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0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09화(309/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37화
37. 팀 코버트
퇴근 시간이 되자 검은색 리무진이 최성민을 데리러 나타났다.
“최성민.”
뒷좌석의 창문이 열리며 송치현의 얼굴이 보이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대영웅님.”
“어정거리지 말고 얼른 타.”
뒷좌석에 앉자 운전기사가 차를 출발시켰다.
“실례지만 어디로 가는 거죠?”
“팀원들이 있는 숙소로 가는 거야.”
“숙소도 있습니까?”
“부하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마련해뒀거든.”
숙소까지 가는 동안 송치현은 최성민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주로 팀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가 직속 부하만 열 명이 넘는데 말이야, 이번에 던전이 개방되면서 얘네들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겠더라고.”
그래서 만든 게 팀 코버트라고 한다.
“등급별로 조를 나눠서 사냥시키고 있지. A급은 A조, B급은 B조, 이런 식으로. 근데 이번에 조를 하나 더 짜서 C급 부하들을 받기 시작했지. 너도 그중 하나고.”
직속 부하치곤 등급이 낮지만 그래도 재능 있는 녀석들로 골랐다고 한다.
“앞으로 넌 이 C조에서 사냥하게 될 거야.”
“……C급들이랑요?”
“그래. 아쉽겠지만 D조는 없어. 내가 직속 부하를 구할 때 D급은 거들떠보지도 않아서 말이지. 네가 특별한 거라고.”
이윽고 송치현이 마련했다는 숙소에 도착했다.
수풀이 우거진 산속에 있는 커다란 별장이었다.
-이런 곳이 부하들을 위한 숙소라니. 엄청 호화스럽잖아? 대영웅님 밑에 들어온 건 정말 신의 한 수였어.
최성민의 생각을 읽은 송치현이 뿌듯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따라와. 조원들을 소개해 주지.”
송치현을 따라 별장에 들어가려는 찰나, 문이 열리며 세 사람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오셨습니까, 대영웅님!”
타이밍 좋게 나오는 걸 보니 미리 연락을 받고 대기하고 있던 모양.
“인사해. 얘네가 C조야.”
‘남자 둘에 여자 한 명이군.’
최성민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팀 코버트 C조에 들어오게 된 최성민이라고 합니다.”
“아, 그쪽이 오늘 온다는 신입이구나. 반가워.”
턱수염이 지저분한 사내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최성민은 최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지웠다.
이들도 나름대로 대영웅이 재능 있다고 뽑은 직속 부하들이었기에.
“대충 소개하지 말고 제대로 자기소개해. 이름, 등급, 전투력 등등!”
“죄, 죄송합니다. 대영웅님.”
송치현에게 한 소리 들은 턱수염 사내가 뻘쭘한 얼굴로 다시 소개했다.
“난 C급 헌터인 문용택이야. 전투력 8만으로 C조의 조장을 맡고 있지.”
“저는 C급 노경진입니다. 전투력은 6만이에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C급 주연희라고 해요. 전투력 5만이고 조에서 가장 낮아요.”
차례대로 소개하던 조원들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굳이 등급까지 밝혀야 하나?
C급이니까 C조에 들어오는 것 아니었나?
하지만 의문은 최성민의 소개를 듣자마자 바로 풀렸다.
“저도 정식으로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D급 헌터 최성민이라고 합니다. 전투력은 2만입니다.”
“2, 2만?”
“D급……?”
D급이 어째서 C급들이 있는 조에 들어왔단 말인가?
아니, 애초에 직속 부하는 어떻게 된 거지?
그런 의문들로 가득한 와중, 조장인 문용택이 송치현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대영웅님. D급을 조원으로 들이시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왜? 내 결정에 불만이라도 있냐?”
“그, 그게 아니오라 수준이 너무 차이 나니까 의아해서…….”
“저래봐도 실력은 확실하니까 걱정하지 마라. 대련에서 전투력 6만도 이긴 인재 중의 인재니까.”
그 말에 문용택이 놀랐지만 그것도 잠시.
얼굴엔 여전히 떨떠름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어쨌거나 오후에 같이 던전 돌게 될 사이니까 잘들 지내봐. 그동안 여기서 대기하면서 서로 대화 좀 나누고 있어. 용택이 네가 숙소 구경도 좀 시켜주고.”
“알겠습니다. 대영웅님.”
송치현은 그 말만 남기고 도로 리무진을 타고 어딘가로 가버렸다.
“갔지?”
대영웅이 떠나자마자 문용택의 표정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야, 신입. 이름이 뭐라고?”
“최성민입니다.”
“어떻게 한 거야?”
“예?”
“대영웅님 밑에 어떻게 들어온 거냐고.”
“그야 눈에 들어서…….”
“X팔, 그러니까 어떻게 너 따위가 대영웅님 눈에 들었냐고.”
가뜩이나 수염까지 길러 인상이 더러웠던 문용택이 위협적으로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고작 C급에게 위축될 최성민이 아니다.
‘뭐지? 신입이라고 기강 좀 잡겠다는 건가?’
등급이 낮은 만큼 자신을 아니꼽게 볼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그리 놀랍진 않았다.
그저 덤덤하게 답하며 상황을 지켜볼 뿐.
“대영웅님께서 실력 좀 있다고 저를 좋게 봐주신 모양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전투력 6만을 이겼다고 했지?”
“예.”
“그래서, 네가 전투력 6만 이상이라고 생각해? 운 좋게 한 번 이겼다고?”
꼭 그렇다고 볼 순 없었지만 최성민은 일부러 녀석의 성질을 긁어보기로 했다.
그러는 편이 오히려 이득을 가져올 것 같았으니까.
“뭐…… 그렇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X팔, 그럼 나랑 대련해서 이기면 전투력 8만 이상이라고 봐야겠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와, 이 새끼 말하는 거 봐라? 그렇게 따지면 넌 전투력 6만이고 우리 조원들이랑 동급이라는 거냐? X팔, 오늘 들어온 신입 새끼가 선배들이랑 맞먹으려고 하네?”
어이없다는 문용택의 시선에 적개심이 추가됐다.
“야, 신입. 전투력 2만이면 2만답게 굴어. 어디서 D급 찌끄러기가 들어와 가지고 물을 흐리고 있어?”
“…….”
시비를 걸길래 혹시 몰라 성질을 긁어봤는데 예상대로 길길이 날뛰어준다.
‘역시 관상은 과학이라니까?’
헌터가 됐음에도 무시당하는 이 상황에 최성민은 화가 난다기보다 오히려 의문이 들었다.
‘송치현은 어째서 저런 쓰레기를 부하로 삼은 거지?’
생각을 읽는 그라면 저런 성격파탄자는 사전에 걸러낼 수 있을 터.
‘성격 따위는 무시하고 철저하게 충성심과 실력만 보고 뽑은 건가?’
전투력 10만부터 B급이었으니 8만이면 C급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수준.
송치현이 단순한 부하를 좋아한다는 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 도발에 저렇게 흥분하다니, 단순해도 너무 단순하잖아…….’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저렇게 쉽게 흥분하는 사람이 조장이라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대영웅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떨거지를 데려오신 거지?”
문용택이 투덜댔지만 이해가 안 되는 건 당사자인 최성민도 마찬가지였다.
‘송치현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를 이 팀에 집어넣은 거지?’
D급인 자신을 C급이 있는 조에 집어넣어 봤자 같이 던전을 돌 수 있을 리가 없다.
‘D급인 내가 C급 던전에 들어갈 순 없으니.’
오히려 기존의 C급 조원들이 자신에게 맞춰서 한 단계 낮은 D급 던전으로 들어가야 할 판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용택이 그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야, 신입. C급 던전을 돌고 있던 우리가 너 하나 때문에 D급 던전에 갈 순 없잖아. 그치?”
“…….”
“그러니까 대영웅님 오시면 이렇게 말해라. 우리 수준이 너무 높아서 같이 던전 못 돌겠다고. 자신이 낄 자리는 아닌 것 같다고.”
한마디로 자진해서 팀을 나가라는 소리.
‘다른 조원들도 같은 생각인가?’
최성민이 시선을 돌렸지만 어째선지 조원들은 고개를 돌리며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상당히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이군.’
알 만했다.
이런 괄괄한 사람을 조장으로 두고 있으니 기를 못 펼 수밖에.
‘분명 송치현도 팀의 분위기를 알고 있었을 거야.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 모를 리가 없지.’
아마 D급이라고 소개했을 때부터 조장이 속으로 탐탁지 않아 한다는 것을 알았을 거다.
‘그런데도 잘 어울려보라며 나를 이곳에 두고 갔다? 트러블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차분히 상황을 분석해본 최성민은 이내 송치현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내 반응을 보고 싶은 거야. 이 조장이란 놈의 텃세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렇다면 송치현이 원하는 반응이란 무엇일까?
‘조원들과 잘 화합하는 거? 아니야. 그랬다면 애당초 저런 분노조절 장애를 조장으로 뽑지도 않았겠지.’
보아하니 송치현은 부하들이 싸우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우리 안에 넣어둔 원숭이들의 서열 다툼에는 관심 없다는 듯이.
‘그저 자신에게 충성심 있고 실력만 출중하면 그만인 거야.’
그렇기에 최성민을 D급임에도 C급인 조에 넣어둔 것이리라.
조원 간에 트러블이 일어날 걸 뻔히 알면서도.
‘아마도 내 반응이 궁금할 거야. 조장의 텃세에 굴복할지, 그에 반하여 맞설지.’
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종의 시험.
어떤 반응을 보여야 송치현이 만족할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좋아. 원하는 걸 보여주지.’
그렇게 결단을 내렸을 때.
“야! 신입!”
마침 문용택이 험상궂은 얼굴로 시비를 걸었다.
“선배가 말하면 즉각 즉각 대답해야 할 거 아니야!”
“무슨 대답 말이죠?”
“이게 벌써 가는 귀가 먹었나? 내가 좀 전에 한 말 기억 안 나? 대영웅님한테 사퇴한다고 얘기하라고.”
“제가 왜 그래야 하죠?”
“이 새끼 말대답하는 거 봐라? 뒈지고 싶냐? 빨리 내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답 안 해?”
문용택이 협박하듯 눈을 번뜩였지만, 최성민의 눈엔 우스울 따름이었다.
‘쯧쯧, 그렇게 겁박해 봤자 송치현에게 전부 들통날 것을.’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고, 이는 문용택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웃어? 지금 나 보고 웃었냐?”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웃긴 생각이 떠올라서요.”
“이 X팔럼이 감히 내 앞에서…….”
“화내지 마시고 진정하세요. 좋으나 싫으나 앞으로 계속 볼 사인데 서로 얼굴 붉혀서 되겠습니까?”
“X팔, 그래서 안 나가겠다고?”
“제가 꼭 나갈 필욘 없지요.”
“그럼 우리더러 D급 던전에 들어가라고?”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제가 C급이 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니까요.”
“참나. 그게 뭔 방법이라고.”
문용택이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럼 네가 C급 될 때까지 우린 뭐 하는데? 손 빨고 기다려야 하냐?”
“조장님은 조원들이랑 원래 하던 대로 C급 던전 돌고 계시면 되지요.”
“X팔, 그때까지 대영웅님이 가만히 계시겠냐? 애당초 널 왜 데려왔는데? 같이 던전 돌라고 데려온 거 아니야.”
그때 최성민이 뜬금없이 손가락 하나를 폈다.
“하루, 단 하루만 솔로잉할 시간을 주시면 C급으로 승급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대영웅님도 기다려주시지 않을까요?”
“뭐? 하루 만에 승급할 수 있다고?”
현재 전투력 갱신이 있은 지 5일째.
‘5일 전에 2만이었던 놈이 내일까지 전투력 3만을 찍겠다고?’
그 말은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1만의 전투력을 올린다는 말과 같았다.
황당한 표정을 짓던 문용택이 이내 비웃음을 머금었다.
“새끼가 어디서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진짠데. 내기하실래요?”
“내기할 가치도 없다.”
“쫄리면 말고요.”
마지막 말이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문용택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이게 감히 도발도 할 줄 아네?”
‘도발은 아까부터 했는데 눈치하고는…….’
저런 놈을 조장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게 한숨이 나왔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저 낚싯줄에 걸려들기만을 기다릴 뿐.
“그래, 어디 한번 해 보자. X팔럼아. 네가 정말 하루 만에 C급 만들면…… 저기 보이지?”
문용택이 가리킨 곳엔 번쩍이는 스포츠카가 주차되어 있었다.
“저기 있는 내 4억짜리 스포츠카 준다.”
“정말요?”
“대신! 네가 지면 군말 없이 우리 팀에서 꺼져라. 알겠냐?”
“그러죠. 근데 거기에 한 가지만 더 얹어도 될까요?”
“뭔데?”
“스포츠카 받고 거기다 평생 저한테 형님이라고 부르기.”
“…….”
도발이 또 먹혔는지 문용택의 표정이 한눈에 봐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10살이나 어린 동생에게 형님이라고 부르기엔 자존심이 용납지 않을 거다.
“이 X팔럼이…… 좋아. 대신 나도 하나 더 얹자. 네가 지면 나한테 존나 세게 대가리 한 대 맞기.”
“좋습니다.”
최성민이 흔쾌히 대답하며 히죽 웃었다.
낚싯줄에 고기가 제대로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