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0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06화(30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34화
34. 고자질
“치유사! 치유사 어딨어!”
피를 뚝뚝 흘리며 병원으로 들어온 안기현이 치유사부터 찾았다.
“헉! 어, 어서 이쪽으로!”
안기현을 침상에 눕힌 치유사가 넌지시 물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신 겁니까?”
“그건 몰라도 되고, 빨리 회복이나 시켜. 크윽.”
어깨와 팔뚝에 난 상처들을 치유하던 치유사의 시선이 잘린 손목으로 향했다.
“손은 어쨌습니까?”
안기현은 순간 자신의 손을 가져간 최성민을 떠올렸다.
“없는데, 왜?”
“다른 곳은 다 치유가 가능하지만 잘린 손은 재생시킬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가져오신다면 붙여줄 수 있습니다만…….”
“지금은 못 가져오고, 내일이면 가져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내일은 너무 늦습니다. 3시간 이내로 손을 가져오지 못하면 영원히 불구로 살아야 할 겁니다.”
“부, 불구……?”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에 안기현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저, 전화 좀 걸게 핸드폰 좀 쥐여줘 봐.”
한쪽 손으로 부하 직원인 김준택의 연락처를 찾은 그가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야, 김준택! 너 혹시 오늘 들어온 신입 전화번호 알고 있냐?”
-예.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빨리 보내줘 봐. 급한 일이니까!”
다행히 번호를 알고 있던 직원 덕분에 최성민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지만.
‘이 X발!’
문제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거였다.
‘이 새끼 의도적으로 내 전화 씹는 거야!’
이대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순 없다.
자존심을 굽히더라도 무조건 손을 돌려달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3시간이 지나도록 최성민과는 연락할 수 없었다.
“늦었습니다. 지금 손을 가져온다 한들 치료는 불가능합니다.”
치유사의 그 말은 일종의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그, 그럼 평생을 한쪽 손 없이 살아야 한다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너무 절망하지 마십시오. 의수가 있으니 어느 정도는…….”
그래봤자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는 마네킹 손.
그딴 걸로 위로될 리가 없었다.
‘최성민, 이 씨X 새끼……!’
분노가 극에 달한 안기현은 다짐했다.
최성민에게 보복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 * *
다음날 협회에 출근하자마자 안기현이 직원들을 쳐다봤다.
‘신입 새끼는 아직 안 나왔나?’
최성민을 나락에 빠트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
그런 일념으로 안기현이 협회 내부망에 저장된 비상 연락망을 살펴봤다.
‘여깄군. 송치현의 전화번호.’
바로 전화를 걸자 송치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송치현이다.
“아, 안녕하십니까, 대영웅님. 저는 헌터 관리부 2팀장 안기현이라고 합니다. 어제 우리 부서에 오셨었는데…….”
-누군지는 알고 있다. 용건이나 말해라.
“아, 다름이 아니라 어제 직접 데려오신 최성민이라는 신입이 사고를 쳐서 말입니다.”
-사고? 무슨 사고 말이지?
“첫날부터 팀장인 저를 폭행하고 하극상을 일으켰습니다.”
-…….
통화 너머에서 잠시지만 침묵이 흘렀다.
-알았다. 자세한 건 직접 가서 듣지.
통화가 끊기자마자 안기현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큭큭, 최성민 넌 이제 X 됐어, 이 새끼야.’
잠시 후 부서의 문이 열리며 송치현이 나타났다.
“대영웅님을 뵙습니다.”
고개를 까닥이던 송치현은 붕대를 감고 있는 안기현의 한쪽 팔을 발견했다.
“너…… 손은 어디로 갔지?”
“그게 말입니다…… 신입, 그 자식이…….”
안기현은 이때부터 시선을 내리깔며 불쌍한 연기에 돌입했다.
물론 생각을 읽던 송치현에게 통할 리는 없었지만.
“얘기는 들어가서 듣도록 하지.”
팀장실로 들어간 송치현이 상석에 앉더니 어디 한번 말해보라는 듯 턱짓을 했다.
멍석을 깔아주자 안기현은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이 당했던 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영웅님께서 데려오셨던 그 신입 있잖습니까. 무슨 일이든 시켜만 달라고 자신만만해 하길래 이것저것 가르쳐줬습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업무를 가르쳐준 게 불만이었는지 갑자기 퇴근길에 저를 따라와서는 골목에서 저를 기습하고 손목을…….”
안기현은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스토리를 각색했다.
그리고 자신이 피해자인 척 눈물을 글썽이며 최대한 불쌍한 모습을 연기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필살기는 따로 있었다.
“보십시오.”
붕대를 풀며 이제는 없어진 손목을 보여줬다.
“녀석이 제 손을 가져간 바람에 저는 봉합할 시간도 놓치고 평생을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울먹이던 안기현이 호소하듯 말했다.
“대체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일 좀 과도하게 시켰다고 이런 식으로 보복하다니. 무서워서 그 녀석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보겠습니다.”
“…….”
“부탁하건대 대영웅님. 부디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그 잔악무도한 신입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벌하여 주시옵소서.”
눈물로 하소연한 안기현이었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연기를 자화자찬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누가 봐도 불쌍하게 보이겠지?’
그런 생각으로 대영웅을 쳐다봤지만.
“…….”
어째 표정은 미적지근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거짓말이라는 게 생각으로 모두 드러났으니까.
‘이 새끼가 누굴 호구로 아나.’
송치현은 당장 팀장이란 녀석의 남은 손목마저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참았다.
거짓말이라는 건 명백했지만 그래도 확실한 상황 파악이 필요했기에.
‘저 녀석의 말만 가지고 판단할 순 없지.’
안기현을 노려보던 송치현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다. 아직 출근 전인가? 오고 있다고? 그럼 팀장실로 들어오도록.”
누굴 불렀는지 궁금했지만 안기현은 몇 분 지나지 않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당사자인 최성민을.
“부르셨습니까? 대영웅님.”
“삼자대면해 보자고 불렀다.”
“삼자대면이요?”
“여기 팀장의 손목을 이렇게 만든 게 너라고 주장해서 말이야.”
최성민과 안기현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최성민, 이 개새끼!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분노하는 안기현의 모습이 보였다.
‘손목을 자른 사람은 최성민이 확실한가 보군.’
그래도 송치현은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네가 팀장의 손목을 잘랐나?”
“그렇습니다.”
최성민이 순순히 인정하자 안기현으로선 울화통이 치밀 수밖에 없었다.
“이 뻔뻔한 새끼! 하극상을 일으킨 게 어디 자랑이라고!”
“조용!”
입을 다물게 한 송치현이 진중한 눈빛으로 물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고해 보아라.”
“예.”
최성민이 찔릴 거라곤 없다는 듯 당당하게 진술했다.
사실 그대로만 말하면 되는 일이었다.
“들어온 지 하루도 안 된 저에게 팀장님이 과도한 업무를 배우게 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부당하다고 말하니 낙하산이니까 시켰다고 비하했고 다시 항의하니 말대꾸한다며 저를 탐탁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계속 저를 건들면 대영웅님의 결정에 불복하는 거로 알겠다고 경고했더니 그게 아니꼬웠는지 퇴근길에 저를 미행하다가 죽이려고 했습니다.”
최성민이 진술하는 동안 송치현은 안기현의 생각을 읽었다.
‘부정하지 않는 걸 보니 사실인가 보군.’
만약 최성민의 말이 거짓말이라면 안기현으로선 응당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일이 있었음을 생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었다.
‘최성민의 주장이 진실이었군.’
더 들어볼 것도 없이 이걸로 확실해졌다.
안기현의 주장은 전부 거짓이고 대영웅인 자신을 농락하려 했다는 것을.
‘이 새끼 이거 안 되겠네. 감히 대영웅인 나를 속이려 들어?’
송치현이 안기현을 벌레 보듯 쳐다봤다.
“고작 그런 일로 내 직속 부하를 죽이려고 했다고?”
“거, 거짓말입니다. 대영웅님! 제가 아니라 저놈이 절 죽이려고 했습니다! 억울합니다!”
이미 들통난 줄도 모른 채 안기현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반면 최성민은 누구와 달리 거짓말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행동과 생각이 정확히 일치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다.
“최성민.”
“예, 대영웅님.”
“너 말론 이 녀석이 먼저 공격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넌 멀쩡할 수 있었던 거지? 전투력 6만을 상대로?”
딱 봐도 상처 하나 없어 보였기에 던진 질문이었다.
“생각보다 약하더라고요.”
“이 자식이…….”
자존심이 상하는 발언이었지만 안기현은 더는 반박할 수 없었다.
사실은 사실이었기에.
그러한 안기현의 생각을 읽고 진실임을 확인한 송치현이 눈을 빛냈다.
‘전투력 2만이 6만을 이기다니……. 나처럼 생각을 읽는 특성도 없는데 말이야.’
괴수만 잘 잡는 게 아니라 대인전까지도 능하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더 대단한 부하가 들어온 걸지도.’
다시 봤다는 듯 최성민을 쳐다보던 송치현이 이후 상황을 물었다.
“그럼 손목은 싸우는 과정에서 자른 건가?”
“그건 아닙니다. 비록 저를 죽이려고 했지만, 상사는 상사. 어느 정도 상처만 입히고 불문에 부치려고 했습니다. 화해하려고 먼저 손도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열 받더라고요. 저를 죽이려 한 것 때문이 아니라 대영웅님을 모욕한 것 때문에요.”
“날 모욕했다고?”
송치현의 시선에 안기현이 당황하여 소리쳤다.
“야, 최성민! 자꾸 거짓말할래? 내가 언제 모욕했다고!”
“기억 안 나십니까? 제 뒤에 대영웅님이 계신다고 그만하라고 했더니 뭐라 하셨습니까?”
안기현이 뒤늦게 자신의 발언을 떠올렸다.
-아, 그러고 보니…… 대영웅이고 뭐고 X까 라고 했었지?
물론 그러한 생각을 송치현이 놓칠 리가 없었다.
‘팀장이란 새끼가 피해자인 척 거짓말하는 걸로 모자라 대영웅인 날 능멸하고 이용하려고 들어?’
그에 비해 자신의 부하인 최성민은 어떠한가?
“저를 죽이려 한 건 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영웅님을 모욕하는 발언은 직속 부하인 저로서는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손목을 자른 건 이 때문입니다. 응당 벌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주군이 모욕당하자 자기 일처럼 분노하며 징벌을 대신했다.
이는 대영웅인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줌과 동시에 충성심을 증명한 셈이었다.
‘C급을 압도할 정도로 실력이 좋은 데다 충성심까지 높다니…….’
송치현이 바라보던 최성민에 대한 평가가 한순간에 격상했다.
“안기현 팀장.”
“예.”
“대영웅의 권한으로 말한다. 오늘부로 넌 해고다.”
“예에?”
놀란 안기현이 이내 부당하다며 소리쳤다.
“억울합니다! 설마 저보다 신입의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
“당연하지. 너 같은 쓰레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내 부하가 더 믿음직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슬쩍 쳐다보는 송치현의 시선에 최성민이 믿어줘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묵례를 했다.
하지만 감사할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안기현 팀장. 지금 당장 짐 싸고 나가도록. 아, 나가기 전에 여기 있는 최성민에게 인수인계부터 해주고.”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인수인계라니요?”
“앞으로 헌터 관리부 2팀장은 최성민이 대신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