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0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08화(30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36화
36. 새로 온 팀장
“우, 웃기지 마! 항복은 무슨!”
안기현이 빽 소리를 지르다 말고 움찔거렸다.
단검이 닿은 목젖에서 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움직이지 마세요. 그러다 죽습니다. 아, 물론 항복 안 하셔도 죽고요.”
“뭐 이 새끼야?”
최성민의 도발에 다시금 소리치려던 안기현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X발. 침도 못 삼키게 딱 갖다 대고 있잖아?’
게다가 눈빛 또한 어떤가?
‘마치 내가 사고로 죽길 바라는 눈빛이야.’
안기현은 그때 돼서야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죽으면 복수를 기약할 수조차 없었기에.
“하, 항복한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최성민이 그제야 목젖에서 단검을 거뒀다.
“좋은 대련이었습니다. 팀장님.”
매너 있게 먼저 악수를 청하는데 하필이면 오른손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손이 없는 걸 깜빡하고.”
그러면서 손을 바꾸는데 안기현으로선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뻔뻔한 새끼가! 분명 일부러 놀리는 거야!’
능욕당한 안기현은 최성민이 내민 손을 무시했다.
여기서 악수하면 더 비참해질 것 같았기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팀장님이 항복한 거야?”
“설마 벌써 졌다고? 이렇게 허무하게?”
“목에 단검 들이댔잖아. 그럼 진 거지.”
“어떻게 눈 깜짝할 사이에 거리를 좁힌 거지?”
“저 최성민이란 헌터 우리랑 같은 D급 아니었어?”
관중 중에 최성민의 움직임을 제대로 본 사람은 없었다.
다들 고만고만한 D급 헌터인 데다 기대가 적었던 만큼 집중하지 않은 사람이 태반이었으니.
그 와중에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제대로 본 건 A급인 송치현뿐이었다.
‘질주 스킬을 쓰고 단번에 거리를 좁혔군.’
생각을 읽는 그는 최성민이 어떤 스킬을 썼는지조차 알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련하기 전에 두 사람이 어떤 작전을 구상했는지도 미리 알 수 있었다.
‘둘 다 시작 즉시 선빵을 치겠다는 작전이었지.’
작전이 같았고 최성민이 더 빨라서 이겼다.
그뿐이다.
‘그런데 최성민의 움직임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랐어. 장비 옵션을 이동속도 위주로 맞췄나?’
순발력도 이미 D급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저 녀석 전투력은 절대 2만이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야 C급인 안기현을 1초 만에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보다시피 무력 시험은 최성민의 승리다. 따라서 차기 헌터 관리부 2팀장은 최성민으로 확정됐다. 최성민, 팀장 된 기념으로 직원들에게 인사하도록.”
송치현의 공표에 최성민이 앞으로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2팀장을 맡게 된 최성민 헌터입니다. 앞으로 잘해봅시다.”
의례적인 소개가 끝나자 의례적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
비록 낙하산으로 들어왔지만, 지력과 무력을 만인 앞에서 증명해 보였다.
팀장이 될 자격은 입증한 셈이다.
‘최성민, 이 개새끼……!’
물론 안기현처럼 인정하지 않는 직원도 있으리라.
하지만 대영웅이 직접 꽂아 넣은 이상 대놓고 불만을 표출할 수는 없었다.
그저 안기현처럼 말없이 이를 가는 수밖에는.
빠드득-
박수 소리를 뒤로한 안기현이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 * *
‘X발, 씨X!!!’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게 이런 상황일까?
집으로 가던 안기현은 최성민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개새끼! 이번에 당한 수모는 반드시 갚고 말 테다. 이번뿐만 아니라 저번에 당한 수모까지도, 전부!’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녀석 때문에 팀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것도 쪽팔리게 부하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팀장으로서 망신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빠드득-
손목을 본 안기현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일그러졌다.
‘허전한 이 손목을 볼 때마다 녀석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미치겠어.’
그렇다고 속 시원히 복수하지도 못했다.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복수를 꿈꾸고 있는 것은.
‘기습만 성공하면…… 녀석에게 먼저 상처만 입힐 수 있다면 무조건 이길 수 있을 텐데!’
최성민이 빠른 건 인정한다.
솔직히 대련 때 반응조차 못 한 건 맞다.
‘하지만 그뿐이야. 녀석의 장점은 빠른 거 말고 없다고!’
그 빠른 움직임만 묶어둘 수 있다면 확실하게 이길 자신이 있었다.
‘기습으로 다리부터 잘라버려야 해. 내일 사과하는 척 다가갔다가 뒤에서 베어버리면…….’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난데없이 제삼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헉, 누, 누구야?”
깜짝 놀란 안기현이 돌아보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대, 대영웅님?”
다름 아닌 송치현이었다.
‘저 새끼가 갑자기 왜 나타났지?’
속으로는 대영웅을 씹으면서도 겉으로는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안녕하십니까, 대영웅님. 혹시 저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난 너 같은 새끼가 제일 역겨워. 겉으로는 비위 맞춰주면서도 속으로는 온갖 욕지거리를 하는 새끼.”
“예?”
저벅저벅-
자신에게 걸어오는 대영웅의 모습에 안기현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표정이며 말투며 평소와는 달리 차갑고 무거웠다.
무엇보다.
‘왜, 왜 무장하고 계신 거지?’
갑옷과 검으로 무장한 모습은 불안한 생각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도, 도망가야 해.’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낀 안기현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뒤꿈치가 닿는 느낌에 뒤돌아보니 막다른 골목.
‘아.’
안기현은 그제야 깨달았다.
송치현이 자신을 쥐구멍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을.
자신은 어쩌면 이곳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대, 대영웅님. 대체 왜 이러…….”
“말했잖아, 역겹다고.”
“…….”
가까이서 송치현을 마주하니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눈빛에서 묻어나오는 살기를.
“감히 나를 모욕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어?”
“대영웅님, 그건……!”
“또 변명하는 거냐? 너 같은 놈들은 어째 반응이 다 한결같냐?”
“…….”
“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상황을 모면하려고 온갖 방법들을 떠올리고 있구만. 지금은 무릎 꿇고 싹싹 빌 생각이었지?”
안기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어떻게…….”
“그래 봤자 소용없어. 진심이 없다는 걸 안 이상 네가 생각한 방법들은 모조리 통하지 않을 테니.”
절망하는 안기현을 보며 송치현이 조소를 머금었다.
“겉과 속이 다른 역겨운 새끼. 겉으론 예의 차리는 척하면서 속으론 상사 흉을 보다니.”
“…….”
“물론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 곽민철, 그 새끼만 생각하면 욕지거리가 절로 나오니까.”
‘곽민철이면…… 협회장?’
안기현이 놀라건 말건 송치현은 자기 말만 했다.
슬금슬금 거리를 좁히며.
“그래서 그런지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사소한 일에도 화가 치밀더라고. 특히 너 같은 아랫것들이 기어오르면 정말이지 분통이 터져. 화병 나서 죽기 전에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더라고.”
2m까지 거리를 좁힌 송치현이 걸음을 멈췄다.
“그 잘난 세 치 혀로 나를 농락할 수 있을 거라 여겼나 본데, 거짓말하려거든 상대를 봐가면서 쳐야지.”
“죄송합니다. 대영웅님. 제가 잘못…….”
“이미 늦었어, 새끼야.”
잘못을 빌려던 안기현의 앞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그 순간 안기현은 세상이 조각나는 느낌을 받았다.
촤촤촤촤촥-!
잘게 찢어진 피와 살점들이 골목의 벽에 흩뿌려졌다.
소드 댄싱 스킬로 안기현을 조각내버린 송치현이 몸에 붙은 살점을 보곤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최대한 사거리 끝에서 맞췄는데도 튀다니.”
가능하면 깔끔하게 처리하고 싶었지만, 이왕이면 시체를 남기지 않는 편이 더 좋았다.
‘뭐, 살인을 들키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대영웅을 모욕한 죄는 중죄다.
여차하면 모욕죄를 빌미로 개인적으로 처벌했다고 둘러대면 된다.
애당초 대영웅을 살인 용의자로 조사하려는 간덩이 부은 인간이 있을 리도 없겠지만.
‘이걸로 그 새끼가 내 부하를 귀찮게 하는 일은 없겠지.’
스르륵-
볼일을 끝낸 송치현이 은신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가 사라진 골목길엔 비릿한 피 냄새만이 맴돌 뿐이었다.
* * *
자격시험이 있고 난 다음 날.
헌터 관리부로 출근한 최성민은 직원들의 달라진 시선을 느꼈다.
‘어제만 해도 빽 믿고 들어온 낙하산을 보는 탐탁지 않은 눈빛이었는데 지금은…….’
존경과 두려움, 부러움이 한데 뒤섞인 오묘한 시선으로 자신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
먼저 말을 걸거나 인사하는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명색이 팀장인데 투명인간 취급인가? 하긴 엊그제 들어온 신입이 팀장이 됐으니 인정하기 싫겠지.’
하지만 아무도 인사하지 않는 이럴 때일수록 먼저 나서서 인사해야 한다.
새로 온 팀장에게 점수를 딸 기회였으니까.
‘눈치 빠른 직원이라면 지금쯤 나서서 인사를 해야…….’
“아,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좋은 아침이지 말입니다.”
그에게 먼저 인사한 사람은 4년 차 직원인 김준택.
입사 첫날 이것저것 가르쳐줬던 직원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김준택 사원.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예, 감사합니다.”
‘의외로 눈치가 빠르군. 마음에 들어.’
김준택이 눈도장을 찍고 간 이후로 몇 명이 더 인사를 걸어왔다.
진심으로 인사한다기보다 새로운 동아줄을 잡기 위해 비위를 맞추는 느낌이 강했다.
‘뭐 상관없지. 부하들이야 말만 잘 들으면 그만이니.’
송치현과 달리 최성민은 부하들이 진심으로 충성하든 말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나도 필요할 땐 쓰고 필요 없어지면 버릴 생각이니.’
헌터 관리부의 팀장을 맡게 됐지만, 애당초 오래 있을 자리는 아니었다.
‘올라가야지. 더 높은 곳으로.’
등급이 오르면 자연스레 지위도 오르기 마련.
팀장 자리는 어디까지나 사냥할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잠시 거쳐 가는 정류장일 뿐이었다.
끼익-
팀장실로 들어선 최성민은 어느새 바뀌어 있는 명패를 보았다.
[헌터 관리부 2팀장 최성민]‘D급임에도 벌써 팀장 자리를 달다니. 역시 빽이 좋긴 좋아.’
실력으로 차지하긴 했지만 어제의 쇼는 어디까지나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였을 뿐.
송치현이란 거물이 뒤에 없었다면 이렇게 빠른 승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자격시험을 치르길 잘했어. 안 그랬다면 필시 여기저기서 잡음이 생겼겠지.’
결과에 인정 못 한다며 반항하는 직원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사전에 실력을 보여준 탓에 그런 잡일을 원천봉쇄할 수 있었다.
‘그럼 어디 팀장으로서 업무 좀 볼까?’
컴퓨터 앞에 앉은 최성민이 마우스를 딸깍이며 이런저런 업무와 결재를 처리했다.
그러길 2시간여 남짓.
최성민이 마우스를 놓았다.
할 일을 모두 끝낸 것이다.
‘팀장 자리가 좋긴 좋아. 직원들은 외근 나가서 온종일 다른 파티원 감시나 하고 있는데 팀장은 벌써 일 끝내고 여기서 시간만 죽이고 있으니.’
일 처리를 빠르게 끝내니 시간적 여유가 널널했다.
‘이럴 때 다른 팀이랑 같이 사냥을 돌아야 하는데…….’
팀장의 좋은 점은 다른 직원들보다 퇴근 시간이 빠르다는 점.
추가 근무가 있는 게 아니라면 정규 시간인 4시간만 채우고 정식으로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심심하네.’
그때였다.
내선 전화가 울리자 최성민이 즉시 받았다.
“헌터 관리부 2팀장 최성민입니다.”
-오, 이제 어엿한 팀장인가?
목소리를 들어보니 누군지 알겠다.
“이게 다 대영웅님 덕분입니다.”
-내 덕분은 무슨. 다 네가 잘나서 이뤄낸 결과지.
통화 너머로 흐뭇하게 웃던 송치현이 본론을 말했다.
-퇴근하고 시간 좀 내봐.
“시간이야 많은데…… 무슨 일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이제 사냥할 시간도 생겼으니 팀 좀 소개해 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