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1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15화(31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43화
43. 권력의 힘
“오, 오빠!”
최아연이 소리치자 머리채를 잡은 여학생들이 움찔거렸다.
“이년 오빠라고?”
“그, 그럼 헌터?”
최아연이 오빠 덕분에 신분 상승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
그 말은 오빠란 사람이 최소 E급 이상의 헌터라는 소리였다.
‘근데 E급보다 더 급이 높은 모양인데……?’
‘저런 비싼 차를 타고 다니는 걸 보면…….’
누가 봐도 억 소리 나는 스포츠카를 타고 나타나자 괜히 주눅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 손 놓으라고 했다.”
일반인이라면 무서울 수밖에 없는 헌터의 위협에 여학생들은 본능적으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오빠!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아니, 그보다 지금 무슨 상황이냐면…….”
“말 안 해도 돼. 대충 알고 있으니까.”
최성민이 여기까지 온 건 암살자의 표식의 추적 기능 덕분이었다.
‘아침에 표식을 걸어두길 잘했어.’
혹시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싶어 미행해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일진들에게 당하던 상황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갓길에 세워뒀던 차를 끌고 왔지.’
학교 정문에 있던 경비원이 차는 밖에다 세우라고 손을 저었지만 무작정 여기까지 끌고 왔다.
일진들에게 어느 정도 재력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다행히 통한 모양이군.’
비싼 차를 보고 나니 일진들이 얌전해졌다.
대화할 준비가 된 모양이다.
“너희들, 이름이 뭐야?”
“그건 왜 물어요?”
“학교에 신고하려고.”
“저희가 뭘 잘못했는데요?”
“발밑에 떨어진 담배꽁초나 줍고 나서 그런 말 하지?”
“저희 상인급 신분인데다 만 16세 이상이라 흡연할 수 있거든요?”
“근데 교내에선 금지잖아.”
“아, 그게 뭐 어쨌다고요.”
“아이 씨, 꼰대야 뭐야?”
여학생들이 투덜댔지만, 최성민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전에 너희가 한 짓 다 봤거든? 여기 있는 이 친구랑 내 동생 괴롭힌 거.”
“괴롭히긴 누가 괴롭혀요? 친구끼리 놀고 있었을 뿐인데.”
“얘 말 맞아? 아연이 친구?”
최성민의 지목에 허솔지가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더니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맞아요. 괴롭혔어요.”
“저 쌍년이!”
“넌 이따가 뒈졌다!”
여학생들이 분개했지만 직접적으로 나서진 못했다.
최성민이 벽처럼 가로막고 있었기에.
“교내에서 흡연하고, 친구한테 빵 사 오라고 심부름시키고, 폭언과 폭행에 담배빵까지 하려고 했다? 이거 학교에다 말하면 너희 어떻게 될 거 같아?”
“어떻게 되긴. 틀딱들한테 잔소리 좀 듣고 끝나겠지.”
“킥킥킥킥.”
학교에 알린다 해도 무서워하지 않는 걸 보니 느낌상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듯싶었다.
“어린 것들이 아주 구제 불능이네. 너희 부모님이 이러라고 시켰어?”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자 실실 웃던 여학생들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헌터 씨. 부모님은 건들지 말죠?”
“저희 부모님 감당할 수 있겠어요?”
“패드립 치기만 해봐요. 바로 아버지한테 이를 테니까.”
일반인이 헌터인 자신을 협박하다니.
최성민으로선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너희 부모님이 뭐 하는 사람인데? 말하는 꼬락서니 보니 아주 잘나가시나 봐?”
“우리 아버진 이름만 말해도 아는 대기업 회장이거든요?”
“저희 아버진 호텔 대표고, 얘네 부모님은 헌터 장비 사업 크게 하고 있고요.”
“그쪽이 몇 등급 헌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끼어들었다가 피 보는 수 있어요.”
“나? C급인데?”
내친김에 등급을 알려줬더니 잠시 후 웃음이 터진다.
“풉, C급?”
“C급이면 중간급 아니야?”
“난 또 B급 이상 되는 줄 알았네.”
이쪽 업계에서는 C급도 그리 만만한 등급은 아니었지만, 일반인이라 그런지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긴 헌터를 만나보지 않은 녀석들은 대부분 저런 반응이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헌터가 얼마나 센지 실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등급이 뭐든 간에 저희 부모님은 그쪽이 감당할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니까 일찌감치 신경 끄시는 게 좋을걸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C급 헌터가 끼어들 일이 아니라고요.”
“지금이라도 못 본 체하고 넘어가시면 저희도 부모님께 아무 말 안 할게요.”
자본주의 사회라면 이런 협박들이 먹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돈보다 힘이 권력인 시대.
최고 권력자인 대영웅을 등에 지고 있는 최성민으로선 부모님을 믿고 콧대를 세우는 여학생들이 우습기 그지없었다.
“아까 말한 죄목으로 모자라 협박까지……? 오케이, 협박죄 추가해서 학교에 신고할게.”
“그러든가 말든가.”
“뒷감당할 자신 있으면 맘대로 하시던가요.”
“대신 저희도 가만히 안 있을 테니 두고 보세요.”
“얘들아, 가자.”
으름장을 놓은 여학생들이 최성민 무리를 한 번씩 째려본 뒤 자리를 떠났다.
최성민은 굳이 여학생들을 붙잡지 않았다.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아하니 도망갈 생각도 없어 보였기에.
“오빠…… 쟤네가 정말로 부모한테 이르면 어떡해?”
“걱정하지 마. 아연아.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잊었어?”
최성민이 핸드폰을 들었다.
‘권력엔 권력으로 상대해야지.’
전화를 걸자 잠시 후 송치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성민?
“안녕하십니까, 대영웅님.”
-이렇게 갑자기 전화를 건 걸 보니 원하는 거라도 생각난 모양이군.
“송구하지만 그렇습니다.”
-권력이냐? 아이템이냐? 어디 한번 말해봐.
최성민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권력입니다.”
* * *
교무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던 교감이 지나가던 선생을 불렀다.
“이 선생.”
“네, 교감 선생님.”
“학교 안에 스포츠카가 보이는데, 누구 차인지 아십니까?”
“아, 저번 달에 들어온 신입생의 오빠가 찾아왔는데 헌터라고 합니다.”
“헌터요?”
교감이 눈살을 찌푸리며 안경을 고쳐 썼다.
“무슨 B급 이상 헌터라도 된답니까? 학교 규정도 무시하고 저렇게 막무가내로 차를 세운 걸 보면?”
“그, 등급은 저도 잘…….”
“무슨 일로 왔답니까?”
“그게 말입니다…….”
이 선생은 자신이 들은 소식을 그대로 교감에게 전달했다.
반에서 학생 간의 괴롭힘이 있었고 그 광경을 본 헌터가 학교 측에 신고했다는 내용이었다.
“빵 사 오라고 심부름시키고 담배를 피웠다? 그게 전부입니까?”
“피해 학생들에게 폭언에 폭행은 물론 부모님을 내세워서 찾아온 헌터를 협박하기도 했답니다.”
“그 가해 학생 부모님들이 무슨 일 하는데요?”
이윽고 이 선생의 입에서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정계 인사들이 거론되자 교감이 목이 메는 듯 헛기침을 했다.
“흐음, 그런 대단한 부모를 두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이렇게 엇나가는 것도 이해는 가는군요.”
“예? 이해가 간다고요?”
“그렇지 않습니까? 보통 성공한 부자들이 자식 교육에 더 깐깐하게 굴지 않습니까? 이것저것 교육하고 통제하려 들었겠지요. 그렇게 억압받으면서 커왔다면 일탈에 빠지기도 더 쉬운 법입니다.”
“그, 그런가요?”
“예. 제가 학생들을 많이 상대해봐서 잘 아는데 이런 애들은 방향만 조금 잡아주면 금세 올바르게 행동할 겁니다.”
“아…… 그럼 별일 아닌가요? 저는 되게 심각한 사안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럼요. 학생들끼리 싸우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인가요? 이런 건 그냥 징계위원회 열고 대충 무마하면 됩니다. 별로 심각하게 접근할 것 없어요.”
그때였다.
“교감 선생님!”
한 선생이 다급한 얼굴로 뛰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고 선생?”
“행정실에서 급히 전화했다는데 안 받으신다고 해서 말입니다.”
“아, 제가 깜빡하고 핸드폰을 교감실에 놓고 왔네요. 뭔 일 있습니까?”
“교, 교감 선생님을 찾으시는 분이 계십니다.”
“누군데요?”
“소, 송치현 대영웅님이십니다.”
앞의 이름은 상관없었다.
그저 대영웅이라는 호칭 세글자만으로도 교감을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지, 지금 교무실로 전화 왔는데 받아 보시…….”
“비켜보세요!”
교감이 선생을 밀치며 부리나케 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여, 여보세요? 대영웅님 되십니까?”
-…….
“저, 저는 이 학교 교감인 노대경이라고 합니다.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
-하, 이런 X발.
갑작스러운 욕설에 교감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윗대가리랑 통화하기가 왜 이렇게 힘드냐? 내가 몇 분을 기다린 줄 알아?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난 분명 교장과 통화하고 싶다고 전화를 걸었는데 교감이라고?
“아, 그게 교장 선생님은 지금 출타 중이어서 행정실에서 저한테 연결해준 모양입니다. 저도 교장과 같은 권한이 있으니 할 얘기가 있으시다면 저한테…….”
-야. 내 말이 X으로 들리냐?
“……예?”
-교장이랑 통화하고 싶다고 했지? 빨리 교장 불러와.
“그게 교장 선생님은 지금 연락이…….”
-X발 내 말이 말 같지도 않은가 보네? 교감 새끼는 꺼지고 교장 불러오라고!
“죄,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교장과 연결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3분 준다. 3분 기다리고도 연락 안 되면 다 뒤집어엎을 줄 알아.
“힉! 아,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교감이 누구보다 빠르게 교무실을 빠져나갔다.
학교의 존망이 교장의 손에 달렸다.
* * *
“X발, 뭔데? 아까 그 헌터.”
“우리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 보이는 게 꼰대처럼 잔소리나 해대고.”
“그러게. X나 짜증 나더라.”
최성민에게 훈계를 받은 여학생들이 투덜거리며 교실로 향했다.
언제까지고 밖에서 노닥거릴 순 없었다.
적당히 시간을 때웠으니 이제 그만 수업을 들어야 한다.
“교실에서 잠이나 처자야지.”
“나두 나두.”
쉬는 시간에 맞춰 교실로 돌아온 여학생들이 문을 열었다.
드르륵-
학생들이 놀란 눈초리로 쳐다보는 게 보인다.
자리로 돌아온 허솔지와 최아연 역시.
“저 쌍것들 내가 가만두나 봐라.”
둘을 노려본 뒤 자기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어쩐지 분위기가 이상했다.
반 학생들이 죄다 세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뭘 봐? 이것들아? 할 말 있어?”
큰소리를 치자 그제야 시선을 돌렸지만 평소와 다른 분위기라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뭐지?’
그때, 앞문이 열리며 선생님이 들어왔다.
“야, 너희 셋.”
“예? 저희요?”
“따라와.”
“아이 씨.”
여학생들은 올 것이 왔다는 듯 똥 씹은 얼굴을 하며 선생님을 따라갔다.
‘또 잔소리 X나 듣겠네.’
‘귀찮게 X발.’
‘돌아가면 그 천민 년들부터 갈궈야지.’
저마다 불평 어린 생각으로 교무실에 들어가는 줄 알았지만.
‘응?’
선생님이 데려간 곳은 교장실이었다.
“들어와.”
안으로 들어간 여학생들은 저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아, 아빠?”
“우리 아빠도 있네?”
여학생들의 아버지가 교장 선생님과 같이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아빠가 말도 없이 여긴 어쩐 일이야?”
“아빠 지금 일하느라 한창 바쁠 시간이잖아.”
“…….”
“…….”
자식의 물음에도 말없이 쳐다보기만 하던 아버지들이 한숨을 쉬더니 교장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교장 선생님. 지금 가면 되겠습니까?”
“예. 아까 말한 대로 절차는 생략할 테니 바로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후우…… 어쩔 수 없죠.”
아버지들은 교장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각자의 딸을 데리고 교장실을 나왔다.
“가자.”
“어디 가는데?”
“그냥 조용히 따라와!”
“아,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다른 애들 앞에서 쪽팔리게…….”
짜악-
복도가 울리도록 뺨을 맞은 여학생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네가 뭔 짓을 저질렀는지 알기나 해?”
“뭐, 뭐! 내가 뭘 잘못했다고!”
뺨 맞은 여학생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설마 그 헌터 동생 건드렸다고 그래? 고작 C급 헌터한테 쫄은…….”
짜악-!
한 대 더 맞자 분위기가 찬물 끼얹듯 조용해졌다.
다른 아버지와 여학생들도 숨죽이며 지켜봤다.
“네가 건든 그 헌터님 뒤에 누가 있는 줄 알아? 무려 대영웅님이 계신다고!”
“……뭐? 대, 대영웅님?”
처음 알게 된 사실에 다른 여학생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영웅님 직속 부하의 심기를 상하게 한 것은 물론 그 동생과 친구까지도 괴롭히고 있었다니. 어휴, 진짜! 딸 잘못 키운 내 잘못이지! 내 잘못!”
“아, 아빠…… 난 진짜 몰랐어. 설마 뒤에 그렇게 높은 분이 계실 줄은…….”
“잔말 말고 빨리 가기나 해! 오늘 내로 급하게 이사 가야 하니까!”
“이, 이사? 갑자기 웬 이사야?”
아버지가 냉랭한 눈초리로 딸을 바라봤다.
“그럼? 재산 몰수하고 가족 모두 천민으로 신분 떨어뜨리겠다는데 이사 안 가고 배겨?”
“…….”
대영웅이 강제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라는 명령을 내린 모양이다.
“그, 그럼 학교는 어떡하고?”
“학교는 무슨 학교야? 당연히 퇴학이지!”
퇴학이란 말에 여학생들은 비로소 깨달았다.
건들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리고 말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