해서 던전을 돌아주지. 후후후…….’
그런 생각으로 실실 웃고 있는데.
푹-!
“아아악! 내, 내 눈!”
난데없이 날아온 단검이 눈알에 박혀버렸다.
“이게 무슨 소리야?”
마침 근처에 있던 조폭 한 명이 비명을 듣고 강수철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왔다.
“흐흐흑, 흐으윽…….”
“수철아! 무슨 일…….”
푹-!
“끄아아악!”
등을 찔린 조폭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엎어졌다.
“뭐야? 어디서 나는 소리야?”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비명에 양동현이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주변을 살피는 부하를 발견했다.
“최승호!”
“아, 보스! 커억!”
최승호의 가슴팍에 난데없이 단검이 날아와 박혔다.
그 모습에 양동현이 두 눈을 부릅떴다.
단검이 스르륵 사라지고 있었다.
‘저, 저건 단검 투척 스킬이잖아?’
양동현도 순발력 위주의 암살자였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비록 대미지가 낮아서 배우진 않았지만.
‘단검 투척만으로도 저런 대미지라니…….’
양동현이 긴장한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역시 D급이라 이건가?’
그는 지금 부하들을 습격한 사람을 김기홍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관리자 그 새끼가 정말로 함정을 준비했을 줄이야.’
무기고에 들어오라고 하더니 부하들이 각개 격파당했다.
당연히 김기홍이 꾸민 짓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배신 때린 거지? 그동안 거래 잘 해왔잖아? 서비스로 대마초도 줬었고!’
끈끈한 협력 관계였기에 더욱이 배신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일단은 살아야 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복수도…….’
너무 주위만 경계하고 걸었던 탓일까?
양동현은 자신의 발에 뭔가가 걸리고 나서야 시선을 내렸다.
“아이 씨! 깜짝이야!”
발에 걸린 건 사람의 팔이었다.
그것도 아는 사람의.
“과, 관리자잖아?”
놀라서 김기홍의 시체만 쳐다보고 있는 그때.
섬뜩.
살기를 느낀 양동현이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정확히 눈알을 노렸던 단검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아깝네.”
어둠 속에 숨어있던 최성민이 아쉬운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름대로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암살자의 표식과 선수 필승까지, 4배로 증폭된 대미지였기에 하는 소리였다.
“너, 넌 누구냐! 누군데 우리를……!”
“와…… 얼굴도 모르면서 관리자랑 합심해서 날 죽이려고 했던 거야?”
“너, 넌 설마……?”
양동현은 뒤늦게 눈앞의 청년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갑자기 자신과 부하들을 기습한 이유도.
“관리자님이 말한 E급 헌터가 너였구나!”
“딩동댕!”
“네가 관리자랑 내 부하들을 죽인 거냐?”
“관리자를 죽인 건 맞는데 부하들은 아직 죽이지 않았어. 특성 효과를 보려면 놈들이 살아있어야 하거든. 어차피 좀 있으면 죽겠지만.”
최성민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다가올 때마다 양동현은 뒷걸음질을 치며 거리를 유지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이놈은 건들면 안 되는 놈이다. 건들면 내가 죽는다.’
눈빛만 봐도 누가 포식자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다가가도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자 최성민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계속 그렇게 물러나기만 하고 안 싸울 거야? 부하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복수해야지.”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같은 E급이라곤 하지만 이길 자신이 없었다.
D급 관리자를 죽이고 E급 부하 세 명을 빈사 상태로 만든 상대를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차라리 이대로 도망쳐서 훗날을 기약하는 편이…….’
양동현이 힐끔 시선을 돌리며 입구와의 거리를 쟀다.
하지만 그 잠깐의 방심이 실수로 연결될 줄은 그도 몰랐다.
푹-
“아아악!”
어깨에 단검이 날아와 박혔다.
반사적으로 몸을 틀지 않았더라면 목젖에 꽂혔으리라.
단검이 사라지더니 최성민의 손에서 나타났다.
“안 오면 내가 가야지.”
질주 스킬을 쓴 최성민이 한순간에 거리를 좁혔다.
깜짝 놀란 양동현이 단검을 휘둘렀지만, 군생본능으로 순발력을 300까지 끌어올린 최성민을 맞출 수는 없었다.
푹- 푹- 푹-
가슴, 등, 팔뚝.
상체 곳곳에 상처를 입은 양동현이 죽기 살기로 버티며 단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푹-
“커르륽!”
목이 꿰뚫린 그에게 더 이상의 반항은 의미가 없었다.
[헌터 양동현을 죽였습니다.] [특성 ‘전투 감각’을 빼앗았습니다.] [장비 8개를 빼앗았습니다.] [동화율 13.4%] [특성 – 전투 감각]-등급 : A
-설명 : 자신을 향한 살기, 죽음의 위기, 상대의 수준 등, 전투에 관련된 현상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건 예전에 가졌던 직감 특성이랑 비슷한 건가?’
설명을 보니 직감이라는 S급 특성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그때의 직감 특성은 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었다면 이건 전투에 관한 부분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것 같아.’
등급도 괜찮고 나쁘지 않은 특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잡아놓은 물고기들을 처리하러 가볼까?”
최성민이 단검을 고쳐잡으며 신음이 들리는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무기고 안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 * *
협회의 헌터 관리부 장관실.
쾅-!
책상을 내려친 중년인이 씩씩거리는 얼굴로 눈앞의 센터장들을 바라봤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F급 무기고에 이어 E급 무기고마저 털리다니!”
“……면목이 없습니다. 장관님.”
장관실로 불려온 센터장들이 고개를 숙였다.
이스트랜드의 헌터 관리센터는 북부, 중부, 남부로 세 곳.
그중 중부와 남부에서 관리하는 무기고가 깔끔하게 털려버렸다.
그것도 한 달 사이에.
이는 센터장들의 책임도 있지만, 그들을 총괄하는 협회의 관리부 장관의 책임도 있었다.
“협회의 중요한 자산인 무기고를 이렇게 날려버리다니! 지금 저 엿 먹으라는 겁니까, 뭡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 이래가지고 제가 양백두 비서실장님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있겠습니까? 무슨 면목으로 보고하라는 말입니까?”
“저,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책임이요?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현재 범인을 특정한 상태입니다. 그놈만 잡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겁니다.”
“범인이요? CCTV에는 아무도 안 찍혔다고 보고 받았는데요?”
“그렇긴 한데 최근 현장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았습니다.”
“증거라면?”
센터장은 대답 대신 품을 뒤적이더니 장관에게 무언가를 건네줬다.
“이건 핸드폰 아닙니까?”
“예. 최근에 털린 E급 무기고에서 찾은 핸드폰인데 놈이 실수로 떨어뜨리고 간 모양입니다.”
핸드폰 안에는 증거가 될만한 문자 내역들이 수두룩했다.
“범인 이름은 김기홍. E급 무기고 관리자로서 수년간 양동이파라는 조직과 연락을 취하며 불법으로 무기고의 아이템들을 대주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뭐요?”
센터장의 설명에 장관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수년간 무기고의 자산을 마음대로 빼돌리고 있었다니.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그게…… 무기고 출입은 오로지 관리자만 가능한 데다 입·출고 내역도 조작하려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으로…….”
쾅-!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니! 이러니까 이런 사달이 일어난 것 아닙니까!”
“죄, 죄송합니다. 저도 조작이 가능하다는 걸 처음 안 지라…….”
“그래서, 이 나라 팔아먹을 새끼가 E급 무기고를 털어간 범인이라 이겁니까?”
“정황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E급 무기고는 물론 지난번의 F급 무기고도 이놈이 꾸민 짓일지도 모릅니다.”
“…….”
남부 센터장의 주장에 중부 센터장은 할 말이 있었지만 참았다.
‘김기홍은 최성민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있던 거 같은데…… 괜히 얘기할 필욘 없겠지.’
양백두의 아들 양조영이 뽑은 팀원이 최성민이었으니 말해봐야 긁어 부스럼만 되고 만다.
“그러니까 이 김기홍이라는 놈 혼자서 중부와 남부의 무기고를 다 털어버렸다?”
“양동이파와도 연락이 두절된 걸로 봐서 아마 같이 꾸몄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장관이 머리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남부 센터장.”
“예.”
“상황 정리 좀 해보세요.”
“예. 남부 무기고의 관리자인 김기홍이가 지인이자 중부 무기고 관리자인 남동일과 같이 있던 오남기를 죽이고 F급 무기고를 털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범인이 아닌 척하다가 전투력 갱신 날에 둘을 살해한 사실이 들통나자 양동이파의 도움으로 E급 무기고까지 털고 도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케이. 그 말 그대로 양백두 비서실장님에게 보고 올리겠습니다. 그러니 이걸로 상황 마무리 지읍시다.”
센터장들이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그것도 잠시.
“그렇다고 센터장들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건 아니니 좋아할 거 없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장관님.”
센터장들의 입에서 다시금 한숨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