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화(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화
2. 회귀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민도준이 눈을 뜬 곳은 자신의 방이었다.
스무 살 때 살았던 방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민도준은 곧장 머리맡에 있는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지금이 2020년이라고?’
민도준이 죽은 시점은 2030년.
10년 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상태창.’
속으로 읊조려 본 민도준이 미간을 좁혔다.
헌터라면 누구나 열 수 있는 상태창이 열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각성하기 전이라는 소리.
‘믿을 수 없어.’
TV를 켰다.
채널을 돌릴수록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전부 옛날 프로그램뿐이야.’
뉴스에서도, 인터넷에서도 헌터들의 쿠데타에 관련된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정말로 회귀했다고?’
꿈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했다.
그렇다고 정신 마법에 걸린 것도 아니었다.
정신 마법에 걸릴 이유도 없거니와 그런 마법이 있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다.
회귀라니.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랬기에 납득하는 데에 꼬박 하루가 걸렸다.
‘신께서 기회를 주신 거야.’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것이 아니고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신경민. 그 개새끼를 죽이라고 기회를 주신 거야.’
민도준의 눈에 살의가 번뜩였다.
목표는 확고했다.
신경민과 그를 도운 개새끼들을 죽이는 것.
이번 생은 오직 그것만을 위해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려면 일단 각성부터 해야 돼.’
시간을 본 민도준이 외투를 입고 밖을 나섰다.
그는 지금 평범한 일반인에 지나지 않았다.
복수를 하려면 각성해서 힘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었다.
상대는 내로라하는 헌터들이었으니.
그렇다면 각성은 어떻게 하느냐?
그저 스무 살이 되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만으로 20세가 넘으면 인간은 각성한다.
물론 모두가 각성하는 것은 아니다.
천 명 중의 한 명.
극히 일부만이 각성자로 재탄생한다.
한마디로 운이었다.
그 운에 뽑힌 사람이 헌터였고 민도준도 거기에 속했다.
국내 랭킹 1위의 S급 헌터.
어디까지나 회귀 전의 이야기다.
지금은 그저 각성하기 전이자, 만 스무 살도 넘지 못한 일반인일 뿐이다.
[다음 정류장은 ‘일산 헌터 관리센터’입니다.]목적지에 도착하자 민도준이 버스에서 내렸다.
가까운 헌터 관리센터를 찾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헌터로 등록하기 위함이었다.
‘조금 있으면 각성할 시간이야.’
민도준의 생시는 오후 1시 16분.
앞으로 10분만 있으면 만 스무 살이 되고 각성하게 된다.
민도준은 각성하자마자 헌터로 등록해 시간을 절약할 셈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센터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민도준의 모습이 수상해 보였는지 보안 요원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헌터 등록하러 왔습니다만.”
“각성자세요?”
“아니요. 아직.”
그 말에 보안 요원이 눈을 치켜떴다.
“각성도 안 했는데 여긴 왜 왔습니까?”
“조금 있으면 생일이 지납니다.”
“아니, 무슨 스무 살만 넘으면 다 각성한답니까? 될지 안 될지도 모르잖아요?”
“될 겁니다.”
“허 참.”
헛웃음을 지은 보안 요원이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보이시죠?”
요원이 가리킨 곳엔 한 남자가 쪼그려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저분도 오늘 생일인데 각성될 거라 생각하고 미리 온 거예요. 그런데도 소식이 없어서 혹시 몰라 계속 줄담배만 피우고 있다고. 생시는 이미 지났는데 말이야. 아시겠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여기서 조금 기다리겠다는데 뭐 문제라도 됩니까?”
“내 말은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 돌아가라는 거지. 각성이 어디 쉬운 줄 알아요?”
그때였다.
화아아아-
민도준의 몸에서 빛이 발광하며 금빛 가루가 흩날렸다.
각성 이펙트.
만 스무 살이 지나 각성자로 선택되는 순간 나타난다는 이펙트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그 사실을 보안 요원도 모르지 않는지 그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보세요. 각성했잖습니까.”
“그, 그러네요.”
민도준의 말에 보안 요원이 얼떨떨한 얼굴로 인정했다.
각성을 위해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봤지만 각성하는 장면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이제 들어가 봐도 되겠습니까?”
“무, 물론이죠. 얼른 들어가시죠!”
민도준이 보안 요원을 지나쳐 센터 안으로 들어섰다.
데스크 앞으로 가니 여직원이 눈웃음으로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무슨 일로 방문하셨나요?”
“헌터 등록하러 왔습니다.”
“아, 그럼 여기 성함과 주민 번호, 주소 좀 적어주시겠습니까?”
종이에 신상명세를 적고 돌려주자 여직원이 타이핑을 쳤다.
“민도준 님, 확인되었습니다. 안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민도준은 여직원을 따라 대기실로 들어갔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담당자를 불러오겠습니다.”
잠시 후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헌터 관리부 1팀 박동윤 대리입니다.”
“민도준입니다.”
“앉으시죠.”
악수를 나눈 뒤 소파에 앉자 박동윤이 말했다.
“헌터 등록하러 오셨다고요?”
“네.”
“그럼 인벤토리에서 무기 좀 꺼내 보여주시겠습니까? 각성자라는 걸 증명하기 위한 확인절차입니다.”
각성자는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시스템은 상태창, 인벤토리, 랭킹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홀로그램으로 각성자 본인한테만 보인다.
때문에 일반인이 각성자를 구별하는 데는 인벤토리의 사용 유무가 대표적이었다.
“인벤토리를 보면 아마 기본 무기가 들어 있을 겁니다. 그걸로 증명해야 하는데, 아! 처음이니 명령어부터 알려드려야지. 인벤토리를 쓰는 법은…….”
민도준은 박동윤이 더 주절대기 전에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냈다.
츠으으으읏-
홀로그램처럼 일렁이던 민도준의 손에서 나무 몽둥이가 나타났다.
[초심자의 나무 몽둥이]-분류 : 무기
-등급 : F
-공격력 : 10~15
-내구력 : 100/100
-사용 제한 : 레벨 1 이상
-설명 : 볼품없어 보이지만 괴수를 잡는데 나름 괜찮은 몽둥이. 총보다는 강하다.
참고로 권총의 공격력은 1.
몽둥이 한 번 휘두르는 게 권총 열 발을 맞추는 것보다 더 위력적이다.
이렇듯 괴수는 현대 무기에 대해 완벽에 가까운 방어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약한 놈이라도 일반인이 잡기엔 불가능에 가까웠다.
각성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이 무기가 아니고서야.
“아. 사, 사용법을 알고 계셨군요?”
“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을 뻔했다는 사실에 박동윤이 뻘쭘한 듯 머리를 매만졌다.
“확인되었으니 이제 넣으셔도 됩니다.”
그 말에 민도준의 손에 있던 몽둥이가 사라졌다.
속으로 ‘해제’라고 말하면 인벤토리에 도로 넣을 수 있었다.
“그럼 상태창을 한 번 열어보시겠습니까?”
민도준이 속으로 상태창이라 말하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이름 : 민도준 (2000년생)
-레벨 : 1
-등급 : F
-전투력 : 0 (미측정)
-국내 랭킹 : 41,612위
-세계 랭킹 : 6,162,310위
-근력 : 3, 체력 : 3
-순발력 : 3, 마력 : 3
-미분배 스탯 : 0
-특성 : 복수(S), 헌터 사냥꾼(EX)
-스킬 : 없음
초라하기 그지없는 상태창.
이제 막 각성했으니 당연했다.
그럼에도 민도준의 얼굴에 걱정이 없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복수 특성만 있으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각성자는 저마다 고유의 특성을 얻는다.
그중에서도 민도준은 복수라는 S급의 특성을 얻었다.
복수해야 할 대상에 한해서 데미지를 2배로 증폭시켜주는 사기적인 특성.
괴수에게 부모님을 잃은 그로선 전 세계의 모든 괴수가 복수의 대상이었다.
‘이게 없었으면 랭킹 1위에 올라서지도 못했겠지. 그런데 저건 뭐지?’
복수 특성 옆에 못 보던 특성이 보였다.
가만히 주시하니 정보가 떠올랐다.
[특성 – 헌터 사냥꾼]-등급 : EX
-설명 : 헌터를 상대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한다. 헌터를 죽일 시 특성과 아이템을 빼앗는다.
‘이거 사기잖아?’
회귀 전에는 없던 특성이었다.
애당초 특성은 하나밖에 얻지 못한다.
그런데 두 개라니.
등급 중에 EX가 있다는 것도 처음 봤다.
“무슨 일 있습니까?”
박동윤의 물음에 민도준이 얼떨떨한 감정을 갈무리했다.
“아닙니다.”
“어떻게 나옵니까? 레벨 1에 F급, 맞습니까?”
아이템 정보는 볼 수 있어도 남의 상태창은 볼 수 없기에 묻는 것이었다.
“네……. 맞습니다.”
“국내 랭킹은…….”
박동윤이 태블릿에 전산 조회를 하더니 말했다.
“41,612위 맞습니까?”
“네.”
랭킹은 전 세계의 각성자들을 레벨 순으로 나열한 순위로, 각성자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의 순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박동윤이 전산 조회로 알 수 있었던 것도 헌터 관리센터에서 일하는 각성자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꼴등이라고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이제 막 각성해서 그런 거니까. 그리고 상태창에 보면 전투력이라고 있죠? 이거에 대해 설명하자면…….”
“알고 있습니다.”
“아, 아시는구나. 하긴 요즘 검색하면 다 나오는 내용이니…….”
오해였지만 민도준은 굳이 지적할 생각이 없었다.
빨리 헌터로 등록해서 던전을 소개받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혹시 특성도 살펴보셨습니까? 각성하면 고유의 특성이 있는데…….”
“설명은 됐습니다. 그것보단 빨리 헌터로 등록하고 던전을 소개받고 싶은데요.”
“어, 다른 궁금하신 점은…….”
“없습니다.”
“그러시다면야…….”
성격 참 급하다고 생각하며 박동윤이 서류를 내밀었다.
“여기 이름, 주소, 핸드폰 번호 적어주시고 서명해 주세요.”
인적사항을 적고 개인정보수집 동의서와 랭킹 조회 동의서에 서명까지 마치고 나서야 절차가 다 끝났다.
“됐습니다. 민도준 님은 이제 공식적인 헌터로 활동하실 수 있습니다. 괴수를 잡아서 나오는 부산물이나 장비, 스킬북 등을 거래하셔도 법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각성자는 무조건 가까운 헌터 관리센터에 등록을 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미등록 각성자가 괴수를 잡아서 나온 부산물로 이득을 취하는 건 불법에 속했다.
“헌터 등록증은 내일 오후쯤에 발급될 겁니다. 그때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던전을 소개받고 싶으시다 하셨죠?”
“네.”
헌터로 등록하면 좋은 점은 무상으로 던전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혹시 지금 가실 생각이십니까?”
“네.”
고개를 끄덕였지만 박동윤은 손을 저으며 만류했다.
“요즘 헌터가 꿈의 직업이고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낫다고들 한다지만 어디까지나 괴수를 사냥하는 위험한 직업입니다. 저희 센터에서 초보자들을 위한 교육도 시행하고 있으니까 바로 던전에 가는 것보단 도움을 받으시는 게…….”
“괜찮습니다.”
“그래도…….”
“소개만 시켜주시죠.”
일언지하에 거절하자 박동윤이 내심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대신 여기에도 사인해 주셔야겠습니다. 교육을 생략하는 대신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동의서입니다.”
사인을 마치자 박동윤이 그제야 태블릿을 조작하며 던전의 상황을 보여줬다.
“이제 막 각성하셨으니까 가장 난이도가 낮은 F급 던전으로 하나 골라드리면…….”
던전을 찾던 박동윤이 터치펜으로 태블릿을 가리켰다.
“여기가 좋겠네요. 입장 정원이 5인인데 지금 딱 한 자리 남았거든요? 파티로 사냥하면 위험하지도 않고 또…….”
“아니요. 여기 말고 혼자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소개시켜 주세요.”
“헌터 님. 1인 던전이라는 것은 없어요. 대부분이 5인 던전인지라…….”
“그게 아니라 저 혼자 들어가겠다고요.”
“네?”
어리둥절한 박동윤의 표정에 민도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비어 있는 F급 던전 중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골라주세요. 혼자 들어가겠습니다.”
“네? 5인 던전에 혼자 들어가시겠다고요?”
“네.”
그 자신감 넘치는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박동윤이 한숨을 쉬었다.
“아니, 헌터 님. 자신감 있는 건 좋으신데 그러다 큰일 나요. 이제 막 각성하신 분이 무슨…….”
“괜찮으니까 위치나 알려주세요.”
박동윤이 다시 한번 한숨을 내뱉었다.
무슨 똥배짱인지 몰라도 이것 하나는 확실했다.
눈앞의 헌터는 고집이 세다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소개해 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