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0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02화(30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30화
30. 손님
저택 안 집무실.
송치현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뭔가 골똘히 생각할 때 나오는 그만의 버릇이었다.
그리고 송치현을 상념에 잠기게 하는 일은 한가지뿐이었다.
‘곽민철에게 대항하려면 나만의 세력을 만들어야 해.’
이스트랜드의 지배자, 곽민철은 송치현이 가장 치우고 싶은 걸림돌이다.
‘녀석만 없으면 내가 이스트랜드를 차지할 수 있어.’
곽민철 말고도 한 명의 영웅이 더 있긴 했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
‘코고, 그놈은 어차피 이런 일에 관심 없을 테니.’
하지만 8 영웅 중 가장 전투력이 낮은 송치현으로선 이룰 수 없는 꿈이나 마찬가지.
그렇다고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혹시 모르니 보험으로 나만의 세력을 만들어 둬야지.’
그러기 위해선 직속 부하로 삼을 만한 실력 있는 인재가 필요한 상황.
하지만 B급 이상의 실력 있는 헌터들은 곽민철의 주시를 받고 있었기에 접촉할 수 없었다.
‘행여나 곽민철에게 이 사실을 들켰다간 나도 무사할 수 없을 테니.’
놈에게 대항할 세력을 모으려거든 좀 더 낮은 급에서 찾아야 한다.
‘C급 중에서 인재라 할만한 놈들을 찾아 내 편으로 만든다면 훗날 든든한 전력이 되겠지.’
이미 자신의 직속 부하에게 인재를 찾아보라고 지시를 내려둔 상황이니 조금 있으면 결과를 가져올 터.
아니나 다를까, 노크 소리와 함께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대영웅님. 소인 강찬성인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라.”
직속 부하인 강찬성이 거구의 몸을 이끌고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인지는 이미 생각을 읽어서 알고 있었지만 송치현은 일부러 모른 체했다.
자신의 특성은 8 영웅만 아는 극비 정보였으니까.
“오늘 전투력 갱신 날이지 않습니까? 지시하신 대로 저번 달보다 전투력이 큰 폭으로 상승한 C급 헌터들을 추려왔습니다.”
부하가 건넨 보고서에는 헌터들의 이름과 전투력 상승폭, 조사한 특성의 등급까지 일목요연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이게 전부라고?”
“그렇습니다.”
송치현의 얼굴에 실망이 드리웠다.
“한 달간 6천의 전투력을 올린 놈이 가장 상승폭이 큰 놈이라…….”
분명 괄목할만한 상승세였지만 눈에 찰 정도는 아니었다.
“실망이군. 특성도 죄다 A급밖에 없고 말이야.”
송치현이 인상을 찌푸리자 강찬성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실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헌터가 한 명 있긴 합니다만…….”
“있는데 왜 보고서엔 안 올려놨지?”
“그게…… 등급이 D급이라서 말입니다.”
“D급이면…… 전투력이 1만이라는 소리가 아니냐?”
“그 헌터는 현재 2만입니다.”
“하아…….”
송치현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이마를 짚었다.
“아무리 성장세가 좋아도 전투력 2만인 놈을 언제 키워서 언제 써먹는단 말이냐? 그런 쓰레기를 부하로 삼는다고 도움이 되겠나?”
“그게…… 전투력 상승폭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말입니다.”
“뭐 얼마나 높은데?”
“던전이 개방되기 전에 전투력이 0이었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송치현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부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정말인지 생각을 읽으려는 듯.
“정말 0이었다고?”
“제가 알아본 바론 그렇습니다.”
“지금 던전 개방된 지 며칠이나 됐지?”
“한 달 하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 말은 고작 40일도 안 되는 시간 만에 2만의 전투력을 찍었다는 소리.
“전투력 2만을 달성하려면 보통 얼마나 걸리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부하가 태블릿을 들더니 뭔가를 계산하며 말했다.
“과거에 기록한 데이터에 의하면, 전투력 2만까지는 평균적으로 8달이 걸리고 빠르면 4달이 걸렸습니다.”
빠르면 4달이나 걸리는 걸 40일 만에 달성했다?
여태 쌓아온 데이터를 통틀어도 나오지 않을 엄청난 성장세였다.
‘8 영웅 중에서 가장 강하다는 우성재조차도 이렇게까지 성장하진 못했어.’
한마디로 역사상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천재였다.
“특성은?”
“조사해 보니 자기 입으로 S급이라고 했답니다.”
“아무렴, S급이니까 이 정도 성장 속도를 보이는 거겠지.”
물론 특성만 좋은 건 아닐 거다.
실력까지 받쳐주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만들어낸 거겠지.
‘무조건 잡아야 한다, 무조건!’
엄청난 인재를 발견한 전율에 몸을 떠는 사이, 강찬성이 넌지시 물었다.
“관심이 가십니까?”
“관심뿐이겠냐? 이 정도면 반드시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다른 누가 채가기 전에!”
송치현이 갖고 있던 보고서를 치워버렸다.
다른 놈은 볼 것도 없었다.
“녀석이 어디 사는지 알아봐라. 당장 만나봐야겠다.”
“설마 직접 찾아가실 생각입니까?”
“그렇다.”
송치현이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래야 놈의 생각을 알 수 있으니까.’
* * *
건장한 남성들이 트럭에 짐들을 옮겼다.
그 모습을 어머니와 최아연이 멍하니 쳐다봤다.
“믿기지 않는구나. 우리가 정말로 이사를 한다니…….”
D급이 된 최성민은 곧장 집부터 알아봤다.
2억짜리 전세 중에서 즉시 입주 가능한 곳으로.
‘2억 정도 집이면 이사 가도 의심받지 않을 거야. D급 정도면 수중에 수천만 원은 있다고 여길 테니.’
그래도 모자라긴 하지만 나머지는 대출로 메웠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는 대출받을 필요도 없는 억대의 돈을 가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집을 구하자마자 반지하 방을 빼기로 했고 속전속결로 이삿짐센터를 불렀다.
한시라도 이곳에서 살고 싶지 않았기에.
“다 실었습니다……. 먼저 출발해서 짐 풀고 있을까요……?”
“그러세요. 저흰 택시 타고 천천히 가겠습니다.”
이삿짐 트럭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최아연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오빠, 저 사람들 좀 이상하지 않아? 우리랑 눈도 잘 안 마주치고 항상 긴장해 있는 거 같아.”
“천민이라서 조심하는 거야. 괜히 신분 높은 우리를 쳐다봤다가 꼬투리라도 잡히면 자기네들 사장한테도 욕먹을 테니까.”
“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민이었던 가족들로선 측은지심이 생기기 마련.
최성민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 만큼 천민들의 노고가 이해가 됐다.
‘나중에 이사비 좀 더 챙겨줘야겠군.’
잠시 후 콜택시가 왔고 가족들이 새로운 집으로 이동했다.
이사하는 집은 그리 멀지 않았다.
동생이 통학하기 편하도록 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골랐으니.
“도착했습니다. 손님.”
택시에서 내린 뒤 새로 이사한 집에 들어갔다.
“와아.”
가족들 입에서 하나같이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반지하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깔끔한 환경에 넓은 거실까지.
무엇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크기는 23평이고 지어진 지 1년도 안 된 신축건물이에요. 마음에 드세요?”
“그럼! 마음에 쏙 들고말고.”
당장에라도 더 크고 좋은 집을 구해줄 수 있었지만 대외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은 이 정도가 한계였다.
“다음에 더 좋은 집으로 바꿔드릴게요.”
“아휴, 아니다. 엄마는 지금 집도 궁궐 같고 좋은걸?”
“하긴…… 반지하에 비하면 궁궐이긴 하죠.”
피식 웃은 최성민이 어머니에게 흰 봉투를 내밀었다.
“이게 뭐니?”
“이사비예요. 이사 끝나면 저분들한테 전해주세요.”
“어째 봉투가 두둑한 게 더 담은 것 같다?”
“기존보다 2배로 넣었어요. 천민 시급 짠 거 어머니도 아시잖아요.”
돈이 넘치기에 할 수 있는 사치였다.
“우리 아들은 어쩜 돈도 잘 벌고 마음씨도 곱니? 엄마는 아들이 있어서 정말 든든하다.”
“별거 아닌데요, 뭘.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어디 좀 다녀와야 해서.”
“그래, 알았다. 너 올 동안 나랑 아연이가 짐 정리하고 있으마.”
가족들을 남겨두고 최성민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헌터 장비 가게였다.
‘다른 장비는 D급으로 맞췄지만 액세서리는 아직 못 맞췄어.’
밀집해 있는 가게 중에서 가장 큰 곳으로 골라 들어간 최성민이 상인에게 말했다.
“여기 C급 반지도 파나요?”
“그럼요. 헌터님. 이쪽으로 오시죠.”
최성민이 C급 헌터인 줄 알고 금세 저자세를 보이는 상인이었지만 사실은 D급.
C급 반지를 찾는 건 단순히 품위 유지 특성 때문이었다.
‘한 등급 높은 액세서리를 착용할 수 있다면 목걸이보단 반지를 바꿔 끼는 게 낫지.’
D등급인 바람의 목걸이를 바꿔버리면 세트 효과를 얻을 수 없기에 반지를 C급으로 맞추기로 했다.
“헌터님. 혹시 찾으시는 옵션이라도 있으십니까?”
“순발력과 공속, 혹은 이속을 올려주는 옵션이었으면 합니다만.”
“아, 마침 딱 좋은 게 하나 있습니다.”
상인이 이내 반지 하나를 들고 왔다.
[질풍의 반지]-분류 : 반지
-등급 : C
-효과 : 순발력+50, 공격속도+20%
-내구력 : 5,000/5,000
-사용 제한 : C급 이상
-설명 : 질풍의 기운으로 빠른 공격속도를 자랑하는 반지.
‘이거 괜찮군.’
옵션을 보자마자 최성민은 만족했다.
현재 끼고 있는 가속의 반지는 순발력 12에 공속 10%.
확연히 차이나는 옵션이었기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옵션의 D급 반지도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 가게엔 없는 게 없으니까요.”
상인이 이윽고 날렵함의 반지라는 D급 아이템을 들고 왔다.
‘순발력 24에 이속 15%라……. D급치곤 괜찮군.’
구매하기로 한 최성민이 계산을 치르고 가게를 나섰다.
‘착용.’
[세트 효과가 발동합니다.] [적용 아이템]-바람의 목걸이
-질풍의 반지
-날렵함의 반지
[세트 효과 – 바람의 축복]-순발력+40
-공격속도+20%
-이동속도+15%
구매한 반지들을 착용하니 세트 효과가 달라졌다.
‘기존에는 순발력 15에 공속, 이속 10%였는데 지금은 그보다 2배는 더 강화됐어.’
반지의 옵션에 따라 세트 효과도 상승하는 모양이었다.
‘이러면 군생본능 적용 시 순발력이 600을 넘어선다.’
게다가 공속 60%에 이속도 50%나 상승한다.
‘이 정도면 2만이라고 쓰여 있는 전투력이 실제론 3만까지도 나오겠는걸?’
전투력 3만이면 C급이다.
다음 달 전투력 갱신 때 C급은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귀가한 최성민은 집 앞에 이삿짐 차량이 없는 것을 알게 됐다.
‘이사는 끝난 모양이군.’
별생각 없이 문이 열린 집안으로 들어서는데 현관 앞에 못 보던 신발이 보였다.
‘누가 온 건가?’
그때 마침 현관을 힐끔거리던 어머니가 반색하며 다가왔다.
“마침 잘 왔다, 성민아. 널 찾아온 손님이 계시거든.”
“손님이요?”
그 말에 최성민이 내심 긴장했다.
‘올 것이 온 건가?’
자신을 찾아올 사람이 송치현뿐이라는 걸 알고 있는 그가 생각을 정리했다.
하지만 손님은 송치현이 아니었다.
“여어, 최성민 헌터.”
양조영이었다.
예상치 못한 인물에 최성민이 살짝 당황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양조영 헌터님.”
“이사했으면 했다고 말하지 그랬어? 괜히 헛걸음할 뻔했잖아?”
“죄송합니다. 이사가 끝나면 바로 보고드리려고 했습니다.”
“보고라고 할 것까지야. 그렇게 말하니 너무 딱딱해 보이잖아?”
웃음 짓는 양조영을 보니 안 좋은 일로 찾아온 건 아닌 모양이다.
‘설마 내가 다른 팀으로 떠날까 봐 찾아온 건가?’
짐작대로 양조영은 최성민을 구슬리기 위한 말들을 꺼냈다.
“이번에 D급이 됐다는 건 방 팀장한테 들었다. 랭킹으로도 확인했고. E급이 된 지 한 달 만에 승급하다니. 내가 대단한 인재를 발견했구나 싶더라고.”
“과찬이십니다.”
“혼자 D급이 되니 팀 크러쉬 멤버들과는 수준이 맞지 않겠지. 아마 다른 팀에 들어가 더 높은 던전에 도전하고 싶을 거야. 솔직히 난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
이후에 나올 말이 뭔지는 뻔했다.
“만약 우리 팀에 끝까지 남아 있겠다고 약속한다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지. 비율을 4대 6으로 조정해주고 원하는 D급 아이템 하나를 선물로 주도록 하지. 어때?”
어떠냐고 물었지만, 최성민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거절하면 즉시 보복이 이어질 수도 있다.’
양조영에게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사건을 무마할만한 힘이 있다.
어쩌면 이 자리에 있는 가족들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집까지 찾아온 거겠지. 수틀리면 언제든지 가족들을 죽일 수 있다는 무언의 협박을 하려고.’
속셈을 간파하고 있었지만 최성민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저야 양조영 헌터님 밑에서 팀을 이루면 좋…….”
“대답은 나중에 하지.”
갑자기 제삼자가 끼어들기 전까지는.
고개를 돌리니 열려 있는 현관문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다름 아닌 송치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