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0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04화(30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32화
32. 헌터 관리부
다음 날 아침.
협회 앞에서 기다리던 최성민은 약속대로 송치현을 만날 수 있었다.
“미천한 몸이 하늘 같은 대영웅님을…….”
“그거 이제 안 해도 돼. 어제 했잖아?”
송치현이 무릎 꿇은 최성민을 붙잡아 세웠다.
“앞으로는 평범하게 인사해도 돼.”
“아,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일찍 왔네? 오래 기다렸어?”
“아닙니다.”
말은 아니라고 했지만 최성민의 속내는 달랐다.
-1시간 정도 기다렸나?
생각을 읽은 송치현이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1시간이나 일찍 와서 기다리다니. 신입의 자세가 되어 있군.’
비록 겉과 속이 달랐지만 이런 거짓말이라면 송치현도 싫지 않았다.
“오늘부터 협회에서 일하게 될 텐데 소감이 어때?”
“음…… 조금 얼떨떨합니다.”
“네가 하게 될 일이 뭔지는 알고?”
“감독관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조금 있다가 협회에 들어가서 너를 D급 감독관으로 임명할 거야. 마음에 들어?”
“물론입니다.”
하지만 대답과 달리.
-감독관은 성장 못 하지 않나?
속으로는 아쉬워하고 있었다.
물론 이를 놓칠 송치현이 아니다.
“내 앞에선 솔직하게 말해도 돼. 괜히 배려한답시고 거짓말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
솔직하게 말하라고 멍석을 깔아준 셈.
그런데도 다시 거짓말을 한다면 눈총을 받겠지만, 최성민은 그런 우를 범하지 않았다.
“거짓말해서 죄송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감독관이란 자리가 좋다고 하지만 저한텐 그리 메리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저는 돈보다는 지금보다 강해지는 데 초점을 두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성장하고 싶다?”
“그렇습니다.”
송치현이 손가락을 튕기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게 바로 내가 원하던 대답이야.”
“예?”
최성민은 알면서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연기했지만.
“감독관은 안정적으로 돈을 벌긴 해도 성장하기엔 힘들지. 따로 팀을 구해서 공략할 시간이라곤 없으니까. 솔직한 말로 실력도 없는 쓰레기들이 오직 돈만 보고 가는 자리지.”
-그런 곳에 저를 왜…….
최성민의 생각에 대답하듯 송치현이 이어 말했다.
“내 직속 부하가 되려면 협회에 자리 하나는 있어야 하거든. 근데 너를 배치할 만한 부서가 현재 거기밖에 없단 말이지.”
“아…….”
“나도 너 같은 인재를 그런 곳에 썩히게 두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조금만 참아. 다른 부서에 자리가 나는 즉시 옮겨줄 테니까.”
“그때는 자유롭게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겁니까?”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감독관보다는 시간이 훨씬 많이 남지. 4시간만 일하면 바로 퇴근이니까.”
반면 감독관은 종일 팀의 감시를 맡는다.
다른 부서보다 월등히 시간을 많이 쓰지만 그만큼 떨어지는 수익이 짭짤하다.
그렇다 해도 절대로 가고 싶지 않은 자리였지만.
“다른 부서로 옮기면 사냥할 시간이 날 거야. 그때가 되면 내가 만든 팀을 소개해주지.”
“그럼 그전까진 감독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나요?”
“안타깝지만 그래. 그렇다고 너를 일에서 제외하거나 줄여줄 수도 없어. 협회의 규정은 아무리 나라도 건들 수 없으니까.”
송치현은 협회의 권력자가 아니다.
협회의 실세는 협회장인 곽민철과 비서실장인 양백두라고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부서를 옮길 힘은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감독관 일에 적응하고 있어라.”
“알겠습니다.”
부서를 옮길 때까지는 성장을 미뤄야 한다는 사실이 불만스러울 법도 하건만, 최성민의 생각은 건실했다.
-대영웅님도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기다리는 수밖에.
그것이 의도된 생각인 줄도 모른 채, 송치현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앞장섰다.
“가자. 협회 구경을 시켜주마.”
최성민은 송치현을 따라 협회의 정문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7만 평에 이르는 부지 안에 웅장한 건물들이 보였고.
“와아…….”
그에 따라 펼쳐진 대정원의 풍경에 최성민이 탄성을 질렀다.
“협회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어째 다 한결같은 반응인 건지…….”
꾸김 없는 그 반응에 긴장을 푼 송치현이었지만 그조차도 의도된 행동이었음을 그는 몰랐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다 협회의 건물이다. 어때? 넓지?”
“그, 그렇습니다.”
“저기 약간 솟아올라 있는 건물이 협회장이자 대영웅인 곽민철이 쓰는 건물이고 이쪽은 본관이다. 앞으로 네가 출근해야 할 부서가 있는 곳이지.”
송치현은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설명들을 덧붙였다.
협회에는 대략 400여 명의 헌터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저쪽으로 가면 각종 부서가 있다는 둥.
그 옆에는 아까 봤던 협회장 건물과 이어지는 통로가 있으며 장관실은 따로 있다는 둥.
이미 다 조사를 끝내서 알고 있는 정보들이었지만 최성민은 모르는 척 연신 감탄하면서 들어줬다.
그렇게 로비를 지나가는데.
“대, 대영웅님을 뵙습니다.”
마주치던 사람들이 깍듯이 허리를 굽혔다.
근처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제각각 고개를 숙이며 송치현에게 예를 표했다.
“어, 그래.”
익숙한 표정으로 대충 손을 흔들어주며 지나가던 송치현이 이윽고 걸음을 멈췄다.
“네가 일해야 할 부서는 여기다.”
헌터 관리부 2팀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을 본 최성민이 송치현을 따라 들어갔다.
“헉! 대, 대영웅님?”
송치현의 얼굴을 알아본 직원들이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그 와중에 후다닥 뛰어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대영웅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네가 헌터 관리부의 팀장인가?”
“그렇습니다! 2팀장 안기현이라고 합니다!”
씩씩하게 대답한 그가 옆에 있던 최성민을 힐끔 바라봤다.
대영웅과 마찬가지로 높으신 분이면 인사할까 했는데 모르는 얼굴이었다.
“여기 D급 감독관 자리가 빈다고 알고 있는데 맞지?”
송치현의 물음에 안기현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설마 직원을 빨리 구하지 않아서 문책하려고 들리신 건가?’
지난 8년간 협회에 출근하면서 대영웅을 몇 번 보긴 했지만 헌터 관리부에 찾아온 적은 이번이 처음.
‘젠장, 신입 일거리 좀 빼앗겠다고 채용을 늦추는 게 아니었는데…….’
찔리는 게 있는 만큼 지적하러 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지레짐작한 안기현이 비굴한 표정을 연기하며 웃음을 흘렸다.
“마, 맞습니다. 대영웅님. 현재 D급 감독관이 한자리 비어있죠. 하지만 인력이 충분하므로 일에 지장은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최대한 빨리 구해보도록 하겠…….”
“그럴 필요 없어. 내가 구해왔으니까.”
“예?”
“인사해.”
송치현이 등을 떠밀자 최성민이 머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D급으로 오른 최성민이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비어있는 D급 감독관 자리는 얘가 대신할 거야.”
“…….”
안기현이 멍한 표정으로 최성민을 쳐다봤다.
‘한마디로 낙하산……?’
대영웅에게 사람을 꽂아줄 권한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받은 적이 없었기에.
“그럼 잘 지내고 있으라고.”
“살펴 가십시오, 대영웅님.”
최성민에게 손을 흔들어준 송치현이 부서 밖으로 나갔다.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헌터 관리부를 장악했다.
“이름이 뭐라고?”
“최성민입니다.”
안기현은 일단 랭킹부터 조회했다.
“전투력 2만이네? 이번에 D급이 됐다고?”
“그렇습니다.”
“그럼 저번 달엔 E급이었다는 소리야?”
“예. 저번 달 전투력이 3천이었습니다.”
안기현이 눈을 부릅떴다.
“장난치지 말고.”
“정말입니다.”
안기현이 가만히 표정을 살폈지만 최성민의 얼굴은 진중했다.
‘이 새끼의 말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재능충이라는 건데…….’
재능이 없어서 헌터 관리부라는 부서에 처박혀 있던 자신과는 정반대의 부류였다.
떨떠름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안기현이 넌지시 물었다.
“너…… 대영웅님과는 무슨 관계냐?”
“그게 무슨 뜻인지…….”
“혈연관계나 뭐 그런 거 있잖아.”
“혈연도 지연도 없습니다.”
“그럼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고?”
“예……. 어제 처음 대영웅님을 뵀을 뿐입니다.”
“어제 처음?”
안기현이 자세히 말해보라는 듯 추궁하자 최성민은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충성의 서약을 했다는 건…… 직속 부하가 됐다는 뜻이잖아?”
“예, 제 실력을 좋게 봐주신 모양입니다.”
이제야 이해가 갔다.
대영웅이 직접 낙하산을 꽂아놓은 이유를.
‘대영웅의 직속 부하로 인정받으려면 협회에 자리 하나는 꿰차고 있어야 해. 우리 부서에 온 것은 단순히 자리가 비었기 때문이고.’
보통 직속 부하라고 하면 협회 내부에서 찾기 마련.
하지만 이렇게 외부에서 끌어들인 경우엔 명목상으로라도 협회에 자리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었다.
“외부인이라면…… 너 혹시 천민이었냐?”
“그렇습니다.”
“…….”
낙하산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꼬운데 자신이 혐오하는 재능충이다.
게다가 천민에서 신분 상승까지 한 케이스라니.
자신이 싫어하는 요소는 아주 다 갖췄다.
“뭐 이런 거지 같은 놈이 다 들어와 가지고.”
“예?”
“야, 신입.”
안기현의 눈빛과 말투가 달라졌다.
“던전이 개방되니까 아주 살만하지? 천민에서 신분 상승도 하고, 우연히 대영웅님 눈에 띄어 직속 부하도 되고.”
“…….”
“충고하는데 낙하산으로 들어왔다고 편하게 있을 생각은 하지 마라. 우리 부서에 들어온 이상 팀장인 내가 법이거든? 무슨 말인지 알아?”
“…….”
“일 처리 제대로 못 하면 대영웅님도 커버 못 쳐준다 이거야. 알았어? 편의 봐줄 생각 절대로 없으니까 안심하지 말라고.”
“물론입니다.”
“그냥 알겠다고 해, 새끼야. 거만하게 물론입니다, 이 지랄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야, 김준택!”
“예! 팀장님!”
안기현의 부름에 김준택이라는 직원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네가 이 새끼 맡아라. 첫날이라고 멀뚱히 있게 하지 말고 가르칠 건 다 가르쳐.”
“전부 말입니까?”
“그래. 어느 정도 능력이 있으니까 낙하산으로 들어온 거 아니겠어?”
비릿한 미소를 짓는 팀장의 모습을 보니 뭔가 꿍꿍이가 있는 모양이었지만.
‘별 상관없겠지.’
최성민은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배우는 거라면 자신이 있었기에.
“따라와, 신입.”
김준택은 최성민을 자리로 안내했다.
“여기가 네가 쓸 자리야. 아, 난 김준택. 헌터 관리부에서 근무한 지는 4년 차고 D급 헌터다.”
“최성민이라고 합니다. 저도 D급입니다.”
“아무렴 그렇겠지. 2팀에 들어왔다는 건 D급이라는 뜻이니까.”
“예? 그러면 여기 있는 분들 모두 D급이라는 소립니까?”
“그렇지. 안 팀장님 혼자 C급이긴 하지만.”
최성민이 여전히 어리둥절해 하자 김준택이 웃으며 설명했다.
“맞다, 넌 오늘 들어왔으니 잘 모르지? 일단 헌터 관리부를 소개하자면…….”
헌터 관리부는 1팀부터 3팀까지가 있다고 한다.
“1팀은 C급 감독관, 2팀은 D급 감독관, 3팀은 E급 감독관들로 구성되어 있어.”
그렇게 등급별로 팀이 나뉘어 있고 D급인 2팀은 E급 던전을 담당한다고 한다.
“대게 워울프 던전이나 큰 귀 원숭이 던전처럼 한 단계 낮은 곳을 감독하게 되지.”
감독관이 하는 일은 간단했다.
외부에서 던전을 가겠다고 요청이 들어오면 파견 나가서 던전을 감독한다.
그리고 파티원과 붙어 다니며 획득한 아이템을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감시하고 비율제에 따라 수익을 분배한다.
‘딱히 어려울 것도 없군.’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저희가 감독하는 동안 팀장님은 뭐 하시나요?”
“팀장님은 자리에 앉아서 이런저런 결재를 처리하시지.”
“파견은 안 가시나요?”
“응. 딱히 파견은 안 나가. 가끔 돈이 필요하실 때마다 나가는 것 같긴 하지만.”
“흠…….”
종일 파견을 나가는 직원들에 비해 팀장이란 자리는 굉장히 자유롭고 편해 보였다.
순간 최성민의 머릿속에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감독관이 해야 할 업무를 알려줄게. 먼저 이 표랑 비교하면서 아이템의 시세를 모두 파악하고 업데이트해야 하고…….”
최성민은 고개를 주억이며 업무에 대한 설명을 2시간가량 들었다.
“일단 가르칠 건 다 가르쳤는데…… 이해했어?”
“예. 이해했습니다.”
‘한 번 듣고 이해했다고?’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던 김준택이 준비한 표를 내밀었다.
“아이템 시세표야. 일단 남은 시간 동안은 이거 외우고 있어.”
“다 외웠습니다.”
“어? 이걸 다 외웠다고?”
“예. 못 믿겠으면 테스트해 보시지요.”
믿기지 않던 김준택이 몇 가지 아이템을 부르자 최성민이 정확히 시세를 맞췄다.
몇 번의 문제를 내도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다 외웠나 보네…….”
내친김에 다른 업무 과정에 대해서도 물어봤지만 최성민은 정확히 이해하고 숙지하고 있었다.
“허…… 이거 팀장님이 알면 까무러치겠는데?”
“뭔 말이야?”
“아, 팀장님.”
마침 안기현이 지나가다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내가 알면 까무러친다고?”
“그게 말입니다, 팀장님.”
김준택이 이내 상황을 설명했고 안기현이 어김없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보통 한 달은 걸릴 업무 내용을 반나절도 안 돼서 다 숙지했다고?’
한 번 엿 먹어보라고 전부 가르치라고 했더니 그걸 다 소화해 버렸다.
하지만 안기현을 놀라게 한 상황은 따로 있었다.
“감독관이라는 거 별로 어렵지 않네요.”
얌전한 줄 알았던 신입이 재수 없게 기어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