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99)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00화(30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28화
28. 엘리트, 천재, 에이스
보스 잡는 거?
그거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두 눈을 노려서 투명화를 해제시키면 그만이야.’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움직이는 상대의 머리를 맞추기도 어려운 판에 허공에 떠다니는 눈을 정확히 적중시킨다?
‘쉽진 않겠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일반적으론 보스의 존재를 사전에 눈치채기란 불가능하다.
눈밖에 보이지 않는 데다 녀석도 기습을 위해 살금살금 움직이니까.
백이면 백 기습을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은신 감지가 있는 나한텐 소용없지.’
은신을 감지할 수 있는 최성민에게 보스는 덩치 큰 워울프에 지나지 않았다.
보스의 전매특허인 기습도 먹힐 리가 없고.
오히려 최성민이 보스를 유인하며 기습을 노리는 실정이었다.
‘파티원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좀 더 따라와라. 옳지. 잘하고 있네, 우리 아우.’
옛 소환수의 이름을 부르며 보스를 유인하던 최성민이 파티원과 약 9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 정도면 싸워도 파티원이 있는 곳까지 들리진 않겠지?’
게다가 100m가 넘지 않았으니 군생본능 효과도 유지할 수 있다.
‘파티원이 눈치채기 전에 최대한 빨리 죽여야 한다.’
주변의 시선이 없는 이곳에선 힘을 숨길 필요가 없다.
힐끗 보스가 있는 쪽을 쳐다보며 암살자의 표식을 걸어둔 최성민이 거리를 가늠했다.
아마 보스는 자신의 위치가 들켰다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지금이다!’
최성민이 기습적으로 몸을 돌려 단검을 던졌다.
푹-!
크워어어엉!
보스의 붉은 눈에 정확히 단검이 박혔다.
표식과 선수필승 효과로 4배 대미지를 입혔으니 꽤나 아플 거다.
스르르 사라진 단검이 최성민의 오른손에서 나타나더니 붉은 기운을 흘렸다.
기습 성공으로 10초간 추가 공격력이 붙은 것이다.
‘질주.’
폭발적으로 거리를 좁힌 최성민이 남은 눈알을 향해 단검을 찔렀다.
그러나.
휙-
그런 단순한 공격에 맞아줄 리가 없다는 듯 보스가 피하는 바람에 헛방을 쳤지만.
‘절단.’
진짜 공격은 따로 있었다.
스걱-!
크워어어어!
남은 눈마저 베어버리자 투명하던 보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투명화를 쓸 수 없는 붉은 눈 워울프는 그저 덩치만 큰 늑대일 뿐.
아니, 늑대라고 볼 수도 없었다.
양쪽 시력마저 잃었으니 커다란 샌드백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이제 마음껏 베기만 하면 되는데 최성민은 놀란 얼굴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혼절 상태에 빠져 축 늘어진 보스의 모습을.
‘절단 스킬에 붙어 있는 혼절 효과가 지금 걸릴 줄이야.’
절단을 쓰면 낮은 확률로 혼절을 걸 수 있었는데 그 효과가 나타난 모양.
그런데 최성민이 놀란 건 단순히 혼절이 걸려서가 아니었다.
‘전투 감각으로 알 수 있었어. 방금의 공격으로 혼절이 걸릴 거라는 걸.’
방어력 무시에 이어 혼절까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최성민을 놀라게 했다.
‘이럴 때가 아니지.’
당장은 보스를 죽이는 게 급선무.
가뜩이나 혼절한 터라 급소를 노리기도 쉬웠다.
푹- 푹- 푹- 푹-!
치명상을 입히기엔 대미지가 약했지만 계속해서 상처가 누적됐다.
크르르륵-
찌르는 사이에 보스가 깨어났지만 그래봤자 두 눈이 멀어버린 녀석은 위협조차 되지 않았고.
결국.
‘지금이다. 방어력 무시 타이밍!’
예리한 칼날 특성이 발동될 타이밍을 미리 읽은 최성민이 절단 스킬을 사용.
푸슈우욱-
단칼에 붉은 눈 워울프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붉은 눈 워울프를 처치하였습니다!] [D급 마정석을 획득하였습니다.] [늑대 머리 후드를 획득하였습니다.] [마력이 담긴 붉은 눈을 획득하였습니다.]‘늑대 머리 후드?’
[늑대 머리 후드]-분류 : 투구
-등급 : D
-방어력 : 1,400
-효과 : 순발력+25, 공격속도 및 이동속도+10%
-내구력 : 2,500/2,500
-사용 제한 : D급 이상(귀속)
-설명 : 늑대 머리 장식이 눈에 띄는 후드. 잘못 보면 늑대로 오인할 수 있다.
D급 아이템이라 지금은 못 쓰지만 옵션이 상당히 좋았다.
‘높은 순발력에 공속, 이속까지 올려주다니.’
다른 D급 투구를 찾아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효자 아이템이었다.
‘이건 또 뭐지?’
[마력이 담긴 붉은 눈]-분류 : 소지품
-등급 : D
-효과 : 주변에 동화되어 누군가 자신을 인지할 확률이 약간 줄어든다.
-내구력 : 888/888
-사용 제한 : D급 이상(귀속)
-설명 : 마력이 담긴 붉은 눈 워울프의 눈알. 갖고만 있어도 힘을 빌릴 수 있다. 진짜 눈은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원래 붉은 눈 워울프가 이런 것도 줬었나?’
최성민도 처음 보는 아이템이었기에 신기하게 바라봤다.
‘주변 사람이 자신을 인지할 능력이 줄어든다는 건데…… 한마디로 존재감이 사라진다는 거잖아?’
왠지 아싸가 되는 기분이었지만 암살자인 그로선 나쁠 것 없는 아이템이었다.
‘D급 마정석도 하나 나왔네? 이 세계에선 2천만 원 정도라지?’
헌터 장비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어도 마정석의 시세에는 변함이 없었다.
대체 에너지로 쓸 수 있는 마정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으니까.
좋은 아이템을 많이 얻었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보스의 시체가 사라지면서 룬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바람의 룬을 획득하였습니다.] [공격속도 및 이동속도가 영구적으로 5% 증가합니다.]룬에는 스탯만 올려주는 룬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바람의 룬처럼 특정 능력을 올려주는 룬도 존재했다.
‘보스를 잡으면 특별한 룬이 나온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공속과 이속을 올려주는 룬이라니…….’
마침 암살자인 그에게 꼭 필요한 룬이 아닌가?
‘순발력 1이 올라가는 것보다 공속, 이속 5%가 올라가는 게 훨씬 낫지.’
하지만 최성민의 말은 틀렸다.
5%가 아니었다.
[룬 친화력 특성이 발동됩니다.] [바람의 룬 효과가 10%로 강화됐습니다.]공속, 이속이 영구적으로 10% 올랐다.
‘이러면 나중에 늑대 머리 후드를 착용했을 때 공속, 이속이…….’
40%.
공속, 이속 효과가 없는 헌터와 비교해 봤을 때 확연히 차이가 나는 수치였다.
‘D급만 되면 눈에 띄게 빨라지겠는데? 지금도 30%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눈에 띄는 성장에 기쁘지 않을 수 없는 그 순간.
바스락-
최성민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난데없이 숲속에서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 * *
“얘는 똥을 만들고 있나? 왜 이렇게 늦어?”
최성민을 기다리던 엄정식이 한계라는 듯 벌떡 일어섰다.
“뭐하시게요? 선배님?”
“10분이 지나도 안 오잖아. 찾아봐야지.”
“사람인데 늦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변비든 뭐든 내가 허락한 시간은 10분이라고.”
엄정식은 기어코 최성민이 사라진 방향으로 걸음을 뗐다.
도은정과 감독관이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랐다.
앞장서던 엄정식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 있어요?”
의아하게 생각한 도은정이 바라본 곳엔 최성민이 있었다.
혼자서 워울프들을 상대하는 최성민이.
푸욱-
마침 마지막 워울프를 처치한 최성민이 동료들의 등장에 고개를 들었다.
“후우, 후. 오셨어요?”
최성민이 지친 기색으로 인사했지만 엄정식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정확히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시체가 하나, 둘, 셋……. 혼자서 워울프 세 마리를 상대했다고?’
이제야 연기로 변해 사라지는 거로 봐선 죽은 지 얼마 안 된 놈들이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실력에 엄정식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성민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빨리 뒤처리하고 시간 내로 가려고 했는데 괴수들이 방해하는 바람에…….”
“어, 그, 그럴 수도 있지.”
보자마자 혼쭐을 낼 생각이었던 엄정식은 예상치 못한 최성민의 실력에 내심 당황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 설마 세 마리를 동시에 상대한 건 아니지?”
“그럴 리가요. 차례대로 나타나서 잡았을 뿐입니다.”
실은 세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며 한 마리씩 시차를 두고 죽인 거였지만.
“하, 하긴 팀장님도 못 하는 일을 네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렇다 하더라도 엄정식은 무시할 수 없었다.
차례로 세 마리를 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자, 얼마 안 남았으니까 얼른 잡고 나가자.”
엄정식을 선두로 다시금 사냥이 재개됐다.
그 뒤로 최성민이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도 보스를 잡았다는 사실은 들키지 않은 것 같다.
* * *
던전을 공략한 이후로 엄정식과 도은정은 최성민을 얕볼 수 없었다.
그의 실력을 옆에서 보고 느꼈으니까.
하지만 다른 팀원들은 아니었다.
“오늘은 나랑 최성민이 같은 조로 들어간다.”
매번 같은 조로 진행하는 것보다 다른 팀원들과도 두루두루 호흡을 맞추는 편이 좋다.
그렇기에 최성민과 한 조가 된 방태만은 던전에 들어가기 전, 엄정식에게 물었다.
“정식아. 신입 실력 어떻냐? 혼자서 워울프 한 마리 정돈 잡을 줄 아냐?”
“한 마리가 뭐예요.”
“뭐야? 설마 한 마리도 못 잡는 거야?”
“세 마리도 거뜬한 거 같던데요.”
“뭐?”
농담 같은 그 말에 방태만은 인상부터 찡그렸다.
“무슨 소리야? 장난치지 말고.”
“진짜예요.”
“나도 세 마리를 동시에 상대할 자신이 없는데 뭔 헛소리를 하고 있어?”
“동시는 아니고 차례로 잡은 것 같더라고요.”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를?”
“못 믿겠으면 좀 있다 같이 던전 들어가서 확인해 보시던가요.”
헛소리로 치부하던 방태만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얼굴로 최성민과 던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느꼈다.
‘이 새낀 진짜다.’
세상에 천재라는 게 있긴 있구나라는 것을.
심성진도 마찬가지였다.
최성민의 실력을 보고 나면 누구든 자신보다 윗급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훈련소에서 엘리트 소리를 들을만한 실력이야!”
처음엔 엘리트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차츰 숨겨뒀던 실력을 보여주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자 수식어가 달라졌다.
천재.
처음엔 전투력 5천 정도의 실력을 보여줬다면 지금은 8천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
전투력 7천인 방태만도 인정했다.
최성민은 자신보다 전투력이 더 높을 거라고.
그렇게 팀장도 인정할 만한 실력을 보여준 지 2주쯤 되었을 무렵.
최성민은 명실상부 팀의 에이스가 됐다.
누구도 최성민을 신입이라고 무시하거나 깔보지 않았다.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는 엘리트, 천재, 에이스였으니까.
그렇게 다시 2주가 지나고.
대망의 전투력 갱신 날이 다가왔다.
“이제 10분만 있으면 전투력이 갱신되는구나.”
자정에 가까운 시각에도 팀원들은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모여 있었다.
마침 사냥도 늦게 끝났으니 전투력이나 확인하고 퇴근하자는 뜻에서였다.
“궁금하네. 팀장님 전투력이 얼마나 나올지.”
전투력 갱신은 일종의 성적표 발표나 마찬가지다.
자신의 전투력은 알고 있어도 남의 전투력은 갱신 때 돼서야 확실히 알 수 있다.
“말했잖아. 내 전투력 8천밖에 안 된다고.”
“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 한 달 사이에 고작 천밖에 못 올렸다고요? 매일같이 던전을 돌았는데?”
“이 새끼가 누구 놀리나? 내가 진짜 8천이면 어쩌려고 이 자식이…….”
“저는 솔직히 말해서 9천 정도 되거든요.”
“잘났다, 이 십성진 새끼야.”
“팀장님보다 높으니까 이제부터 제가 팀장 하면 되나요?”
“뭐 이 자식아?”
농담인 걸 알고 있었지만 방태만으로선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 사이에 전투력 천밖에 못 올렸다는 것은 재능이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물론 특성이 안 좋은 탓도 있겠지만.
“우리 은정이는 몇 나올지 궁금하네?”
“히히, 조금 있다가 확인해 보세요. 저 꽤 많이 올랐거든요.”
현재 팀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도은정의 전투력이었다.
최성민과 마찬가지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을뿐더러 자신 있는 발언으로 기대감을 줬으니까.
의외로 팀원들은 최성민의 전투력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성민이는 이미 D급이니까 보나 마나지.”
열흘 전부터 전투력 1만을 넘기고 D급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전투력이 만삼천쯤 되려나?”
“그것보단 더 나오겠지. 전투력 9천인 심성진보다 잘 잡는 걸 보면.”
그간 보여준 행보를 보면 1만은 쉽게 넘겼을 거라 예측할 수 있었기에 오히려 기대감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카운트 들어간다.”
“3…… 2…….”
“1…….”
이윽고 자정이 되자 저마다 랭킹창을 띄워 전투력을 확인했다.
“우와, 다들 은정이 보세요. 전투력이 7,521이에요!”
“헐, 정말이네? 한 달 사이에 3,500이나 올린 거야?”
“미쳤네, 미쳤어.”
“팀장님은 정말로 8천이네요. 심 선배도 9천이고.”
“그럼, 내가 너희한테 거짓말하겠냐?”
다들 갱신된 남의 전투력에 왈가왈부하고 있었지만 오직 단 한 사람.
최성민만큼은 관심 없는 표정이었다.
그 특이한 모습을 눈여겨보던 도은정이 싱긋 웃으며 검색했다.
“우리 성민 후배는 전투력이 몇인지 볼…….”
도은정은 이내 말을 잇지 못했다.
2만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전투력을 봐버렸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