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9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98화(29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26화
26. 적당히 약하게
“팀장님, 파이팅입니다!”
“둘이서 힘들겠지만 힘내세요!”
A조인 방태만과 심성진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워울프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D급인 감독관도 함께.
“갔다…….”
B조인 엄정식과 도은정, 최성민은 입구에서 대기했다.
팀에서 가장 서열이 낮은 사람들만 남은 셈.
그렇다고 세 사람이 친한 건 아니었다.
한 명을 제외한 두 사람만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었으니까.
“성민 후배, 훈련소에서 엘리트 소리 들었다면서요?”
“아, 네.”
“일주일 만에 E급 되셨다고 들었어요. 엄청나게 잘 싸우실 거 같은데 이번에 실력 좀 볼 수 있는 건가요?”
“제 실력은 저번에 보셨잖아요. 피투성이 돼서 도망 다니기만 했는데…….”
“그때는 보스가 나타나서 그런 거잖아요.”
“일반 워울프랑 보스는 많이 다른가요?”
“아예 차원이 다르다고 들었어요. 성민 후배는 그때 보스 만났었죠? 어땠나요?”
도은정과의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내심 귀찮았지만, 최성민은 신입을 가장하며 장단을 맞춰줬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질투심 어린 눈으로 보는 이가 있었다.
“둘이 무슨 얘길 그렇게 해?”
“아…… 엄 선배님.”
“딱딱하게 엄 선배가 뭐야? 둘이 있을 땐 그냥 오빠라고 불러.”
“하하, 농담도…….”
도은정이 불편해했지만 눈치가 없는 건지 엄정식은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최성민이 신경 쓰였는지 한마디 던진다.
“야, 최성민. 아까 선배님들 들어가시는데 왜 너 혼자 응원 안 했어?”
도은정에게 말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말투였지만 최성민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 응원해야 하는 줄 몰랐습니다. 두 사람이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서…….”
“야, 네가 잘 모르나 본데 워울프가 그리 만만한 괴수가 아니야.”
엄정식이 이참에 선배 노릇을 하려는 듯 워울프에 대해 설명했다.
물론 다 알고 있는 최성민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만.
“지금 들어간 선배님들 실력이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워울프가 한 방에 픽픽 쓰러지는 놈이 아니야. D급 수준이 아닌 이상에야 일대일로 잡기 버겁다고. 네가 훈련소에서 잡던 괴수들은 한마디로 튜토리얼이었던 거야. 알아들어?”
“저기, 엄 선배님.”
잔소리가 심해지는 것 같아지자 도은정이 화제를 돌렸다.
“저희는 그럼 선배님들 나오실 때까지 여기서 대기해야 하나요?”
“그렇지. 감독관 없이 우리끼리 들어갈 순 없으니까.”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
“보통 같으면 3시간은 걸릴 텐데, 둘이서 들어갔으니까 더 걸릴 수도 있고. 어쨌든 4시간 이내로 나올 거야.”
“혹시라도 공략에 실패할 일은 없겠죠? 실패하면 감독관님도 페널티 받으실 테니까.”
“감독관은 페널티 따위 받든 말든 신경 안 써. 애당초 돈만 보고 들어가는 게 감독관이라는 자리니까.”
그렇게 4시간 가까이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선배님들이 늦으시네요…….”
“걱정 마요, 성민 후배. 별일 없을 거예요.”
너무 늦어서 지루하다는 뜻이었는데 도은정의 눈엔 걱정하는 거로 보였나 보다.
“그건 그렇고 성민 후배.”
도은정이 말하기 전에 좌우를 살폈다.
엄정식이 없는 걸 확인하자 은밀하게 말한다.
“우리 집엔 언제 오실 거예요?”
“아, 그건…….”
“뭐야? 너희 그렇고 그런 사이였어?”
바로 뒤에서 엿듣고 있었는지 엄정식이 화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에요. 선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집으로 오라는 거 내가 다 들었는데?”
“저, 절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음식 대접하려고 그런 거예요. 오해하지 마세요.”
“아, 그런 거였어?”
이유를 듣자 엄정식의 화가 풀렸다.
“나도 끼면 안 돼? 나도 은정이 집에서 밥 먹고 싶은데.”
“아, 그건 좀…….”
그때 포탈의 색이 바뀌며 들어갔던 세 명이 걸어 나왔다.
“헉, 헉…….”
“가까스로 세이브했네.”
A조는 제한시간이 끝나기 10분 전에 공략을 마쳤다.
그 말은 둘이서 워울프 80마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 모습에 엄정식이 한숨을 쉬었다.
“어떡하냐, 우리? 팀장님이랑 심 선배도 가까스로 공략할 정도인데…….”
“저희는 세 명이니까 좀 더 쉽지 않을까요?”
“아니야. 전투력만 보면 불리해. 계산해 볼까? 나 5천, 은정이 4천, 신입 3천. 합이 만이천. 반면 팀장님이랑 심 선배는 7천, 6천으로 합이 만삼천. 인원은 우리가 많지만, 전투력만 따지면 오히려 불리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다.
최성민의 전투력이었다.
‘내 전투력은 현재 8천이 넘었어. 이마저도 아직 오르는 중이고.’
그 때문에 엄정식의 계산은 틀렸다.
물론 최성민은 그 사실을 알려줄 생각이 없다.
‘적당히 약하게 보여야 해.’
어느 정도 실력을 보여줘서 엘리트라는 걸 어필할 생각이긴 하지만 온 힘을 다할 생각은 없다.
‘그랬다간 전에 감독관을 죽인 것에 대해 의심을 살 수도 있으니.’
팀장 방태만이 팀원들을 불러모았다.
“이제 B조가 들어갈 차례인데 근처 다른 워울프 던전으로 이동할 거야. 감독관님도 들어가야 하니까.”
동일 던전에 재입장하려면 12시간이 걸린다.
감독관 때문에라도 던전을 옮겨야 했다.
마침 가까운 곳에 워울프 던전이 있었기에 시간을 더 잡아먹진 않았다.
“B조! 장비 착용하고 준비해라!”
던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방태만이 감독관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감독관님, 한 번만 더 고생해 주십시오. 저희 애들도 잘 좀 부탁드립니다.”
“그런 부탁하지 말게. 내가 할 일은 오직 아이템을 감시하는 것뿐이니까 말이야.”
방태만이 쓴웃음을 지었다.
혹시나 팀원들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까 봐 다시 한번 부탁한 거였는데 칼같이 거절당했다.
‘부탁하려거든 뇌물을 달라 이거지? 젠장.’
역시 감독관이라는 족속은 인정머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방태만이 B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조심하고, 꼭 살아서 돌아와라, 새끼들아!”
* * *
던전에 진입하자마자 감독관이 팔짱을 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방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감독관은 없는 사람이라고 쳐야 하고…….’
엄정식이 도은정과 최성민을 바라봤다.
두 사람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한 명은 10년 전에 잡아본 적 있지만 가물가물하고 한 명은 완전 처음이라…….’
대기할 때 워울프를 잡아본 적이 있냐고 물었었는데 역시나 초보들이었다.
‘이런 애들을 데리고 어떻게 사냥하라는 건지…….’
일단 워울프를 공략하는 법에 관해 설명하긴 했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경험이 너무 부족해, 경험이.’
전투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경험이다.
해당 괴수를 얼마나 잡아봤냐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던전에 들어온 엄정식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너희도 봤지? 우리 팀에서 가장 강한 두 선배님들도 힘들어하신 거. 절대 방심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내 말에는 무조건 복종하고, 알았어?”
“알겠습니다, 선배님!”
대답은 했지만, 최성민으로선 우습기만 했다.
‘레드 드래곤 카르뮤가스도 잡아본 내가 워울프 따위에 긴장해야 한다고?’
솔직히 최성민은 보스가 나타나도 일대일로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전투력이 높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축적된 경험 자체가 다른 이들과는 차원이 달랐으니까.
물론 그런 사실을 여기 있는 세 사람이 알 리가 없다.
그렇기에 군말 없이 따랐다.
“일단 내가 시범을 보일 테니까 따라와.”
엄정식이 앞장서며 워울프를 찾았다.
마침 어슬렁거리던 워울프 한 마리가 엄정식을 발견하고 이빨을 드러냈다.
크르르릉-
“잘 봐. 어떻게 잡는지.”
창을 주무기로 쓰는 엄정식이 워울프에게 달려들었다.
찌르고 피하고 휘두르고 스킬을 쓰며 워울프를 상대하길 한참.
푹-
크르륵!
우연인지 창날이 워울프의 목젖을 찌르며 목숨을 앗아갔다.
“후우, 후우. 봤지? 이런 식으로 공격 패턴을 읽고 피해 주면서 잡는 거야.”
“정말 대단해요, 선배님!”
도은정의 칭찬에 엄정식이 던전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도은정에게 점수 좀 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내가 볼 땐 그냥 예의상 한 말 같은데…….’
도은정은 어떻게 봤는지 몰라도 최성민의 눈에는 방금의 전투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공격력은 나쁘지 않은데 군더더기가 많고 명중률이 떨어져.’
순발력이 떨어지는 탓인지 치명상을 입힐 기회가 있었음에도 몇 번이고 놓치고 말았다.
게다가.
“잠깐 쉬었다 가자. 허억, 허억.”
한 마리를 잡는 데도 지치는지 엄정식이 바닥에 주저앉는다.
‘힘은 충분한데 명중률이 떨어져서 사냥이 오래 걸리고 결국 체력 소모로 이어지는군.’
별로 대단할 것 없는 실력이었다.
‘그런데도 잘도 공격을 피했단 말이지.’
배울 점이라곤 패턴 파악 후 공격을 잘 피한 점, 그뿐이다.
“선배님, 저도 일대일로 잡아보면 안 될까요?”
쉬고 있던 엄정식이 도은정의 당찬 발언에 깜짝 놀랐다.
“안 돼, 위험해! 나도 이렇게 힘들게 잡은 녀석을 네가 어떻게 잡겠다는 거야?”
“예전에 저도 일대일로 워울프를 잡아본 적 있거든요.”
“호, 혼자서 잡았었다고?”
“네. 비록 10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몇 번 상대하다 보면 기억날 것도 같아서요.”
“그래도 위험…….”
“위험할 땐 선배님이 도와주시면 되잖아요. 물론 선배님 허락을 받는 게 먼저지만…….”
“음…….”
가만히 생각하던 엄정식은 결국 오케이 사인을 내렸다.
점수 따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다가 위험해 보이면 바로 개입할 거야. 알았어?”
“네, 선배님.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내 워울프 한 마리를 발견하자 도은정이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엄정식도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대기했다.
“하앗!”
도은정이 자신 있게 워울프에게 달려들자 몇 차례 공방이 펼쳐졌다.
그리고.
깨애앵!
워울프가 생각보다 빨리 쓰러졌다.
“어, 어떻게 나보다 빨리……?”
엄정식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한 마리를 잡는 데 3분이 걸렸던 자신에 비해 도은정은 1분밖에 안 걸렸으니까.
전투력이 1천이나 낮을 텐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엄정식이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어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최성민은 알고 있었다.
‘거의 모든 공격이 유효타로 들어갔어. 순발력이 높아서 그런지 명중률이 상당해.’
근력도 어느 정도 있는지 대미지도 낮은 편이 아니었다.
‘저 정도 실력이면 금세 위로 치고 올라가겠는데?’
최성민은 확신했다.
한 달 이내로 도은정이 엄정식의 전투력을 추월할 거라고.
“대, 대단하다, 은정아! 너 진짜 천재 아니니?”
“칭찬 감사합니다, 선배님.”
“아니,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은정이는 어쩜 얼굴도 예쁘면서 못하는 게 없냐?”
엄정식이 열심히 도은정을 띄우기에 바빴다.
진심일지 모르겠지만, 최성민의 눈엔 환심을 사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일 따름이었다.
‘어쨌거나 나도 실력 좀 보여줘야겠어.’
엘리트라는 이름값이 있으니 힘을 숨길 필욘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힘을 보여주면 곤란해지겠지만.
“다들 일대일 했으니 이제 제 차례인가요?”
최성민이 패기 있게 단검을 쥐며 나서자 엄정식의 입에서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하, 성민아. 은정이가 쉽게 잡았다고 워울프가 만만하게 보이나 본데…… 그러다 큰코다친다? 은정이는 천재라서 그런거고 너는…….”
“저도 훈련소에서 엘리트 소리 좀 들었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최성민의 말에 엄정식이 피식거렸다.
“그래, 한번 해봐라. 대신 다치면 내 책임 아니다?”
그러면서 팔짱을 끼며 방관자의 자세를 취하는 모습에 최성민이 내심 진저리를 쳤다.
‘아까랑 달리 도와주겠다는 말도 안 하네?’
자신을 질투하는 건 알겠지만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저렇게 나오니 어이가 없었다.
‘유치한 새끼. 뭐 너 같은 놈 도움은 바라지도 않지만.’
“성민 후배. 걱정하지 말아요. 위험하다 싶으면 제가 나설게요.”
오히려 도은정이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상황이었다.
크르르르-
마침 지나가던 워울프가 이쪽을 발견하고 다가오자 최성민이 단검을 고쳐 쥐었다.
‘더도 말고 도은정보다 살짝 강한 수준으로 보여주면 되겠지.’
그러려면 최대한 힘을 빼야 했다.
최성민의 시선이 구석에 뜬 메시지로 향했다.
[주변 각성자 수 : 3명] [군생본능 특성으로 순발력이 25% 증가합니다.]‘군생본능으로 오른 순발력은 어쩔 수가 없으니 암살자의 표식이라도 걸지 말아야겠군.’
최성민은 일부러 워울프가 먼저 공격하길 기다렸다.
선수필승 효과도 받지 않기 위함이었다.
‘공격 타이밍도 신경 써야겠어. 괜히 카운터라도 터지면 곤란하니까.’
그렇게 최대한 힘을 뺄 생각을 하는 와중에 워울프가 지척까지 달려왔다.
그때까지 최성민은 어떤 공격도 하지 않고 단검으로 겨누기만 했다.
휘익-
놈의 앞발질을 가볍게 몸을 틀어 피했다.
‘선수필승은 끝났고.’
두 번째 공격도 피한 뒤 단검으로 가볍게 눈을 찍었다.
푹-
크르르릉!
괴로워하는 워울프가 이빨로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다.
딱-
가볍게 피해준 뒤 머리를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절단.’
스킬 한 방에 죽을 리는 없지만 미리 체력을 빼놓을 요량으로 단검을 휘둘렀다.
어차피 이 정도 공격으론 머리를 벨 수도 없다.
그런데.
‘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스거걱-
단검이 머리를 찢고 두개골을 긁은 것이다.
[예리한 칼날 특성으로 상대의 방어력을 무시합니다.]쿵-!
뇌손상을 입은 워울프가 단번에 쓰러졌다.
예상치 못하게 10% 확률의 방어력 무시가 터져버렸다.
‘미친.’
하지만 최성민이 놀란 건 그 때문이 아니었다.
‘전투 감각이 이것도 알려준다고?’
공격하기 전에 느껴졌기 때문이다.
방어력 무시가 터질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