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1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17화(317/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45화
45. 지원
협회에 출근한 최성민이 할 일은 많지 않았다.
그저 헌터 관리부 2팀장으로서 해야 할 업무를 2시간 이내로 빠르게 해결.
그 이후에는 지루하게 시간을 때우다가 정규 시간 4시간을 채운 뒤 퇴근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남들보다 일찍 퇴근한 최성민은 송치현이 마련한 숙소에서 조원들을 만났다.
“다들 아시다시피 엊그제 불미스러운 사고로 문용택 조장님이 사망하셨습니다.”
“…….”
조장이 사망했다는 말에도 조원들은 슬퍼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직 최성민 말고는.
“따라서 제가 팀 코버트 C조의 조장을 맡게 됐습니다. 어색하겠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전투력 2만이 조장 자리를 꿰찼지만 다들 불만은 없었다.
하루 만에 C급으로 승급한 데다 전투력 8만인 문용택을 대련에서 손쉽게 이겼으니 그럴 수밖에.
게다가 송치현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최성민의 실제 전투력은 6만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누구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
실제로 불만도 없었고.
하루가 멀다고 욕설과 폭언을 일삼던 문용택보다는 최성민이 훨씬 젠틀했으니까.
오히려 소리 없이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럼 갈까요? 던전 공략하러?”
최성민과 두 명의 조원들은 C급인 타란튤라 던전에 들어갔다.
세 명만 들어갈 수 있었기에 인원은 딱 맞았다.
감독관은 대동할 필요가 없었다.
C급 던전부터는 감독관 없이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
‘C급 헌터들을 감시하려면 B급 감독관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B급은 감독관 따위를 하려고 들지 않지.’
B급이면 협회에서 원하는 부서의 팀장 자리를 얻을 수 있는 수준.
다른 헌터들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아이템이나 감시할 깜냥은 아니다.
‘게다가 B급이 될 정도면 아무리 특성이 개 같아도 직접 사냥하는 게 더 벌이가 좋을 테니.’
따라서 C급 던전부턴 비율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부를 감독관도 없었고.
그렇기에 팀에 소속되어 있다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선 솔로잉을 돌고 싶지만, 조원들과 같이 들어가는 게 팀의 방침이니.’
그렇다고 솔로잉이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함께 다니면 오히려 속도가 느려지니까 따로 찢어져서 사냥하죠.”
파티로 들어가더라도 각자 찢어져서 개인플레이를 하면 그만이니까.
물론 조원들도 혼자서 사냥이 가능한 던전이어야겠지만.
파파파파팍!
최성민의 단검이 평소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타란튤라를 도륙 냈다.
‘역시 S급 특성이 좋긴 좋아.’
문용택을 죽여서 얻은 맹공 특성 덕분에 공격 속도가 3배나 빨라졌다.
단점이라면 지속시간 1분이 지나면 10 중첩이 모두 사라진다는 거였지만.
‘1분 내로 다시 사냥감을 찾으면 그만이지.’
공격을 적중시키면 시간이 초기화되는 탓에 사냥감만 찾으면 계속 유지할 수가 있었다.
[체력의 룬을 획득하였습니다.] [거미 독을 획득하였습니다.]타란튤라를 죽이던 최성민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드디어 원하던 템이 나왔군.’
여태껏 체력 룬 따위나 주는 타란튤라를 잡은 이유는 순전히 거미 독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무엇이든 녹일 수 있는 독을 만들기 위해서지.’
조합창을 열고 이전에 얻은 송곳니 독과 거미 독을 조합시키자.
[조합 성공!] [무엇이든 녹일 수 있는 독을 획득하였습니다.]강력한 독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전 생에는 반지의 봉인을 풀기 위해서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암살을 위해서 사용해야겠어.’
무엇이든 녹일 수 있는 독을 재료로 쓴다면 맹독을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B급이 됐을 때 독 스킬을 배워야 해. 은신이 아니라.’
원래는 B급이 되면 은신을 배울 예정이었지만 독을 얻었으니만큼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송치현을 죽이기 전에 먼저 독에 중독시켜야겠어. 그래야 암살이 더 수월할 테니.’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스킬을 교체할 수 있으니 은신은 그 후에 배워도 문제없다.
그렇게 평일에는 파티로 사냥하고 주말이 되자,
자신을 암살하려는 줄도 모르는 송치현이 최성민에게 특혜를 베풀었다.
“주말에는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던전 관리인에게 말해놨으니 원하는 만큼 솔로잉을 하거라.”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대영웅님.”
원래라면 팀과 함께 움직여야 마땅했지만, 송치현은 최성민에게만 솔로잉을 하도록 허락했다.
비록 주어진 시간은 이틀뿐이었지만 빡세게 돌면 순발력을 60 이상 올릴 수가 있었다.
그렇게 평일에는 팀원들과 사냥하고 주말에는 솔로잉하는 생활을 한 지 일주일.
‘벌써 전투력이 9만을 넘어섰어.’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순발력 120에 전투력 9만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다음 달 B급은 떼 놓은 당상이군.’
전투력 10만을 넘기면 B급이 되니 남은 전투력은 고작 1만.
모르긴 몰라도 며칠 내로 B급에 달성할 것이다.
‘한 달 만에 D급에서 B급이 되면 송치현이 어지간히 놀라겠는데?’
전투력을 빠르게 올린 데엔 S급 특성의 영향이 컸다.
‘이대로만 성장하면 암살 시기를 좀 더 앞당길 수 있겠어.’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게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예? 저보고 지원을 가라고요?”
-예, 저희 1팀도 감독관이 모자라서 말입니다. 부득이한 경우 다른 팀의 지원이 가능하다는 건 알고 계시죠? 그건 팀장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도.
“예…… 압니다.”
얼마 전 팀장의 업무 대응 매뉴얼을 통째로 외웠기에 잘 알고 있다.
다른 팀에서 감독관이 부족하다고 지원을 요청할 경우, 한 달의 한 번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그것이 팀장일지라도.
‘1팀은 C급 감독관들로 이뤄져 있다. 2팀장인 나도 같은 C급이니 이렇게 지원 요청하는 거겠지.’
1팀의 지원 요청에 2팀장인 최성민으로선 거절할 수가 없었다.
원하면 한 달에 한 번 지원해줘야 한다고 쓰여 있기도 하고, 마땅히 바쁜 것도 아니었으니까.
‘꼬우면 1팀장이 돼라. 뭐 그런 거겠지.’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업무 사항은 문자로 전송해드리겠습니다.
“예, 수고하십시오.”
전화를 끊은 최성민이 똥 씹은 표정이 됐다.
‘아침부터 지원 요청이라니. 오늘은 사냥하기 글렀군.’
빠르게 퇴근 후 조원들과 같이 사냥하려던 계획은 아쉽지만 접어둬야 했다.
조원들에게 오늘은 일이 있어 사냥에 불참한다고 문자를 보내고 있을 때.
1팀장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지원 가야 할 팀 이름과 던전, 장소 등 자세한 업무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젠장……. 오늘 하루는 완전히 텄군.’
온종일 남의 파티나 졸졸 따라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한숨이 나오는 최성민이었다.
* * *
부아아아앙-
스포츠카를 타고 전달받은 사무실 앞에 도착한 최성민이 업무 내용이 있는 문자를 다시 한번 살펴봤다.
‘팀 래퍼런스라…….’
남자 셋, 여자 하나로 구성된 D급 팀이었다.
‘왠지 팀 크러쉬가 생각나는군.’
한때 몸담았던 양조영의 팀도 이와 비슷한 구성을 띠고 있었다.
‘이제 다시는 볼 일이 없겠지.’
가끔 도은정으로부터 밥이나 먹자고 연락이 오긴 했지만 철저하게 외면하는 중이다.
‘쓸데없는 일에 시간 쓸 겨를은 없다.’
암살을 위해서라면 한시라도 빨리 강해져야 한다.
그렇기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지.’
차에서 내린 최성민이 한숨을 쉬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보인다.
“여기가 팀 래퍼런스 사무실인가?”
“누구……?”
“오늘 하루 팀 래퍼런스의 감독관으로 온 C급 헌터 최성민이다.”
감독관으로서 위엄을 보이기 위해 반말을 했지만, 사무실에 있는 그 누구도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을 벌리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어, 어서 오십시오! 너무 젊어 보이셔서 감독관님이실 거라 생각 못 했습니다. 하하!”
“그쪽은 누구지?”
“아, 죄송합니다. 제 소개부터 드렸어야 했는데…… 저는 팀장인 고창식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저희 팀원으로 한 명씩 소개해 드리자면…….”
최성민에게 팀원들 이름 따위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저 이 지겨운 업무를 하루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뿐.
“소개는 끝났나?”
“예? 아, 예…….”
“그럼 바로 출발하지.”
“아, 저기…… 잠시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
최성민이 의아하게 바라보는 사이, 팀장 고창식이 눈짓으로 팀원들을 모두 내보냈다.
둘만 남게 되자 고창식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한다.
“랭킹에 이름을 검색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팀이 많이 부족합니다. 전투력은 1만 초반으로 전부 D급 턱걸이죠. 게다가 이번에 들어가는 던전도 처음이고요.”
“거대 말벌 던전 말인가?”
거대 말벌 던전은 5인이 입장 가능한 D급 던전으로, 난이도로 따지면 맨티스와 리틀 스네이크 사이에 있다.
“예. 맨티스 던전은 인원수가 안 맞아서 한 단계 높은 말벌 던전으로 신청하게 됐죠.”
“신청 동기야 내 알 바 아니고,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팀장이 주저하다가 말했다.
“그…… 염치없지만 감독하면서 저희 좀 봐주셨으면 싶어서 말입니다. 저희가 초행이다 보니 많이 서투릅니다.”
한마디로 위험할 때 자신들을 지켜달라는 얘기였다.
C급인 최성민에게는 식은 죽 먹기일 테니까.
“무, 물론 빈손으로 부탁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혹시 여자 좋아하십니까?”
그 말을 듣자마자 눈살을 찌푸리고 싶었지만, 일단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아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새봄이라고, 저희 팀의 홍일점이 있는데 던전 끝날 때쯤 그 애를 드리겠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마음대로 하셔도 좋다는 뜻입니다.”
“여자랑 합의된 사항인가?”
“그건 아닙니다만…… 저희 남자들이 입 다물고 있으면 문제없지 않겠습니까?”
“그 말은 여자를 제외한 다른 팀원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렷다?”
“예. 다들 제 말에 동의하고 그렇게 하기로 말 맞춰놨으니 뒷일은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아, 물론 새봄이만 빼고요.”
“…….”
무표정을 유지하던 최성민이었지만 속으론 어이가 없었다.
‘여자를 뇌물로 바치다니. 마치 지고로 때와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도은정이 당할 뻔한 그때와 비슷했다.
‘내가 감독관으로 나서자마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모르긴 몰라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그 맛에 감독관을 못 끊는 사람도 있을 테고.
여자 팀원 모르게 뇌물로 바치는 인성에 치가 떨렸지만, 최성민은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뇌물에 만족한다는 듯 씨익 웃어줬다.
“좋아,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하하.”
혹시나 여자를 안 좋아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팀장이 안심했다는 듯 웃었다.
최성민도 마주 웃었지만, 그 의미는 달랐다.
‘쓰레기 새끼들. 모조리 죽여주마.’
특성을 얻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서 짓는 미소였다.