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09)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10화(31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38화
38. 영악한 부하
리무진을 타고 숙소로 돌아가던 송치현이 와인잔을 흔들었다.
‘최성민은 조원들과 잘 어울리고 있으려나?’
최성민의 예상대로 송치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조장인 문용택이 조원들에게 강압적으로 군다는 것을.
‘내가 뽑은 놈이지만 참 성질 더럽단 말이야.’
애당초 성격은 안 보고 충성심과 실력만으로 뽑은 직속 부하다.
그 탓에 전투력이 높다는 이유로 조장을 달고 조원들의 기를 죽이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부하라는 건 실력 좋고 나한테 충성하기만 하면 그만이지.’
부하들끼리의 감정싸움에 개입할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궁금할 뿐이다.
‘과연 최성민이 문용택의 성질을 감당할 수 있을지…….’
C급 팀에 D급이 들어왔으니 문용택의 입장에선 최성민이 눈엣가시일 터.
‘아까 떠나기 전에 생각을 읽고서 알았지. 뭔가 일이 터지겠구나 하고.’
트러블이 생길 걸 알면서도 송치현은 최성민을 방치하고 볼일을 보러 떠났다.
아니, 정확히는 방치가 아니라 테스트였다.
최성민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아보는 테스트.
‘물론 정답 없는 테스트지만.’
강압적인 조장에게 순응하든 반항하든 결과적으로는 상관이 없었다.
‘그냥 궁금한 거지. 녀석이 어떤 대응을 할지.’
원숭이 무리에 강아지를 넣어놓고 어떻게 될지 궁금한 거랑 같은 이치였다.
‘상사에게 깍듯이 대하는 녀석의 성격이라면 아마 꼬리를 말고 있을 듯한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게 송치현의 솔직한 바람이었다.
‘그편이 훨씬 더 재밌을 테니 말이야.’
이윽고 숙소에 도착한 송치현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속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리무진에서 했던 바람이 실제로 이뤄진 것이다.
“그러니까…… 둘이 내기를 했다고?”
“그, 그렇습니다.”
문용택에게 상황 설명을 듣던 송치현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친해지라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런 내기나 하고 있을 줄이야.
“그래서, 내기는 누가 먼저 제안했는데?”
“신입이 제안했습니다.”
송치현이 내심 놀라워하며 최성민을 쳐다봤다.
‘이 녀석…… 설마?’
송치현은 한동안 최성민과 문용택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세한 상황을 파악했다.
그 결과, 모든 것이 최성민이 의도한 상황임을 알아냈다.
‘최성민 이놈, 예상보다 훨씬 더 대단한 물건이잖아?’
하루 만에 C급을 만들 수 있다는 건 그리 놀랍지 않았다.
최성민의 실력이 이미 C급 수준이라는 건 대련을 지켜봐서 알고 있는 사실.
‘그건 최성민 본인도 알고 있어.’
녀석이 진짜 대단한 점은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진해서 팀을 나가라는 문용택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최성민은 그를 도발하며 오히려 이길 수밖에 없는 내기를 하도록 만들었다.’
쉽게 흥분하는 문용택의 성격을 이용하여 자신이 이득 보는 상황을 만들다니?
‘내기에서 이기면 문용택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팀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어.’
최성민의 생각을 읽어보니 그런 상황들을 고려하고 내기를 제안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번에 팀장으로 인정받기 위해 자격시험을 생각해 낸 것도 그렇고, 이번 일도 그렇고…….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주도하고 있어.’
주인에게 충성하는 얌전한 강아지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영악한 고양이였다.
단순한 부하를 좋아하는 송치현의 입장에서 영악함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였지만.
‘이 녀석은 괜찮아. 나에 대한 충성심만큼은 진짜니까.’
생각을 읽고서 알 수 있었다.
최성민이 이렇게까지 존재 가치를 드러내는 데에는 대영웅인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는 것을.
‘최성민은 나를 거의 신격화하고 있다. 충성심만큼은 부하 중에서 원탑이야.’
충성심과 실력만 확실하다면 영악하든 말든 아무런 상관도 없다.
‘오히려 알아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니 단순한 부하보다야 훨씬 유능하다고 봐야겠지.’
이번 일로 송치현은 최성민에 대한 평가를 한 번 더 격상시켰지만, 반대로 문용택에겐 큰 실망감을 느꼈다.
‘멍청한 녀석. 도발에 발끈해서 4억이 넘는 스포츠카를 넘겨버리다니.’
송치현은 이미 내기의 승자를 최성민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전투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3만 정도는 하루 만에 달성하고 말 것이다.
‘전투력 6만을 꺾었다고 말해줬는데도 D급이라고 깔보고 넙죽 내기를 받아들이다니.’
아무래도 멍청한 부하와 영악한 부하가 한 곳에 있다 보니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솔로잉 하도록 허락해 달라고?”
송치현의 물음에 최성민이 고개를 숙였다.
“예. 송구하오나 하루만 솔로잉 가능하도록 조치해 주시면 필히 C급을 달성해 보이겠습니다.”
“흥, C급은 무슨.”
코웃음 치던 문용택은 조용히 하라는 듯 자신을 노려보는 송치현의 시선에 입을 꾹 다물었다.
“좋다. 솔로잉을 돌 수 있게 던전을 마련해 주마. 내기 따위야 어찌 되든 상관없다만 부하의 성장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돕지 않을 수가 없지.”
“감사합니다, 대영웅님.”
이렇게 대영웅의 허락으로 내기가 성사됐다.
‘멍청한 놈. 지금 전투력이 몇인지는 몰라도 단기간에 1만을 올리기는 힘들지.’
문용택이 속으로 비웃었지만 대영웅도 알고 최성민도 알았다.
무조건 이길 수밖에 없는 내기라는 것을.
* * *
던전의 소유권은 나라에 있다.
때문에 던전을 이용할 때는 무조건 감독관을 대동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비율제로 세금을 징수해야 했으니까.
이는 어디까지나 D급 이하의 던전에 한해서였고, C급 던전부터는 감독관 없이도 들어갈 수 있다.
그 말은 D급인 최성민은 아직 감독관을 대동해야 한다는 뜻.
하지만 던전 입구에 있는 그의 주변엔 감독관이라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던전을 지키는 관리인만 있을 뿐.
‘역시 말단이어도 대영웅은 대영웅이라 이건가?’
보통 D급 이하의 던전은 감독관을 껴야 하는 탓에 던전 솔로잉이 불가능하지만 딱 하나, 예외의 경우가 있었다.
바로 대영웅이 개입하는 경우였다.
‘송치현의 말 한마디면 감독관 없이도 던전에 들어갈 수 있지.’
던전의 주인이 나라라면 나라의 주인은 대영웅.
한마디로 법 위에 있는 존재였으니 무엇이든 가능했다.
‘따지고 보면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하는 솔로잉인가?’
혼자 들어갈 수 있는 히든 던전을 제외하면 공식 던전에서 솔로잉 하긴 처음이다.
‘오늘 하루는 얼마든지 솔로잉 해도 좋다고 허락받았으니 마음껏 사냥해 봐야겠군.’
최성민은 목표치인 전투력 3만을 넘겼다고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하루 동안 주어진 이 특권을 최대한 이용할 생각이었다.
‘오늘만 최소 열 군데는 격파해야 해.’
그가 들어갈 던전은 D급인 리틀 스네이크 던전.
순발력의 룬을 드롭하는 곳이었으니 최대한 이득을 봐야 했다.
“준비됐습니까?”
“예. 지금 들어가겠습니다.”
던전 관리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성민이 포탈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 * *
최성민이 던전에 들어간 그 시각.
송치현은 평소와 달리 근심 어린 얼굴로 복도를 걷고 있었다.
곽민철의 호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새끼가 무슨 일로 날 부른 거지?’
할 말이 있다며 협회장실로 직접 오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송치현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똑똑-
“송치현이냐?”
“예.”
“들어와.”
대영웅이 노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할 법도 했건만, 송치현은 익숙하다는 듯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왔냐?”
곽민철의 양쪽 옆구리엔 헐벗은 여자들이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이것 역시 익숙한 광경이었다.
“너희는 잠깐 나가 있어.”
“예, 대영웅님.”
곽민철이 여자들을 물리자 송치현이 기다렸다는 듯 소파에 앉았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새끼가 앉자마자 본론부터 꺼내네. 인정머리 없이.”
“……죄송합니다.”
“내가 무슨 일로 불렀는지 한번 맞혀봐. 생각을 읽으니까 알 수 있을 거 아냐?”
“…….”
맞춰보라고 했지만 송치현이 읽을 수 있는 생각은 정해져 있었다.
-맞춰보라고, 병신아.
대영웅인 자신을 향한 조롱과 욕설뿐.
생각을 읽는 걸 알고서 컨트롤하니 진심을 읽을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개자식이…….’
곽민철이 이러는 건 괜히 굴욕감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일종의 경고였다.
‘나 따위는 상대가 되지 않으니 알아서 처신 잘하라는 거지.’
생각을 읽는 능력은 엄청난 강점이지만 어디까지나 모르는 이들에게나 통할 뿐.
곽민철처럼 이미 알고 있는 상대 앞에선 무능력이나 다름없었다.
“맞춰보라니까?”
“……모르겠습니다.”
“큭큭, 역시 떠올린 생각밖에 못 읽는군. 알고 보면 정말 쓰레기 같은 특성이야.”
“…….”
“아, 미안. 굳이 입 밖으로 꺼낼 필요는 없었는데. 아, 속으로 말해도 읽히겠구나?”
“절 조롱하려고 부르신 겁니까?”
“워워, 무섭게 왜 정색하고 그래? 표정 펴, 표정 펴.”
진정하라는 듯 손을 흔들며 웃던 곽민철이 본론을 꺼냈다.
“그냥 요즘 들리는 소문이 있어서 그거에 관해 물어보려고 부른 거야.”
“소문이요?”
“듣기론 네가 헌터 관리부에 있던 팀장을 자르고 그 자리에 직속 부하를 앉혔다던데…… 왜 그런 거지?”
송치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언젠가 곽민철의 귀에 들어갈 거라고 예상하였기에.
오히려 올 것이 왔다는 듯 침착하게 대꾸했다.
“저한테 팀장을 바꿀 수 있는 권한 정도는 있던 거 아니었습니까?”
“그렇긴 한데 고작 D급 쓰레기를 팀장 자리에 앉힌 건 너무하지 않아? 아무리 네가 대영웅이어도 그건 월권행위라고.”
“그럴 만한 능력이 있어서 자리에 앉힌 겁니다. 나름대로 사람들 앞에서 자격시험도 치렀고요.”
“흠, 그런 거라면 인정. 근데 네가 언제부터 D급을 직속 부하로 받았지?”
“누구를 부하로 삼든 제 마음일 텐데요.”
“그래도 D급은 너무 낮잖아.”
“내일이면 C급이 될 겁니다.”
“그래?”
곽민철이 속내를 간파하려는 듯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씨익 웃었다.
“요즘 들어 직속 부하들을 늘리고 있지? 팀 코볼트인가 뭐시기인가에 집어넣고 키우고 있다던데.”
“팀 코버트입니다.”
“어쨌거나.”
“부하들을 사냥시키는 것도 안 됩니까?”
“아니, 안 된다는 건 아니고. 혹시나 딴마음을 품고 있는 건 아닌가 해서.”
뜨끔했지만 송치현은 내색하지 않았다.
여기서 표정 관리를 못 하면 대영웅의 지위도 끝이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흐흐, 그렇지? 난 또 나한테 대항하려고 부하들을 키우고 있는 줄 알았잖아.”
“…….”
“행여나 그런 생각이었다면 일찌감치 접는 게 좋을 거야.”
곽민철의 눈에서 잠시지만 살기가 떠올랐다.
“내 주변에 말 안 듣는 개는 필요 없거든.”
“여부가 있겠습니까.”
송치현이 깍듯이 고개를 숙이자 곽민철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볼일은 이걸로 끝. 이제 가봐.”
고개를 숙이고 뒤돌아선 송치현이 어금니를 꽉 물었다.
‘X발 새끼. 내가 언젠가는 네놈 모가지를 따버리고 말 테다.’
그러기 위해선 빨리 전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누구를 중점으로 키워야 하지?’
방을 나온 송치현은 문득 최성민이 떠올랐다.
최근 들어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하였다.
‘녀석을 빨리 키워서 내 옆에 둔다면 꽤 든든할 것 같단 말이지.’
고작 D급인 부하가 든든하게 느껴지기는 그도 처음이었다.
‘내기에서 이기기만 해라. 그럼 내가 아낌없는 지원을 해줄 테니.’
아이템이든 스킬북이든 성장을 위해서라면 뭐든 지원해 줄 의향이 있었다.
원한다면 솔로잉 할 수 있는 환경까지도.
‘그러니까 C급부터 찍어라, 얼른.’
송치현이 속으로 닦달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현재 시각, 최성민은 이미 C급에 달성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